뗄 수 없는 지하철과 아파트

역세권 아파트가 불확실한 부동산시장 속에서도 굳건한 가치를 유지하며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출퇴근과 통학이 편리할 뿐 아니라, 역 주변으로 형성되는 상권 등 다양한 인프라를 손쉽게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만족도와 거주 편의성이 높아 수요가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가격과 환금성 측면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아파트 시장에서 역세권과 비역세권의 가격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3호선 구파발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은평스카이뷰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0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은평뉴타운 내에서 구파발역과 거리가 있는 ‘은평뉴타운우물골2지구7단지’ 동일 타입이 같은 달 8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2억원가량이나 높은 가격이다.

비역세권
가격 차이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역세권의 인기는 여전하다.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상업·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주거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지하철 노선과 역 자체가 제한적인 지방에서는 역세권 입지가 곧 희소 자산으로 인식되며, 경기 변동 국면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안정형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역세권 단지들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분양한 ‘한화포레나 부산대연’은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를 앞세워 1순위 청약 평균 21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대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해 7월 수성구 범어동에서 공급된 ‘대구 범어 2차 아이파크’는 대구지하철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 역세권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1순위 청약 평균 75.19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 핵심 주거지일수록 역세권 여부가 청약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세권 단지의 강점은 청약 성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래시장에서도 지역 시세를 주도하고 가격 방어력이 높게 나타난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지하철 노선과 역 수가 제한적인 만큼, 역세권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요 지방 도시에서는 역세권 단지가 지역 내 최고가를 형성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굳건한 역세권 입지
수도권·지방 공통으로 각광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일원, 부산지하철 2호선 남천역 역세권 단지 ‘남천 자이’ 전용 84㎡는 동평형 기준 16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지역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도 대구지하철 2호선 범어역 역세권 단지 ‘수성범어W’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8억원에 매매되며 지역 시세 상단을 차지했다.

앞으로는 역세권 아파트 중에서도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신규 지역보다는 기존에 이미 성숙된 생활 인프라를 입주 시점부터 즉시 이용할 수 있는 단지들이 더욱 높은 수요자 선호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대중교통의 편리함을 넘어 교육, 상업, 문화시설 등 완비된 도시 인프라를 즉시 누릴 수 있는 ‘기존 역세권’ 또는 ‘완성형 역세권’의 가치가 시장에서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역세권은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은 물론, 잘 갖춰진 인프라와 높은 환금성으로 자산 가치 방어에 탁월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눈높이까지 맞출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며 “역세권 입지를 갖춘 단지 중에서도 기존 인프라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서울, 경기, 부산에서 공급 중인 역세권 아파트.


▲동래 반도유보라= 반도건설이 부산 동래구에 선보인 ‘동래 반도유보라’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낙민동 76의 1에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42층, 3개동, 총 4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84㎡ 단일 타입으로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구조다.

남향 위주 배치와 개방형 설계를 통해 채광과 통풍을 확보했고, 인근 온천천 수변 경관을 일부 세대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든 가구가 2.35m의 천장고로 설계했고, 거실에는 15㎝ 더 높인 우물천장고(2.5m)를 사용해 개방감을 높인다. 1층에는 필로티 구조를 도입해 사생활 보호와 통풍성을 강화한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클럽, 어린이집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한다.

지역 내
최고가

부산지하철 1호선 교대역, 4호선 낙민역, 동해선 동래역이 모두 도보권에 위치해 다중 노선 이용이 가능하다. 원동IC를 통한 시내외 이동도 수월한 편이다. 여기에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가 개통되면 주요 업무 권역과의 이동 시간도 단축될 전망이다.

단지 인근에 낙민초, 동신중, 동래고, 학산여중·고 등 동래구의 명문 학군이 있다. 사직동과 명륜동 학원가도 가깝다. 쇼핑 및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탑마트와 메가마트, 수안인정시장, 동래시장의 생활 편의시설과 부산지방법원, 검찰청, 세무서, 구청 등 주요 행정기관도 인접해 있다.

▲용인 메가시티= 경기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일원에서 공급 중인 장기 민간임대 아파트 ‘용인 메가시티’가 최근 지역 개발 동향과 맞물리며 실수요층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하 2층~지상 28층 총 11개동으로 계획됐으며, 925세대(예정)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은 49·59·84㎡로 구성돼 1~4인 가구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포괄한다. 피트니스 공간, 실내 골프연습장, 휴게형 커뮤니티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최근 용인 지역에서는 커뮤니티시설 품질이 실거주 만족도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장기전세 민간임대 아파트는 입주 후 저렴한 임대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한 뒤 10년 뒤 임차인에게 저렴한 분양가로 우선분양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구조가 매력적이다. 보유세, 취득세, 재산세 등 유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임대보증금은 신탁을 통해 관리돼 반환 안정성이 확보된다. 분양 전환 이전까지는 세금 부담 없이 거주 기간을 유지할 수 있어 자금 계획을 유연하게 세우려는 실수요자에게 유리하다.

