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온가족이 함께하는 핫이슈 여행지 ④대전 계족산

온가족이 맨발로…‘황톳길의 건강’

온 산과 들이 푸른 5월은 가족이 나들이하기 좋은 달이다. 이왕이면 요즘 대세인 ‘걷기 여행’을 떠나 건강도 챙겨보는 게 어떨까. 대전시 장동산림욕장에 조성된 계족산 황톳길은 걷기와 몸에 좋은 황토까지 더한 에코 힐링 로드(eco healing road)로 인기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산길이 가파르지 않아 가족 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산허리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에코 힐링길
족욕 체험·비밀의 화원 등 색다른 즐길거리

대전시 외곽 동쪽에 위치한 계족산은 중턱을 도는 임도가 닭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임도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주)선양이 2006년부터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해마다 ‘계족산맨발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5월11~12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열었다.

맨발의 청춘
황톳길을 가다

황톳길 걷기 체험은 축제기간이 아니어도 언제나 가능하다. 맑고 화창한 날, 나무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면 황톳길은 금가루가 뿌려진 듯하다. 금빛으로 물든 황톳길을 걷노라면 왠지 몸이 더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황톳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맨발로 걸어야 한다. 신발 신고 걸을 때는 느끼지 못한 부드럽고 푹신한 황토의 감촉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비 온 뒤라도 맨발 걷기를 주저하지 말자. 맨발에 차지게 감기는 황토가 시원한 해방감을 선물한다.


맨발 걷기에 가장 신이 나는 건 아이들이다. 신발에 갇혀 지낸 발이 갑갑했는지 아이들은 황톳길에 오르자마자 신발을 벗어 던진다. 흙길을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이 혹시나 다칠까 하는 걱정은 내려두어도 된다. 해마다 전북 익산 등지에서 가져온 질 좋은 황토를 새로 깔아 정비하기 때문에 두툼한 황톳길을 만날 수 있다.

황토의 효능을 생각하면 더욱 맨발로 걸어야 한다. 황토는 혈액순환을 돕고 발한작용을 촉진하며, 항균작용과 몸속 독소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계족산 황톳길은 총 길이가 14.5km로,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시작해 산 중턱 순환 임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보통 걸음으로 다섯 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한 거리다. 하지만 가볍게 나선 가족 나들이에 완주를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싱그러운 숲길을 자박자박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산길이라지만 비교적 완만해 어린아이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중간에 물놀이장과 발 씻는 곳 등 쉬어 가는 길목도 잘 꾸며져 있다.

이왕이면 계족산성에도 올라볼 것을 권한다. 황톳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산 중턱에 계족산성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산성까지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므로 이곳에서는 신발 착용이 필수. 초등학생 정도면 함께 등반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15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성과 대청댐, 대전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금 힘들지만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축조된 계족산성은 삼국시대 신라에서 쌓은 것으로, 당시 이 지역이 전략적으로 주요한 곳이었음을 알려준다.

대전에는 힐링 로드가 황톳길만 있는 게 아니다. 대청호반 주변으로 걷기 좋은 산책길이 여럿 조성되어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그중 금강 수변 길을 따라 이어진 ‘로하스 해피 로드’는 걷기 편하도록 데크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벚꽃이 흩날리고 수양버들이 가지를 길게 드리운 봄날의 풍경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다.

걷기 여행을 충분히 즐겼다면 온종일 걷느라 지친 발을 잠시 쉬게 할 차례다. 온천으로 유명한 대전 유성온천지구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욕 체험장이 있다. 따끈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면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여행객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낮 시간엔 앉을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족욕 전에 발을 씻는 것이 예의. 체험장 부근에 수건 판매기가 있어 이용하기 편하다.


대전까지 와서 국립중앙과학관에 들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과학과 자연사를 아우르는 상설 전시관이 볼 만하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창의 나래관은 아이들 현장 학습에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라면
즐거움이 두 배

과학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응노미술관과 한밭수목원이 있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설계한 아름다운 미술관에는 고암 이응노 화백의 끊임없는 실험 정신과 작품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술관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도심 속 비밀의 화원처럼 숨겨진 한밭수목원이 나온다.

