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세 번의 생중계, 대통령의 시간은 어디서 흔들렸나

국무회의·기자회견·타운홀 미팅이 드러낸 권력의 시간과 통치 리듬

우리나라 정치는 지금 새로운 장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무회의, 기자회견, 타운홀 미팅이 연달아 생중계되며, 권력은 더 이상 편집된 이미지가 아니라 작동하는 과정으로 국민 앞에 놓였다. 대통령의 말과 침묵, 질문과 판단, 망설임과 결정까지가 그대로 기록되는 시대다. 이는 단순한 공개가 아니라 통치 방식 자체의 변화다.

그러나 공개가 곧 성숙은 아니다. 보여주는 정치가 설계되지 않으면, 국정은 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떤 구조로 보여주느냐다. 대통령의 시간은 국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생중계의 실험은 지금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세 번의 생중계, 하나의 대통령

지난 20일 국무회의, 21일 신년 기자회견, 23일 울산 타운홀미팅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모두 대통령이 직접 주관했고, 장시간 편집 없이 공개됐다. 국민은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시간을 연속으로 목격했다. 이는 이벤트가 아니라 통치의 리듬이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묻는 사람이었고, 기자회견에서는 답하는 사람이었으며, 타운홀 미팅에서는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형식은 달랐지만 세 장면은 하나의 통치 곡선을 그렸다. 질문과 응답, 결정과 공감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이어졌다.

과거의 대통령들은 대개 결과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과정을 선택했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수정하는 시간이 국민 앞에 놓였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다. 권력이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검증받는 구조가 처음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무회의·기자회견·타운홀 미팅의 다른 얼굴

국무회의는 헌법이 규정한 국가 최고 정책 심의기구다. 보고와 토론, 판단과 결정이 가장 압축된 시간이다. 이 공간에서 대통령의 질문은 곧 국가의 방향을 의미한다. 장관들의 말보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정책의 궤도를 바꾸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친절보다 정확함이, 감정보다 구조가 우선하는 시간이다.

기자회견은 검증의 무대다. 질문은 권력을 시험하고, 답변은 책임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여기서 국가의 공식 언어가 된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가 외교와 시장, 여론에 즉시 반영된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즉흥보다 정제가, 솔직함보다 책임이 더 중요하다.

타운홀 미팅은 시민과 만나는 시간이다. 정책보다 체감이 먼저 나오고, 구조보다 감정이 앞선다. 이 형식은 거리와 벽을 허무는 데 목적이 있다. 대통령과 시민이 같은 언어로 말하는 드문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국정의 무게가 흐려질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이 세 형식은 목적과 리듬이 서로 다르다.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다. 국무회의의 밀도와 타운홀 미팅의 자유는 같은 화면 안에 있어도 같은 규칙을 따를 수 없다. 이 구분을 무시하는 순간, 공개는 소통이 아니라 혼선이 된다. 권력의 투명성이 곧 권력의 분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자 시사펀치가 본 ‘질문하고 답하는 대통령’

22일자 칼럼(일요시사 김삼기의 시사펀치)에서 필자는 이 대통령의 공개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무회의와 신년 기자회견은 ‘질문하고 답하는 통치’라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질문을 공개하는 권력은 닫히지 않는다. 권력이 스스로를 검증대에 올려놓는 순간, 민주주의는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당시 대통령은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을 물었고, 형식적 답변보다 실제 작동 여부를 따졌다. 기자회견에서도 완벽한 답보다 조건과 한계를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연출된 자신감이 아니라, 작동하는 행정의 자신감이었다. 국정이 어디까지 왔고 어디서 막히는지를 숨기지 않는 태도였다.

그 생중계는 길었지만 무겁고 밀도가 있었다. 질문과 답이 국정의 큰 방향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국가 운영의 맥박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 공개는 피로가 아니라 신뢰를 만들었다. 국민은 설명받는 객체가 아니라 함께 판단하는 주체로 초대됐다.

그 시점까지 생중계는 투명성을 넘어 책임의 공개였다. 대통령은 보이는 권력이 아니라 설명하는 권력으로 자신을 위치시켰다. 이는 한국 정치에서 드문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 실험은 의미가 있었다. 권력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대신 검증에 맡긴 드문 장면이었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서 흐트러진 시간

울산 타운홀 미팅은 전혀 다른 장면을 만들었다. 현장은 생생했고 시민의 언어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간이 지나치게 분산되었다. 중앙정부가 다룰 사안과 현장 민원이 한 테이블에 섞였다. 국정의 우선순위가 화면 속에서 평면화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시민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질문이 대통령에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 없는 직접성은 국정의 책임선을 흐린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접수창구가 되는 순간, 행정은 작동하지 않는다. 국가의 의사결정 체계가 개인의 즉각성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해결사가 아니라 설계자다. 문제를 직접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타운홀 미팅에서 이 구분이 흐려질수록 국정의 중심도 함께 흔들린다. 권력이 구조를 떠나 감정에 머물 때 정책은 방향을 잃는다.