편리한 출퇴근과 통학
상권 등 다양한 인프라

단지는 삼가역까지 약 3분 내 도보로 접근이 가능해 평일 출퇴근 시간대 거주 편의성이 높다. 삼가역은 에버라인과 연계된 교통축으로, 용인 도심 및 기흥·수지권 주요 생활권으로 이동이 수월하다. 여기에 용인시가 발표한 광역도로 정비, 버스 노선 확충 계획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중장기 교통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주변에는 대형마트, 병원, 공공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자동차 이동이 많지 않은 1~2인 가구와 고령층의 실사용 평가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이마트·롯데마트 복합 상권이 삼가역 주변에 집중돼 있어 역세권·생활권 접근성이 복합적으로 충족되는 구조다.

▲석촌역 대우 리버레이크 송파= 대규모 개발사업의 수혜지인 서울 송파에 미래 가치와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석촌역 대우 리버레이크 송파’가 주인공이다. 대우건설(시공 예정사)이 서울 송파구 석촌동 287번지 일원에 시공할 예정이다. 지하 5층~지상 35층 규모로 아파트(전용면적 40·59㎡ 380가구)와 근린생활시설로 이뤄져 있다. 조합원 모집가는 40㎡(19평) 5억원대, 59㎡(19평) 9억원대며, 일부 가구에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최근 1~2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맞춰 소형 고급 주거시설로 풀옵션 무상 제공 특화 설계가 적용됐다. 여기에 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와이드 신평면 설계도 도입됐다. 이와 함께 입주민의 건강 관리를 위해 단지 안에 친환경 자연 조경 시설과 주민 운동 시설도 조성된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만큼 단지 안에서 원스톱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근린생활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소형 고급
주거시설

서울 지하철 8호선과 9호선 급행 환승역인 석촌역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과 3호선 가락시장역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있는 올림픽대로, 서하남IC 등을 이용하면 서울과 수도권 각 지역을 빠르게 오갈 수 있다. 잠실스포츠·마이스 복합 공간, 송파 ICT 보안클러스터,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인근 강남에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강남대로 지하화 등이 진행 중이다.

인근에 롯데월드타워, 롯데백화점, 가락시장, 서울아산병원, 송파구청 등 송파를 대표하는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단지에서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한강시민공원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가락초등학교와 송파초등학교, 가락중학교, 일신여자중학교,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 잠실여자고등학교, 가락고등학교 등이 인근에 있다.

▲이수 더 써밋=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가 강남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주거지로 재평가받는 가운데, 재개발 속도가 빨라지며 미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초고층 대단지로 조성되는 ‘이수 더 써밋’이 새 랜드마크 후보로 관심을 받고 있다. 지하 3층~지상 37층, 총 870세대, 7개동 규모로 구성된다. 단지는 주변 대비 높은 스카이라인이며, 주차 공간도 총 1336대로 세대당 약 1.5대가 확보된다.

특히 중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다양한 평형이 구성되며, 실수요자를 고려한 맞춤형 설계를 내세웠다. 59㎡ 타입은 개방감 높은 거실·침실 구조와 복도 팬트리, 다용도실 등 실용 수납이 특징이다. 84㎡ 타입은 3룸 2욕실 구성에 아일랜드 식탁 중심 동선, 넓은 다이닝 공간을 제공한다. 122㎡ 타입은 5베이 판상형 구조와 드레스룸, 알파룸, 현관 창고 등 대형 평면의 고급 수납 시스템을 갖춘다.


단지는 사당2동 중심 생활권에 위치해 이마트, 롯데백화점, 사당시장 등 다양한 상업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안평천, 사당근린공원, 힐링코스 등이 인근에 있어 도심 속 친자연형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교육 환경도 뛰어나 동작초, 경문고, 세화여고 등 주요 학군이 가까워 학령기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생활 만족도
거주 편의성

단지에서 도보 5분 내 접근 가능한 이수역은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더블 역세권으로, 여의도·강남·종로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이 편리하다. 향후 GTX-D 노선(2035년 예정), 사당역 복합환승센터(2034년), 이수~과천 복합터널(2030년) 등이 더해지며 광역 교통망이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GTX-D 개통 시 삼성역까지 약 10분, 인천공항까지 약 40분대로 연결돼 교통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관계자는 “학세권·공세권·역세권을 모두 충족하는 드문 입지에 더해, GTX-D와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등 굵직한 개발 이슈가 예정돼 있어 미래 가치가 매우 크다”라며 “강남 접근성, 생활 인프라, 주변 정비 사업까지 갖춘 이수 더 써밋은 향후 사당권역의 새로운 주거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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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