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방황, 불안, 고민….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선택하기까지의 방황, 미래에 대한 불안,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20대 청년 작가의 마음은 쉼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말과 눈빛에서는 스스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표현한 기세가 느껴졌다. ‘MZ 세대’다운 패기와 도예가다운 침착함이 공존하고 있는 듯했다. 옥현수 작가를 만나봤다.
홍익대학교 조형관 E동 6층 작업실은 훈훈하고 조용했다. 작업 도구와 재료는 무질서한 듯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대학원생들로 북적거렸을 작업실이 그날따라 조용했다. 옥현수 작가는 자신을 찾는 부름에 모습을 보였다. 작업 중이었는지 그의 손 여기저기에 검댕이 묻어 있었다.
방황과 고민
지난 6일 오후 홍대 조형관 인근 카페에서 옥 작가를 만났다. 옥 작가의 어조는 시종일관 차분했지만 답변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 확신은 많은 시간 고민하고 방황하며 고민한 끝에 얻은 결론인 듯했다. 현재 홍대 도예유리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오는 4월에 있을 졸업 작품 전시인 ‘청구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옥 작가는 처음부터 도예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을 하려고 대학에 왔는데 우연찮게 도예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힘도 많이 써야 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많았다. 1학년 때는 ‘내가 이걸 하려고 대학에 왔나’ 싶은 생각에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방황의 결과는 ‘학고(학사경고)’였다.
도예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군 복무 뒤 편입을 준비하던 옥 작가의 발목을 잡은 건 단연 학점이었다. 그는 “편입을 하려면 학점이 좋아야 했다. 성적을 위해 수업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고 전했다. 돌고 돌아 도예에 재미를 붙였지만 바로 현실의 벽이 나타났다.
옥 작가는 “당시 도예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현실을 고려했을 때 돈을 못 벌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고민이 많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7세가 된 현재, 그는 대학원까지 진학해 여전히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삶, 특별한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조금 어렵더라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것인지, 평범하고 안정되게 살 것인지를 두고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옥 작가는 “흙을 가지고 조몰락거리려면 수분이 필요하다. 그다음에 말리고 가마에 굽는다. 한 점의 도자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흙, 물, 공기, 불 이렇게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정말 재미있는 점은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무궁무진한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자로 계속 놀면서 지내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옥 작가가 관심을 가진 건 ‘달항아리’였다. 그는 “한국 미술계에서 달항아리를 빼놓고 도예에 관해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과거에서 온 매개체가 현재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보이지 않지만 연결성이 존재하고 시공간을 넘어 상호작용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현재의 달항아리가 주는 연결성이나 영향력이 미래에 또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이 내 세계관과 닿아 있어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작가가 달항아리를 소재로 삼은 만큼 옥 작가만의 차별점이 필요했다. 옥 작가는 진동과 순환, 그리고 공명을 말했다. ‘진동과 순환’은 옥 작가가 내놓은 시리즈 이름이고 ‘공명’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표현이다. 옥 작가가 자연에서, 군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낀 마음의 흔들림에서 비롯했다.
옥 작가는 “어느 날 산에 올랐는데 돌이 굴러떨어져 바닥에서 깨졌다. 그걸 보면서 쟤네들도 바람, 비에 똑같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은 깨지고 부서지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처럼 되고 싶어서 한 작업이 있다”고 했다.
졸업 전시회 준비 중
‘진동과 순환’ 시리즈
흔들리고 부서져 모양이 바뀌었는데도 괜찮아 보이는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 것이다.
‘남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기에’ 해군에 지원했다는 옥 작가는 복무 당시 일화를 꺼냈다. 그는 “정장이 시동을 걸고 바다로 나갈 때마다 배가 흔들리는 만큼 물 표면도 흔들렸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진동이 일어났다. 그걸 보면서 물체의 연결성이 진동으로 이뤄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흔들림은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면 잦아든다. 심하게 흔들리는 순간에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순환됐다. 당시 경험에 착안해 ‘진동과 순환’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세계관은 흙에 울림을 주고 보는 이에게 울림을 주고 싶다는 작가의 궁극적 목표인 ‘공명’과 궤를 같이한다.
옥 작가는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재료의 본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현재 만들고 있는 작품을 왜 꼭 흙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그는 “위가 닫힌 알 모양의 작업물을 만들 때 스티로폼이나 나무를 사용해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거꾸로 흙의 물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옥 작가가 관심을 둔 흙의 특성은 ‘갈라짐’이다. 흙에 압력을 주면 갈라진다는 특성을 이용해 도자 자체의 반응을 이끌어 내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전에는 도자 표면에 그림 등으로 진동과 파동을 표현했다면 최근에는 도자 자체에 직접 열을 가해 갈라짐을 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흙 자체의 물성을 조금 더 드러내고자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재미를 바탕으로 절대 질리지 않으리라는 확신까지 얻었지만 고민과 불안에서 비롯된 흔들림은 옥 작가가 도예가의 삶을 사는 내내 따라붙을 무언가다.
그는 “내가 겪고 있는 불안에 대해 지도교수님께 여쭤봤다. 교수님은 이미 도예가로 명망이 높고 안정된 상태임에도 불안을 느낀다고 하셨다. 지도교수님의 스승님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도 하셨다”며 “그만큼 불안은 항시 존재하는 것 같다. 그 불안함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흔들림을 작품에 담지만 스스로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으로 읽혔다.
확신과 자신
디지털 자산거래소 업비트와 협업을 통한 NFT 발행,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펀딩 등 옥 작가는 대중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작가로서 내 작품을 대중에게 많이 알리고 싶다. 그리고 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과 힐링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환히 웃었다.
<jsjang@ilyosisa.co.kr>
[옥현수 작가는?]
▲학력
단국대학교 도예과 학사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석사 과정
▲전시
‘그렇게 우리는 흘러가기로 했다’ 인사아트(2022)
‘1250'c’ 갤러리아포레(2023)
‘현대도예 협력의 미학’ 양구백자박물관(2024)
‘FRIT 2024’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2024)
‘현대도예 새로운 지평’ 영암도기박물관(2024) 외 다수
▲수상
제44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공예부문 최우수상(2023)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 공예부문 특선(2023)
제22회 사발공모전 특선(2023)
제21회 안견미술대전 공예부문 특선(2023)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