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사생결단 액션플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3: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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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 사태' 큰거 한방으로 돌파한다

[일요시사=취재2팀] 채동욱 체제는 막을 내렸지만 검찰의 화력은 여전하다. 정·재계를 아우르는 전 방위 수사가 권력층의 숨통을 죄고 있다. 4대강 비자금 사건,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실종 사건 등 정계 거물들을 겨냥한 수사는 물론이고, 효성·동양·KT가 차례로 검찰의 사정권에 들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차례로 무릎 꿇린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 이목은 '서울'로 집중된다.




제2의 검란(檢亂) 사태를 맞은 검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쪽에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고, 또 한쪽에선 채동욱 체제 때부터 이어져 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제2의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앞서 채 전 총장은 정치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검 중수부를 폐지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직속 기구로 그간 권력형 비리나 대기업 수사를 전담해왔다. 그러나 중수부가 간판을 내리면서 굵직한 사건들은 서울중앙지검을 위시한 서울 관할 지검이 마크하게 됐다.

지난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필두로 최근까지 서울중앙지검이 핸들링한 사건은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건설사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탈세 혐의가 입증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차명대출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서부·남부·북부·동부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몇몇 수사의 칼끝이 결국은 사회 저명인사를 겨눌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정·재계 거물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검찰과 비바람을 피하려는 권력층의 수싸움이 채 전 총장 사퇴 이후에도 계속되는 중이다.


앞서 밝혔듯 검찰의 광폭행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주도하고 있다. 검찰조직 내 엘리트들이 모인 서울중앙지검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출세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일선 검사들의 의욕이 높고 수사력과 정보 수집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문재인 등 거물급 연루된 수사 촉각
대기업 수사 2라운드…대형사건 비화 가능성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정치권 등 외풍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대형 사건에 얽힌 인물들은 대체로 산 권력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MB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최고 책임자인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청와대가 연루된 내곡동 사저 사건에서 이른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던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때 봐주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번 검란 사태를 촉발시킨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조용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검찰 내 복잡한 역학구도는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정치검찰'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던 탓에 일련의 대형수사를 바라보는 검찰 밖의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정치권 정조준
거물급 걸릴까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수사 중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건은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실종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지난 7월25일 새누리당으로부터 대화록 실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개시했다. 그리고 검찰은 참여정부로부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모든 자료를 압수·분석했다.


지난 2일 검찰은 대화록 실종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기록원에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브리핑을 했다. 아울러 "봉하 이지원(e-知園)에선 대화록 2개가 나왔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즉 봉하 이지원에 있는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는 이관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기서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된 원본을 복구했다"는 표현으로 논란을 촉발시켰다. 검찰의 발표를 곱씹으면 '대화록에 접근할 수 있던 누군가가 원본을 삭제했다'는 내용이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은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김경수 전 청와대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이른바 친노 인사였다. 특히 지난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마저 관련 의혹에 연루돼있던 상황이라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는 새누리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후 문 의원은 "차라리 나를 소환하라"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친노 세력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논란이 확대될수록 타격을 입는 사람은 문 의원이었다.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된 대화록 실종 사건의 마지막 타깃은 결국 문 의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문 의원의 소환조사 가능성이 타진됐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 지검장은 대화록 실종 사건과 관련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의 소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문 의원이 대화록 실종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문 의원의 정계은퇴는 물론 야권 전체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야권은 서울중앙지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화록 실종 수사와는 별개로 현 정권에 불리한 대형 수사도 진행 중이라 여권 역시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가 담당하고 있는 4대강 사업 수사는 지난 정권의 폐부와 맞닿아있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담합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로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등 2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검찰은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한 설계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장석효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과정에서 형성된 비자금이 어디로 향했는지. 공사 수주 청탁 등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윗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검찰의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즉 'MB정부 실세들이 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

또 최근 4대강 사업이 감사원에 의해 ▲정경유착 ▲부실공사 ▲입찰담합 등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 또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2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을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국민은 모두 3만9775명. 사상 초유의 단체 고발로 4대강 사업의 검은 배후가 드러날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된 국정원 댓글 수사는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현 정부의 외압 의혹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수사는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따라 또 한 번의 태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만만한 재계
다음 타깃은?

