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권력지형 대해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06 0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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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5대 권력기관 장악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과 국세청, 경찰을 차례로 접수한 청와대가 최근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마치며 권력기관 장악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정부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꼭지점으로 각 권력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될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권력기관의 중추로 불리는 검찰의 수장까지 현 정부가 미는 인사로 교체되면서 5대 권력기관(감사원·국정원·검찰·국세청·경찰)은 사실상 청와대가 접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권력의 정점에는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진해 있다. 김 실장은 지난 8월 청와대에 입성한 후 무서운 속도로 권력기관을 장악해 나갔다.

‘5대 권력기관’
청와대 품으로

무엇보다 김 실장은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암투에서도 승리하며 2인자 체제를 공고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실장 입성 후 청와대 권력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청와대 밖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김 실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현 정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김 실장의 등장 전후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권력 장악의 시작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발족한 지난해 12월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5대 권력기관장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법에서 임기를 보장하는 직책을 (인수위가) 어떻게 할지 상당히 고민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5대 권력기관장 교체는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 왔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달랐던 건 헌법에 보장된 각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후 6명의 청장 가운데 1명만이 법정임기를 마쳤다”며 “경찰 조직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김기춘 입성 후 완전 장악 ‘독주체제 구축’
청와대 2인자 꼭짓점으로 5명 호위무사 포진

그러나 2012년 5월 취임한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법적 임기가 1년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조직을 떠났다. 원인은 바로 고위층 성접대 수사에 있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갈등을 겪고 있던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깃은 박근혜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김학의 전 대전고검장. 경찰은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되면 성접대 동영상을 터뜨려 검찰에 치명타를 입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차관으로 내정된 것이다. 그리고 동영상과 관련한 추문은 한 메이저 언론사에 의해 퍼질 대로 퍼져 청와대로까지 흘러들었다. 최초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스캔들’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현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근혜정부의 도덕성에 흠결을 입힌 김 청장을 청와대가 놔둘 리 없었다.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청장은 옷을 벗었다. 떠난 김 청장의 자리는 이성한 당시 부산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이 대신했다.


이 청장은 비(非) 경찰대 라인으로 개혁을 요구하던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 청장은 경찰청장 취임 직후 박근혜정부의 주요 공약인 ‘4대악 근절’에 사활을 걸었다. “실적이 저조한 지휘관에게 (인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까지 덧붙였다. 덕분에 몇몇 경찰관들은 4대악으로 지목된 ‘불량식품’ 단속을 위해 학교 앞 문방구를 이 잡듯 뒤져야 했다.

경찰은 ‘충성맹세’
검찰은 ‘독고다이’

경찰은 청와대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검찰이 문제였다. 앞서 ‘검란 사태’를 경험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명분으로 지난 2월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신설했다.

그리고 총추위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그리고 얼마 전 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 후보자(당시 총장대행)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그런데 세 후보 중 결국 최종 후보가 된 건 채 전 총장이었다.

김 실장과 가까운 김 후보자가 뽑히지 않은 까닭은 ▲황교안 법무부장관과의 궁합 ▲아들의 병역 면제 사실 ▲지난 이명박정권과 연속성이 있는 인물이란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 입장에선 ‘큰 흠결이 없던’ 채 전 총장이 가장 안전한 카드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처음부터 ‘꼿꼿한’ 채 전 총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이재현 CJ그룹 회장 탈세 등 정·재계 거물들을 겨냥한 굵직한 수사들은 ‘채동욱 체제’에서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수부는 폐지됐지만 검찰의 화력은 더욱 막강해졌고, 사실상 여름 정국의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었다. 앞서 ‘윤창중 사건’으로 오욕을 뒤집어썼던 청와대는 바짝 몸을 낮춘 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검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부터 “채동욱이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곧 쫓겨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 무렵 채 전 총장은 스스로도 본인의 운명을 예견한 듯 “지켜봐 주십시오. 예전에도 밝혔듯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 피의자들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놓고, 황 장관 등 청와대 사람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만약 피의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박근혜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국정원 수사’를 밀어붙였다. 때문에 청와대는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여기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김 실장이다. 막후에 있던 김 실장이 권부의 중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
정국 주도권다툼

