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 나타나는 ‘유령 코인’ 음모론

보이질 않으니 줄였다 늘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트코인은 화폐일까? 비트코인의 화폐성 이슈는 영원한 난제일 듯하다. 국가와 은행의 개입 없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폐 기능을 갖췄다는 측과 급격한 변동성을 이유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측 의견이 팽팽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일부 젊은 세대가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이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화폐로 볼 수 있는지, 이를 이용한 범죄를 막을 방법이 있는지 등은 10년 넘게 가상화폐 시장을 떠도는 질문이다. 시간이 가면서 의문점은 늘었지만 답변은 여전히 두루뭉술하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을 어떻게 활용할지보다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에 관심이 집중돼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첫 등장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암호화폐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가명으로, 현재까지도 그 정체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미 사망했다는 말부터 한 명이 아닌 집단이라는 의혹까지 다양한 설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비트코인은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존재하지 않아 ‘탈중앙화’가 큰 특징으로 꼽힌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거래할 수 있어 세계 통화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했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고정돼있어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한다.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희소성이 높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실제 대부분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화폐 대신 가상자산으로 본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높은 변동성이다.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과 함께 투기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공존한다. 실제 가격 변동 수준이 ‘롤러코스터’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클 때가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1비트코인은 99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억원 선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더 큰 문제는 어디까지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한선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현지시각) 한때 6만7000달러 선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40%나 폭락한 수치다. 어느 자산이나 마찬가지지만 비트코인 역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등락을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글로벌 증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곤 했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격도 오르고, 내리면 같이 떨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하락장에서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는 올랐는데 비트코인 시세는 되레 내려간 것이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를 보고 비트코인, 알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이들은 끝모르고 떨어지는 시세를 보면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젊은 세대 ‘한탕’ 노려

특히 ‘코인 열풍’에 탑승한 우리나라 젊은 세대에서 폭락에 따른 충격이 커지고 있다. 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큰 점, 특정 시간에만 열리는 주식시장과 달리 종일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잘만 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 일부에 파고들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전형인 셈이다.

실제 비트코인 시세가 고점에서 반 토막이 될 정도로 떨어졌을 당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큰돈을 잃었다는 내용의 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반등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다. 이미 비트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던 이른바 ‘큰손’은 진작에 다 빠져나갔다는 말까지 돌았다.

한때 가상자산 선물투자로 3800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유명 가상자산 투자자인 ‘워뇨띠’는 비트코인 폭락장에서 200억원가량 손실 본 내용을 캡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비트코인 시세 1억원 선이 깨진 날이었다.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투자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사야 한다고 매수를 부추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한다며 매도를 권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전문가 사이에서도 다른 예상을 내놓는 것을 두고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래도 증시보다 ‘무빙’이 요란한 시장인데 전 세계 경제 상황과 맞물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일어난 사고로 비트코인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지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동안에도 비트코인 관련 사건·사고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주체가 사정기관과 거래소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화폐냐
아니냐

지난달 23일 검찰이 관리·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압수물이 상당량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자체 조사한 검찰은 “피싱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 분산된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이어서 전자지갑에는 비트코인 자체가 담겨있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에 접근·처분할 수 있는 열쇠(보안키)가 존재한다.

검찰의 해명대로라면 누군가 전자지갑을 연결해 둔 채로 온라인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보안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압수물 확인 과정에서 피싱 사이트에 잘못 접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보안키를 탈취하는 등의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검찰이 분실한 비트코인은 총 400억원대를 호가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비트코인 시세를 맞추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30대 딸 A씨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320.88개다. 검찰은 2022년 경찰이 송치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진 A씨의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범죄 수익으로 환수한 해당 비트코인도 함께 넘겨받았다.

경찰은 비트코인 인출 접근 권한을 네트워크망에 연결되지 않은 전자지갑 ‘콜드 월렛’에 보관해 통째로 검찰에 인계했다. 이후 검찰은 A씨를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기소했고 그는 2024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압수한 비트코인 전량도 몰수 판결이 났다.

검찰은 지난달 8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이후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을 국고로 환수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실 사실을 확인했다. 분실한 시점과 확인한 시점이 다른 것이다. 검찰은 매달 진행하는 압수물 점검에서 휴대용 저장 매체 실물만 확인했고 잔고 등은 확인하지 않아 5개월 동안 분실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묘연한 행방
음모론까지

검찰의 압수물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지갑은 지난해 8월 담당자 인계 과정에서 털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관리 담당자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인수인계를 위해 전자지갑 내 비트코인 접속 권한 조회 등을 시연했다.

이때 전자지갑 접근 정보를 담아둔 휴대용 저장 매체가 피싱 범죄에 노출되며 탈취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현재 탈취 경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동시에 분실한 비트코인을 환수하는 작업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6일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 이른바 ‘유령 코인 사태’가 일어났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단위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일어난 일인데, 가상자산 거래소의 부실 관리 문제부터 이용자 손실, 2차 피해 등의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졌다.

빗썸은 이날 저녁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로 1인당 2000원~5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보유 포인트로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는 695명이었으며 빗썸은 그중 랜덤박스를 오픈한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다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2490개로, 당시 시세가 비트코인 1개당 98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2440억원 상당이다.

빗썸이 당첨금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지급한 시간은 6일 오후 7시, 오지급을 인지한 시간은 7시20분,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기 시작한 게 7시35분, 차단이 완료된 게 7시40분이었다. 오지급부터 차단까지 40분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가 당첨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는 과정에서 시세가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시세가 폭락하자 공포를 느낀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파는 일(패닉셀)이 일어났고 담보로 맡긴 비트코인 평가액이 급락하자 강제청산된 경우도 발생했다.

검찰, 거래소발 사태에
불확실성 커지고 불신↑

빗썸에 따르면 잘못 지급한 비트코인 중 99.7%에 해당하는 61만8212개는 즉시 회수됐다. 나머지 비트코인 1788개 상당은 일부 당첨자들이 이미 매도한 상태였고 이 중 93%는 추가로 회수했다. 결국 125개 상당의 원화와 가상자산은 아직 회수하지 못했는데 이 규모는 총 130억원대에 이른다.

동시에 빗썸이 실제 보유한 수량보다 많은 비트코인이 실수로 지급됐다는 점에서 ‘유령 코인’ 논란이 같이 불거졌다. 빗썸이 위탁받아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만2619개였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지갑에 보관된 코인 수량은 엄격한 회계 관리를 통해 고객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오지급 사고로 회수하지 못하고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수량은 회사 보유 자산을 활용해 정확히 맞출 예정”이라고 했다.

빗썸 측은 오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64개 계좌에서 강제청산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일부 이용자의 매도로 발생한 강제청산은 현황 파악 후 전액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초유의 사고에 정부도 나섰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빗썸이 과거에도 2차례나 오지급 실수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사들이 실시간에 가까운 시차를 두고 자산을 대조하는 것과 달리 하루에 한번만 장부를 대조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확인됐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데도 불구하고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또 과거 비슷한 사고가 2건 발생했는데도 대책 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
정조준

금융당국은 빗썸의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보유자산 검증 체계와 내부 통제 전반을 살피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모든 거래소로 점검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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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