감·검·복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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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2생 로드맵 "셋 중 한명 낙마 시킨다?"

[일요시사=사회팀]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예정돼 있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피 말리는 수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포스트 국정감사 정국의 승부처로 불리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비롯해 대한민국 핵심 권력기관인 검찰, 박근혜정부의 명운을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까지 어느 하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기관이 없어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인사청문회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초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정국 승부처
여야 동상이몽

몸이 달은 쪽은 민주당이다. 앞서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고강도 검증으로 여권을 궁지에 몰았던 민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박근혜정권의 인사 난맥상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물러설 곳도 없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마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된 터라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군이 동원된 광범위한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라 대여 공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당 안팎으로 쇄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지만 지난 2·3월의 악몽이 재현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 일각에선 인사청문회 자체가 이슈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있다.

기본 입장은 명확하다. 후보자의 자질은 철저히 검증해야겠지만 이번 인사청문회가 자칫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우려다. 최근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던 새누리당은 여세를 몰아 야권의 집중 견제를 무력화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민주 고강도 예고…새누리 정쟁 우려
정국 주도권 놓고 치열한 수싸움 전망

동상이몽 속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여야. 그러나 정작 마른 입술로 청문회 날짜를 기다렸던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이번 인사청문회의 주인공인 세 후보자들이다.

지난달 여야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했다. 일정 별로 보면 11일에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검증대에 오르며, 12일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3일에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각각 뒤를 잇는다.

황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경우는 각각 감사원과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기관을 대표할 인사기 때문에 청문회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명분으로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자는 앞선 두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난한 청문회를 기대하고 있다. 일정으로 봐도 가장 집중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날짜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장관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보건복지부이기 때문에 결과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이처럼 각 후보마다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 가운데 이들 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황찬현·문형표
중립·도덕성 관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특징은 증인 및 참고인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먼저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양건 전 감사원장,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 최명진 서울중앙지법 사무관 등 3명이다.

이중 양 전 감사원장과 김 총장은 세간에 악연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전 감사원장이 지난 8월 이른바 외압 논란을 지피면서 떠날 때 '밀어내기'의 당사자로 거론된 인물이 김 총장인 탓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소위 PK인맥(부산·경남)으로 분류된다. 감사원 안팎에선 김 총장이 PK의 인맥의 대부인 김 실장을 등에 업고 감사원 막후 실세로 등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런데 양 전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황 후보자의 고향이 경남 마산이다. 때문에 '황찬현-김영호'로 이어지는 서남부 PK인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여야는 황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놓고, 인사청문회 증인 선정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야당은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 김 실장과 더불어 경남 마산 출신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을 출석시키려 했지만 여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당은 야당이 김 실장과 홍 수석을 증인으로 요청하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장고 끝에 증인채택 요구를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의 기막힌 반격으로 야당의 PK 공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그러나 중립성 논란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은 아직도 황 후보자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특히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외압을 직접 거론한 인물이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양 전 원장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현직 법관 신분이었던 황 후보자(전 서울중앙지법원장)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보장이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함께 근무했던 최 사무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건 이를 검증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덕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무소속 강동원 의원은 "황 후보자가 판사 재직 시절에 취득한 대규모 비상장 주식의 보유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 공직자 재산신고사항 서류에 따르면 신고된 유가증권은 4개 종목의 비상장 주식 4만342주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드림창업투자(주) 1만5750주, 삼경하이텍(주) 1만5000주, 주식회사 넷웍스 2만1792주, (주)알에프트론 400주 등으로 추정 가액은 2562만9000원이 신고 됐다.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비상장주식이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은 "황 후보자가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은 가액이 상당한 규모이고, 당초 가액은 4000만원이 넘었다"며 "공직자 신분으로 비상장주식에 수천만원을 투자해 차익을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황 후보자는 현역 입영 대상자였다가 2년 뒤 병역을 면제 받았다. 고위 공직자에겐 가장 치명적인 병역 기피 의혹이 발견된 것. 그는 1975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1977년 재검에서 근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청문회 단계에서 소명 자료를 준비할 것"이라며 "병역 기피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에 대한 문 후보자의 견해다. 아울러 국민연금 및 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그가 보건·의료분야에선 어떤 아젠다를 갖고 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기초연금 축소 지급' '연금 지급 시기 67세로 연장' 등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1년 정부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아 발표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역할방안 보고서'에서 "(기초노령연금 지급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낮추고, 국민연금 제도의 내실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정부 정책기조 중 하나인 '복지 확대'와는 상반된 견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문 후보자는 장관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문 후보자가 기초노령연금 개선방안을 검토하면서 (최근 언행과는 다르게)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었다"며 오는 인사청문회에서의 날선 검증을 예고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1998년 1월부터 ING생명 '프리스타일 연금보험 전기납 50' 상품에 3581만원, 2001년 5월부터 삼성생명 '연금저축골드연금'에 2400만원, 지난해 11월 추가로 삼성생명의 같은 상품에 420만원을 납입해 사립연금액이 6400만원에 이르렀다.


