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④밀양아리랑

삶의 애환 녹아있는 아리랑 고장 “날 좀 보소∼”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진 밀양아리랑은 너른 들에서 일하는 고단함을 달래주던 농요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로 부르는 노래기 때문.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른다. 이 흥겨운 노랫가락은 광복군의 군가로도 사용되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100여 수나 되는 밀양아리랑의 일부를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영남루 옆에 세워진 밀양아리랑 시비와 아랑 전설의 중심지 아랑사도 구경해보자.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와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청봉요도 밀양의 가을 여행지다.

삶과 정서 닮은 밀양 가락, 애절함도 구비구비
밀양아리랑 빚어낸 역사의 숨결·풍광 한눈에

최근 드라마 〈아랑 사또전〉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억울하게 죽은 밀양부사의 딸 이서림과 어머니를 찾아 밀양으로 온 김은오가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드라마는 경남 밀양시에 내려오는 ‘아랑 전설’을 원형으로 삼았다. 옛 소설 〈장화홍련전〉도 아랑 전설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아랑 전설이 원형이라 전해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민요 밀양아리랑이다. 밀양 사람들이 정절을 지키려다 죽음을 당한 아랑 낭자를 기리며 부르던 노래가 밀양아리랑이라 한다. 지금도 밀양에는 아랑 낭자를 기리는 아랑사가 있다.

밀양 사람들은 영남루 아래 자리한 아랑사에 들어서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 현지인인지, 외지인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랑 낭자의 마음을 배려해 남녀가 떨어져 들어오면 현지인,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함께 들어오면 외지인이라고.

고단함 달래주던
우리 가락


아랑사 옆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밀양아리랑 시비가 보이고, 그 옆에 밀양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음향 시설이 있다. 안내판의 빨간 단추를 누르면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아리랑이다.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날 좀 보소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 정든 님이 / 오시는데 / 인사를 못 해 / 행주치마 입에 물고 / 입만 방긋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보다 매우 빠르고 흥겹다. 때문에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너른 들녘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농요라는 의견도 있다. 산과 강, 들이 모두 있는 밀양은 예부터 곡식과 과일 농사가 많은 풍요로운 고장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에 수확하는 기쁨도 컸다. 하지만 들이 넓으니 농사는 고달팠고, 그것을 밀양아리랑이 달래줬다는 이야기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다. 볏짚으로 게줄을 꼬며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르는데 남자들은 지게 작대기를 두드리며, 여자들은 나무바가지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고.

밀양아리랑은 광복군의 군가로 사용되기도 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밀양에서 사라져가는 밀양아리랑의 원형이 연변에 남아 있는 이유다. 세월이 흐르며 다양하게 변형된 밀양아리랑은 100여 수가 전한다. 이중 광복군아리랑을 비롯한 몇몇 아리랑은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밀양시립박물관에는 춘정 변계량, 점필재 김종직 등 대학자를 배출한 밀양의 학맥과 밀양12경도, 영남 유림이 발행한 성호선생문집책판 등이 전시되었다. 밀양의 독립운동사를 살필 수 있는 전시관 입구에는 다양한 태극기 모양을 공부할 수 있는 태극기 스탬프 체험 공간도 있다.

밀양아리랑 시비 앞에 자리한 영남루(보물 147호)는 밀양의 중심이다. 밀양강과 그 너머의 산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아름다운 이 누각은 장식이 화려하다.


눈을 부라리며 아래를 감시하는 금치호랑이 기와, 용과 태양이 새겨진 기와, 다양한 연꽃이 새겨진 동그란 기와,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신선들, 연못을 헤엄치는 오리, 학을 타고 가는 신선,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염소를 앞세우고 걷는 신선, 천장의 네 귀퉁이에 그려진 사신도 등이다.

영남루의 장식이 이처럼 화려한 것은 국가의 행사를 많이 치른 장소였기 때문.

양 아리랑의
발자취를 찾아서

한양에서 영남대로를 지나 부산의 다대포로 가는 조선통신사도 이곳에서 보름씩 머무르며 피로를 풀었다. 당시에는 당상관이 아니면 누각에 오를 수 없었다고 한다. 누각의 현판에서 당시의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 해도 좋은데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느냐’는 문익점의 현판이다.
영남루처럼 밀양강을 굽어보는 곳에 작은 사찰이 있다. 영남사의 암자였던 무봉사다. 그곳에 통일신라의 석조여래좌상(보물 493호)이 있다.

11월, 밀양의 산들은 단풍과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천황산이다. 해발 약 1020m까지 이어진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가 있어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때는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 내려 사자봉을 지나 사자평까지 다녀오는데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할 계획이라면 오전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얼음골에서 나오는 길에 3대를 이어 도예를 하는 청봉요에 들러보자. 도예와 다도 체험은 물론, 청봉 2대와 3대 작가의 다양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korean.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밀양아리랑 답사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밀양향교 → 저녁 식사
가을 억새 여행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재약산(수미봉) → 사자평(억새)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저녁 식사
문화 답사 : 영남루 → 밀양시립박물관 → 점심 식사(퇴로마을) → 가산저수지 둘레길 → 밀양연극촌 → 위양못 둘레길 → 퇴로마을 → 저녁 식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퇴로마을 → 저녁 식사(숙박)
둘째 날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귀가

<관련 웹사이트 주소>
밀양시 문화관광 http://tour.miryang.go.kr
밀양시립박물관 http://museum.miryang.go.kr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www.icevalleycablecar.com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www.doonggee.com

<문의전화>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4 밀양시립박물관 055)359-5589
영남루 관리사무소 055)356-2452 무봉사 055)354-3296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055)359-3000 청봉요 055)353-5592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밀양, KTX 하루 12회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 → 밀양·청도 방향 왼쪽 길로 진입 → 밀양시립박물관 → 약 1k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500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130m 앞 상설시장 입구 건너편에서 영남루1길 따라 좌회전 → 영남루(아랑사, 무봉사)

<숙박정보>
재약콘도모텔 : 단장면 시전2길, 055)351-1194, www.jaeyak.co.kr(굿스테이)
밀양관광펜션 아름드리 : 단장면 표충로, 055)351-0082, www.areum-dri.co.kr
알프스관광펜션 : 단장면 아불1길, 055)352-5763, www.alpspension.kr
아시아드모텔 : 시청서2길, 055)355-6611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부북면 퇴로로, 070)7313-7022, www.doonggee.com

<식당정보>
샘물상회 : 두부·라면,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전망대 위쪽, 055)356-7664
약산가든 : 흑염소불고기·더덕정식, 단장면 시전2길, 055)352-7786
밀양할매메기탕 : 메기매운탕, 밀양시 용평로, 055)356-6664
시장식당 : 보리밥, 밀양시장 내, 055)352-0945
뜰마당 : 손두부·비빔밥, 부북면 퇴로로, 055)355-1700

<이색체험정보>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밀양시 부북면에 자리한 전통 한옥 마을이다. 이곳에서 한옥에 숙박하며 계절별로 다양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에 있는 밀양치즈스쿨에서 치즈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주변 볼거리>
표충사, 만어사, 표충비각, 밀양연극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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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