김 실장이 청와대 외곽에 있던 6개월 동안 검찰의 독주를 견제했던 대항마는 국정원이었다. 법정 임기가 없는 국정원장은 늘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리를 꿰차왔다. 대표적인 ‘MB맨’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부터 이명박정부 마지막까지 정보기관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원 전 원장의 뒤를 이어 국정원장에 오른 인물은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현 국정원장)이었다.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뿌리부터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대표적인 반공인사다. 그는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배후로 거론돼왔다. 또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의 원로로 지목돼왔다.

때문에 남 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남 원장은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과 함께 정보라인을 컨트롤하게 됐다.

남 원장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청와대의 기대에 부응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국면을 ‘NLL 포기 논란’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른바 ‘NLL 정국’은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남 원장이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정국의 큰 판을 쥐고 흔드는 역할을 맡았다면 김덕중 국세청장은 ‘재계 길들이기’에 골몰했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란 완장을 찬 것. 그러나 김 청장에게 주어진 진짜 미션은 ‘MB 지우기’였다.

검·경 암투 과정서 경찰청장 교체
국정원·국세청·감사원장 측근 발탁
검찰총장 내정자 청문회 넘으면 완료

김 청장의 전임인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원 전 원장처럼 소위 ‘MB맨’으로 불렸다. 2010년 8월 취임했던 그는 인수위 시절 유임설이 돌 만큼 조직 장악력 면에선 그 능력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권력은 이 전 청장을 놔두지 않았다. 그만한 이유도 있었다.


유력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밀렸다. 이는 이 전 청장이 구축해 놓은 ‘MB블럭 허물기’로 해석됐다. 이 전 청장은 임기 내내 자신과 같은 TK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했는데 김 청장(대전)의 깜짝 발탁은 국세청 내 TK 독주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바꿔 말하면 국세청 내 특정 라인을 견제하겠다는 의중이 실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 초기 청와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국세청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공유하며, CJ·효성과 같은 친MB 기업들을 매섭게 몰아쳤다. 뿐만 아니라 세수 증대를 위한 전 방위 세무조사까지 병행하며, 어느덧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가 또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남은 임기가 1년5개월이나 됐던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8월 돌연 사표를 던진 것이다.

감사원장의 법정 임기는 4년. 무엇보다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헌법기관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양 원장의 자진사퇴를 꾸준히 종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양 원장이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인사 외압.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감사원 내 파워게임으로 전해진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내에선 국세청처럼 ‘MB 지우기’가 진행됐다. 김영호 사무총장 등 청와대와 사전 교감한 감사위원들은 ‘MB정부 사람’인 양 원장을 코너로 몰았다.

4대강 사업 감사 등에서 양 원장은 점차 힘을 잃었다. “김 사무총장의 배후로는 김 실장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싸워 이길 수 없던 양 원장의 선택은 하나. ‘외압’이란 표현을 써서 청와대에 데미지를 입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이길 순 없었다.

김기춘 천하
대항마 없다

양 원장 사퇴 이후의 상황은 본지 등에 수차례 보도된 대로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으로 임기 1년6개월을 남기고 자진사퇴했으며, 후임으로는 김 후보자가 낙점됐다. 감사원장은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내정됐다.

김 후보자와 황 법원장의 공통점은 경남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 사실상 김 실장이 추천한 인물이란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감사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던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낙마했다는 사실이다.

김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은 “정치권에 빚이 없고, 법전에 따라 사는 사람이라 (감사원장 인선은)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왕수석’인 이정현 홍보수석과 같은 학교 출신이란 점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으로 추천되면서 청와대 권력의 추는 김 실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평가다. 더불어 김 실장은 지난 인수위 시절 “새누리당 중진의원들도 몸을 낮췄다”던 청와대 보좌진 그룹 일명 ‘십상시’를 제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엔 보좌진을 거쳐야 독대가 가능했던 박 대통령이지만 김 실장 입성 이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 ‘박심’을 등에 업은 김 실장의 ‘1인 천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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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