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63)갈월동 굴집의 양자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8.04 04:48:30
  • 호수 1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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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후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사리 날에 탈출자가 더러 생겼지만 선감원 측에서도 만반의 대비를 했으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요행을 바라고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죽거나 붙잡혀 반병신이 되도록 두드려맞는 아이들이 있었다.

한동안 피크를 이루던 탈출 시도는 그 뒤로부터 목숨을 걸지 않으면 불가능한 짓으로 인식되었다.

늙은 꽃

수용소에 얽매인 신세인 용운의 머릿속엔 자주 그 박꽃 같던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취침 나팔이 분 뒤에 용운은 벽을 향해 누워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게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젠 보고 싶어도 찾아가 볼 수도 없었다.

때로는 그 박꽃 같은 얼굴 위에 다른 한 여인의 얼굴이 겹치기도 했다. 바로 엄마의 정겨운 얼굴이었다. 그 얼굴은 문득 또 다른 얼굴로 바뀌기도 했다.

한때 양어머니였던 진달래라는 이름의 그 노부인이었다. 서로 얼굴도 다르고 나이도 많은 차이가 났지만, 어딘지 슬픔이 어린 모습에서 유사점을 느끼게끔 되었는지도 몰랐다.

그 갈월동 굴집에 양자가 되어 들어간 용운의 생활은 좀 특이한 것이었다.

다락방엔 어떤 괴짜 청년이 미리 살고 있었다.

그는 양엄마의 먼 친척뻘이었는데, 하루 종일 어둑한 방구석에 엎드려 소설인지 뭔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그 다락방에서 함께 뒹군 지 보름쯤 지난 어느 날 밤에 그 괴짜 청년이 노트에 깨알같이 쓴 글을 내밀며 말했다.


“야, 이런 명작을 처음으로 읽게 된 너는 행운아야, 임마. 더구나 여기엔 너도 주인공은 아니지만 조연으로 나온단 말야. 내가 그동안 여기 살면서 본 것에 천재적인 상상력을 보태 쓴 거니까 어서 읽어 봐.”

용운은 그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좀 읽어 내려가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야, 왜 그래?”

“별로 재미가 없어요.”

“얌마, 명작을 재미로만 읽니? 여주인공의 삶 속엔 우리 민족의 한스런 역사가 녹아 있으니 제대로 읽어 봐라. 너나 나나 남자새끼지만, 조선 땅 대부분의 남자새끼들은 거의 다 도둑놈에 사기꾼을 섞은 기생충 같은 놈들이야. 특히 정치판의 근엄하신 분들은 삼류 연극판의 일개 피에로보다 더 천박한 모리배들이지. 흐흥! 제 나라, 제 여자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무지렁이 같은 놈들이 잘난 체하기는…… 얌마, 너도 정신 바짝 차려!”

“괜히 나한테 화풀이네.”

투덜거리던 용운은 예전에 고향 집에서 산수 숙제를 푸는 기분으로 <늙은 꽃>이란 제목이 붙은 그 ‘명작’을 억지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숙인의 기분을 상해 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용운의 말마따나 이 꽁트는 취향에 따라서는 사족일 수도 있고, 선감도 이야기 줄기와 큰 상관이 없으므로 바쁜 독자님은 슬쩍 건너뛰어도 된다. 작자로서도 빼 버릴까 하고 고민을 거듭하던 중 얼마 전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곤 결국 놔두기로 했다. 요즘 동대문이나 청계천 등지에서 60~70여 세의 노파들마저 생활고로 인해 매춘을 한다는 쇼킹한 기사였다. 그 늙은 밤의 꽃을 사는 손님은 의외로 젊은 사내들이었으며, 또한 그 가련한 노파들을 등쳐먹는 날건달도 있음이 언급되었다-지은이 주)

괴짜 청년의 소설
세파에 시달린 궁핍

늙었음에도 그 여인은 아직 미색을 간직하고 있었다. 좀 섬짓한 느낌이 들어 망설이던 운은 그냥 재미삼아 입양 계약을 맺게 되었다.

운이 쓰게 된 방은 사실은 방이 아니라 하나의 좁고 낮은 다락에 지나지 않았으나, 아쉬운 대로 한 사람이 기거할 수는 있어 보였다.

방 두 개에 좁은 부엌과 다락이 하나씩 딸린 집은 그 외에도 그곳에 대여섯 채 가량 더 있었다.


일종의 연립주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겉모양만 그렇게 생겼을 뿐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낡고, 우중충하고, 음침한 가난뱅이들의 굴이라는 편이 알맞았다.

이를테면 주택이라기보다 무덤에 더 가까운 것들이 검은 물이 질척거리는 울퉁불퉁한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 몇 채씩 옹색하게 마주보고 늘어서 있었다.

누가 특별히 못난 것도 잘난 것도 없이 비슷비슷한 그 빈민굴의 방들엔 서너 명 이상의 사람이 비비적대며 살았는데, 그것도 일가족만의 것이라면 괜찮은 편이었고 어떤 경우엔 두 가족이 한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운이 들어간 집도 두 가구가 살았는데, 그 늙은 여인은 자기도 곁방살이인 터에 세를 놓게 된 것이었다.

출입은 그 여인의 방을 통해야 했다. 운은 처음 한동안 오줌도 꾹꾹 참아 되도록 횟수를 줄였다.


하나뿐인 추잡하고 악취 지독한 공동 화장실이 싫어서이기도 했다.

그 여인은 얼굴의 윤곽과 목소리만으로 판단하건대 마흔 살이 넘어 뵈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연령은 예순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허연 화장기 밑의 주름살, 한땐 제법 눈을 끌었겠지만 우울하게 굵어져 버린 허리, 정수리의 허연 머리칼, 특히 거칠은 손등이 그 여인의 내면에 잠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도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날마다 습관적으로 화장을 하고 때때로 머리에 염색을 하고, 웃음 속에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마치 운명을 거역하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운이 자기네 다락방에 살게 된 것도 운명이라 했다. 왜냐하면 영감님이 늘그막에 병치레를 하여 궁상을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며, 또한 운명이 자기네들에게 자식을 주지 않은 탓이라 했다.

그녀의 영감님은 가래를 고르릉거리며 한쪽 벽을 향해 누워 있었다. 깨끗한 런닝 셔츠에 낡았지만 흰 잠옷바지 차림으로 늘 등을 보이고 있어서 운은 아직 인사도 못하고 그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때때로 신음 소리를 들어보면 퍽 병약한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여인은 ‘우리 가엾은 영감, 내 낭군’ 하며 베개를 고쳐 베이든가 미음을 떠먹이곤 했다.

두 사람이 부부인데 일견 대조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아마 체구일 터였다. 남편은 누워 있긴 해도 키가 커 보이고 몸피도 쑬쑬한 것이 한창 땐 제법 덩치로 날렸을 법했다.

운명과 궁상

그에 비해 여인은 아무래도 좀 작은 편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아담하여 외간 남자들로부터 귀여운 여자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제 좋았던 시절은 흘러가고 세파에 시달린 위에 궁핍에 찌든 옷가지를 걸쳤으니 가련해 보이기만 했다. 분가루로 인해 허연 그 얼굴과 목도 서글픔보다 더 나은 느낌을 자아내진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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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