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국회주역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4:40:28
  • 댓글 0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군대 만드는 것이 꿈"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6일 북한이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다. 특히 북한은 회담 장소와 일시에 대해서도 "남측이 편리한대로 하라"며 파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훈풍을 예상했던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12일 개최예정이던 남북 당국 간 회담이 결국 무산된 것이다. 과연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얽히고설킨 남북관계를 풀어낼 해법은 없을까? <일요시사>가 기무사령관 출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봤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의 꿈은 "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고, 모든 군인들이 군 생활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대남위협이 극에 달한 요즘 전투력과 직결되는 군의 사기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송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군 경력의 인정을 의무화하는 '제대군인 지원법'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군의 사기 진작만으로는 벌써 세 달 가까이 멈춰서 있는 개성공단과 점점 꼬여만 가는 남북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무사령관 출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송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송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군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왔다. 정치는 낯선 분야일텐데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제가 정치인이 될 거라고는 저 스스로도 생각 못했다.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왔고, 군에서 제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막상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군을 지켜보니 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후배 장교들에게 조언도 해주며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군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안보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저의 경력을 눈여겨 봐온 새누리당에서 국방분야를 대표하는 비례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와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기무사령관 출신이다. 지난 총선에서 "군 정보기관장의 공천은 유례가 없는 일로 정치와 군사의 야합이 우려 된다"는 논란도 있었다.
▲ 평생을 야전 군인으로 살아왔다.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한 기간은 단 2년뿐이다. 그동안 야전에서의 군 생활을 통해 안보분야에 대한 다양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단 2년의 기무사령관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국회에 등원한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의정활동 중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 적정 국방 예산 확보에 대한 노력이다. 매년 국방예산이 국회에서 삭감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문제점을 국방위, 대정부질문 등 기회가 되는대로 지속적으로 지적했으며 대선 과정에서도 국방예산 확보의 공약화를 적극 건의했다. 그 결과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적정 국방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금년부터는 정부 재정증가율 이상으로 국방예산이 증가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이외에도 사병들의 생활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병월급 인상, 내무반 개선 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 아쉬웠던 점 역시 국방 예산 문제다. 지난 2013 예산 및 추경예산 심의과정을 지켜보면 국방비가 여전히 삭감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있는 점은 무척 아쉽다. 말로는 여야 없이 안보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제 북한의 위협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방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지 못하는 점은 매우 아쉬운 사안이다.

- 지난 4월 군 경력 인정을 의무화하는 '제대군인 지원법'을 발의해 많은 남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남녀차별이라는 논란도 있는데.
▲ 오히려 남녀 평등권의 회복이다. 현재 군 복무기간은 21개월이지만 입대준비 기간 및 전역 후 적응 기간까지 합치면 군 복무자는 무려 3년 가까이 사회진출이 늦어지게 된다. 이러한 군 전역자들을 지원하는 이번 법안을 남녀차별이라고 보는 시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동안 징병제로 인해 군 복무를 당연한 의무로만 받아들이고 군 전역자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던 관행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업무와 관련된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호봉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은 부담이다. 오히려 군 전역자가 취업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 그런 기업들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는 군 전역자에 대한 지원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국가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한 군 전역자들에게 이 정도의 지원책을 펼치는 것도 문제 삼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이외에도 지금까지 발의하신 법안 중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있다면?
▲ 병사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확대, 조기 전역하는 군인들에 대한 지원을 위한 군 경력의 국가자격증화, 병역명문가 지원 등에 대한 법안들은 이미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거나 혹은 시행을 앞두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외에도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바로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 분야로 그동안 제대군인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통한 취업 지원(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군복무 자녀에 대한 소득공제를 통한 가계부담 경감(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북 대화제의 경계하되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돼"
"군 전역자 지원 문제 삼는 것은 미성숙 사회"

- 국방위 소속 의원이다. 상임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북한이 핵을 명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완벽한 대비태세를 갖추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약속한 킬체인 및 KAMD 구축 등 방위력 개선 사업을 위한 예산편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F-X 등 무기 구매사업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해나가야 한다. 이외에도 당장 6월 임시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군인지위향상법, 지뢰관련법 등이 여야 원만한 합의를 통해 통과되길 바란다.

- 지난 6일 북한이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대화를 제의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이라며 경계하는 군사전문가들도 있다.
▲ 북한이 드디어 대화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과거 경험으로 비춰볼 때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정말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약속을 하거나, 연평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를 해야만 한다.

- 북한이 대화제의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비핵화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또 북한은 지난 5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전문에 핵 보유국임을 명기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대내외에 천명하기도 했다. 사실상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인데,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가?
▲ 북한이 이제와서 핵을 포기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것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완성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소형화 기술을 완성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아직 소형화 기술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북핵에 대응해 킬체인 및 KAMD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 우리나라의 핵무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히 새누리당 내에서 핵 무장 주장이 자주 나오고 있다.
▲ 핵 무장 주장은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NPT 탈퇴 및 한반도비핵화선언 파기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경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무역과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같은 국제적 압박을 견디기는 힘들 것이다. 

- 북한의 이번 대화제의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통한 것인지 또는 중국의 압박 때문인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느 쪽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는가?
▲ 물론 양쪽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압박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본다. 북한은 중국이 뒤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보인 것에 북한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역시 그동안 대남협박을 대북지원으로 무마하던 나쁜 관행을 끊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의 초선의원이다. 언론에서 새누리당의 초선의원들을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대다' '존재감이 없다'며 자주 비판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국회에 입성한 모든 분들은 다 나름대로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분들이다. 정치 경력이 짧다보니 활동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지만 다들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사사건건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제 정부는 주요 정책을 집행하고 2014년 예산 편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향후 이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단호하고도 엄격한 잣대로 지적하겠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제가 가진 안보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활용해 튼튼한 국방 태세를 갖추는데 일조 하겠다. 또 후배 군인들이 즐겁고 자랑스럽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병영 풍토와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 이를 통해 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고, 모든 군인들이 군 생활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송영근 의원 프로필>

▲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 육군 제1보병사단 사단장
▲ 육군 제3사관학교 교장
▲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 유엔군사령부 군정위 수석대표
▲ 국군 기무사령관
▲ 제19대 국회의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