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대한민국 일출 나들이 ①울릉도

동쪽 끝섬서 새로운 한해 시작하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이다. 이즈음에는 역시 일출 여행이 제격. 그것도 우리 국토의 동쪽 끝, 독도에서라면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3월까지는 독도를 오가는 정기 배편이 운항을 하지 않는다. 가끔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독도에서 맞이하지 못한 일출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일출 명소가 있어 다행이다. 울릉도의 일출 명소로는 섬 동쪽 끝에 위치한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는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은 물론 저동항과 행남등대, 죽도와 섬목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장엄한 일출과 활기찬 저동항의 아침
내수전 전망대·행남등대·죽도 장관

말머리를 닮아 말바위라 불리는 북저바위와 어우러진 내수전 일출은 울릉도의 여유로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여백의 미가 느껴져 더욱 아름답다.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성인봉의 웅장한 자태는 보너스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다

울릉도 동쪽 끝인 내수전(內水田)은 울릉도 육로 관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내수전은 울릉도에 들어온 개척자 김내수라는 사람의 밭이 있던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태종 17년(1417년)부터 고종 19년(1882년)까지 465년간 이어진 조선왕조의 공도 정책 때문에 19세기 말에야 개척민이 들어온 울릉도에는 내수전 외에도 서달래가 살던 곳이라고 해서 ‘서달령’이라고 하는 등 개인 이름을 딴 지명이 여럿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섬목까지는 4.4km에 불과하지만, 아직 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차량으로는 더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내수전에서 섬목을 잇는 옛길은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내수전에서 석포를 거쳐 섬목에 이르는 내수전 옛길은 대략 7km. 원시림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울창한 활엽수림과 함께하는 이 길은 울릉도의 둘레길로 통한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차를 돌려 나오면 동해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에 닿는다. 저동항은 1967년 어업 전진기지로 지정된 후 1979년 항만 공사가 완료된 곳으로, 울릉도 오징어의 대부분이 이곳 저동항에서 취급된다.


때문에 이즈음 저동항의 아침은 오징어 할복 작업으로 활력이 넘친다. 할복 작업이 끝난 오징어는 바로 대나무에 꿰어 바닷바람에 말리는데, 대나무를 오징어 머리 중앙에 꿰는 건 울릉도의 특징. 이를 통해 다른 지역 오징어와 울릉도 오징어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저동항 방파제 앞 촛대바위는 울릉도의 또 다른 일출 명소다.

저동항에서 도동리로 접어드는 삼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육로 일주가 시작된다. 도동항이 위치한 도동리는 울릉도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이다. 울릉군 인구의 70%가 도동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울릉군청과 독도박물관 그리고 식당과 숙박 시설도 이곳에 집중되었다. 그래서 울릉도 여행은 도동리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 산업, 문화의 중심지이니만큼 도동리에는 볼거리도 많다. 우선 독도박물관과 향토사료관, 독도전망대가 있는 도동약수공원에 가보자. 도동약수공원은 도동항에서 천천히 걸어도 2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다. 철분, 탄산,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도동약수는 단맛 빠진 사이다에 철분을 섞어놓은 듯한 맛이다.

안용복장군충혼비와 청마 유치환의 ‘울릉도’ 시비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멋스러운 현대식 건물과 마주하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영토 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된 독도박물관에는 고 이종학 초대 관장이 3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한 독도 관련 자료와 고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유품 등이 총망라되었다.

울릉도 개척 당시 개척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향토사료관도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기기묘묘한 절경
도동항 해안산책

망향봉에 위치한 독도전망대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블카 운행 시간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일출은 물론, 해 질 녘 도동항을 떠나는 오징어잡이 배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줄지어 도동항을 떠나는 도동모범(道洞慕帆)은 울릉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멋스러운 풍경이다. 다만 겨울철에는 기상상황에 따라 케이블카 운행이 유동적이니 이용 전에 울릉군청 홈페이지(www.ulleung.go.kr)에서 운행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도동항 좌우에 있는 해안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좌안이라 불리는 행남해안산책로는 반드시 돌아봐야 할 코스. 깎아지른 행남봉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행남해안산책로는 큰 기대 없이 들어섰다가 깊은 여운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돌아오는 곳이다. 오르고 내림이 제법이지만 발밑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기기묘묘한 해식동굴에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에 닿을 정도로 절경이 펼쳐진다.

