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윤창중 반격 시나리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31 15:04:30
  • 댓글 0개

이남기 다음은…물귀신 작전?

[일요시사=사회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가 수리됐지만 '윤창중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청와대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사이 사건 당일 행적을 둘러싼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윤 전 대변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잠적이 1주일 넘게 이어지자 경기도 김포에 있는 그의 자택 앞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3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진을 쳤던 아파트 앞 주차장에는 드문드문 찾아오는 카메라기자만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잠적 보름째

청와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오피스텔도 마찬가지. 윤 전 대변인의 사무실로 쓰였던 그곳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청와대도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는 모양새다. 미뤄뒀던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 지난 22일 있었던 브리핑에서 김행 대변인은 "오늘 사표 수리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즉 이 수석의 사퇴로 '윤창중 사건'의 문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수사기관의 성추행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또 윤 전 대변인의 귀국 과정과 관련한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논란에 중심에 있는 윤 전 대변인은 행방을 감춘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사용했던 휴대폰은 2개. 현재 공적인 용무로 사용했던 휴대폰은 착신이 정지돼있다. 그리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던 휴대폰으로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수차례의 전화 연결과 문자메시지에도 윤 전 대변인과의 직접적인 연락은 불가능했다.

윤 전 대변인이 언론과 마지막으로 접촉한 건 기자회견 직후인 지난 12일. 그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는 날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윤 전 대변인의 자택 안에서는 그의 아내가 서럽게 우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 무렵 윤 전 대변인의 자택 안으로 서류 봉투를 든 한 남성이 방문했다. 윤 전 대변인 측과 약 1시간가량 면담했던 이 남성은 모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소개됐다. 윤 전 대변인의 법적 대응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이 변호사는 "윤 전 대변인의 가족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미국에 가서 조사를 받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그의 가족을 통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이 변호사는 윤 전 대변인의 자진 출국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렇게 시끄러운데 국가를 위해 진실을 밝히고 오는 게 정답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가족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최근에는 미국 조사기관 측이 한 언론을 통해 윤 전 대변인의 강제 소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성추행의 형량 등을 고려할 때 윤 전 대변인의 소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방위 압박에도 묵묵부답…향후 행보 주목
"시간 지날수록 유리" 청와대와 막후 협상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행단이었던 윤 전 대변인의 신병인도를 미국에서 정식으로 요청하는 건 외교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 "윤 전 대변인이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출국을 결심하지 않는 한 소환 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두고 이 전 수석이 청와대와 '정치적인 딜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윤 전 대변인도 시간을 끌며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윤 전 대변인이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데는 단순한 시간벌기가 아닌 계산된 시나리오가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윤 전 대변인의 잠적이 길어질수록 청와대는 여론의 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사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한미간 형사법 공조 체계에 따라 미국 경찰의 한국 현지 조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 역시 외교적으로는 그리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 현실화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 사법당국 입장에서도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경찰이 한국 정부에 위탁조사를 의뢰하지 않는 한 윤 전 대변인을 구속할 수 있는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수사기관에서 검토 중인 사항이지 확정되진 않았으며, 설사 발부된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결국 미국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고 수사하느냐가 윤 전 대변인의 미국행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인 인턴 여대생의 진술이 상당히 일관돼야 하고, 신빙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한 경찰 관계자가 전한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윤 전 대변인이 처음 기자회견문을 작성할 때 법정다툼까지 다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절차에 관한 부분은 국내 변호사에게 이미 조언을 받았고, 성추행 사건에 관해서는 미국 현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해자의 DNA 등이 남는 성폭행과 달리 성추행은 물증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 때 밝혔던 진술을 고집할 경우 사건 진상 규명은 의외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첨언했다.

외출은 언제?

"윤 전 대변인이 원하는 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게 아니라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게 하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윤 전 대변인은 오랜 잠행 끝에 '반격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연인으로 돌아온 이 전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장외에서 다시 '입을 맞출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 미국 간의 실타래는 어느 한 쪽이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한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