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③문경새재아리랑

아리∼아리랑∼고개 넘으며 흥얼거리는 민요 가락

문경새재아리랑은 아리랑 곡조를 흥얼거리며 실제로 새재 고갯길을 넘을 수 있어 더욱 신명이 난다. 문경새재 고갯마루를 오르다 보면 제2관문인 조곡관 너머 아리랑 가락이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있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 (중략) / 문경새재 넘어갈 제 / 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난다.’ 문경새재는 예부터 민초와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넘나들던 애환이 서린 ‘아리랑’ 고개였지만, 최근에는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걷기 좋은 흙길로 사랑받고 있다. 11월에 접어들면 문경새재길은 오래된 성문과 계곡이 어우러져 만추의 아름다운 풍취를 뽐낸다. 고갯길에는 아리랑의 숨결 외에도 조령원터, 교귀정 등 옛길의 사연이 담긴 볼거리가 가득하다. 문경시는 문경새재아리랑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2008년부터 문경새재아리랑제도 열고 있다.

흥겹게, 구성지게 ‘아리랑 가락’ 따라 떠나요~
용추계곡ㆍ대야산자연휴양림서 문경 속 문화 음미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 큰 아기 손질에 놀아난다 / 문경새재 넘어갈 제 / 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난다.’
문경새재아리랑을 흥얼거리며 고개를 넘는다. 문경새재아리랑은 노랫말에 담긴 문경새재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새재 고갯마루를 오르다 보면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있다.

선비들이 넘나들던
애환서린 고갯마루

민초들이 오가고, 선비들이 과거 보러 갈 때 넘던 문경새재는 예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최근에는 걷기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옛길 중 한 곳으로, 가족 단위 관광객도 평이하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 펼쳐진다.

문경새재아리랑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고갯길부터 올라야 한다. 예전에 가파른 고개를 넘다 보면 아리랑 가락이 저절로 흘러나왔을 법한데, 요즘 문경새재는 친근하고 편리해졌다. 흙길을 맨발로 걷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을 넘어서면서부터 가을빛이 완연하다. 길은 푹신하게 단장되었고, 붉게 물든 단풍이 길손을 반긴다. 아리랑 노랫가락에 나오는 물박달나무는 새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경새재 생태의 상징이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수할 때 물박달나무가 다 베어져 아리랑 노랫말에 그 상실감이 담겼다는 주장도 있다. 사연 많은 문경새재는 아리랑 외에도 시객들의 좋은 소재가 됐는데, 한시만 별도로 모아놓은 ‘시가 있는 옛길’이 조성되었을 정도다.

예부터 신령스런 산으로 추앙받던 주흘산을 바라보며 새재를 오르는 길에는 옛길을 추억하게 하는 볼거리가 많다.

새재를 넘는 관리들의 여관 역할을 하던 조령원터, 경상도 관찰사들의 발자국이 서린 교귀정도 있다. 조선 후기 한글 사용 세태를 엿볼 수 있는 ‘산불됴심비’, 3단 폭포의 풍미를 자랑하는 조곡폭포가 새재의 운치를 더한다. 조곡폭포를 지나면 조선 선조 때(1594년) 축성된 영남 제2관문인 조곡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들어선 곳은 제2관문인 조곡관과 제3관문인 조령관 사이다. 조곡관을 지나 새재계곡을 따라 500m 남짓 오르면 작은 원두막 옆에 아리랑 시비가 보인다.

문경새재를 넘어설 때마다 가볍게 스쳐 지나던 돌덩이가 아리랑을 가슴에 담고 만나면 뜻 깊게 다가선다. 이곳에서는 아리랑 가락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아리랑비 옆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문경새재아리랑 곡조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가슴에 담았던 아리랑은 귀로 직접 들으면 감정 지수가 치솟는다. 아리랑 소리는 남녀로 구분되는데, 원두막에 걸터앉아 음미하면 차분하고 애절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아리랑비를 조우한 뒤에는 내친김에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올라도 좋고,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나 옛길박물관에 들러 고갯길의 감동을 차분하게 정리해도 좋다.


문경새재 외에도 문경 곳곳에서 아리랑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문경시는 문경새재아리랑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2008년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문경새재아리랑제’를 연다. ‘문경새재 옛길 달빛사랑 여행’ 등 각종 행사에도 문경새재아리랑 공연은 단골로 무대에 오른다.

문경 읍내에는 문경새재아리랑 전수자 송옥자씨가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를 꾸려가고 있다. 그럴싸한 한옥 대신 양식 건물 내부의 단출한 공간이지만, 예약하면 문경새재아리랑을 전수자에게 직접 배울 수도 있다.

