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세상읽기 ‘삼기점’, 원운동서 직선운동으로

1980년 정월대보름, 당시 대학생이던 필자가 들판에서 불붙은 깡통을 돌리던 순간은 단순한 쥐불놀이가 아니었다. 처음엔 팔 전체를 원으로 크게 움직여야 깡통이 돌았다. 하지만 속도가 붙자 팔은 더 이상 원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 직선으로 흔들기만 해도 깡통은 원을 스스로 그렸다.

외형은 원이었지만, 그 원을 유지시키는 힘은 직선이었다. 그 순간 필자에게 다가온 느낌은 단순한 기교의 변화가 아닌 ‘겉은 원이지만, 본질은 직선’이라는 원운동 원리의 깨달음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 전환의 순간을 ‘삼기점’이라 명명했고, 아이디어 노트에 기록했다. 이후 이 개념은 정치, 경제, 사회, 문명 전환을 꿰뚫어 해석하는 필자만의 고유한 렌즈가 됐다.

원운동의 표면성과 직선운동의 내적 동력

원운동은 완전한 운동이 아니다. 직선으로 뻗으려는 관성과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잠정적으로 타협한 결과일 뿐이다. 즉, 원은 형태고 직선은 힘이다. 이 구조는 세상이 굴러가는 진짜 원리를 보여준다. ‘푸코’의 관점에서 원운동은 규율·제도·관성의 반복 장치며, 직선은 그 반복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여는 힘이다.

‘들뢰즈’의 사유로 보면, 원은 영토화된 질서고, 직선은 그 질서를 벗어나는 탈영토화의 흐름이다. ‘베르나르 스티글러’가 말한 기술철학적 프로세스의 외부화도 같은 구조다. 안정적 구조 속에 축적된 긴장이 어느 순간 직선적 돌파로 문명을 바꾼다.

필자가 45년 전 들판에서 본 원운동 역시 외형만 안정된 것이었다. 그 원을 떠받치던 힘은 이미 방향을 바꾸려는 직선이었다. 삼기점은 바로 이 내부 변화가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순간이다. 원의 형태는 남아 있지만, 본질적 힘은 이미 다른 궤도를 향해 있다.

정치의 삼기점, 반복의 원 넘어 이탈하는 국민의 직선

정치는 가장 안정된 원처럼 보인다. 선거는 일정 주기로 반복되고, 여야와 진보·보수의 구도는 회전하듯 반복된다. 언론은 이 회전을 해설하면서 정치의 원을 세상에 알린다. 그러나 정치를 실제로 움직이는 힘은 원이 아니다. 국민의 삶에서 솟아오르는 직선적 가치가 정치를 변화시킨다.

“우리 삶은 나아지고 있는가?” 이 단순한 직선적 질문 하나가 정치의 모든 원을 무력화하기도 하고, 새 축을 형성하기도 한다. ‘라투르’가 설명하듯, 국민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정치 흐름을 직접 바꾸는 존재다. 과거의 정치는 원의 규칙을 유지하려 했지만, 오늘의 정치는 직선적 변화의 방향성을 요구한다.

정치의 삼기점은 바로 이 순간이다. 국민의 직선이 정치의 원을 재편하는 순간, 정치는 새로운 운동으로 넘어간다. 원 안에 머물려는 정치세력은 더 빠른 자기회전만 반복하고, 국민은 그 원을 떠나 직선의 궤도로 이동한다.

경제의 삼기점, 순환경제에서 속도와 흐름의 경제로

경제는 오랫동안 순환의 원으로 설명됐다. 생산·소비·투자·성장의 순환은 산업시대의 안정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경제는 순환이 아니라, 흐름과 속도의 직선 구조다. 데이터는 왕복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자본은 국경을 초월해 계단식으로 확장된다.

AI는 반복을 더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다시 말하면 직선적 사고를 구현한 기술이다. ‘들뢰즈’ 관점으로 보면, 산업경제는 영토화된 원의 경제였고, 디지털경제는 탈영토화된 흐름이다. 자본은 연결·속도·의미를 기반으로 이동한다.

정책은 여전히 순환경제의 원으로 움직이지만, 시장은 이미 속도의 직선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괴리가 더 벌어지면 경제의 삼기점이 발생한다. 과거의 질문이 ‘얼마나 크게 돌릴 것인가’였다면, 오늘의 질문은 ‘어디로 얼마나 빨리 갈 것인가’다. 경제의 흐름이 원에서 직선으로 이동한 것이다.

사회의 삼기점, 원형 질서의 붕괴와 직선적 삶의 등장

과거 사회는 하나의 원으로 살았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에 들어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은퇴하는 일정한 궤도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더 이상 원으로 묶이지 않는다. 각자 다른 욕망과 세계관을 따라 직선처럼 각자도생한다.

