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윤석열이 삼킨 이슈들

외교부터 내수까지 몽땅 다 박살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과 몇 개월 만에 온 천지가 쑥대밭이 됐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다.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 갈등을 빚는 사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공든 탑도 무너져 내렸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 상황이다.

비로소 탄핵 정국이 끝났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6 소추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는 122일이 걸렸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중 가장 오랜 숙의 기간을 거쳤다.

결론까지
120여일

문제는 후폭풍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은 4개월 만에 나라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했고 정부는 기능이 마비돼 공회전을 거듭했다. 그사이 국민 여론은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컨트롤 타워는 붕괴했다.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외교다. 특히 미국발 공격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상 외교는커녕 실무진 간의 대화도 삐걱거렸다. 대통령 권한대행,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미국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우방국, 동맹 관계는 허울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당선 직후부터 스스로 ‘관세맨’이라고 칭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도 예외로 두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정부는 한국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과정서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통상 전쟁에 불을 댕겼다. 이번 발표는 미국발 통상 전쟁을 전 세계로 확산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로 중국 34%, EU(유럽연합)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EU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면서 불리한 여건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나름의 ‘믿는 구석’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세뿐만 아니다. 지난달 15일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포함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한 조치로 파악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한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의 교류, 협력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대응 못 해
민감국가 지정 이어 관세 폭탄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한 언론서 관련 보도가 나올 때까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감국가 지정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지정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 보안 문제에 따른 것일 뿐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두고 서로를 탓하며 정쟁을 벌였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달리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과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은 지난해 8월 작성된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의 ‘예측과학 학술 연계 프로그램(PSAAP) 제4기 모집 공고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PSAAP 자금은 미국 시민이거나 비민감국가 출신 비미국 시민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다. 민감국가 출신은 자금 지원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민감국가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부재하다는 게 에너지부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물론, 당시 조 장관이 언급한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해당 프로그램이 포함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오는 15일 공식 발효된다. 정부는 발효 전 한국을 리스트서 빼기 위해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으로 알려진 9쪽 분량의 문건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여타 지역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고,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동맹국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의 위협 억제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한국과 미국은 내년부터 5년간 낼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올린 1조5192억원으로 이미 정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동시키되 연간 인상률이 최대 5%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재협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 1기 정부서 김 위원장과 직접 소통한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동맹도 내친
미국 대통령

이 과정서 ‘한국 패싱’ 가능성 또한 나오고 있다. 100일 넘게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리더십 부재 상태가 계속된 부분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북한 관련 대화는 주로 정상 외교를 통해 이뤄졌다.

내치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민생은 뒷전이 됐다. 여야는 탄핵소추안 표결로 갈등을 빚었고 이후에는 탄핵 심판을 두고 서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사이 각종 문제가 불거졌지만 기능이 마비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29일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공항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폭발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참사로 오는 7일로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사고 원인 규명, 피해자 보상 등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계엄, 탄핵 등의 여파로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한참 동떨어진 모양새다.

일단 당국의 조사와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안타까운 점은 블랙박스에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현장서 수거된 항공기 블랙박스와 엔진, 주요 부품 등 사고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 시험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서 시작돼 5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 피해도 만만찮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개 시군의 피해 조사액은 8000억원에 이른다. 최종 피해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산불로 주택 3987채가 탔다. 3915채가 전소됐고 30채는 절반 정도, 42채는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

여기에 농작물 3785㏊, 시설하우스 423동, 축사 217동, 농기계 6230대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도 26명이나 났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경북 산불로 사망자를 낸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일대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보다
더 어렵다

정부, 기업, 연예인 등 각계각층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다 타버린 숲 등을 산불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데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영업자는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연말연초 대목을 놓친 데 이어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위축된 소비심리에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 음식점업 카드 승인 실적은 11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20억원 줄었다. 국내 자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식업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의 악화는 취미 생활 위축으로도 드러났다. 지난 2월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카드 승인 실적은 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여가와 외식 소비가 줄어들면서 관련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빌린 돈은 갚을 수 없고 수입은 없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과 행정안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저축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은 11.7%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3개월 사이 0.7%p 올랐다. 2015년 2분기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빚을 여러 곳에서 낸 다중채무자가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56.5%에 이른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70.4%에 달한다.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약 자영업자는 4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작은 자영업자가 43만명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전체 자영업자 차주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이른다.

소비심리 위축되고
자영업자는 망하고

2021년 말 28만1000명에서 2022년 말 33만8000명, 2023년 말 39만6000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아예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2025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곳 중 4곳은 매출 부진 등의 사유로 창업 후 3년 이내에 문을 닫았다. 폐업 시점의 빚은 1억원을 웃돌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3년 미만 단기 폐업자의 비율은 39.9%를 차지했다.

폐업 사유는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이 86.7%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과반(52.2%)을 차지했다. 인건비 상승(49.4%),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46%), 임대료 등 고정비용 상승(44.6%) 등이 뒤를 이었다. 폐업 과정서 드는 비용도 평균 2188만원에 달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서 정치권의 대책을 요구했다. 송 회장은 “자영업자 수가 지난 1월 기준 두 달 만에 20만명이 줄고 수도권 상가도 공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민생을 위한 추경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나름 해소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부결된 이후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경제적인 관점서만 봤다고 전제하면서 “탄핵이 경제엔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건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정국을 뒤흔들었던 ‘명태균 게이트’가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 언론은 지난 3일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 간의 의혹을 보도했다.

윤 전 대통령 내외와 홍 시장 부부가 회동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를 명씨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3일 해당 내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 측근이 명태균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선호하는 동물 관련 기획을 전달했고 이를 계기로 부부 동반 회동이 성사됐다는 것”이라며 “명태균은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니었다. 기획안을 준비해 김건희의 승인을 받고 회동을 성사시킨 핵심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공직자가 민간인과 손잡고 대통령 부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적 회동을 주선한 것”이라며 “홍 시장의 권력 네트워크에 명태균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시장은 지난 3월14일 명태균 사건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면 정계 은퇴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묻혔던 사건
수면 위로?

시간상으로는 120일 남짓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한국에 남긴 상흔은 상당했다. 외부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내부에선 ‘IMF 때보다 힘들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본연의 자리서 일했어야 할 국민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이 지나간 자리에 결국 국민의 상처만 남은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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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