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통합진보당 계보 대해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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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이석기 사람' 숨어있다

[일요시사=사회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국회 체포 동의를 거쳐 '내란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이번 수사의 칼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의원을 위시한 지하혁명조직 'RO'로부터 '경기동부연합', '울산연합', '인천연합'으로 이어지는 소위 NL 정파의 숨겨진 '고리'가 밝혀질지 정국은 지금 폭풍전야다.



지난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89.3%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에 참석한 289명의 의원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258명이었다.

RO의 뿌리는
경기동부연합

현재 이 의원에게 씌워진 내란 예비음모 혐의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녹취록 공개 등으로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과 이 의원 측은 관련 강력히 혐의를 부인하며 지하 혁명조직으로 지칭된 RO(Revolution Organization)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번 '내란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국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에서 RO를 지하혁명조직으로 규정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RO는 "조직 가입식에서 단체 강령을 구두로 하달 받고, 단체 가입 시부터 그 실현을 결의함으로써 폭력적 방법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의 목적을 공유하고 국회를 사회주의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RO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국정원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회합의 성격도 '당 차원의 세미나'라고 못박았다.

그래서 다수 관계자는 RO의 실존 여부가 이번 수사를 판가름하는 열쇠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RO에 정식 편제가 있는지 그들에게 무슨 직책이 부여됐는지 등이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정원은 "RO에서 파생된 RO산악회가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며 그 수장으로 이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1997년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단(민혁당) 잔존세력이 모여 재건한 조직이 RO산악회"라며 "RO산악회는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회합 여부가 결정 나는 것은 물론 주요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 범위가 정해진다"고 분석했다.

RO 실체 두고 진실게임 "경기동부연합 실세"
경기서 시작해 전국구 조직으로 수사 확대

국정원은 RO산악회의 뿌리를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소위 NL(민족해방) 계열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로 경기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한 운동권 세력이다. 이중 수사망에 오른 RO산악회는 경기동부연합의 비선라인으로 통칭된다.

그러나 믿을만한 전언에 의하면 공안당국이 체제전복세력으로 지목한 RO산악회가 지금은 해체된 조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RO산악회는 1991년 운동권 전국조직인 전국연합이 건재하던 때 활동하던 조직이지만, 전국연합의 해체 이후로는 산악회 형태가 아닌 폐쇄된 사조직 형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그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최근까지 RO산악회의 정확한 조직도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어도 내란을 꾸미려면 체계적인 조직 편제와 그에 따른 업무 분장 등이 필수적인데 이를 입증할만한 조직도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구두를 통해 확인되는 '가느다란 실'을 잡을 수 있는지 여부가 '전체적인 밑그림'을 완성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북몰이
계속된다

그런데 RO산악회의 해산은 이번 내란 예비음모 사건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먼저 통합진보당 측의 해명을 들어보면 RO란 이름은 국정원이 고의로 조직의 이름을 명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RO는 'VO(Vangard Organization·전위조직)', 'MO(Mass Organization·대중조직)' 등과 함께 운동권 조직체계의 한 단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돼 왔다.

해당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이름을 올린 김칠준 변호사는 "이름을 알 수 없을 땐 '성명불상 단체'라고 해야 한다"며 "이름을 붙이면 행위에 대한 입증이 없어도 단체라는 이름으로 일망타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국정원이 개개인을 조직 단위로 묶어 '반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사건의 공개수사 전환 후 검찰을 통해 나온 멘트가 눈길을 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이 RO산악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첫 타깃'이라는 표현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RO산악회는 '수사의 게이트'일 뿐이지 '마지막 종착지'는 아니다. 다시 말해 검찰의 노림수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정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RO 출신 인사들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현역 정치인, 특수 공무원 등의 범죄 혐의다. 이들은 대부분 조직 밖의 인물로 분류되지만 검찰의 내사 혐의가 일정 부분 사실로 증명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놀라운 건 사정당국이 경기동부연합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의 조직을 주시하고 있다는 첩보다. 때문에 이번 수사가 이 의원을 구속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을 시작으로 NL계열 계파에 대한 전면적인 확대 수사가 예정된 것이다.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은 지난 몇 년간 국정원과 검찰의 끈질긴 내사를 받아왔다. 근 10년 사이 세가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자산의 약속'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에 대거로 입당한 후 광주·전남 연합과 같이 민주노동당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당시 경기동부연합에 밀려 탈당한 정치인은 PD(민중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경기동부연합은 학생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80년대를 전후로 탄생한 운동권 조직이다. 그러나 이는 외부의 시각일 뿐 '경기동부연합'은 기성 정치권의 '친노'처럼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이 의원이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에 입학한 1982년께가 경기동부연합의 태동으로 추정된다. 당시 경기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재야 운동가들은 공업단지인 성남을 '혁명의 도시'로 부르며 군부와의 투쟁을 벌였다.

아울러 성남에는 도시빈민이 많은 탓에 경제적 차별 또한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무렵 성남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의원은 이런 사회·정치적인 배경 속에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항쟁 이후 재야 운동권 세력이 사회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일부는 기성정치권에 편입됐다. 하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활동하던 지역에 남아서 통일·노동 운동을 계속했다. 현재 경기동부연합으로 통칭되는 사람들은 이 시기 성남으로 모여든 운동가 집단의 후신이다. 이중 대표적인 인물은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으로 꼽힌다.

