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속 발톱 드러낸 잠룡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3.16 13:56:38
  • 호수 1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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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당권? 오세훈 비상 배수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드디어 절윤을 결의했다. 결의문은 국민의힘 의원 107명 전원 명의이기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포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에 절윤을 요구하면서 배수진을 쳤다. 이에 대해선 “오 시장이 당권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결의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발표한 결의문은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의 명의로 돼있었다.

서울시장
못 내나

결의문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며 “대한민국·국민의힘도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어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또 “당내 구성원 간 갈등을 증폭하는 모든 행동과 발언을 중단하고 대통합에 나서겠다”며 “당을 과거의 프레임에 옭아매는 일체의 언행을 끊어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명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관련 내용은 일체 없었다.

“결의문이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의 명의로 발표됐다”는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결의에 참여했단 것으로 해석된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장 대표는 당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된 절윤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아왔다.

이틀 동안 침묵하던 장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발전 영입 인재 환영식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결의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 107명은 지난 월요일 의원총회에서 당내 여러 논란에 대해 전원 명의로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며 “저도 그 결의문을 국민께 말씀드린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등 절윤 지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밝히지는 않았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절윤을 사실상 거절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JTBC 시사 토론 프로그램 <논/쟁>에 출연해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면서 10분 동안 내내 서로 울기만 했다. 그 정도로 끈끈한 인간적 관계라서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에겐 상반된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한 전 대표 징계 취소가 절윤했다는 걸 보여주는 실천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정성국 의원은 한 전 대표 제명 처분을 주도한 국민의힘 윤민우 윤리위원장 등을 일컬어 “극단적 분열 상황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이라고 비판하면서 인사 조처를 요구했다.

장, 절윤 결의 이틀 후 ‘의대 증원’ 사과
오, 후보 미등록 버티는데 대표 도전?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를 맡은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윤 어게인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을 했던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 인사를 조처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이 인사 조처가 선언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결의문 발표 후 이틀이 지나 절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을 처음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챙겨 듣지 못했다”며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께 상처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시도 관련 사과로 해석된다.

이어 지난 12일엔 중앙윤리위원회에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제소된 모든 징계 사건 관련 추가 징계 논의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탈당을 예고했다. 전씨는 지난 9일 결의문 발표 직후 “국민의힘은 이제 보수가 아닌 이재명 2중대”라며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를 다음 날 방문해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씨는 몇 시간 후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극구 만류해 탈당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입장을 번복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원인 유정화 변호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나 변호인단의 명의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거나,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며 “재판 진행에 방해되는 행동이니 삼가 달라”고 반박했다.

절윤 결의에 대해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광역자치단체장 공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오 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는 절윤 요구였다. 김 지사는 대전·충남 행정 통합에 반대하면서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공천 신청 마감 시각이었던 지난 8일 오후 6시까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마감 시각을 이날 오후 10시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오 시장 측은 절윤 요구를 거두지 않으면서 끝내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빛나는
존재감

그러자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오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공천 기강은 반드시 세우겠다. 공천 접수 기간을 지키지 않은 채 뒤늦게 추가 모집을 기대하면서 공천 규정을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며 “공천 질서는 어떤 정치적 이벤트보다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이 특정 개인 중심 ‘오동설’로 움직이지 않듯이 공천도 누구의 기대·계산이 아니라 규정과 질서 위에서만 이뤄질 것”이라면서 오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동설은 천동설·지동설을 오 시장에 빗대 비튼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오후 6시까지 후보 등록 기간을 연장했다. 김 도지사는 이 기간에 결국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끝내 등록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한 건 아니”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인적 쇄신·혁신형 선대위 출범·절윤 선언 실천 등이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등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서울은 중요한 지역이니 추가 접수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반응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당권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오 시장은 이미 서울시장 4선을 달성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빗대 6·3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달성 여부가 불확실한 ‘서울시장 5선’보다는 “폭넓은 지명도와 유화적인 대외적 이미지를 토대로 당권 도전에 나선 후 장기적으로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방선거 패배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장 대표 체제 붕괴에 대비해 차기 당권 접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4년 동안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했다. 이후 지난 2016년·2020년, 각각 서울 종로·광진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대권주자로서 그동안 거론됐던 오 시장의 약점 중 하나는 ‘부족한 여의도 경험’이었다.

