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청년 도예가’ 옥현수 작가

달항아리에 흔들림을 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방황, 불안, 고민….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선택하기까지의 방황, 미래에 대한 불안,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20대 청년 작가의 마음은 쉼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말과 눈빛에서는 스스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표현한 기세가 느껴졌다. ‘MZ 세대’다운 패기와 도예가다운 침착함이 공존하고 있는 듯했다. 옥현수 작가를 만나봤다.

홍익대학교 조형관 E동 6층 작업실은 훈훈하고 조용했다. 작업 도구와 재료는 무질서한 듯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대학원생들로 북적거렸을 작업실이 그날따라 조용했다. 옥현수 작가는 자신을 찾는 부름에 모습을 보였다. 작업 중이었는지 그의 손 여기저기에 검댕이 묻어 있었다.

방황과 고민

지난 6일 오후 홍대 조형관 인근 카페에서 옥 작가를 만났다. 옥 작가의 어조는 시종일관 차분했지만 답변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 확신은 많은 시간 고민하고 방황하며 고민한 끝에 얻은 결론인 듯했다. 현재 홍대 도예유리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오는 4월에 있을 졸업 작품 전시인 ‘청구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옥 작가는 처음부터 도예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을 하려고 대학에 왔는데 우연찮게 도예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힘도 많이 써야 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많았다. 1학년 때는 ‘내가 이걸 하려고 대학에 왔나’ 싶은 생각에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방황의 결과는 ‘학고(학사경고)’였다.


도예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군 복무 뒤 편입을 준비하던 옥 작가의 발목을 잡은 건 단연 학점이었다. 그는 “편입을 하려면 학점이 좋아야 했다. 성적을 위해 수업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고 전했다. 돌고 돌아 도예에 재미를 붙였지만 바로 현실의 벽이 나타났다.

옥 작가는 “당시 도예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현실을 고려했을 때 돈을 못 벌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고민이 많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7세가 된 현재, 그는 대학원까지 진학해 여전히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삶, 특별한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조금 어렵더라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것인지, 평범하고 안정되게 살 것인지를 두고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옥 작가는 “흙을 가지고 조몰락거리려면 수분이 필요하다. 그다음에 말리고 가마에 굽는다. 한 점의 도자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흙, 물, 공기, 불 이렇게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정말 재미있는 점은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무궁무진한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자로 계속 놀면서 지내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옥 작가가 관심을 가진 건 ‘달항아리’였다. 그는 “한국 미술계에서 달항아리를 빼놓고 도예에 관해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과거에서 온 매개체가 현재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보이지 않지만 연결성이 존재하고 시공간을 넘어 상호작용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현재의 달항아리가 주는 연결성이나 영향력이 미래에 또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이 내 세계관과 닿아 있어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작가가 달항아리를 소재로 삼은 만큼 옥 작가만의 차별점이 필요했다. 옥 작가는 진동과 순환, 그리고 공명을 말했다. ‘진동과 순환’은 옥 작가가 내놓은 시리즈 이름이고 ‘공명’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표현이다. 옥 작가가 자연에서, 군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낀 마음의 흔들림에서 비롯했다.

옥 작가는 “어느 날 산에 올랐는데 돌이 굴러떨어져 바닥에서 깨졌다. 그걸 보면서 쟤네들도 바람, 비에 똑같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은 깨지고 부서지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처럼 되고 싶어서 한 작업이 있다”고 했다.


졸업 전시회 준비 중
‘진동과 순환’ 시리즈

흔들리고 부서져 모양이 바뀌었는데도 괜찮아 보이는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 것이다.

‘남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기에’ 해군에 지원했다는 옥 작가는 복무 당시 일화를 꺼냈다. 그는 “정장이 시동을 걸고 바다로 나갈 때마다 배가 흔들리는 만큼 물 표면도 흔들렸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진동이 일어났다. 그걸 보면서 물체의 연결성이 진동으로 이뤄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흔들림은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면 잦아든다. 심하게 흔들리는 순간에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순환됐다. 당시 경험에 착안해 ‘진동과 순환’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세계관은 흙에 울림을 주고 보는 이에게 울림을 주고 싶다는 작가의 궁극적 목표인 ‘공명’과 궤를 같이한다.

옥 작가는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재료의 본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현재 만들고 있는 작품을 왜 꼭 흙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그는 “위가 닫힌 알 모양의 작업물을 만들 때 스티로폼이나 나무를 사용해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거꾸로 흙의 물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옥 작가가 관심을 둔 흙의 특성은 ‘갈라짐’이다. 흙에 압력을 주면 갈라진다는 특성을 이용해 도자 자체의 반응을 이끌어 내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전에는 도자 표면에 그림 등으로 진동과 파동을 표현했다면 최근에는 도자 자체에 직접 열을 가해 갈라짐을 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흙 자체의 물성을 조금 더 드러내고자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재미를 바탕으로 절대 질리지 않으리라는 확신까지 얻었지만 고민과 불안에서 비롯된 흔들림은 옥 작가가 도예가의 삶을 사는 내내 따라붙을 무언가다.

그는 “내가 겪고 있는 불안에 대해 지도교수님께 여쭤봤다. 교수님은 이미 도예가로 명망이 높고 안정된 상태임에도 불안을 느낀다고 하셨다. 지도교수님의 스승님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도 하셨다”며 “그만큼 불안은 항시 존재하는 것 같다. 그 불안함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흔들림을 작품에 담지만 스스로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으로 읽혔다.


확신과 자신

디지털 자산거래소 업비트와 협업을 통한 NFT 발행,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펀딩 등 옥 작가는 대중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작가로서 내 작품을 대중에게 많이 알리고 싶다. 그리고 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과 힐링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환히 웃었다. 

<jsjang@ilyosisa.co.kr>


[옥현수 작가는?]

▲학력
단국대학교 도예과 학사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석사 과정

▲전시
‘그렇게 우리는 흘러가기로 했다’ 인사아트(2022)
‘1250'c’ 갤러리아포레(2023)
‘현대도예 협력의 미학’ 양구백자박물관(2024)
‘FRIT 2024’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2024)
‘현대도예 새로운 지평’ 영암도기박물관(2024) 외 다수

▲수상
제44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공예부문 최우수상(2023)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 공예부문 특선(2023)
제22회 사발공모전 특선(2023)
제21회 안견미술대전 공예부문 특선(2023)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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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