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윤석열이 삼킨 이슈들

외교부터 내수까지 몽땅 다 박살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과 몇 개월 만에 온 천지가 쑥대밭이 됐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다.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 갈등을 빚는 사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공든 탑도 무너져 내렸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 상황이다.

비로소 탄핵 정국이 끝났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6 소추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는 122일이 걸렸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중 가장 오랜 숙의 기간을 거쳤다.

결론까지
120여일

문제는 후폭풍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은 4개월 만에 나라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했고 정부는 기능이 마비돼 공회전을 거듭했다. 그사이 국민 여론은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컨트롤 타워는 붕괴했다.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외교다. 특히 미국발 공격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상 외교는커녕 실무진 간의 대화도 삐걱거렸다. 대통령 권한대행,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미국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우방국, 동맹 관계는 허울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당선 직후부터 스스로 ‘관세맨’이라고 칭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도 예외로 두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정부는 한국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과정서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통상 전쟁에 불을 댕겼다. 이번 발표는 미국발 통상 전쟁을 전 세계로 확산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로 중국 34%, EU(유럽연합)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EU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면서 불리한 여건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나름의 ‘믿는 구석’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세뿐만 아니다. 지난달 15일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포함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한 조치로 파악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한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의 교류, 협력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대응 못 해
민감국가 지정 이어 관세 폭탄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한 언론서 관련 보도가 나올 때까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감국가 지정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지정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 보안 문제에 따른 것일 뿐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두고 서로를 탓하며 정쟁을 벌였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달리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과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은 지난해 8월 작성된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의 ‘예측과학 학술 연계 프로그램(PSAAP) 제4기 모집 공고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PSAAP 자금은 미국 시민이거나 비민감국가 출신 비미국 시민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다. 민감국가 출신은 자금 지원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민감국가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부재하다는 게 에너지부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물론, 당시 조 장관이 언급한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해당 프로그램이 포함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오는 15일 공식 발효된다. 정부는 발효 전 한국을 리스트서 빼기 위해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으로 알려진 9쪽 분량의 문건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여타 지역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고,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동맹국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의 위협 억제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한국과 미국은 내년부터 5년간 낼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올린 1조5192억원으로 이미 정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동시키되 연간 인상률이 최대 5%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재협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 1기 정부서 김 위원장과 직접 소통한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동맹도 내친
미국 대통령

이 과정서 ‘한국 패싱’ 가능성 또한 나오고 있다. 100일 넘게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리더십 부재 상태가 계속된 부분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북한 관련 대화는 주로 정상 외교를 통해 이뤄졌다.

내치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민생은 뒷전이 됐다. 여야는 탄핵소추안 표결로 갈등을 빚었고 이후에는 탄핵 심판을 두고 서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사이 각종 문제가 불거졌지만 기능이 마비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29일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공항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폭발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참사로 오는 7일로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사고 원인 규명, 피해자 보상 등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계엄, 탄핵 등의 여파로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한참 동떨어진 모양새다.

일단 당국의 조사와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안타까운 점은 블랙박스에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현장서 수거된 항공기 블랙박스와 엔진, 주요 부품 등 사고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 시험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서 시작돼 5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 피해도 만만찮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개 시군의 피해 조사액은 8000억원에 이른다. 최종 피해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산불로 주택 3987채가 탔다. 3915채가 전소됐고 30채는 절반 정도, 42채는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

여기에 농작물 3785㏊, 시설하우스 423동, 축사 217동, 농기계 6230대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도 26명이나 났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경북 산불로 사망자를 낸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일대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보다
더 어렵다

정부, 기업, 연예인 등 각계각층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다 타버린 숲 등을 산불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데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영업자는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연말연초 대목을 놓친 데 이어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위축된 소비심리에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 음식점업 카드 승인 실적은 11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20억원 줄었다. 국내 자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식업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의 악화는 취미 생활 위축으로도 드러났다. 지난 2월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카드 승인 실적은 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여가와 외식 소비가 줄어들면서 관련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빌린 돈은 갚을 수 없고 수입은 없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과 행정안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저축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은 11.7%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3개월 사이 0.7%p 올랐다. 2015년 2분기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빚을 여러 곳에서 낸 다중채무자가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56.5%에 이른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70.4%에 달한다.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약 자영업자는 4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작은 자영업자가 43만명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전체 자영업자 차주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이른다.

소비심리 위축되고
자영업자는 망하고

2021년 말 28만1000명에서 2022년 말 33만8000명, 2023년 말 39만6000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아예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2025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곳 중 4곳은 매출 부진 등의 사유로 창업 후 3년 이내에 문을 닫았다. 폐업 시점의 빚은 1억원을 웃돌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3년 미만 단기 폐업자의 비율은 39.9%를 차지했다.

폐업 사유는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이 86.7%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과반(52.2%)을 차지했다. 인건비 상승(49.4%),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46%), 임대료 등 고정비용 상승(44.6%) 등이 뒤를 이었다. 폐업 과정서 드는 비용도 평균 2188만원에 달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서 정치권의 대책을 요구했다. 송 회장은 “자영업자 수가 지난 1월 기준 두 달 만에 20만명이 줄고 수도권 상가도 공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민생을 위한 추경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나름 해소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부결된 이후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경제적인 관점서만 봤다고 전제하면서 “탄핵이 경제엔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건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정국을 뒤흔들었던 ‘명태균 게이트’가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 언론은 지난 3일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 간의 의혹을 보도했다.

윤 전 대통령 내외와 홍 시장 부부가 회동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를 명씨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3일 해당 내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 측근이 명태균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선호하는 동물 관련 기획을 전달했고 이를 계기로 부부 동반 회동이 성사됐다는 것”이라며 “명태균은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니었다. 기획안을 준비해 김건희의 승인을 받고 회동을 성사시킨 핵심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공직자가 민간인과 손잡고 대통령 부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적 회동을 주선한 것”이라며 “홍 시장의 권력 네트워크에 명태균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시장은 지난 3월14일 명태균 사건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면 정계 은퇴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묻혔던 사건
수면 위로?

시간상으로는 120일 남짓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한국에 남긴 상흔은 상당했다. 외부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내부에선 ‘IMF 때보다 힘들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본연의 자리서 일했어야 할 국민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이 지나간 자리에 결국 국민의 상처만 남은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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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