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우리 국민 수백 명 강제 체포와 이재명정부 대응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등 불법체류 단속반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 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LG엔솔 합작회사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장소 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475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으로 파악됐다.

단속반은 이들이 불법 입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악용, 체류 기간 초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법 취업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한국 기업 직원들은 회의나 계약을 위한 비자로 입국한 뒤 현장 근로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튿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해하기로는 그곳에서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일하고 있었고, 그들은 그들의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 사람들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불법으로 들어온 이들”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곧장 우리나라 국민 수백 명이 체포된 것에 대해 미국에 항의와 유감을 표했다. 주미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도 대책반을 꾸리고 현장에 영사를 급파해 수습에 나섰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이재명정부는 '700조 선물 외교'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교민의 안전과 기업인의 권익이라는 기본적 국익을 지키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언론도 대체로 이번 사태를 한국 기업과 교민에게 닥친 실질적 피해와 정치·외교적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도했으며, 보수 매체는 구조적 모순에 집중하고, 진보 매체는 교민 안전과 정부 역할을 부각했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초기 200일 동안 35만2000명 이상의 불법체류자를 체포했고, 이 중 32만4000명 이상을 추방했다. 그 후 지난 5월까지 약 17만7000명을 체포했다. 같은 기간 동안 비범죄자 체포는 860명에서 7800명으로 800% 증가했다.

트럼프는 현재 ‘불법체류자 단속’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지아 현대차-LG엔솔 합작회사 공사 현장에서 수백 명을 체포한 사건이 바로 트럼프 치적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단속은 트럼프의 치적은 고사하고, 오히려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균열을 유발하고 말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범죄 조직이나 폭력 전과자가 아닌, 단지 비자를 초과 체류하거나 서류 미비 상태인 노동자까지 대규모로 체포하는 방식은 인권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 아래, 불법체류자를 희생양 삼아 정치적 성과를 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력을 해치는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가 세운 미국이 이제 이민자를 희생양 삼아 ‘위대함’을 외치는 모습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필자는 트럼프 식 불법체류 단속은 단기적 정치 효과를 노린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대가는 사회적 갈등, 인권침해, 동맹 불신이라는 장기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국경을 지키겠다는 명분 뒤에 숨은 정치적 계산은 결국 미국 사회 스스로의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위대함’을 회복하려면,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개선하고 포용을 확대해야 한다. 법 질서 준수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무자비한 단속과 인권 경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번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은 단순한 이민 단속 사건이 아니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현장 단속에서 체포된 인원 475명 중 300명 이상이 우리 국민이었다는 게 우리로선 충격이다.

하지만 정작 이재명정부의 대응은 어땠는가. 현재까진 '유감’이라는 짧은 성명과 영사를 보내 수습하고 있는 게 전부다.

문제의 본질은 사전 대비 부재다. 트럼프는 재집권하자마자 하루 평균 수백 명씩 불법체류자를 체포하고 추방해 왔다. 이 정도면 이정부가 교민 사회에 이를 알리고, 기업과 협의하며 불법체류 의심 인력이 있는 현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이정부는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반을 꾸리고, 유감 성명을 내는 식의 대응은 교민 보호의 책무를 망각한 행정이다.

외교적 메시지도 미흡했다. 트럼프는 이번 단속을 정치적 무기로 삼고 '불법체류자 추방’이라는 성과를 과시하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이정부는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고도, 막상 우리 국민이 대거 체포됐을 때 제대로 항의 한마디도 못했다. “한미 갈등 최소화”라는 명분에 갇혀 국민 보호를 뒷전으로 밀어둔 셈이다.

이정부의 소극적 태도는 교민 사회에 두 가지 불신을 남겼다. 첫째는 "해외에서 한국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냉혹한 교훈이고, 둘째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해외 투자, 교민 사회와의 신뢰 관계, 나아가 한미 협력 전반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형식적 유감 표명이 아니다. 교민 보호 체계의 전면적 점검, 미국과의 사전 협의 메커니즘 구축, 투자와 외교를 연계한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주권을 강조한 이정부가 새로운 국면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제라도 국민주권 차원의 후속 조치를 통해 실추된 우리나라 위상을 만회하지 못하면, 우리 국민은 물론 해외 교민도 이정부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대규모 체포 정책에 대해 미국 내 반응도 제각각이다. 찬성 쪽(주로 공화당·보수층)은 “국경·치안 강화에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반대 쪽(민주당·진보층, 지방정부, 시민단체)은 “비범죄자까지 잡는 건 과잉 단속, 인권침해”라는 입장이다. 법원도 신속 추방 등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여론은 '이민의 긍정적 기여’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그래서 이정부가 더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울문학>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길숙경 시인님이 7일 새벽 필자에게 보낸 시가 마음에 와닿는다. 트럼프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

 


세계인의 성조기

                           永寶 길숙경

거구로 생긴 모습도 넓고
후하게 너그러이 살아가면 세계인의 끝없는 우상 유지하련만

대국의 좌상이 동맹국 작은 나라 호령하며 억압해
선량한 기술자들 볼모로 끌어가네

지키지 못한 대한의 백성들 안타깝도다
태극기 앞에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어서어서 해결되어 밝게 새는 새 아침 가족과 함께
한 끼 식사 행복한 웃음 짓게 하소서


세계인의 성조기에 묻는다
넓고 넓은 대륙 평야 하늘과 땅 세계인이 보고 있다
태극기에 백의민족 우방의 작은 나라 도우며 살아가야
태평성대 이루지 않을까?

성조기의 나라 어느 대통령의 명언처럼
미국이 있고 우방이 있어야 세계의 우상이 역사에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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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