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펑펑?’ 추경 진실과 거짓

곳간 문고리 잡고 옥신각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추경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새 정부가 벌써 나랏돈을 깎아 먹고 있다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경제가 고꾸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오해를 풀기 위해 정부·여당이 소상히 설명에 나섰지만 협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경제 마중물’이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돈이 돌면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국민의힘은 좀처럼 동의하지 않고 있다.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민생을 위한 생산적인 추경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형 지원

첫 번째 난관은 이 대통령이 꾸준히 언급하던 민생회복 지원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 민생회복 소비 쿠폰 예산 13조2000억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6000억원 등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지원금 논의가 나올 때마다 국민의힘은 현금을 살포해 미래 투자를 포기하는 전형적인 ‘표풀리즘’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권 초반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달콤한 말로 국민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며 “민주당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 이는 야당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코로나19 당시 긴급재난지원금 사례를 언급하며 민생회복 지원금 역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이 행정안전부 정책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에 관한 연구’ 요약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의 판매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아 해당 정책이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체감경기지표의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그래프를 보였으며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의 체감경기를 개선하고 인허가업종의 휴·폐업률 안정화에 기여해 경영 안정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이 지원금을 ‘대체 소비’로 여겨 원래 지갑에 있던 돈은 저축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KDI는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집중해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작부터 돈 푸는 이재명정부
“미래를 위한 ‘경제 마중물’”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별적 지급 방식의 ‘맞춤형 지원’을 직접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약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 쿠폰을 편성해 소비 여력을 보강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한다”며 “소비 쿠폰은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되, 취약 계층과 인구 소멸 지역은 더 두터운 맞춤형 지원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전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2만원까지 구간을 나눠 필요한 곳에 돈이 흐를 수 있게 된다. “나랏돈을 풀면 결국 빚만 늘게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지원금을 통해 소비가 늘고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빚 탕감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채권을 탕감해주는 이른바 ‘이재명표 배드뱅크’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시행한 코로나19 대출 가운데 약 50조원이 올해 9월 말로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을 위한 채무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해당 정책은 코로나19 여파와 비상계엄 등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상환 여력이 없는 취약 차주 약 113만명의 장기연체 채권을 정부가 소각하는 걸 골자로 한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한국자산관리공사(KAMKO·캠코)가 출자하는 채무 조정기구가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빚을 탕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여기에 사용될 예산은 약 8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절반은 2차 추경으로, 나머지 절반은 민간 금융사의 지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자영업자 사이에서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5000만원의 빚 정도는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인식에 반발심만 키울 것이란 해석이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이 대통령은 “성실하게 상환 중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분할 상환 기간을 확대하고 이자를 추가 감면하겠다”는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또한 배드뱅크 정책에 대해 “그 빚은 용서가 아니라 정의로운 정리”라며 “갚을 수 없고 회수도 불가능한 부채를 사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구제가 아닌 사람 회복 정책이다. 1조1000억원으로 113만명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정치의 품격”이라고 밝혔다.

빚 탕감 정책이 불러온 후폭풍
국채 늘어만 가는데…수습은?

2차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불어난 점도 지적 대상이다.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 추경까지 겹치다 보니 국가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경안에 따르면 이번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19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가 발행된다. 재정을 풀어 주저앉은 내수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구상이지만 국민의힘은 “포장만 거창한 이재명표 추경으로 실상은 ‘빚 내서 뿌리는 당선 사례금’에 지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마이너스’ ‘세수 부족’ ‘나라 곳간 사유화’ 등의 비판을 쏟아냈지만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따지기보다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 역시 “추경 편성으로 불가피하게 관리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가 상승하게 됐다”면서도 “경기가 우상향 경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과감한 재정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초기부터 빚을 떠안고 시작하는 만큼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당분간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뒤처리는?

한 여권 관계자는 “추경 관련해 국민의힘은 ‘공감’을 말하고 있지만 막상 협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정부의 정책이 자영업자 같은 일반 국민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보니 크게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재명표’ 꼬리표가 붙는다고 무조건 반대 하기에는 그쪽도 그쪽대로 대안이 없다.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 감세정책으로 약 16조원의 세수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삭감된 R&D 예산 등을 정상궤도로 올리려면 또다시 돈이 든다”며 “(윤 전 대통령이) 너무 많은 숙제를 남기고 갔다. 전 정부가 친 사고 수습하다가 5년 다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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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