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동서남북 체험여행 ⓛ남해

‘한여름의 추억’ 농어촌 마을에 새겨볼까

보물섬 남해의 여름은 뜨겁고 풍요롭다. 지난해 전국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문항어촌체험마을은 다양한 체험활동과 그에 걸맞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체험활동이 조금씩 다르다. 여름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개막이, 조개 캐기, 쏙 잡이 등이 인기다. 갯벌생물을 관찰하거나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 길이 열리는 자연현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현장학습이 된다.


조개 캐고, 쏙 잡고, 맨손 고기잡이까지
자연 벗삼는 다양한 체험으로 알찬 방학

개막이 체험의 시작을 알리는 말과 함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갯벌로 내달린다. 개막이란 어촌에서 별다른 도구 없이 물고기를 잡는 일이다. 갯벌에 기둥을 박아 그물을 설치하고, 밀물이 가장 많이 들어왔을 때 그물을 올려 물고기를 가둔다. 물이 빠지면 갯벌에 남은 물고기를 주워 담으면 된다. 

올여름 휴가는 보물섬 남해로

체험은 물 높이가 어른들 무릎 정도일 때 시작한다.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갯벌에서 진흙이 올라와 물속이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더듬다 보면 뭔가 잡힌다. 물고기 비늘이 미끄러우니 면장갑을 끼는 게 좋다. 엉금엉금 네 다리로 기는 사람, 몸을 최대한 낮추고 바닥을 더듬는 사람, 그물을 등지고 주저앉아 주변을 훑는 사람 등 물고기를 잡는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미끌미끌한 촉감에 놀라 소리 지르는 아이, 물고기를 잡고 환호성을 지르는 어른 등 반응도 제각각이다. 
물이 빠지면서 물고기 등이 살짝 보인다. 이때부터는 초등학생도 혼자서 너끈히 잡을 수 있다.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놀이만으로도 신이 난다. 요즘 잡히는 물고기는 숭어, 농어, 광어, 전어 등이다. 잡은 물고기를 동네 아낙들이 그 자리에서 손질해 소금까지 뿌려준다.
개막이 체험이 끝나면 조개 캐기와 쏙 잡이를 할 수 있다. 바닷물은 어느새 개막이 체험을 한 그물 뒤편으로 물러났다. 마을 앞바다에 있는 상장도, 하장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온전히 드러난다. 그 너른 갯벌이 온통 조개 캐기 체험장이다.
호미로 살살 파면 칼국수에 넣기 좋은 바지락이 나온다. 검은 갯벌을 30cm 정도 파면 아이 주먹만 한 우럭조개가 나온다. 속살이 두툼해 씹는 맛이 그만인 우럭조개는 깨끗이 손질해 조개탕을 끓이거나 미역국에 넣는다. 손질법은 체험이 끝나고 조개 씻는 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자세히 알려준다. 


갯가재를 닮은 쏙 잡이 체험에는 부녀회 할머니들이 도우미로 나선다. 갯벌을 삽으로 살짝 걷어내면 동그란 구멍이 뽕뽕 뚫린 게 보인다. 이 구멍에 된장 푼 물을 살살 끼얹은 다음 털이 달린 막대기를 넣고 아래위로 움직이면 쏙이 털을 꽉 잡는다. 쏙이 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천천히 들어 올린다. 쏙이 막대기를 집게로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비결. 이렇게 잡은 쏙은 튀겨 먹거나, 매운탕을 끓이거나, 쪄서 살을 발라 먹는다.


체험이 끝나고 장화와 호미, 바구니 등을 돌려줄 때면 손에는 청정 남해바다가 내어준 선물로 소쿠리가 묵직하다. 맨손으로 잡았을 때 퍼덕거리던 물고기, 갯벌에 꼭꼭 숨어 있던 조개, 시커먼 갯벌 위로 분주히 움직이던 작은 생물들…. 이곳에서 캔 것은 생명력 넘치는 남해 여름바다의 추억거리로 자리 잡는다. 


바다체험은 물때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 따라 체험이 불가능한 날도 있으니, 반드시 전화로 상담해야 한다. 개막이 체험은 전체 예약 인원이 100명 이상 돼야 가능하므로, 예약 인원이 충분한지도 알아봐야 한다. 장화, 면장갑 등 유료 대여물품을 가져가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1960~1970년대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며 조국의 경제발전에 한몫을 담당한 이들이 모국에 정착해 노후를 보낼 수 있게 조성한 곳이 독일마을이다. 물건항이 내려다보이는 경사지에 짙은 주황색 지붕과 하얀 벽면으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독일식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독일마을에 민박을 운영하는 집도 여러 군데다.


