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온라인 본인인증 시스템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계약 절차가 비대면으로 가능해졌지만, 이를 악용한 명의도용 피해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소비자 명의로 휴대전화가 개통돼 수백만원대 단말기 할부금이 청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휴대전화 회선이 개통돼 단말기 할부금과 위약금 부담을 안고 있다. 명의도용 피해를 주장했으나 미납이 이어지면서, 해당 채권에 대한 추심 절차가 진행됐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7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가 통신사 측으로부터 개통 알림 문자메시지를 받으면서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다음 날 B 통신사에 전화해 취소를 요구했으나, 절차는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5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 명의 휴대전화로 문의했는데도 상담사는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며 “당시 상황이 납득되지 않아 절차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가 함께 제보한 가입신청서에 따르면, 해당 회선은 온라인 대리점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개통된 것으로, 단말기 등 배송 주소지는 A씨가 거주 중인 광주가 아닌, 서울의 한 빌라로 확인됐다.
A씨는 “회선 일시정지는 신청했다”면서도 “직권해지 등 조치는 없었고 ‘경찰서에 가 조사받으라’는 안내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인지하지 못한 별도 회선을 통해 모바일 앱 본인인증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해당 번호는 먼저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개통된 뒤, 그 회선을 이용한 인증 절차를 거쳐 B사로 번호이동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시정지에도 200만원이 넘는 단말기 할부금과 약정 위약금이 계속 부과됐고, 3개월 이상 요금이 납부되지 않자 통신사는 채권추심 절차를 진행했다.
A씨는 “내가 한 일도 아니고, 개통 첫날부터 본인 개통이 아니니 멈춰 달라고 요구했음에도 이 돈을 내가 왜 지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대면 개통은 특히 검증 절차를 제대로 해야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물었다.
다만 A씨는 경찰 신고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통신사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했다”며 “결국 대응이 늦어 커진 사안으로 봤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월 정보통신분쟁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위원회가 주민등록초본 등을 요구하면서 관련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봤지만, 결과 통지서에는 조사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개인정보 관리 소홀을 이유로 기각됐다.
A씨는 “도용당했다고 해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쓸 수도 없는 상황인데 단순히 개인의 관리 소홀로 치부될 문제인지 의문”이라며 “개통 당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조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 같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채권추심이 진행 중이라 다른 통신사 개통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대면으로 휴대전화가 개통되는 만큼 인증 절차나 보안 시스템도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해결 절차를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명의도용을 통한 휴대전화 개통이 사실일 경우 수사기관 신고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형법 제347조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수사기관 신고 여부와 별개로 통신사 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했던 사안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요금이 누적되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B사 관계자는 6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통상 비대면 개통은 신용카드나 모바일앱 등을 통한 강화된 인증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며 “문제가 된 회선은 정상 개통으로 확인돼 명의도용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우 수사기관 접수를 통해 요금을 감면받는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개통 당시 소통이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선 “현재 A씨가 사용 중인 알뜰폰은 통신망을 빌려 쓰는 것뿐, 당사에서 고객정보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소통에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출 상담 등을 빌미로 인증번호를 요구해 휴대전화 개통이 이뤄지는 피해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신 서비스 관련 분쟁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 4일 발표한 ‘2025년 통신분쟁조정 신청 및 처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청 건수는 총 2123건으로, 2024년(1533건)보다 38.5%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명의도용 관련 분쟁은 217건으로, 전체의 10.2% 수준이었다. 다만 미해결률이 39.8%에 달해 전체 평균(20.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위원회는 “비대면 통신서비스 개통 과정에서 이용자가 본인확인 절차 중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명의도용’ 인정 가능성이 낮다”며 “경찰 수사 등 형사사법 절차와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해결률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정제도 해결률은 낮지만 비대면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명의도용 및 대여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피해 예방과 사후 구제 제도 개선을 위해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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