자칫 타운홀 미팅 생중계가 공감의 장이 아니라 즉흥의 장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친근함이 권위와 구조를 대체할 수는 없다. 국가 운영의 밀도는 감정이 아니라 설계에서 나온다. 민주주의는 공감이 아니라 제도로 유지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시간은 국가의 시간

2026년 대한민국 예산은 약 728조원이다. 하루로 나누면 약 2조원, 시간으로 나누면 약 55억원대 움직인다. 대통령의 한 시간은 개인의 시간이 아니라 국가의 자원이다. 그 시간이 어디에 쓰이느냐가 곧 국정의 방향이다. 대통령의 일정표는 국가의 재정 운용만큼이나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대통령의 일정은 철저히 구조화돼야 한다. 어떤 질문을 직접 받고, 어떤 사안을 위임할지가 미리 정리되지 않으면 국정은 즉흥으로 흘러간다. 즉흥은 소통에서는 미덕일 수 있어도, 통치에서는 위험이다. 국정은 반응이 아니라 설계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무회의의 질문과 기자회견의 답변은 국가의 큰 축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에서는 그 축이 흐트러졌다. 국가 운영의 시간과 시민 소통의 시간이 섞여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국정의 초점이 전략에서 현장 감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간 관리가 곧 권력 관리다. 대통령의 일정표는 국정의 설계도다. 그것이 흐트러질 때, 국정도 함께 흐트러진다. 어떤 사안이 대통령의 시간을 차지하느냐는 곧 국가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느냐를 보여준다. 그래서 일정의 배치는 정책보다 더 직접적으로 권력의 방향을 드러낸다.

생중계 정치가 넘어야 할 선

생중계는 민주주의를 투명하게 만든다. 그러나 투명함이 곧 효율은 아니다. 보여주는 정치가 설계되지 않으면 국정은 이미지 정치에 갇힌다. 공개가 오히려 국정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권력이 화면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책은 깊이를 잃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도어스태핑을 중단한 것도 이 위험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외교와 안보, 시장을 흔드는 자리기 때문이다. 즉흥적 공개는 때로 국가 비용이 된다. 대통령의 언어는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 국가의 신호다.

이 대통령은 공개를 택했다. 그러나 공개는 더 높은 정제를 요구한다. 준비되지 않은 말은 솔직함이 아니라 위험이다. 질문이 자유로울수록 답변은 더 정확해야 한다. 개방된 권력일수록 언어는 더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생중계 정치는 훈련된 권력만이 감당할 수 있다. 구조 없는 개방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혼란이 된다. 이 균형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공개와 통제, 소통과 설계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 국정은 방향을 잃는다. 지금 이 실험은 투명성의 성패가 아니라 통치 능력의 성숙도를 가르는 순간이다.


대통령은 연출자가 아니라 지휘자

국무회의는 국가의 오케스트라다. 기자회견은 그 음악을 국민에게 해설하는 시간이고, 타운홀 미팅은 청중과 연주자가 만나는 무대다. 이 세 무대는 모두 필요하지만, 같은 리듬으로 연주될 수는 없다. 각 무대가 제 역할을 할 때 국가의 소리는 비로소 조화를 이룬다.

대통령은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지휘자다. 언제 누구에게 연주하게 할지를 정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 판단이 곧 국정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지휘자의 침묵과 개입 모두가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이 모든 질문을 직접 떠안는 순간, 지휘자는 연주자가 되어 버린다. 국정의 리듬은 그때부터 흐트러진다. 조율자가 사라진 오케스트라는 소음이 된다. 많은 소리가 동시에 나와도 음악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의 품격은 친근함이 아니라 역할의 정확성에서 나온다.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국정도 제자리를 지킨다. 자리의 무게를 지키는 것이 곧 권력의 품위다. 권한을 넘지 않고 책임을 놓치지 않는 태도에서 통치의 격이 만들어진다.

공개는 유지하되, 구조는 세워야

이 대통령의 공개 통치는 옳은 방향이다. 질문을 숨기지 않고, 답을 회피하지 않는 권력은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든다. 이는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미덕이기도 하다. 밀실이 아니라 화면 위에서 작동하는 권력은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만든다.

그러나 공개는 구조 위에 놓여야 한다. 국무회의는 전략의 시간, 기자회견은 설명의 시간, 타운홀 미팅은 공감의 시간으로 분리돼야 한다. 이 구분이 있을 때 공개는 힘을 갖는다. 구조 없는 공개는 투명함이 아니라 과잉 노출이 된다. 국정의 중심이 화면의 소음에 묻히지 않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품격은 말투가 아니라 시간 관리에서 드러난다. 어디에 얼마의 시간을 쓰느냐가 곧 국가의 방향이다. 무엇을 대통령이 직접 다루고, 무엇을 위임하느냐가 통치의 수준을 보여준다. 권력은 결국 시간의 배분으로 측정된다.

생중계는 계속돼야 한다. 다만 그것은 국정의 품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보여주는 정치가 아니라 설계된 공개가 돼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시간은 흩어지지 않고, 국민의 신뢰로 축적된다. 그것이 이 공개 통치가 추구해야 할 다음 단계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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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