도동항에서 시작된 해안산책로는 행남등대를 거쳐 저동항까지 이어진다. 해안산책로는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도동항을 뒤로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시원스런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울릉도 육로 일주의 제맛은 지금부터다. 울릉도의 일주도로는 울릉군 서면 태하리에서 울릉군 분면 현포리에 이르는 일부 산간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처럼 시원스런 해안도로다.

울릉 신항 공사가 마무리된 사동항에서 거북바위가 있는 통구미까지는 잘 뻗은 직선 도로가 4.5km 정도 이어진다. 통구미터널을 지나면 울릉도의 유일한 신호등과 마주한다. 남통터널 입구에 마련된 신호등이 바로 그것. 점멸등이 아닌 황·녹·적색으로 제대로 된 신호등이다. 터널이 좁아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것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분명 재미난 볼거리다. 터널 입구에 이용 안내문도 있다.

이곳 남통터널과 울릉군 서면에 있는 수층교는 울릉도의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낸 이색적인 볼거리다. 특히 해안도로와 산간도로를 나선식으로 연결한 수층교는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통한다.

남통터널을 지나 태하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해안 풍경도 멋지지만 우산국(于山國) 시절 우해왕의 전설을 간직한 사자바위와 투구봉, 비파산, 울릉 주민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태하 성하신당과 태하리 해안산책로도 놓치지 말고 둘러봐야 할 명소다.

성하신당이 위치한 서면 태하리에서 차를 돌려 조금은 지루하다 싶은 산간도로를 벗어나 북면 현포리로 들어서면 다시금 해안 풍광이 펼쳐진다. 발아래 현포항을 두고 공암(코끼리바위)과 노인봉, 송곳봉(430m)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현포항과 천부항을 지나 삼선암이 있는 선창 부근으로 들어서면 육로 일주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세 암석으로 된 삼선암은 공암, 관음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절경 중 하나. 멀리서는 두 개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 바위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온다.

선녀들이 목욕한
삼선암 옥빛바다

세 선녀가 목욕을 하러 내려왔다가 주변 경관에 취해 돌아갈 시간을 놓쳐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처럼 삼선암 주변 바다는 유독 옥빛으로 반짝인다. 삼선암 앞에서 무릎을 괴고 선녀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동자바위도 인상적이다.

삼선암과 멀지 않은 곳에 관음도가 있다. 울릉도의 부속 섬 중 죽도 다음으로 큰 관음도는 지난 8월 연도교로 본섬과 연결됐다. 깍새가 많아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동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1박2일 코스>
첫째날/울릉도 도착→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독도전망대
둘째날/내수전 일출전망대→저동항→통구미→삼선암→관음도

<2박3일 코스>
첫째날/울릉도 도착→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독도전망대
둘째날/내수전 일출전망대→내수전 옛길 걷기→석포전망대→삼선암→관음도
셋째날/행남해안산책로→저동항

<웹사이트 주소>
-울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http://www.ulleung.go.kr/tour
-대아고속해운 www.daea.com, 1544-5117
-독도박물관 www.dokdomuseum.go.kr, 054)790-6430~8

<문의 전화>
-울릉군 관광안내소 054-790-6454
-독도전망대 케이블카 054)790-6427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5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1~3

<대중교통>
[선박]포항-울릉(도동),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10시 출항, 3시간 소요.
울릉(도동)-포항, 울릉여객선터미널에서 오후 3시 출항, 3시간 소요.
문의:대아고속해운 1544-5117
※동절기에는 여객선 출항 시간과 운항 여부가 해상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으니 출발 전 선사에 출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동절기에 강릉-울릉(저동), 묵호-울릉(도동) 여객선은 운항하지 않는다.

<숙박>
-성인봉모텔 : 울릉읍, 054)791-2677(굿스테이)
-대아호텔리조트 : 울릉읍, 054)791-8800, www.daearesort.com
-마리나관광호텔 : 울릉읍, 054)791-0020, www.ullungmarina.co.kr
-울릉비취호텔 : 울릉읍, 054)791-2335
-울릉호텔 : 울릉읍, 054)791-6611

<식당>
-향토회식당:활어회·물회, 울릉읍 도동길, 054)791-7711
-울릉약소마을:약소숯불구이, 울릉읍 도동길, 054)791-7001
-향우촌:약소불고기, 울릉읍 도동길, 054)791-8383, www.향우촌.kr
-해운식당:따개비밥·오징어내장탕, 울릉읍 도동길, 054)791-7789
-보배식당:홍합밥, 울릉읍 도동2길, 054)791-2683

<주변 볼거리>
성인봉, 나리분지, 알봉분지, 봉래폭포, 풍혈, 태하등대, 대풍감, 대원사, 안용복기념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