독일마을 언덕에 올라서면 또 다른 아름다운 마을이 시작된다. 원예 전문가들이 살면서 꾸민 원예예술촌이다. 16만5300㎡(5만 평) 대지에 정원을 낀 건물 21채가 들어섰다. 
집에 달린 정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숲과 공공정원으로 꾸몄는데 레인보우 가든, 레이디스 가든, 글래스 가든 등 테마별로 각기 다른 모습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과 아름다운 산책로 덕분에 방문객이 많다. 예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므로 두루 관람하려면 두 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독일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물건항에는 수령 300년 가까운 고목들로 가득한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해안을 따라 1.5km 가까이 이어진 숲에는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이팝나무, 푸조나무 등 활엽수가 주를 이룬다. 숲을 관통하는 나무 데크를 따라 시원한 그늘 속을 걸으며 물빛 파란 물건항을 감상해볼 것. 바닷가에는 굵직굵직한 몽돌이 깔렸고, 그 위에 바다 카약 체험에 쓰이는 카약들이 느긋하게 누워 볕을 쬔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에서 몇 발짝 옆으로 옮기면 도예, 알, 칠보, 황토 등 여러 가지 공예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해오름예술촌이다. 쪽빛 바다가 굽어보이는 언덕 위 폐교를 체험과 전시, 작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아이들이 놀았을 운동장에 푸른 잔디밭, 다양한 조각상과 꽃,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배객이 많았던 남해. 이름도 독특한 남해유배문학관은 그들이 남긴 문학작품과 유배 생활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포 김만중을 대표로 남구만, 이이명, 유의양, 김용에 관한 전시품이 보인다. 특히 유의양은 남해의 자연경관과 관습을 자세히 기록했다. 

생생한 현장에 아이들 신났네

국내외 탈과 관련 전문 서적을 모아놓은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에서는 지금 남해섬공연예술제(7월12일~8월17일)가 열리고 있다. 탈춤과 연극 등 예술 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이어진다. 


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활처럼 둥글게 휜 해안선, 하얗게 빛나는 백사장, 키 큰 소나무가 멋스러운 상주은모래비치는 남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앞에 떠 있는 돌섬과 나무섬이 큰 파도를 막아줘 물결이 잔잔하고, 바닥이 완만하게 깊어져 가족 피서객이 바다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수온이 높아서 해 질 녘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백사장 서쪽에는 바다 캠핑을 할 수 있는 야영장도 마련되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자연·생태 탐방 코스 : 문항어촌체험마을→원예예술촌→물건리 방조어부림→상주은모래비치 
자연·문화 탐방 코스 : 문항어촌체험마을→독일마을→해오름예술촌→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남해유배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상주은모래비치→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남해유배문학관→문항어촌체험마을(체험, 숙박) 
· 둘째 날 : 원예예술촌→독일마을→물건리 방조어부림→해오름예술촌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남해군 문화관광 http://tour.namhae.go.kr 
- 바다여행(어촌체험) www.seantour.com 
- 원예예술촌 055)867-470, www.housengarden.net 
- 해오름예술촌 055)867-0706, www.sunupart.co.kr 
-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055)864-7625, www.namhaemask.com
- 남해유배문학관 055)860-8888, http://yubae.namhae.go.kr 
- 상주은모래비치 055)863-3573, www.sangjubeach.co.kr 

문의 전화
- 남해군 문화관광과 055)860-8605 
- 문항어촌체험마을 055)863-478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1회(07:00~19:30) 운행,  4시간30분 소요. 
             부산-남해: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9회 운행(06:20~19:20), 2시간30분 소요. 
             남해읍에서 문항 경유하는 군내버스 하루 10여 차례(5:50~20:00) 운행.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2088-2635, www.busterminal.or.kr 
           - 부산서부버스터미널 1577-8301, www.busantr.com 
           - 남해시외버스터미널 055)863-5056 

자가운전 정보 
남해고속도로 하동 IC→섬진강대로→남해대교→노량삼거리 좌회전→문항어촌체험마을 

숙박 정보
- 마린원더스 남해리조트 : 남면 남서대로, 055)862-8880, 
  www.namhaeresort.com (굿스테이) 
- 힐튼남해골프&스파리조트 : 남면 남서대로1179번길, 055)860-0100, 
  www.hiltonnamhae.com 
- 남해유스호스텔 : 삼동면 동부대로, 055)867-4848, 
  www.nhustel.co.kr 
- 남해편백자연휴양림 : 삼동면 금암로, 055)867-7881, 
  www.huyang.go.kr 
- 문항어촌체험마을 민박, 다목적관 : 설천면 강진로206번길, 
  055)863-4787, www.seantour.com 

식당 정보
- 보물섬남해한우축협프라자 : 등심·불고기전골, 남해읍 스포츠로, 055)863-9292 
- 우리식당 : 멸치쌈밥,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055)867-0074 
- 어부림횟집 : 모둠회, 삼동면 동부대로1126번길, 055)867-3362 
- 남해자연맛집 : 멍게비빔밥, 남면 남면로, 055)863-0863 
- 상주바다횟집 : 생선회, 상주면 남해대로675번길, 055)863-5226 

축제와 행사 정보
- 남해섬공연예술제 : 2013년 7월12일~8월17일,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www.namhaemask.com 
- 상주은모래비치 여름축제 : 2013년 8월2~4일, 상주은모래비치 백사장, 

주변 볼거리
남해대교,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 다랭이마을, 금산 보리암, 남해나비생태공원, 미조상록수림, 남해바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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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