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동서남북 체험여행 ②강원 인제

냇가에서 뗏목 타고 물놀이해요~

자녀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온 여름방학이다. 부모들은 휴가계획을 세우느라, 자녀들과 함께 떠날 교육적인 여행지를 찾느라 분주하다. ‘어느 산천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까’ ‘어디를 가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까’ 하는 물음에 해답이 될 수 있는 곳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넉넉한 시골 인심, 즐거운 체험거리가 가득한 농촌이다. 잠시라도 도시에서 빠져나와 여유로운 여름을 즐기고, 도시와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재미난 체험으로 교육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웰빙에 전통까지 대자연 온몸 체험

인제 냇강마을은 여름에 인기가 높은 농촌체험마을이다. 강원도 서쪽에 자리한 이곳은 대암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지고, 마을 가운데 소양강 줄기가 흐른다. 그럼에도 첩첩산중이라는 느낌보다 유유자적하고 편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멋진 자연경관 때문이다.
여름이면 피서와 농촌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민박집에서 주민들과 감자전이나 올챙이국수를 만들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밭에서는 옥수수와 감자를 수확해 맛있게 먹는다. 비석치기, 자치기를 하면서 맘껏 뛰놀 수도 있다. 밤이면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관찰하고, 쏟아질 듯한 별을 바라보며 한여름 밤의 정취에 젖는다. 무엇보다 즐거운 체험은 마을 앞 냇강에 뗏목을 띄우고 물놀이하는 것이다. 


여름에만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20여 가지나 되니 따분할 틈이 없다. 냇강마을은 아이들에게 신기하고 즐거운 놀이로, 부모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선물한다. 그래서 도심 아이들에게 잠시 들러보고 지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고향이 된다.
이곳을 방문하는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은 뗏목 타기다. 뗏목은 산간 지역에서 통나무를 엮어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니 모양은 통나무 여러 개를 엮은 게 전부고, 크기도 생각보다 작다. 하지만 뗏목이 주는 감동은 작지 않다. 
여러 개를 하나로 만들 수 있어 크기는 체험 인원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뗏목을 탈 때는 비치 샌들이나 아쿠아슈즈를 신어야 한다. 물에 떠 있어도 사람이 올라타면 발은 물에 잠기기 쉬워 맨발로 타면 위험하고, 통나무의 표면이 매끈하지 않아 발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뗏목의 가장 큰 매력은 ‘느림의 미학’이다. 느린 물살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은 유유자적의 극치다. 속도가 느리니 주변 풍광도 눈에 잘 들어온다.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무더위도 잊는다. 
뗏목에 대한 이야기도 아이들에게는 공부다. 인제 지역과 뗏목은 연관성이 깊다. 1943년 청평댐이 건설되기 전까지 인제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는 북한강을 통해 서울로 실어 날랐다. 나무도 그냥 나무가 아니다. 도성의 궁궐 건축에 사용되거나 왕실의 재궁(임금, 왕비, 왕세자의 유해를 모시는 관)으로 사용되는 소나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필요한 소나무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특정한 산림을 ‘금산’이라 하여 보호했다. 바위에 새긴 금표와 봉표는 그 경계를 나타내며, 이중 왕실의 관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황장목을 생산하기 위해 지정된 숲을 표시한 것이 황장금표다. 황장금표는 인제 한계리, 원주 치악산 구룡사, 울진 소광리, 영월 두산리에 있다. 
인제 지역에서는 질 좋은 소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뗏목을 이용했다. 수량이 적은 상류에서는 너비 1.2?3m, 길이 9?10.8m의 소형 뗏목을 만들고, 수량이 풍부한 하류에 이르면 너비 2.4?4.5m, 길이 25?54m의 대형 뗏목으로 다시 묶어 운반했다. 
뗏목은 앞에 1~2명, 뒤에 1명의 사공이 타서 운반했고, 인제 합강에서 춘천을 거쳐 서울까지 가는 데 7~15일이 걸렸다고 한다. 힘든 만큼 수입이 좋았다. 사공은 인제에서 춘천까지 5?6원, 춘천에서 서울까지 30?35원을 받았다고 한다. 쌀 한 말이 1원 5전이던 시절이니 무척 큰돈이다. ‘떼돈을 벌다’ ‘떼부자’ 같은 말이 모두 뗏목에서 유래한 것이다.


솟대를 만드는 목공예 체험도 인기다. 마을에서 준비한 소품을 이용하니 어렵지 않고, 상상력을 더해 만드니 가족들이 집중한다. 완성된 솟대는 집으로 가져가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모험레포츠 천국 스릴 만점


산과 강이 포근하게 감싸는 이곳에서 뗏목도 타고 농촌 체험을 하며 살아 있는 자연을 만나는 일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된다. 
냇강마을에서는 설악산 백담사가 멀지 않다. 백담사 주차장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백담사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백담사는 유명세만큼 볼품 있는 절은 아니다. 신라 진덕여왕 1년(647년)에 한계리에 창건되었지만, 잦은 화재로 여러 차례 이건한 끝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백담’은 절이 설악산 대청봉에서 100번째 웅덩이(潭)가 있는 곳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경내의 건물은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새로 지은 것이라 고즈넉한 세월의 멋은 없다. 다만 찻집으로 쓰이는 건물이 너와지붕이라 눈길을 끈다. 


