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청소년 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도박 빚으로 힘들어했던 한 고등학생이 한 달 반 만에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않겠다”며 반성의 글을 남겼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두 달 전 도박 문제로 고민을 털어놨던 고등학교 1학년생 A군이 근황을 전하는 글을 게재했다.
A군은 “방학 동안 부모님께 부탁드려 하루는 아르바이트하고, 용돈도 아껴 결국 빚을 다 갚았다”며 “앞으로 다시는 도박에 손 안 대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도박 빚으로 힘들었던 때) 학생이니 벗어날 수 있을 거라며 믿어주고 응원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같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군은 “20만원가량의 빚을 친구들에게 졌다”며 “친구의 권유로 도박판에 들어왔고, 감당 못할 수준까지 왔다”고 고백하며 회원들에게 조언을 구한 바 있다.
당시 부모님께 솔직하게 알리라는 충고를 회원들로부터 들은 A군은 “도박 사이트를 모두 탈퇴했고, 부모님에게 사실을 털어놨다”며 “물론 혼났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근황을 접한 회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께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를 낸 거다. 힘내라” “지금 이 글을 쓴 순간을 평생 잊지 마라. 어쩌면 이번이 (도박을 끊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도박에 처음부터 안 빠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오히려 큰 경험으로 남은 것” 등 격려의 댓글을 달았다.
이처럼 사연은 다행스럽게 마무리됐으나, 최근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확산 등으로 청소년 도박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도박 혐의로 형사 입건된 소년범(14~19세)은 지난 2023년 기준 171명으로, 2022년(74명)보다 약 2.3배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도 지난 2019년 17.3세에서 16.1세로 5년간 꾸준히 낮아지며 저연령층으로 퍼지는 추세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청소년 도박 범죄는 앞으로 급격히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을 단순 게임으로 인식하고, 시간·장소 제약 없이 접속하며, 온라인광고 등에 쉽게 노출되는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한 청소년 간 금품 갈취로 학교폭력이 발생하거나 인터넷 사기 등 2차 범죄로 확산되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확산의 배경에 대해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성과 가정·학교 등 환경적 요인을 함께 지목한다.
유승희 국민대 교수는 연구 논문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생태 체계적 요인과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충동성이 높고 자기 통제력이 미성숙한 청소년일수록 도박에 취약하다”며 “부모와의 유대 부족, 학교의 예방교육 미흡, SNS 환경 등도 위험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이어 “충동성 조절 훈련과 같은 개인적 차원에 더해 가정·학교의 적극적 소통, 맞춤형 상담·치유, 지역사회의 여가 프로그램 확대, 법적 규제 강화 등 개인에서 제도까지 아우르는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당 논문은 국내 학술지 <아시아태평양 융합연구교류> 2025년 1월호에 게재됐다.
정부도 청소년 도박 문제 근절을 위해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발표한 ‘제5차 청소년보호 종합대책(2025~2027)’에선 불법 온라인 도박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불법 사이트와 SNS 광고 차단, 예방교육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최성지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이날 “청소년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 일상화에 따라 불법·유해 정보의 확산, 미디어 과의존, 도박 등 새로운 위험에 대응한 청소년 보호 정책의 확장이 필요하다”며 “관계 기관과 협력해 청소년이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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