여유가 되면 동춘당과 우암사적공원에 들러도 좋다. 보물 209호 대전 회덕 동춘당은 예학의 대가로 꼽히는 송준길이 낙향해 지은 건물로, 선비와 문인들이 학문을 논하던 공간이다. 우암사적공원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학문을 수양하던 곳으로, 주변 경치가 무척 운치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 과학투어 : 엑스포과학공원 → 국립중앙과학관 → 화폐박물관 혹은 지질박물관 → 유성 족욕 체험장
- 역사 문화 투어 : 한밭교육박물관 → 동춘당 → 우암사적공원 → 뿌리공원
- 생태 환경 투어 : 계족산 황톳길 → 대청댐물문화관 →  로하스 해피로드 → 대청호 자연생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국립중앙과학관 → 이응노미술관 → 한밭수목원 → 동춘당 → 우암사적공원
둘째 날 : 대청댐 로하스길 → 계족산 황톳길 → 계족산성 → 유성 족욕 체험장

관련 웹사이트 주소
대전관광포털 www.daejeon.go.kr/dj2009/tour/index.action
유성구청 문화관광 http://tour.yuseong.go.kr
국립중앙과학관 www.science.go.kr
이응노미술관 http://ungnolee.daejeon.go.kr
한밭수목원 www.daejeon.go.kr/treegarden

문의 전화
대전시청 관광산업과 042)270-3973
대전시청 종무문화재과(계족산성) 042)270-4521
계족산 황톳길(대전광역시 공원관리사업소) 042)530-1836
대덕구청 홍보문화팀(동춘당) 042)608-6574
한밭수목원 042)472-4972
대청댐물문화관 042)930-7332
유성구청 문화관광과(유성온천 안내) 042)611-2114
우암사적공원 042)673-9286
국립중앙과학관 042)601-7894
이응노미술관 042)611-9800

대중교통
-기차_서서울-대전, KTX 매일 수시(05:15~23:30) 운행, 약 1시간 소요.
부산-대전, KTX 매일 수시(04:45~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목포-서대전, KTX 하루 12회(06:05~22:15)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 _서울-대전, 매일 수시(06:00~21:50) 운행, 약 2시간 소요.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서울-대전청사, 매일 수시(06:10~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 신탄진 IC → 신탄진로(금산·대전역 방면) → 장동로 → 장동산림욕장

숙박 정보
삼호자객관 : 서구 둔산로65번길, 042)487-5995, www.042-487-5995.kti114.net
경하온천호텔 : 유성구 온천로101번길, 042)822-5656, www.khhotel.com
호텔인터시티 : 유성구 온천로, 042)600-6000, www.hotelinterciti.com
유성호텔 : 유성구 온천로, 042)820-0100, www.yousunghotel.com

식당 정보
솔밭묵집 : 황기백숙·채묵·보리밥, 유성구 관용로, 042)935-5686, www.솔밭묵집.kr
황토기와집 : 손칼국수·보쌈, 유성구 대덕대로, 042)936-0001
광천식당 : 두부두루치기·오징어두루치기, 중구 대종로505번길, 042)226-4751
진로집 : 두부두루치기, 중구 중교로, 042)226-0914
성심당(빵집) : 튀김소보로, 중구 대종로480번길, 042)256-4114, www.sungsimdang.co.kr

축제와 행사 정보
계족산맨발축제 : 2013년 5월, 계족산 황톳길, 042)530-1836, www.barefoot festa.com
2013금강로하스축제 : 2013년 5월, 금강로하스대청공원·산호빛공원, 042)608-6573(대덕구청 홍보문화팀)
2013유성온천문화축제 : 2013년 5월, 온천로 일원, 042)611-2114(유성구청 문화관광과)

주변 볼거리
솔로몬로파크, 엑스포과학공원, 화폐박물관, 지질박물관, 대전아쿠아월드, 뿌리공원, 대전오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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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