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동쪽의 신화 넘어, 네 방향의 나라로

해마다 새해가 밝아오면 사람들은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으로 몰린다.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라는 상징성 때문이지만, 사실 우리의 시선은 오래전부터 동쪽에 고정돼있었다. 동쪽은 희망과 출발의 방향이었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성장의 나라’였던 한국이 믿고 싶어했던 미래의 방향이었다.

그러나 한국 지도의 다른 세 방향, 즉 정서진·정남진·정북진은 늘 부차적인 공간으로 밀려나 있었다. 네 방향이 모두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방향만 기억해 왔고, 그 결과 우리의 사회적·정치적 사고도 동쪽으로 기운 나침반처럼 한쪽에 치우쳐 왔다.

지도에서 잊힌 세 지점은 사실 한국 사회가 희망이라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태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정동진이 일출의 자리라면 정서진은 일몰의 자리다. 아라뱃길 끝에 놓인 인천 서구의 정서진은 매일 서쪽 하늘을 붉게 만들지만, 정동진만큼 전국적인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다. 새벽의 기운은 ‘시작의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축제화되지만, 저녁의 풍경은 늘 ‘마무리의 감정’ 정도로만 다뤄져 왔다.

그러나 사회가 성장의 정점에 올라선 순간 필요한 것은 더 큰 새벽의 영광이 아니라, 하루가 저물며 남긴 흔적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정서진을 바라보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성장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회 내부의 균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해돋이만 기억하는 사회는 해넘이의 질문을 잃는다. 그리고 질문을 잃은 사회는 방향을 잃는다.


남쪽의 기준점인 전남 장흥의 정남진은 한국의 ‘진짜 남쪽’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 남쪽의 좌표를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도의 남쪽을 변두리로 여겨왔고, 개발의 중심축에서도 늘 후순위로 밀려나 있던 지역들이 바로 이 남쪽에 집중돼있었다.

정남진이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볼거리가 적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전라도 남쪽이 오랫동안 ‘덜 중요한 곳’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쪽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도, 이 방향에서 국가적인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정남진은 ‘중심이 되지 못한 좌표’였고, 산업과 정치, 경제의 논리에서도 늘 뒤로 밀려났다. 지도상의 남쪽을 외면한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 균형 잡힌 국가의 상상력을 축소시킨 행위였다.

가장 상징적인 방향은 북쪽이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정북진은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한반도의 ‘정확한 북쪽’을 가리키지만, 우리는 이 지점을 하나의 공간으로 경험할 수 없다. 분단은 북쪽을 물리적 금단의 방향으로 만들었고, 심리적 상상력마저 가둬버렸다. 강원도 북쪽은 아예 ‘비어있어야 하는 방향’으로 여겨졌다.

정북진이 가진 의미는 남북관계를 넘어서 더 크다. 북쪽이라는 방향은 우리가 스스로 금기처럼 여겨 지워버린 좌표기도 하다. 북쪽이 막혀 있다는 현실은 단순한 군사·정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방식 자체에 영향을 줘왔다. 그래서 우리는 ‘북쪽’이라는 말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긴장하거나 피하려 한다.

동·서·남·북의 네 방향이 모두 존재하는데도 한 방향만 강조된 채 국가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나침반은 동·서·남·북 네 방향을 모두 인식할 때 가장 정확한 균형을 잡는다. 한 방향이 사라지면 바늘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두 방향이 지워지면 균형이 무너지고, 한 방향만 남으면 결국 방향감 자체를 잃는다.

한국 사회가 ‘동쪽의 신화’에 집중해온 지난 수십년은 성장의 시대를 상징하긴 했지만, 동시에 사회 내부의 시야를 한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결과도 낳았다.


이제는 해돋이의 신화를 넘어 새로운 네 방향의 해석이 필요하다. 사회는 동쪽의 빛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석양이 주는 성찰, 주변부가 품은 다양성, 금지된 방향이 드러내는 구조적 현실까지 모두 읽어야 한다.

정동진·정서진·정남진·정북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방향 감각을 일깨우는 나침반 같은 존재다. 필자가 말해온 ‘삼기점’의 개념으로 보면, 우리는 원을 그리며 달려온 시대에서 이제는 직선의 방향을 찾아야 하는 임계점에 와 있다.

원운동은 반복과 관성을 전제로 하지만, 직선운동은 목표와 방향을 요구한다. 네 방향을 제대로 인식한다는 것은 원운동에서 빠져나와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직선의 힘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 방향만 바라보는 사회는 결국 스스로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네 방향을 모두 아우르는 사회가 균형을 갖추고 다음 시대를 설계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꾀하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이제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행정 경계를 기준으로 예산과 전략을 나누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정동진·정서진·정남진·정북진이라는 네 방향의 축을 기준으로 국가의 공간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단순히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행정적 기술이 아니라, 나라의 시선과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동쪽의 신화, 서쪽의 성찰, 남쪽의 변두리 취급, 북쪽의 금기 영역을 동시에 포착하는 좌표계를 만들 때 비로소 국가균형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정책의 구조가 된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이 네 방향을 하나의 국가 좌표로 재정의하는 순간, 한국은 한 방향 사회에서 벗어나 네 방향을 가진 나라, 중심을 되찾은 나라로 다시 서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 동쪽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찾고 있는지, 서쪽을 보며 정리에 집중하고 있는지, 남쪽의 변화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 북쪽의 막힌 현실을 극복하고 있는지, 결국 우리가 선택하는 방향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다.

지도 위에 적힌 네 지점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건넨다. 한쪽만 바라보지 말고 네 방향을 함께 보라는 것이다. 이 네 지점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가장 단단한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12월엔 한번쯤 정서진에 서서 서쪽 하늘로 기울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해돋이를 보며 한 해를 시작했다면, 해넘이를 보며 그해의 무게와 질문을 차분히 정리하는 일도 우리의 방향 감각을 되찾는 소중한 의식이 될 수 있다.

저녁의 붉은 빛은 끝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침착한 호흡이며, 서쪽의 석양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자연의 마지막 조언이다. 동쪽의 새벽만 기억하던 사회가 이제는 서쪽의 저녁도 함께 품을 때, 다음 해를 향한 우리의 나침반도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최근 필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매년 정동진·정서진·정남진·정북진을 한 번씩 찾아가는 일도 그 목록에 넣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동진에서는 새해 해돋이를 보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정서진에서는 해넘이를 보며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의 정남진은 “어디까지 달려갈 것인가”를, 동지의 정북진은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를 묻게 한다. 네 방향이 던지는 이 다른 질문들이 한 해의 흐름을 조금씩 바꿔놓을 것이다.


이 네 지점을 매년 한 차례씩 찾아가는 일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방향을 바꿔보는 순간 비전이 달라지고, 사고가 달라지면 결국 삶의 궤도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해주는 의식 같은 경험이다. 참고로 2025년 12월31일 정서진의 일몰은 오후 5시23분, 2026년 1월1일 정동진의 일출은 오전 7시33분이며, 2026년 하지와 동지는 각각 6월21일과 12월22일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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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