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겨울 향토체험 마을 ②제천 산야초마을

몸과 마음에 약 되는 힐링여행

충북 제천에 있는 산야초마을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최고의 힐링 여행지. 청풍호와 금수산을 가까이에 둔 아름다운 풍경과 산에서 나는 약초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인기다.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 약초를 이용해 두부나 떡을 만들고, 몸에 이로운 한방차나 약초 베개와 화장품 등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의 그윽한 심성을 접하며 건강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더욱이 청풍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행지는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모아놓은 청풍문화재단지에서는 호수의 정취를 느끼는 것은 물론, 제천 지역의 문화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정우염색갤러리에서는 염색 회화를 접하고, 청풍랜드 조각공원에서는 수몰민의 삶을 조각으로 만날 수 있다.

약초베개·한방차…추억의 오지마을 체험
‘보고 듣고 느끼고’ 오감이 만족하는 여행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은주가 영하를 향해 치달아도 ‘어느 산천을 찾아가 휴식을 취할까’ 생각한다. 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휴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건강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즐기기 위해 찾은 여행지는 충북 제천의 산야초마을이다.

산야초마을은 청풍호 가까이에 자리한 농촌체험마을로, 해마다 1만여 명이 다녀간다. 인기 비결은 산에서 나는 약초다.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아 각종 약초를 이용해 두부와 떡 등을 만들고, 몸에 좋은 비누와 연고, 한방차, 베개, 화장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아궁이 불 때기, 장작 패기, 고구마와 감자 캐기 등 농촌 체험도 가능하다. 산수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에 좋은 약초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니 최고의 힐링 여행지다.

겨울 마을의
풍경 속으로


여름에는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농사 체험도 하지만, 겨울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로 방문하는 초등학생은 두부, 인절미 등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익숙한 일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체험이다.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갈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난리다. 저마다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통에 한바탕 소란이 인다. 노란 콩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쓱쓱 돌아가는 맷돌도 재미있고, 잘 갈린 콩물이 나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다. 장작을 들이밀 때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장작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궁이에서 퍼지는 열기에 한겨울 추위도 잊은 지 오래다.

물이 팔팔 끓는 무쇠 가마솥에 콩물을 넣고 끓여 망에 거른다. 이어 간수를 부으면 서서히 굳으면서 두부가 만들어진다.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놀이다.

어른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약초 주머니, 약초 베개, 약초 비누, 약초 화장품, 약초차 만들기 등 몸에 이로운 체험을 즐긴다. 약초 체험은 간단하다. 인절미 떡메 치기, 두부 만들기, 약초 떡 만들기 등은 재료의 양과 준비 과정 때문에 단체 예약을 해야 하지만, 약초 체험은 예약 없이도 언제나 가능하다.

한방차의 대표 격인 쌍화차 만들기는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을 저울에 계량하고 모시 보자기에 담으면 끝. 집에 가서 끓여 마시면 된다. ‘쌍화’는 음과 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기혈을 보하고 피로와 허한 것을 다스려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약초 주머니 만들기도 인기다. 약초의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해 방향제로 사용하면 제격이다. 잘게 썬 고수, 황기, 정향, 당귀 등을 적당량 모시 주머니에 담고, 예쁜 복주머니에 옮기면 완성된다. 약초 체험을 하는 시간은 짧지만, 몸에 밴 약초의 향은 오래 남는다.


지금은 산야초마을이 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농촌체험마을이 됐지만,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마을이 생겨난 것은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다. 호수가 생기면서 마을이 수몰되어 갈 곳 없는 주민들이 금수산 자락의 비탈밭에 모인 것이다.

체험과 더불어
역사까지 한눈에

가진 것 없어 힘들게 비탈밭을 일궜지만, 고구마와 옥수수 같은 일반 작물은 심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작물이 여물기 무섭게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기 일쑤였다. 결국 약초와 고추처럼 야생동물이 먹지 않는 농작물만 기를 수 있었다.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하천리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다. 김태권 사장이 마을에 ‘약초생활건강’이라는 회사를 차려 주민들이 생산한 약초의 수매와 가공을 책임졌고, 마을 방문객에게 약초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소득을 올린 것이다.

