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스테이블코인, ‘새 문명의 문’이 열리다

디지털 화폐의 흐름이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그 문턱에 서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간 기술적 용어와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결정짓는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의 화폐금융사적 의의와 한국의 대응전략’ 포럼은 이 같은 흐름을 분명히 드러낸 자리였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암호자산)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하루에도 수십 %씩 가격이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유로·엔화처럼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기반 자산 등에 쓰기 적합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왜 새 문명 전환인가

포럼에서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화·금융 문명의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이나 투자상품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 화폐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현 상황을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으로 진단했다. 특히 미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며 새로운 금융 인프라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한국이 뒤처질 경우 경제 협력의 축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번 포럼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송언석 원내대표가 축사에 참여하면서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는 국면을 만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논의는 한국이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미국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택했나

김덕태 고등지능원장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전환을 ‘트리핀 딜레마’ 대응 전략과 연결지었다. 미국이 글로벌 달러 공급을 유지하면서도 재정 적자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선택이 바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것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 수요를 높여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미국의 우위를 재확인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미국이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화폐)를 사실상 금지한 것도 이 같은 전략적 계산의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가 모든 거래를 직접 감시하는 구조는 미국식 자유주의와 충돌하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생태계에 훨씬 부합한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의회를 통과 중인 ‘지니어스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감독의 기준을 법제화하는 핵심 법안이며, 이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패권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의 일부다.


이런 선택은 미국이 단순히 새로운 결제수단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금융·경제·지정학적 전략 전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기술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문제며, 한국 역시 이 구도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해야 한다.

2026년 한국의 법제화

한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적용, 원화 스테이블코인(WSC) 논의,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한 법안 작업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여야와 정부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며, 정책 추진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요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감독체계의 설계다. 금융위원회가 맡을 경우 금융 규제 중심의 구조가 강화되고, 한국은행이 감독 주체가 될 경우 통화정책 중심의 프레임이 강화된다. 새로운 감독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한국 금융 질서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하는 ‘보이지 않는 권한 재배치’가 일어날 수 있다.

포럼의 종합토론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 안정, 환율정책, 국제통화체제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인프라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기 때문에 감독체계의 정교성, 재정준칙의 엄격한 적용, 금융·통화당국 간 긴밀한 협력 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2026년은 이런 변화가 제도적으로 구현되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보험·핀테크, 스테이블코인 동맹 전쟁

법·제도 논의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교보생명은 서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크(Arc)’ 테스트넷에 참여하며 보험사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의 실제 플레이어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각 투자 플랫폼 참여까지 고려하면, 교보생명은 전통적 생보사를 넘어 디지털 자산 기반 종합금융사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은행권도 발 빠르다. 하나금융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과 외국환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WSC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하나금융으로 이어지는 연합은 빅테크의 ‘은행 부재’와 전통 금융사들의 ‘디지털 인프라 약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금융 질서의 중심을 노리고 있다.

핀테크 기업도 뛰어든다. 헥토이노베이션은 ‘월렛원’ 인수와 서클 아크 생태계 합류를 통해 지갑·정산·규제준수(VASP)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며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새 질서를 짜기 시작했고, 이런 민간 동맹의 움직임이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체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바꾼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기존 통화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흔든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협의통화·광의통화(M1·M2)를 기준으로 시중 유동성을 파악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확대되면 온체인 기반의 새로운 유동성 계층이 등장한다. 이는 중앙은행이 기존 방식으로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

박 센터장은 법정통화·스테이블코인·온체인 자산으로 구성된 ‘3층 통화구조’가 한국 금융시스템에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정책 수단과 규제 프레임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진다. 이는 단순한 결제 혁신이 아니라, 통화정책 모델 자체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흐름이다.

이 변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중앙은행이 직면한 도전이다.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는 방식인 ‘온체인’ 유동성의 비중이 커질수록 국가 경제 전체가 기존의 정책수단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화정책 혁신은 필연적 과제가 된다.

위험과 과제

김기흥 명예교수와 전선애 교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GSC)과 원화 스테이블코인(WSC)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이 1코인=1달러 등 고정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준비자산의 안전성이 핵심이지만, 민간기업이 이를 운용할 경우 시장 변동성과 신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담보가치가 흔들리면 코인 가치도 즉시 불안정해지는 구조적 약점이 존재한다.


특히 WSC가 기존 외환규제를 우회해 자본유출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WSC가 도입될 경우 해외와의 디지털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환율 변동성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한국처럼 개방도는 높지만 외환시장 규모가 제한된 국가에서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GSC 확산은 민간 플랫폼과 글로벌 기술기업의 금융 영향력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새로운 리스크 요소가 되며, 감독체계와 대응전략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지점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여부는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감독체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한국은 어떤 길 선택해야 하나

결국 질문은 하나다. 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필자는 한국이 지금 세 가지 전략적 선택 앞에 서 있다고 본다.

첫째는 미국 중심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질서에 편입돼 글로벌 금융 질서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길이다. 둘째는 WSC를 구축해 자국 통화의 위상을 강화하는 길이며, 이는 금융 주권과 직접 연결된다. 셋째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 체제와의 경쟁 또는 병존을 선택하는 길이다.

이 세 가지 선택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통화주권·외환 질서의 문제다. 과거에도 한국은 세계 금융 질서의 변화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았지만, 지금의 변화는 훨씬 더 구조적이고 속도도 빠르다. 기술·금융·외교가 동시에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은 향후 10년 경제구조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핵심은 속도와 질서의 균형이다. 너무 느리면 기회를 잃고, 너무 빠르면 위험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이 균형을 누가 어떻게 잡느냐가 한국 금융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포럼에 참석했던 세지홀딩스 정홍술 회장은 필자와 통화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론화해야 하는데 밥그릇 싸움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시작됐다

포럼과 법제화 흐름을 종합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한국 금융의 현재에 들어와 있다. 2026년은 이 변화가 제도적 형태로 본격화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구조, 통화정책, 외환 질서, 국가전략의 변화를 모두 촉진하는 문명의 전환점이다. 한국이 이 변화의 문을 스스로 열 것인지, 아니면 남이 만든 질서를 따라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한국 경제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닌 준비며, 그 준비의 속도가 한국의 미래 위치를 결정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