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연이은 실책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런데 박 대통령 주위에는 바른말 하는 사람은 없고 눈치 보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치욕적인 평까지 듣고 있다. 이렇듯 모두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때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으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요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당내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모두가 박 대통령의 눈치만 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에도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와 인사청문회 과정 등에서 늘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선 그를 향해 '새누리당의 X맨' '친이계의 박근혜 발목잡기' '노이즈 마케팅'이란 비판도 쏟아냈지만 김 의원은 굴하지 않았다. 정치인이 할 말은 해야 국민들이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쓴소리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요시사>가 미스터 쓴소리 김용태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연일 소신있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에서 할 말은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출범에만 몰두하다보니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청와대와 당이 민심에서 멀어지면 끝이다.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박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했다.
- 일각에선 친이계로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거나 비박계의 딴지걸기라는 지적도 있다.
▲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공동운명체다. 청와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홀로 고립되면 친박이든 친이든 살아날 길이 없다. 계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친박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김 의원님의 쓴소리 때문에 지역구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 지역구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주민 분들 중에서는 제 발언을 매우 듣기 싫어하고 저를 보면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설마 박 대통령이 잘못되라고 하는 말이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잘못되면 나도 좋을 게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새누리당에선 충언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일각에선 새누리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 나오지 않는 것은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저는 그런 각도에서 보기보다는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비판보다는 힘을 모아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그 사람들만의 정부를 위하는 방식이 있고, 저처럼 틀린 것은 지적하고 쓴소리를 하며 정부를 위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이 살아있는 정당의 모습이다.
- '미스터 쓴소리'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잘 하고 있는 부분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한 가지씩 꼽는다면?
▲ 잘못하고 있는 것은 인사 불통이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잘하고 있는 것은 대북 정책이다. 북한이 연일 막가파식 협박을 일삼으며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단호하면서도 미국 위주의 압박이 아닌 중국을 통한 설득 작업을 병행함으로써 매우 좋은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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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에서 화두는 단연 정치쇄신이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정치쇄신도 없던 일이 된 듯한데.
▲ 솔직히 말씀드리면 화장실 갈 때하고 나올 때 마음이 달라진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저는 정치쇄신은 그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 포기, 국회의원 연금 제도 개선 등의 정치쇄신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 최근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와 관련 '종북은 사상의 문제'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종북논란을 겪고 있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 두 사람은 종북문제 때문이 아니라 부정경선 연루 문제로 자격심사가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 자격심사 논란을 종북논란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종북논란을 이유로 일종의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 '양천구민을 위한 민원의 날'이라는 다소 생소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들었다.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그동안 어떠한 성과를 얻었나?
▲ 지난 2010년도 지방선거 때 지역구인 양천을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했다. 당시 저는 초선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척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참패 원인을 분석하다보니 무조건 예산을 많이 따오고 동네 행사에만 많이 돌아다니는 게 능사가 아니라 지역주민들께서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매달 두 차례씩 '민원의 날'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은 만사를 제쳐두고 지역에 가서 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듣고 힘이 닿는 데까지 접수된 민원들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이뤄낸 성과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을 꼽는다면?
▲ 정치 입문 후 줄곧 현장을 떠나지 않는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서 답을 얻고 입법활동을 했다. 저의 입법활동들이 겉으로는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형 법안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저는 현장에서부터 시작하는 정치를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박근혜정부의 성공은 앞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생생하게 전해 듣는가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집권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지지를 아끼지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비판과 질책도 마다하지 않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용태 의원 프로필>
▲ 알티캐스트 태스크포스팀장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
▲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객원연구원
▲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기획위원
▲ 제18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