경기동부연합
패권적·종북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운동권 출신 대학생 및 노동 운동가들은 1991년 전국연합의 깃발 아래 모였다. 전국연합은 해방 이후 최대의 '전국적 운동조직'으로 불리는 진보 세력의 총아이며, 불행히도 진보 계파정치의 뿌리이다. 

당시 전국연합의 주류는 '한총련' 등으로 대표되는 통일운동세력이었다. 그러나 이 통일운동세력 모두가 지금 말하는 '종북세력'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 당시 최대 화두는 '종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의회정치로 편입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였다. 



전국연합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분화됐다. 제도권 정치로의 편입 여부가 세력을 갈랐다. 당시 정치세력화에 반대한 지역연합은 광주·전남연합, 서울연합, 대구·경북연합, 인천연합이었다. 반대로 정당운동을 선택한 세력은 경기동부연합, 울산연합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 사업장 등을 기반으로 한 노동운동 세력이 탄탄했던 울산연합은 정당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후 울산연합과 경기동부연합은 통합진보당에서 만나 당권다툼을 벌였다.

이처럼 범운동권 세력이 정당운동을 저울질했던 시기에 민주당을 지지했던 시민운동 세력은 전국연합에서 급격히 힘을 잃었다. 경기동부연합의 민주당 지지파도 마찬가지. 당시 연합원들은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할 것이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냐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좀 더 '온건파'로 분류된 시민운동 세력은 경기동부연합 주류에서 밀려났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범NL계열 중에서도 좀 더 급진적인 인물들이 면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주·민주·통일운동을 함께하는 실천가의 삶을 목표로 했고, 군대를 방불케 하는 집단 문화와 엄격한 규율로 조직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NL 정파 중 경기동부연합은 자신의 사생활마저 포기하고 통일운동에 몰입하는 등 조직의 헌신도 측면에서 다른 조직보다 월등했다"며 "단 그들은 조직에서 벗어날 경우 다른 정파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충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NL 노선'을 갖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계파는 크게 3가지다. 울산연합과 경기동부연합, 인천연합이다. 이들은 흔히 '평등파'로 불리는 PD계열 운동가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너무 패권적이고, 너무 종북적이란 내용이었다. 이중 패권적인 측면에서 가장 정도가 심했던 건 앞서 언급한 경기동부연합이다.

성남 기반 재야운동세력 후신
라이벌은 울산연합·인천연합

경기동부연합은 당직을 가지지 않은 비선라인이 조직의 정치적 행동을 결정하고, 명령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른바 대표자는 대중적인 인물을 세우고, 조직의 브레인인 '실세'는 막후에 숨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식이다.

이는 과거로부터 공안당국의 주 타깃이 조직의 대표자가 돼왔던 것에 대한 나름의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모든 정통 NL 조직은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비선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문화는 아직 대학가 일부 총학생회에 남아있다.

현재까지 경기동부연합과 비슷한 노선을 걸어온 정치세력은 울산연합이다. 경기동부연합과 울산연합은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꾀했고 ▲다양한 지역 사업 등에 손을 뻗쳐 자금을 마련했으며 ▲대외적으로는 조직의 존재를 감췄고 ▲대학생·노조원을 중심으로 '후계자'를 양성해 왔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은 조직의 확장성 여부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NL계열 정파가 조직원 규모를 늘리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NL 조직의 핵심 논리는 '불확실한 확장'이 아닌 '혁명이 가능한 수준의 조직원 유지'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국민을 상대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그날(혁명의 날 혹은 전쟁)이 왔을 때 대중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는 활동가를 필요로 한다"고 언급했다. 즉 전쟁 이후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NL 정파 간에도 대중운동을 바라보는 계파 사이의 견해는 엇갈린다. 이를 결정적으로 드러낸 계기가 바로 통합진보당 경선 파문이다. 당시 울산연합의 경우 정치적 판단을 중시해 이 의원과 김재연 의원을 제명할 것을 종용했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이를 거부했다. 이 경선 파문은 결국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져 통합진보당의 당원 명단을 사정당국에 넘겨주는 계기가 됐고, 공안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도화선이 됐다.

울산·인천연합
모두 노린다

경선 파문 이후 경기동부연합의 정치적 파트너는 농민운동을 기반으로 한 광주·전남연합이 됐다. 지금은 이들을 합쳐 범경기동부연합으로 부른다. 정치권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지난 총선 전후의 문건을 보면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물로는 이 의원과 김 의원을 비롯해 이정희 대표, 김선동 의원, 오병윤 의원, 윤원섭 전 민중의소리 대표,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신창현 전 인천시당 위원장 등이 꼽힌다.

울산연합과 인천연합은 각각 노동자 세력이 더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인천연합에는 전국농민회가 포함돼 있고, 울산연합에는 경남·부산연합 등이 합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연합은 각각 경기동부연합보다 전통이 더 오래됐기 때문에 세력과 자금력 면에서 경기동부연합보다도 앞서 있는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금 공안당국이 원하는 건 경기동부연합이 아닌 'NL세력' 전체라며, 지금은 여론을 관망하고 있지만 가장 먼저 대학생 운동권에 손을 뻗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과거 NL계열 조직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 몇몇 대학에 북한의 지령 유통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나에게도 제의가 왔었는데 만약 그 유통책의 윗선이 확인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는 임미리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논문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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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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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