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제명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이어 배현진 의원이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배 의원이 징계를 받은 결정적 이유는 직함 ‘서울시당위원장’에 숨어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지난 13일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인 배현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윤리위가 처분을 내린 근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단식 비방 ▲SNS에 일반인 미성년 아동 사진 게시 등이었다.
서울시당 사당화?
다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반대 입장을 서울시당 전체 의사인 것처럼 외부에 알렸다”는 것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1일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고성국씨에 대해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탈당 권유를 받은 당원은 10일 이내 이의 신청·자진 탈당을 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 의결 없이 자동 제명된다.
이의 신청 시 윤리위 심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 서울시당 윤리위원회가 고씨를 징계한 이유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전두환·노태우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자 친한계 의원들은 다음날 “고씨가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제소했다. 이 위원장의 배 의원 제소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달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죽하면 기자들이 그렇게 부르겠느냐”는 전제를 달면서 배 의원에게 ‘여의도 풍향계’란 별명을 붙였다. 이는 배 의원을 안 좋게 보는 유권자들이 배 의원의 계파 이동 전력을 비꼬면서 부르는 호칭이다.
배 의원은 지난 2018년 3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 전 시장에게 ‘영입 인재 1호’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홍 전 시장은 배 의원에게 직접 태극기 배지를 달아줬고, 배 의원은 홍 전 시장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 TV’ 제작자로 활동했다.
친한계서 격렬 저항하면서 홍준표와 언쟁까지
도회·이지적 이미지 달리 언더 찐윤·강경 보수
이후 홍 전 시장과 결별한 배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평가됐다. 그러다가 지난 2024년 4월 원내대표 선거 출마설이 돌던 국민의힘 친윤계 일원 이철규 의원에게 불출마를 공개 요구하면서 친윤계를 이탈해 친한계로 옮겼단 평가를 받는다.
윤리위는 지난달 29일 한 전 대표를 제명 결정했다. 배 의원은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고씨에 대한 징계 논의를 주도하는 등 격렬하게 장 대표와 강경 보수 성향 당권파를 비판하고 있다.
배 의원이 친한계에서 이탈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선 “배 의원의 평소 정치적 이미지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그는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도회적·이지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진행한 당협 당무감사에서도 현역 의원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2월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했던 1차 단수공천 명단 25인에 포함됐다. 그해 총선에서 57.2%를 득표해 “평소 이미지와 지역구 관리가 결합한 결과”라는 평가도 받았다.
현재 국민의힘의 세력 구도는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을 토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토착 보수 성향의 언더 찐윤 ▲장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강경 보수 ▲친한계 등으로 삼분돼있다. 배 의원의 정치적 입지에 대해선 “친한계가 수세로 몰리더라도 언더 찐윤·강경 보수로 이동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언더 찐윤은 특성상 대구·경북·강원 등 지역의 유지들과 강하게 연결돼있다. 언더 찐윤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지역 유지들과의 연결을 강하게 의식한다. 이 때문에 투박한 토착 이미지가 강하고, 지역구 주민 외엔 의원 이름조차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배 의원의 정치적 기반 중 하나는 MBC 아나운서 출신이란 인지도로, 언더 찐윤과는 결이 맞지 않는다.
강경 보수 진영엔 더불어민주당·진보 진영에 대한 반감 때문에 보수화된 2030세대 남성이 많이 유입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태초에 형성된 이미지가 노년층 중심으로 형성된 과거 지향적 키치였다. 강경 보수 진영도 도시적·이지적 이미지를 강하게 내세우는 배 의원이 도저히 가까이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징계 핵심은 서울시당위원장…강남 3구 공천 좌우
‘심리 지지대’ 정성국도 징계 논의·고발 이어져
강경 보수엔 강성 반공 성향 기독교 교단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장 대표도 종교색을 강하게 드러낸다. 장 대표는 지난 3월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도 개신교 신자로 알려졌지만, 강성 반공 성향을 드러내진 않았다. 지난 2024년 12월엔 자신을 규탄하는 일부 강경 보수 성향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하자, “순진한 부모님들을 혹세무민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일부 장사꾼들은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들이 배 의원에게 화력을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배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이기 때문”이란 측면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시 내 선거 지휘의 핵심이다. 아울러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 서울시 내 기초자치단체장·지방의원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인구 50만명 이상인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을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맡는다는 취지로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서울에서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자치구는 서울 강서·강남·송파구 등이다. 개정된 당헌·당규대로라면, 배 의원을 배척하면 그의 지역구 내 영향력과 서울시 내 전체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 일부를 중앙당이 회수할 수 있다.
나아가 친한계 전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친한계는 배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 직함을 통해 서울시 내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하더라도 강남 3구에선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따라서 장 대표와 강경 보수 집단은 강남 3구에서 친한계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막아야 한다.
배 의원 징계는 친한계의 정치적 영향력 분쇄를 위해 시도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친한계 일원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지난 4일 “정 의원이 지난 2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을 향해 ‘이게 국회의원에게 얻다 대고’라는 막말을 했다”며 “윤리위 제소를 논의하겠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친한계 내부에서도 특히 한 전 대표와 밀착이 강한 의원으로 거론된다. 따라서 정 의원을 징계하면 친한계 내부의 심리적 지지대를 부러트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시다발 공격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 9일 “정 의원이 지난 2024년 지역구인 부산 부산진구 내 전·현직 지방의원 7명으로부터 개인 후원 한도인 1인당 5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았다”는 취지로 정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죄로 고발했다. 한 전 대표·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이어 배 의원과 정 의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친한계를 겨냥한 동시다발적 공격이 과연 여기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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