정계에 비해 비교적 직접적인 외풍이 적은 재계와 관련한 수사는 검찰이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재계 저승사자'로 새롭게 지목된 투톱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기소한 특수1부는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의 실형을 이끌어냈다. 재판에서 최 회장은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특수1부의 집요한 수사로 2심에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구속됐다.

특수2부도 대기업 수사에서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올초 특수2부는 CJ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이재현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를 입증했다.

아울러 특수2부는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의 대가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게 고가의 시계와 미화 30만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전 전 청장과 허 전 차장을 각각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특수2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대기업 수사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검찰은 효성그룹 오너의 자택과 효성그룹 본사, 효성캐피탈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효성으로부터 압수한 압수물 및 국세청의 고발자료 등을 토대로 조석래 일가의 불법 차명대출 및 법인세 탈루,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K 상무 등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조현준 효성 사장 등 일가 전원을 상대로 한 소환조사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효성은 지난 MB정권 당시 청와대와의 유착이 끊임없이 의심됐던 기업이라 수사과정에서 정계 거물의 비리·비위 혐의가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효성과 함께 잔인한 10월을 보내고 있는 동양그룹도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기업 임원진이 대거 연루된 1조600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 사건은 특수1부가 배당받았다. 특수1부 입장에선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레이스다.

지난해 특수1부는 LIG그룹의 2000억원대 ‘사기성 CP 발행’ 사건을 수사해 구자원 LIG 회장 등을 기소한 바 있다. 이번 '동양사태' 역시 지난 LIG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현 회장 등의 사법처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 회장은 CP를 발행한 뒤 자금난을 이유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채동욱 사퇴 이후 공정성 의심
서울중앙지검에 대형수사 몰려
'국면전환용' 게이트 터뜨리나

공기업 성격이 짙은 KT도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양호산)는 KT본사를 비롯해 KT광화문지사, 서초지사, KT회장 자택 등 16곳에서 전 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이번 KT 압수수색에 대해 "이석채 회장을 찍어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같다"며 "검찰 입장에선 총장 선출을 앞두고 벌이는 일종의 시위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즉 효성이나 동양과는 다른 관점에서 검찰 수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

지난 2월 참여연대는 스마트애드몰 등 검증되지 않은 사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KT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이석채 KT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 중 KT사옥 특혜 매각과 BIT 사업 업체 선정과정 의혹들은 정·관계 로비자금과 연결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번 KT 수사와 같은 맥락으로 최근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포스코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KT의 이 회장이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면 그 다음 타깃은 포스코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외의 인물
부상할 수도

현재까지의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서울중앙지검의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채 전 총장 퇴임 후 굵직한 대형 사건은 기피하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검찰의 저격수사는 더욱 독해진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신임 총장 부임 전 (검찰 안팎에) 실력을 보이려는 것 아니겠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쪽으로 사건이 너무 몰리다보니 다른 조직이 소외받는 느낌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식품안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됐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4대악 척결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셈. 그러나 식품안전과 관련한 사안이 통상 대형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 끗발을 날렸던 서울서부지검의 명성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이 들여다보고 있는 사건으로는 현대산업개발의 관급공사 특혜 의혹이 눈길을 끈다.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수사 중 눈여겨봐야 할 사건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배임 및 횡령 의혹과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이중 라 회장의 로비명단에 든 인물이 지난 정권 막후권력이란 소문이 있어 그 사실 여부가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대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비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언급한대로 4대강 사업 비자금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얼마 전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퍼진 "여당 대표급 정치인이 한 건설사로부터 6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정·관계 게이트로 확대된 원전사태도 그 출발은 한 중소업체의 납품 비리였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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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