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다리 휘어질 추석 밥상 화두

긴 연휴 무슨 얘기 오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친구들과 만나 이제껏 살아온 이야기, 사회에 대한 이야기, 서로의 관심사 등을 나눈다. 올해 추석에는 예년과 달리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추석은 연휴가 긴 만큼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대목도 많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첫 명절인 만큼 정치권 이야기는 물론 사회, 스포츠 분야에서도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역시 정치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추석는 최장 10일의 긴 연휴로 사람들의 기대감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탄핵’ ‘내란심판’ ‘특검’ ‘정부조직 개편’ 등 정치권을 둘러싼 이슈도 풍성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통해 국정 주도권을 굳히려 하고, 국민의힘은 장외투쟁 등으로 맞서고 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민심 얻기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최근 배임죄 폐지, 검찰청 해체 등 정부조직법 개편을 비롯한 핵심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임기 100일을 맞은 민주당 허영 정책수석은 지난 21일 “배임죄 폐지 원칙을 갖고 가되, 폐지 이후에 법적 공백은 없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이 걸릴 뿐이지 원칙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정 협의를 거치고 지도부 추인을 받아 9월 안에 첫 번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추석 전까지 성과를 부각하며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 기획재정부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추진을 ‘입법 폭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장외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상범 운영수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헌법파괴·삼권분립 훼손 시도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지금 싸우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며 “국민의힘이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법안 처리와 필리버스터로 대립
8개월 남은 지방선거까지 노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자당 의원들에게 공지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기어이 25일 본회의를 개최해 쟁점이 해소되지 않고 졸속 처리된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이에 우리 당은 25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는 명절 밥상을 통한 여론전을 위해 추석 전까지 전방위적 공세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는 입법안 외에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조기에 지방선거 기획단을 띄운 데 이어 최근에는 정청래 대표가 직접 전국을 돌며 예산정책협의회 열고 있다. 이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압승을 목표로 예열에 들어간 모습이다.

국민의힘도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을 꾸리며 조직 정비에 나섰다. 대외적으로는 대여 투쟁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해 민주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프로야구 가을야구 티켓도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기준 2025 KBO 리그 구단 순위를 살펴보면 SSG 랜더스는 3위를 굳혀 가는 형국이다. 4위 삼성 라이온즈와 5위 kt wiz는 가을야구 진출이 유력하다. 6위 롯데 자이언츠와 7위 NC 다이노스는 갈수록 가을야구 진출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8위 KIA 타이거즈는 사실상 산술적인 가능성만 남았다.

3·4·5위 팀인 SSG, 삼성, kt는 지난 23일 경기에서 나란히 승전고를 울렸다. 정규 시즌 8경기를 남긴 SSG와 삼성의 격차는 2경기다. SSG의 포스트시즌 ‘매직 넘버’는 3으로 줄었고, 3위 확정을 위한 매직 넘버는 5다.

정규시즌 3위는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 직행하지만, 4위와 5위 팀은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SSG의 잔여 경기 상대는 kt(2경기), 두산 베어스, KIA, 한화 이글스, 롯데, 키움 히어로즈, NC(각 1경기)다.

4위 삼성과 반 게임 차로 뒤처진 5위 kt의 포스트시즌 매직 넘버는 4로 같다. 경기 일정만 보면 삼성은 롯데와 키움, KIA 등 하위권 팀과 각각 2경기씩 남겨 둬 다소 유리하고, kt는 SSG(2경기), 한화, NC, KIA(각 1경기)를 만나야 해 조금은 부담스럽다.

가을야구 진출 전쟁 화제
다채로운 극장가도 회자

다만 kt는 순위 경쟁 팀인 SSG와 2차례 맞대결이 남아 있다. 이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3위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6위부터는 매직 넘버가 아니라 가을야구 탈락을 의미하는 ‘트래직 넘버’를 셀 처지다. 6위 롯데와 7위 NC의 트래직 넘버는 3이다. 롯데는 남은 6경기에서 3승 3패만 해도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다.

롯데보다 1경기를 덜 치른 7위 NC는 사실상 7경기에서 전승해야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할 만하다. 8위 KIA는 사실상 가을야구가 좌절됐다. 트래직 넘버 1로 남은 7경기 가운데 한 번만 패하거나 5위 팀인 kt가 한 번만 승리해도 탈락이 확정된다.

명절 연휴에는 가족이 다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올 추석 연휴 시즌에는 다채로운 방식의 코미디 영화들이 개봉해, 온가족이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이번 추석에는 박찬욱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인 <어쩔수가없다>와 더불어 조폭 코미디 영화인 <보스>의 이파전이 예상된다. 거기에 우리나라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미국 코미디 영화 <결혼 피로연>이 가세해 다양성을 더할 예정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블랙 코미디 장르 영화다. ‘실업자 주인공이 취업을 위해 경쟁 상대들을 살인한다’는 풍자적인 설정 자체가 블랙 코미디적인 데다가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보다 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다.


영국 BBC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올해의 <기생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가족의 이야기로 끄집어낸 박찬욱 감독만의 방식을 봉준호 감독 작품의 그것과 비교해 봐도 흥미로울 것이다.

<보스>는 2000년대 한국 영화의 향수를 자극하는 조폭 영화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조폭 영화’와 이 영화의 다른 점은 조직의 1인자가 되려고 하는 2인자, 넘버3의 싸움을 다루고는 하는 일반적인 조폭 소재 영화들의 전형적인 서사를 비틀어 색다른 재미를 추구했다는 점에 있다. 각자 자신의 열정을 바치고 싶은 분야가 달라 보스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조직원들의 이야기는 다분히 현대적이고, 코믹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

<핸섬가이즈>로 지난해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흥행에 앞장섰던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해볼 만하다.

풍성한 이슈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 택한 <결혼 피로연>은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퀴어 남녀가 한국 할머니 앞에서 정체성을 숨긴 채 결혼한다는 설정은 원작이 개봉한 1993년에도 그랬지만, 2025년에도 여전히 코미디적으로 흥미롭다. 영화 속에서 민의 할머니 자영역을 맡은 윤여정의 활약은 이 영화를 택하는 관객들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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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