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힘 서울시장 공천 싸움의 진짜 이유

4년 전 민주당이 만든 ‘당권·대권 정치 공식’

정치는 언제나 선거의 연속이다. 그러나 모든 선거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거는 권력을 바꾸는 분수령이 되고, 어떤 선거는 다음 권력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을 보면 6·3 지방선거는 이미 전면 승부가 아니라 다음 권력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처럼 보인다.

겉으로는 지방선거 승리를 말하지만, 실제 계산은 그 이후에 맞춰져 있다는 인상이 짙다.

정치의 이런 계산법은 이미 현실에서 확인된 적이 있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선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던 당시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 그랬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당을 재편했고, 이후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전략으로 정치 구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 흐름은 결국 2024년 총선 승리로 이어졌고, 이후 정치적 주도권은 완전히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의 전략은 단순한 선거 승리가 아니었다. 대선에 이어 지선 패배 이후 정치 사이클을 장기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총선에서 승리한 뒤 정권 책임론을 강화하고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 정치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권력 지형은 다시 뒤집혔다.

그 결과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후보가 됐고, 결국 2025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지선 패배 이후의 정치 전략이 결국 권력 교체로 이어진 사례였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보이는 움직임도 4년 전 민주당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듯한 모습이다. 2025년 대선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이번 지선 역시 쉽지 않다는 현실 판단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다음 정치 기회는 어디인가. 자연스럽게 시선은 2028년 총선으로 향하게 된다. 총선을 통해 정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고 이후 대선을 노리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런 계산이 당 전체 전략이 아니라 개인 정치의 계산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선에서 승리해야 할 당의 전략 대신, 지선 이후 전당대회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정치의 중심이 되는 모습이다.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전략보다 선거 이후 권력구도를 계산하는 정치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국민의힘 서울시장 공천 문제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후보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큰 정치 계산이 깔려 있다. 서울은 지선 중에서도 상징성이 가장 큰 곳이다. 수도권 정치의 중심이자 전국 정치 흐름을 좌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은 사실상 차기 대권을 향한 가장 강력한 정치 발판이 되는 자리다.

현재 상황을 보면 장동혁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움직임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 시장의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지난 13일 “공천은 공정이 생명”이라고 말하며 계속 시간을 끌고 있다. 공천 신청 마감일을 두 차례나 연장한 것 자체가 정치적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치에서 일정 연장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당내 권력 구도와 향후 정치 지형을 동시에 계산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행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장 대표 입장에서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가 선거에서 패하면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오 시장에게 돌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당 지도부 책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후 지선 패배 국면 속에서 열릴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결국 선거 결과를 당의 위기가 아니라 당권 재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치적 셈법이다.

만약 이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정치의 다음 장면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장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잡고 2028년 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대권 후보로 가는 길도 열리게 된다. 당권과 총선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한 정치 지도자는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의 중심 인물이 된다. 결국 이번 지선은 대권을 향한 중간 정치 단계가 되는 셈이다.

오 시장의 계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정치와의 거리 두기를 분명히 하면서 지난 12일 ‘혁신형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구성 등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장 대표가 물러나거나 당 권력구도가 바뀌면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승리하고 이후 대권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결국 오 시장 역시 이번 지선을 다음 대권으로 이어지는 정치 사다리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지선 이후 전당대회에서 오 시장 측 인사가 당 대표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게 되면 당의 권력 축은 자연스럽게 오세훈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후 2028년 총선을 거쳐 대권으로 가는 정치 경로도 열린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당내 대권 경쟁 구도 역시 오세훈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이번 공천 싸움 역시 서울시장 공천이 아니라 2030년 대권을 염두에 둔 권력 경쟁이다.

이런 흐름을 보면 지금 국민의힘 내부 정치의 중심은 지선이 아니다. 다음 전당대회다. 지선 패배를 어느 정도 상수로 놓고 그 이후 정치 지형을 계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선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보다 지선 이후 권력구조를 계산하는 정치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이라기보다 권력 재편을 준비하는 정치 조직처럼 보이는 장면이다.

더 문제는 이런 계산이 특정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동혁과 오세훈뿐 아니라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 등 이른바 국민의힘 잠룡들도 비슷한 정치 흐름 속에 있다. 지선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당권 경쟁을 먼저 바라보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누구도 지선 승부의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지금 정치의 중심이 지선이 아니라 당내 권력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정치 계산은 우선 하나의 목표로 모인다. 2028년 총선이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대권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당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면 정치 주도권 역시 자연스럽게 그 인물에게 집중된다. 결국 지금 정치의 중심은 지선이 아니라 총선과 대선으로 이동해 있다. 선거의 시간표와 정치의 시간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치 계산은 국민에게는 매우 낯설게 보일 수 있다. 국민은 지금 6·3 지방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지역을 누가 맡을 것인지, 어떤 정책이 지역을 바꿀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 지방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지, 생활과 직결된 변화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정치권 잠룡들의 관심은 이미 2030년 대선으로 이동해 있는 모습이다. 정치의 시선이 국민의 현재가 아니라 권력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정치가 이렇게 되면 선거는 책임의 경쟁이 아니라 기회의 경쟁이 된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이후 정치 기회를 계산하는 정치가 된다. 패배조차도 다음 권력으로 가는 정치 자산처럼 활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치가 국민보다 권력의 시간표에 맞춰 움직일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선거의 의미가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권력 전략의 단계로 변질되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이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22년 이후 권력 사이클을 경험한 정치인들이 다음 권력 기회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정청래 등 민주당 잠룡들의 움직임 역시 지선 이후 전당대회와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로 읽힌다. 지선 승리를 기반으로 당내 권력구조를 재편하려는 흐름도 보인다.

정치권 전체가 이미 다음 대선을 바라보는 구조에 들어간 것이다. 권력 경험이 있는 정당일수록 정치 계산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 정치권에서 묘한 공통점이 나타난다. 여야 잠룡 누구도 “다음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하지 않는다. 정치 계산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모두가 다음 권력을 염두에 두고 정치 공간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선택지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치권 전체가 잠재적 대권 경쟁 구조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만약 진정으로 선당후사의 정신이 있다면 지금 선언해야 한다. 다음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당의 선거 승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 개인 정치의 계산을 뒤로 미루겠다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선언을 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정치의 계산이 권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시장 공천 싸움이 단순한 후보 경쟁이 아니라 2030 대권 전초전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가 선거보다 권력을 먼저 계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이번 지선에서 이기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당권 계산이 아니라 선거 책임 정치다. 그러나 지금 모습만 보면 국민의힘은 아직도 그 현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6·3 지방선거는 이제 막 공천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정치의 중심이 이미 대권으로 이동했다면 그 선거는 시작부터 방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은 지방선거를 보고 있지만 정치권 잠룡들은 이미 다음 대선을 보고 있다. 정치가 국민보다 권력을 먼저 바라보는 순간, 그 선거는 시작도 하기 전에 길을 잃는다. 지금 국민의힘 정치가 바로 그 위험한 길 위에 서 있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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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