내설악 깊은 골에 자리한 백담사가 유명해진 것은 이곳에서 만해 한용운이 ‘님의 침묵’을 썼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세인들의 이목을 피해 2년 남짓 칩거했기 때문이다. 한용운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놓은 전시관이 볼 만하다. 절 앞 계곡을 가득 메우는 돌탑도 장관이다.
인제에서 여름을 짜릿하게 보내고 싶다면 번지점프, 슬링샷, 짚트랙 등 레포츠를 추천한다. 합강정휴게소 앞에 설치된 번지점프대는 63m 높이에서 내린천을 향해 뛰어내린다. 휴게소에서는 높아 보이지 않지만, 점프대에 서면 국내 최대 높이라는 게 실감 난다.
뛰어내리는 순간 약 3초 동안 가슴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그 옆의 슬링샷은 번지점프와 다른 재미를 준다. 슬링샷은 비행기 조종사들이 비상 탈출하는 기구에서 유래됐다. 체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하늘로 튕겨 오를 때의 쾌감은 상상 이상이다. 


짚트랙은 내린천테마파크에서 체험할 수 있다. 짚트랙은 양쪽에 지주를 설치하고 그 사이를 튼튼한 와이어로 연결해 트롤리라는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공중 레포츠다. 내린천테마파크에는 체험, 모험, 도전 등 세 코스가 있다. 장비를 착용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단 키가 작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 하니스를 착용하기 어려운 사람은 체험을 제한한다.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통해 추락 위험 요소를 최소화해서 교관의 안내에 따르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어느 구간에서는 줄에 매달려 날고, 어느 구간에서는 구름다리를 건너며 짜릿함을 맛본다. 짧게는 25m 정도 하늘을 날지만, 길게는 300m 이상 날아 내린천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온몸을 자연에 내던진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외에도 내린천 래프팅, 리버 버깅, ATV, 밀리터리 체험 등 다양한 레포츠가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인제 냇강마을(뗏목, 솟대 만들기, 누에고치 공예 체험 등)→백담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인제 냇강마을→백담사 
둘째 날 : 합강정휴게소→번지점프→슬링샷→짚트랙→내린천 래프팅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인제군 문화관광 www.inje.go.kr/home/2012_tour/main/main.asp 
- 인제 냇강마을 033)462-5400, http://wolhakri.go2vil.org
- 백담사 033)462-6969, www.baekdamsa.org 
- 짚트랙 033)462-0701, www.ziptrack.co.kr  
- (주)아름다운인제관광(번지점프, 슬링샷) 033)461-5216, www.injejump. co.kr

문의 전화
-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
- 내린천래프팅협회 0333)463-0463
  033)463-046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원통 : - 상봉터미널에서 하루 2회(06:50, 09:50) 운행, 2시간 소요. 
                                -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38회(06:30~21:10) 운행, 1시간40분~2시간10분 소요. 
?문의: - 상봉터미널 02)323-5885, www.sbtr.co.kr 
              - 동서울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원통공용버스터미널 033)461-3070 

자가운전 정보 
춘천동홍천고속도로→동홍천 IC→44번 국도→철정검문소→신남선착장→인제대교→합강정 삼거리→원통교차로→원통공용버스터미널→원통체육공원→인제 냇강마을 

숙박 정보
- 하늘내린호텔 : 인제읍 비봉로, 033)463-5700, www.hnhotel.co.kr 
- 파인밸리 : 북면 백담로, 033)462-8955, www.finevalley.co.kr 
- 게스트하우스리뮤펜션 : 북면 만해로, 070)4208-0928 
- 선녀랑백담이랑 : 북면 만해로, 033)462-3110, www.100dam.com 
- 마운틴밸리펜션 : 북면 백담로, 033)462-6133, www.pensionmountain.com 


식당 정보
- 백담순두부 : 순두부정식, 북면 백담로,033)462-9395,  www.bdsundubu.com 
- 황태촌식당 : 황태 요리, 북면 황태길, 033)462-5855 
- 할머니황태구이 : 황태구이, 북면 백담로, 033)462-3990 
- 박가네감자옹심이 : 감자옹심이, 남면 설악로, 033)461-7981 

축제와 행사 정보
만해축전 : 2013년 8월10~13일, 백담사 만해마을·하늘내린센터 일원, 033)462-2304(만해사상실천선양회), www.manhae.com 

주변 볼거리
대암산 용늪, 설악산(십이선녀탕, 대승폭포), 인제산촌민속박물관,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진동계곡, 미산계곡, 원대리 속삭이는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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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