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떡검부터 섹검, 벤츠여검, 스폰검, 브로커검까지…. 그동안 검찰이 만들어 낸 온갖 부끄러운 신조어들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는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한 시민이 분신을 시도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법개혁이 최대이슈로 떠오른 이때 국회가 구성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다.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사법개혁은 지난 대선 기간 최대이슈 중 하나였다. 검찰은 '떡검'부터 '섹검'까지 온갖 신조어들을 만들어내며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재판부는 판사들이 재판과정에서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전관예우 논란과 봐주기 판결 의혹 등이 끊이질 않았다.
사법부의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이때 유 의원은 사개특위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과연 그는 성공적으로 사법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유 의원을 만나 사법개혁을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검찰 논란과 연이어 터진 법조계의 부정부패 사건 등으로 사법개혁 이슈가 정국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사개특위의 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과 각오를 말해 달라.
▲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위의 활동기간이 9월 말까지로 한정되어 있고 회의 일정이 다소 부족할 것 같지만 국민들께서 사법개혁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국민들이 바라는 사법개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지난 18대 국회에서 구성된 사개특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개특위 역시 활동시한 내 뚜렷한 결과물을 내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
▲ 지난 18대 국회에서 사개특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견해가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당시에는 검찰의 반발이 무척 거셌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찰도 과거와는 달리 개혁의 필요성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최소한 입법과정에서 검찰이 지난 18대 국회 때와 같이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지난 18대 국회의 사개특위와 비교해 이번 특위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 특위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8대 국회의 사개특위에서는 검찰의 반발로 인해 사법개혁안이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고 별다른 성과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야 모두 지난 대선과정에서 반부패나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었고, 그런 것들을 빨리 제도화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번 특위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은 특위 구성 합의문에 있는 내용 모두라고 생각한다. 특히 금년 상반기 중 입법조치를 완료하기로 한 ▲법무부 주요 요직에 대한 외부 인사 임용 ▲검찰인사위원회 실질적 권한 부여 ▲비리검사 개업 제한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해서 사개특위 의견을 법사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 법사위와 사개특위가 회의 첫날부터 의제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차라리 법사위로 사법개혁 문제를 일원화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사개특위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 법사위에는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대검중수부 폐지 등의 제도들에 대해서 충분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개특위에서 그러한 부분에 대한 공청회 등을 하면서 의견을 모아보고, 사개특위와 법사위가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2년 만에 중수부 폐지, 사법개혁 전방위 압박
'떡검' '섹검' 새정부선 사라질까? 모아지는 기대
- 그동안 숱한 논란을 낳았던 대검 중수부가 지난달 23일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 이후 수사공백이 우려되고 있는데 보완책은 무엇인가?
▲ 중수부 폐지 이후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 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관할이 전국에 걸쳐 있거나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기 부적절한 사건은 고등검찰청에 TF팀 성격의 한시적인 수사팀을 만들어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해서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 여부에 대해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검찰시민위원회' 구성도 외국의 기소대배심과 참여재판의 배심원에 준하도록 강화하는 방안도 연구할 것이다.
- 박근혜정부의 첫 내각 구성과정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전관예우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법조계의 고질적인 전관예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겠는가?
▲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있지만, 국민들께서는 "법은 강자의 무기"라는 말을 더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전관예우 문제를 없애기 위해 국회 법사위에서는 공직 퇴임 변호사에 대해 일정 기간 수임자료를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법안을 지난달 30일 통과시켰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이러한 것은 법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고, 법조윤리를 확립해서 전관예우를 누리려는 사람들은 법조계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무척 민감한 사항인데 사개특위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예정인가?
▲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하되, 우선은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수사권 조정의 초점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다툼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이 되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민주당의 공약도 새누리당과 큰 틀에서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유 위원장께서는 대표적인 친박 의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사개특위에서의 사법개혁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께서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는가?
▲ 역대 모든 정권에서 사법개혁이 용두사미로 그쳤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사법개혁 의지를 강하게 천명해왔고, 고강도의 검찰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여야도 대통령의 개혁의지에 공감대를 함께 하고 있고 국회에서 사개특위를 중심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떡검부터 섹검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들을 지켜보며 사법부에 실망한 국민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 검찰과 사법부 모두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조직이고, 대부분의 검사나 법관은 이러한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일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검사와 법관에 대해서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종결해버리는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과 태도다. 사개특위는 여야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법조계에 대해 실망하신 만큼 국회 사개특위가 내놓을 사법개혁 방안에 힘을 보태주시고 성원해주시기를 바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유기준 의원 프로필>
▲ 삼양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제17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대변인
▲ 제18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부산시당 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 새누리당 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