마을 이름도 약초를 테마로 한 ‘산야초마을’로 바꿨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현재는 일곱 가구가 산야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산야초마을은 여느 농촌체험마을과 분위기가 다르다. 체험장과 민박이 모여 있고, 건물도 새로 지어 깨끗하지만 어쩐지 시골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마을이 좋은 것은 친절함이다. 이들의 친절함에는 목청 높여 자랑하지는 않지만, 충청도 사람들의 심성처럼 그윽한 맛과 멋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약초의 알싸한 향이 친숙한 향기처럼 다가온다.

산야초마을에서 체험을 마쳤다면 가까운 여행지를 돌아볼 시간이다. 청풍호는 제천의 이름난 여행지를 모두 품고 있다. 겨울 호수는 여름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져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청풍호와 제천 지역의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조성했는데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고가, 관아 등 볼거리가 많다. 고가에는 집주인이 사용하던 생활 유품 1600여 점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박정우염색갤러리가 있다. 염색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실크에 염료로 그림을 그리고 번짐을 막기 위해 파라핀을 녹여 덧씌운다.

도화지나 한지 대신 실크에 그림을 그려 색이 곱게 배어든 느낌이 몽환적이면서도 화려하다. 작가가 수작업으로 제작한 스카프, 커튼, 모자 등 생활 소품을 구입할 수 있고, 다른 작가의 미술 작품 전시회도 감상할 수 있다.

청풍랜드 조각공원도 겨울 호수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청풍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수몰민이 정든 고향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남의 광장을 조성했다. 광장에는 62m 번지점프, 청풍호 위를 나는 빅스윙, 인공 암벽장, 조각공원 등이 있다.

조각공원에는 호젓한 오솔길 따라 수몰민의 삶과 청풍의 사계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 35점이 숲 속에 들어앉았다. 만남의 탑 앞에는 수몰 전 청풍면과 한수면의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동판이 있어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청풍랜드 조각공원 → 산야초마을 → 청풍문화재단지 → 박정우염색갤러리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산야초마을 → 능강솟대문화공간 → 청풍문화재단지 → 박정우염색갤러리
둘째 날 : 청풍호 자드락길(3코스나 6코스) → 청풍랜드 조각공원 → 금월봉 관광지

웹사이트
제천시 문화관광 http://tour.okjc.net
산야초마을 http://sanyacho.go2vil.org, 043)651-3336
박정우염색갤러리 http://cafe.daum.net/dyeart, 043)644-4051
약초생활건강(약초 체험) www.yakcholife.com, 043)651-3336

문의
제천시청 관광과 043)641-6702
제천시 관광정보센터 043)641-6731
청풍문화재단지 043)641-6734

대중교통
기차_   서울역-제천역, 무궁화호 1일 1회(18:05) 운행, 약 3시간 소요
청량리역-제천역, 1일 16회(06:40~23:1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_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일 20회(06:30~21:00) 운행, 40~50분 간격, 약 2시간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일 31회(06:30~21:00) 운행, 20~30분 간격, 약 2시간 소요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제천버스터미널 043)644-5533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 남제천 IC → 82번 지방도(청풍 방면) → 청풍리조트 → 능강솟대문화공간 → 하천리 산야초마을

숙박
청풍리조트 :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www.cheongpungresort.co.kr
호수풍경펜션 : 금성면 청풍호로, 043)642-8049, www.greenlake.kr
퐁네프펜션 : 청풍면 청풍호로, 043)653-5566, www.pontneuf.kr
갈잎소펜션 : 청풍면 청풍명월로, 043)646-6646, www.galipso.com

식당
예촌 : 약채정식, 청풍면 청풍명월로, 043)647-3707
하마가든 : 닭백숙, 금성면 신담2길, 043)651-5613
송강어가매운탕 : 쏘가리매운탕·토종닭, 한수면 미륵송계로, 043)651-8115
대보명가 : 약초밥상, 제천시 용두대로, 043)643-3050

주변 볼거리
능강솟대문화공간, 옥순봉, 금월봉 관광지, 율지리 말목장, 청풍호 자드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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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