현상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지향성을 가진 신체적 존재로 각자의 신체와 의식은 고유한 방향성을 갖는다. 하지만 제도는 원의 관성에 사로잡혀 있다. 연공서열, 정년제, 획일적 입시제도 등은 모두 과거 원형 사회가 남긴 유물이다. 반면 젊은 세대는 이미 직선적 존재다. 그들의 삶은 구심력이 아니라, 관성과 속도, 자기 결정을 중시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원형사회에서 직선사회로 넘어가는 삼기점 위에 있다. 이를 읽지 못하면 갈등과 단절은 깊어지고, 읽어낸다면 사회는 새로운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철학의 삼기점, 원에서 직선으로, 직선에서 흐름으로

삼기점은 철학사에서도 반복되는 구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회귀하는 원으로 이해했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목적을 가졌다. ‘뉴턴’은 이 세계를 직선의 법칙으로 재해석했다. “외부 힘이 없으면 직선 운동을 지속한다”는 그의 법칙은 근대철학 전체를 바꿨다.

그러나 현대철학은 이 대립을 넘어간다. ‘하이데거’는 운동을 물체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드러남 방식’으로 봤다. ‘들뢰즈’는 세계를 고정된 원이나 단순 직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흐름’으로 봤다. ‘푸코’는 운동을 ‘권력의 재배치’로 봤고, ‘라투르’는 ‘네트워크의 재조립’으로 설명했다.

삼기점은 이처럼 원·직선·흐름의 세계가 교차하는 자리다. 세계는 원이라는 표면 아래에서 직선적 변화가 구조를 다시 만들어내고, 흐름의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문명사의 삼기점, 역사철학이 말해온 전환의 반복

문명사는 원과 직선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며 만들어왔다. 농경문명은 계절의 원을 따라 움직였고, 산업문명은 증가, 확장, 생산이라는 순환과 직선을 중심에 두었다. 20세기 중반 정보혁명은 또 하나의 직선적 돌파였다. 인간의 기억과 계산이 기술로 외부화되면서 문명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한 번의 삼기점을 통과하는 중이다. AI·데이터·로봇·클라우드는 인간의 사고·감정·행동까지 흐름의 속도에 편입시키고 있다. 문명은 원→직선→흐름이라는 패턴을 반복하며 진화한다.

원형 문명은 안정적이나 변화에 취약하고, 직선 문명은 빠르지만 균형이 부족하며, 흐름 문명은 새로운 가능성이 많지만 예측하기 어렵다. 문명사의 삼기점은 바로 이 패턴이 재편되는 순간이며, 다음 궤도를 선택해야 하는 자리다.

삼기점 위에 놓여 있는 시대

세상은 언제나 삼기점을 넘어 새로운 궤도로 도약해왔다. 농경사회는 계절의 원으로 살았고, 산업사회는 기계의 회전으로 살아냈으며, 디지털 문명은 흐름과 속도의 직선적 질서를 만들어냈다. 이 전환들은 단절이 아니라, ‘형태의 변이’이며, 원에서 직선으로, 직선에서 흐름으로 이어지는 문명적 연속선 위에 있다.

지금 한국 사회도 정확히 이 삼기점 위에 놓여 있다. 정치에서는 국민의 직선이 낡은 원형 구조를 흔들고 있다. 경제에서는 속도와 연결이 기존 순환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직선적 삶이 원형 규범과 충돌하고 있다. 문명 전체에서도 흐름과 데이터가 기존의 원형·직선형 질서를 넘어 새로운 배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직선의 시대가 왔다’는 진단이 아니다. 삼기점 이후의 세계는 원·직선·흐름이 혼합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점이다. 원은 질서의 안정성을, 직선은 변화의 방향성을, 흐름은 가능성의 확장을 제공한다. 이 세 요소가 섞여 새로운 시대의 구조를 만든다.

삼기점 읽는 자가 시대 앞질러 미래 연다

‘들뢰즈’의 배치(assemblage), ‘하이데거’의 구성, ‘라투르’의 재조립된 사회가 바로 이런 구조를 설명한다. 오늘의 삼기점에서 중요한 주체는 읽는 자다. 원만 보는 자는 과거에 갇히고, 직선만 좇는 자는 방향을 잃고, 흐름만 강조하는 자는 뿌리를 잃는다.

그러나 삼기점을 읽는 자는 이 세 가지를 조화롭게 묶어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 수 있다.

45년 전 겨울 들판에서 깡통이 그렸던 원은 단순한 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 즉 겉은 원이지만, 그 원을 지탱하는 본질은 언제나 직선이라는 진실을 압축해 보여준 장면이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정치·경제·문명도 동일한 구조 속에 있다. 외형은 여전히 원을 말하고 있지만, 내면에서는 직선이 움직이며 다음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

삼기점을 읽는 개인은 인생의 궤도를 바꿀 수 있다. 삼기점을 읽는 조직은 낡은 구조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다. 삼기점을 읽는 국가는 시대를 앞서가며 다음 문명을 향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삼기점을 읽는 자가 시대를 앞질러 가고, 미래는 결국 그런 자에게 먼저 열린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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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