문경으로 시집와 시할머니가 흥얼거리는 아리랑 소리를 들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송옥자씨는 송영철 선생에게서 문경새재아리랑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송옥자씨가 물레, 솜틀 등을 직접 돌리며 소리하는 모습에는 ‘한’의 정서와 함께 아리랑의 진수가 전해진다.

다양한 볼거리에
눈과 귀가 즐겁다

아리랑 소리로 마음과 귀를 정화했으면 문경의 자연과 문화를 음미할 차례다. 대야산자연휴양림의 숲은 가을이 깊어갈수록 고요한 풍취를 더한다. 휴양림 옆으로 문경8경 중 한 곳인 용추계곡이 있다. 대야산 용추계곡에는 용이 암반을 뚫고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고모산성은 신라가 영토를 확장하던 시기에 축성된 석성으로, 진남교반의 절경과 어우러져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고모산성 아래로는 카트 체험장이 들어섰다.

문경에는 다양한 박물관과 전시관이 있어 아이들의 체험 학습에도 좋다. 읍내에서 대야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인 가은읍에는 의병대장 운강 이강년의 기념관과 함께 문경석탄박물관이 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는 폐광을 활용한 실제 갱도 체험은 물론, 탄광마을과 광차도 볼 수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가는 길에 들어선 문경도자기전시관과 문경유교문화관도 들러볼 만하다. 특히 문경도자기전시관에는 문경의 찻사발이 전시되었고, 망댕이 가마도 실물 그대로 재현되었다. 전통 도기를 빚는 실습도 가능하며, 전시실 옆 공간에는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는 다도 체험장이 마련되었다.

여행의 허기를 문경의 별미인 약돌한우나 약돌돼지고기로 달랬으면, 피로는 문경온천에서 푼다. 문경온천은 중탄산·알칼리 온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폭넓은 효능을 자랑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문경전통시장과 끝자리 2·7일에 서는 문경오일장에 들러 이 지역 특산물인 사과, 배, 오미자 등을 구입해도 좋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korean.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문경새재 제1관문→아리랑비→문경새재 오픈세트장→옛길박물관→문경도자기전시관→문경온천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문경새재 제1관문→아리랑비→문경새재 오픈세트장→옛길박물관→문경도자기전시관→대야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 용추계곡→문경석탄박물관→고모산성→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문경온천→문경전통시장

<웹사이트 주소>
-문경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gbmg.go.kr
-문경새재도립공원 http://saejae.mg21.go.kr
-옛길박물관 www.oldroad.go.kr
-문경석탄박물관 www.coal.go.kr
-문경도자기전시관 http://dojagi.mungyeong.net

<문의전화>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2
-문경새재도립공원 054)571-0709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 054)572-2785
-문경온천 054)572-3334
-문경종합온천 054)571-2002
-옛길박물관 054)550-8366
-문경도자기전시관 054)550-6416

<교통정보>
[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점촌시외고속버스터미널, 매일 12회 운행(06:30∼20:20), 약 2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점촌시외고속버스터미널, 매일 30분 간격 운행(06:00∼23:00), 약 2시간 소요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여주 IC→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방향→문경새재 IC→문경읍

<숙박정보>
-호텔킹마트 : 문경읍 온천2길, 054-571-5558, www.hotelkingmart.com(굿스테이)
-국립대야산자연휴양림 : 가은읍 용추길, 054)571-7181, www.huyang.go.kr
-STX리조트 : 농암면 청화로, 054)460-5000, www.stxresort.com
-불정자연휴양림 : 문경시 휴양림길, 054)552-9443, www.mgbjforest.or.kr

<식당정보>
-문경약돌한우타운 : 약돌한우구이·육회비빔밥, 문경읍 문경대로, 1588-9075, www.문경약돌한우타운.kr
-새재초곡관 문경약돌돼지 : 약돌돼지석쇠구이, 문경읍 새재로, 054)571-2020
-소문난식당 : 청포묵조밥, 문경읍 새재로, 054)572-2255

<축제 및 행사정보>
-문경전통찻사발축제 : 4월 말∼5월 초, 054)550-6395
-문경새재아리랑제 : 8∼9월, 054)550-6062
-문경오미자축제 : 9월, 054)550-6888
-문경사과축제 : 10월, 054)550-6885

<주변 볼거리>
운달계곡, 혜곡사, 가은오픈세트장, 견훤유적지, 문경활공랜드, 문경관광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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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