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윤이나, 다음 시즌도 위험하다

거듭되는 암초에 덜컹거리는 윤이나의 ‘아메리칸 드림’. 이대로는 내년 항해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12월26일, 윤이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팬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관왕(대상·상금왕·최저타수상)에 이어 퀄리파잉 시리즈 8위로 LPGA 출전권을 따낸 그는 신인왕을 향한 당찬 포부를 드러낸 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대감은 컸다.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오구(誤球) 플레이(자신의 것이 아닌 공을 치는 행위)’ 징계로 긴 공백기를 거쳤음에도 단숨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증명한 빼어난 실력이 그 근거였다. 그 모습 그대로를 큰 무대에 펼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윤이나는 올해 15개 대회에서 6번이나 컷오프 악몽을 겪었다. 톱10 피니시는 없다. 지난 4월 JM 이글 LA 챔피언십에서 써낸 공동 16위와 5월 US 위민스 오픈에서 빚은 공동 14위의 시즌 최고 성적이 그나마 톱10에 가까운 정도였다.

적응의 문제로 위안 삼을 때도 지났다. 5월 이후에만 컷오프가 5번이다. 최근 대회인 지난 10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오버파(+3) 스코어를 써내는 데 그치며 짙은 아쉬움을 삼켰다.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7위(255점)로 존재감을 찾기 힘들다. 다케다 리오(826점·1위), 야마시타 미유(640점·2위) 등 일본 라이징 스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초라함이 배가 된다.

부진에 ‘아메리칸 드림’ 불투명
사라진 신인왕 면모…톱10도 놓쳐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그가 LPGA 투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 시드를 확보하려면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랭킹에서 80위 안에 들어야만 한다. 윤이나는 이달 22일 기준 CME 포인트 223.252점으로 76위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 기준 80위가 획득한 포인트가 456.332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선명한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80위 밖으로 밀리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퀄리파잉 시리즈를 거쳐 풀 시드에 도전해야 한다. 이마저도 불발되면 이후로는 스폰서 추천 등 별도의 방법으로 몇몇 대회에 참가하는 데 그치게 된다. 안정적인 투어 활동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올 시즌에 남아있는 대회는 15개다. 최종전인 CME 투어 챔피언십은 CME 포인트 60위 안에 들어야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대회는 14개다. 지금까지 보여준 컷 통과율(60%·9/15)로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노출한 쇼트게임 약점, 3~4라운드 뒷심 부족 등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물론 판을 엎을 한 방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실제로 지난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인 그레이스 김(호주)이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와 함께 CME 포인트 순위를 85위에서 26위로 끌어올리는 선례를 남겼다. 윤이나도 극적인 반전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배경이다.

직전 대회 후 2주 휴식을 취한 윤이나는 지난 24일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ISPS 한다 여자 스코티시 오픈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한국 여자 골프 차세대 스타의 자존심 회복을 향한 여정을 주목해야 할 때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