내홍을 거듭하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한 마디에 확실한 흥행 카드가 나왔다”는 평가가 있었다.

0세 영농인?
맹지·다랑논?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엑스(X)에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일을 잘하긴 하나 보다”며 “제 성남시장 재임 당시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란 글을 적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성동구의 시정 만족도는 92.9%”라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해당 조사는 성동구가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일 동안 성동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에 따르면 “성동구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92.9%였다. 이 중 “매우 잘한다”고 응답 비율은 48.6%였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및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2.5%였다. 조사 과정에 대해 성동구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른 지역·성별·나이별 가중치를 부여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정 전 구청장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주목받자 국민의힘에선 정 전 구청장 저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전 구청장이 갓난아기 시절부터 논밭을 보유했다”며 “공시 자료만 보면, 정 전 구청장은 57년 경력 영농인이거나, 이 대통령이 말하는 투기꾼”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 중 “농사짓지 않는 농지는 투기 대상”이라면서 “전수 조사해서 이행·강제 매각 명령 등을 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김 의원은 “관보·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 전 구청장은 0세(1968년)와 2세(1970년) 때 각각 논·밭 600평을 매매했다”며 “농어촌공사에 위탁 운영을 맡겼거나 직계비속이 농사를 짓고 있다면 예외지만, 정 전 구청장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전 구청장의 서울시장 선거를 돕는 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같은 날 곧바로 반박했다. 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농지법 부칙에 따르면, 1996년 이전 취득 농지는 농지법상 자경 의무·소유 제한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며 “직접 농사를 안 지어도 합법적 소유·임대차·무상 사용이 보장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 전 구청장이 보유한 농지는 조부모님·부모님이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해 매입한 토지”라며 “가문의 관습에 따라 장손인 정 전 구청장 명의로 등록한 600평 남짓한 소규모 토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입로조차 없는 맹지·다랑논”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오 주목받자 김재섭·안철수 연이어 저격
나경원·신동욱 불출마…흥행·선거 승리는?

농지법은 지난 1994년 12월 제정돼 1996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따라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법률을 소급 적용해서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원칙상 금지돼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전 구청장 소유 농지 인근에 정 전 구청장 일가 명의로 등록된 대규모 농지 6800평이 있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농지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땅이라서 현행 농지법 위반이 아니라던 궤변도 인근 대규모 농지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토지는 2000년 취득돼 현행 농지법의 엄격한 적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정 전 구청장 저격에 나섰다. 안 의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전 구청장 소유 농지 인근에 서울 성동구 힐링센터(이하 힐링센터)가 건립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고향, 나아가 자기 소유 농지와 가까운 위치에 공금을 들여 힐링센터를 건설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힐링센터가 위치한 지역은 통일교가 2000년 초부터 사업을 시도하다가 내버려 둔 통일교 개발지인데, 버젓이 힐링센터가 생긴 것”이라며 “정 전 구청장은 통일교 성동구 전진 대회에 참석해 참사랑을 축원했는데, 힐링센터 매입 과정이 통일교의 개발 계획과 보조를 맞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힐링센터 대지는 통일교 개발지가 아니라, 전남 여수교육지원청이 소유했던 폐교 건물 및 부지”라며 “성동구는 적법 절차를 거쳐 교육청으로부터 매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저격엔 확실한 전략적·전술적 목표가 있어야 하건만, 현재로선 모호하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오 시장의 유력한 공천 맞상대가 될 것으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의종군’과 불출마를 선언했다.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 헌신하는 게 옳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국민의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이다.

서울은 수도라는 특성상 인구가 많고, 보수·진보·중도 등 여러 성향의 유권자가 혼재돼있는 데다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가 되는 경우가 많아 선거에서는 중도층 공략이 대단히 중요하단 게 상식이다.

선거 덮친
묵은 갈등

하지만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유력 정치인들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해 경선 흥행은 물론, 본선에서도 승리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오랜 내홍은 지방선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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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