또 그의 부인도 2004년 10월부터 ING생명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 2160만원을 납입해 부부 합산 사립연금액은 8561만원에 달했다. 공공연금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문 후보자의 사립연금 가입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각종 세금의 '고의 체납' 의혹이다. 지난 7일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 후보자가 장관 내정 후 소득세를 뒤늦게 낸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아들에게 준 예금 2700만원에 대한 증여세 111만원을 내정 사흘 뒤 납부했고, 2010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106만3220원은 지난 7월 납부했다. 또 2011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81만8900원은 임명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에 납부했다.

이처럼 파면 팔수록 지각 납부 사례가 계속 나오자 일각에선 문 후보자의 상습 체납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문 후보자는 적십자회비 15만원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미루다가 장관이 내정되자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년간 어떠한 기부 사실도 없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문 후보자는 황 후보자처럼 병역 면제는 아니지만 만기 전역을 하지 않아 의혹의 대상이다. 그는 육군 보충역으로 1년1개월을 복무하다가 일병으로 소집해제 됐다.

PK인맥 김진태
'김기춘 배후설' 도마

이번 인사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란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 후보자를 검증하게 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별도 증인채택 없이 김 후보자 본인과의 질의응답에만 집중키로 합의했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직무능력, 검찰 독립성 확보에 관한 소신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현 정권의 자타공인 2인자로 자리매김한 김 실장의 배후설이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PK인맥의 방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후보자의 해명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황찬현] PK인맥·비상장주식·병역기피
[문형표] 세금 지각납부·사립연금 가입
[김진태] 부동산 투기·아들 군대 면제   

하지만 '김기춘 배후설'이 끝은 아니다. 각계의 눈과 귀과 신임 검찰총장에게 쏠린 만큼 불거진 의혹도 가장 많다.
첫째 김 후보자와 그의 부인 송모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전남 지역에 1억7900여만원 상당의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전남 여수시 율촌면 밭 856㎡(2568만원)와 대지 129㎡(387만원)는 김 후보자 명의로 돼 있으며, 전남 광양시 황금동 임야 6611㎡(9387만원)와 성황동 임야 6825㎡(5630만원)는 부인 송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부가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1988∼1989년은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던 시기라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며 "초임 근무지였던 여수·순천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돼 퇴임 이후 집을 짓고 살기 위해 매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둘째로 김 후보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유명 동양화가인 허백련 화백과 박생광 화백의 그림을 재산 목록으로 신고하면서 가액을 0원으로 기재했고, 이듬해 작품 가액을 각각 400만원, 300만원으로 신고했다가 올해엔 신고조차 하지 않는 등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재산등록 당시 미술품 가격을 모르는 경우 가액을 기재하지 않아도 돼 작품 목록만 신고하고 가격은 신고하지 않아 자동적으로 0원으로 처리된 것 같다"며 "이후 모든 품목에 가액을 작성토록 시스템이 바뀌면서 화랑 등에 문의한 가격을 토대로 가액을 작성한 바 있지만 500만원 이하의 미술품은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목록에서 제외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셋째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이제 막 시작한 자녀들이 각각 7000만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탄로났다. 이와 관련해 증여세 탈세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독립적 경제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녀들이 성년이 됐을 때 각각 3000만원씩 증여하고 자진 신고했지만 면세 대상이어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나머지는 자녀들이 용돈 등을 모은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넷째 김 후보자와 부인 송씨의 유동자산이 최근 10개월 사이에 1억8000만원가량 증가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 동의 하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본인 명의 예금 1억5400여만원과 현금 1500만원 등 모두 1억7100여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인 송씨는 예금 4억7100여만원과 현금 1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김 후보자 부부는 예금과 현금을 합쳐 모두 6억5200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난 5월24일 관보에 공개된 김 후보자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김 후보자 부부의 예금과 현금은 모두 4억7200만원으로 10개월 사이 무려 1억8000만원이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김 후보자는 예금 6700만원과 현금 2000만원을, 송씨는 예금 3억6800만원과 현금 17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법사위 관계자는 "검사 재직 시 후보자 본인의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 1억1500만원이 늘었고, 퇴직연금과 변호사 급여 등이 포함돼 있는 액수"라고 자료를 설명했다.

청문회 결과는?
중도 낙마할까?

한편 김 후보자 역시 본인은 아니지만 아들이 병역 기피 의혹에 연루돼 있다.

지난 2005년 6월 김 후보자의 아들 김씨는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복무가 가능한 3급 판정을 받았지만 2009년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지원 과정에서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구체신염은 신장 사구체에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한때 일부 연예인 등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씨는 일반적인 병과가 아닌 카투사와 공군지원병, 한국국제협력단 등을 골라 지원하다가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병역 기피의 고의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장남이 3급 판정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운전병에 지원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군 복무를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으로 고의성이 없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만약 김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아들의 병역 면제는 그에게 뼈아픈 대목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야당은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검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 관계자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전망하면서 "아마 '1사2생'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즉 세 후보 중 누군가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면 그건 황 후보자나 김 후보자 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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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