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㊺계엄령 내린 수용소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3.31 00:00:00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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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안뇽하세요, 여러분?”

버스 문이 열리면서 지나치게 환하게 미소 짓는 미국 여성들이 손을 흔들며 내렸다. 몇 명의 흑인 여자도 섞여 있었다. 늘어선 원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들을 맞았다.

까발린 사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걸어오던 여자 하나가 하필이면 용운에게로 다가오더니 물었다.

“안뇽? 잘 지내니?”


그녀는 용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쏼라쏼라 댔다. 용운이 두 눈을 껌벅거리고 있으려니 따라온 한국군이 통역을 해주었다.

“보내준 선물 잘 받았느냐고 물으신다.”

선물이라니 금시초문이었다. 용운이 도리질을 하자 미국 여자는 의외라는 듯 다시 중얼거렸다. 통역병이 말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뭘 먹었냐?”

당황한 용운은 그만 사실대로 말해 버렸다.

“수제비……요.”

순간 주위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당황한 용운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수제비?”

미국 여자가 두 눈을 껌뻑거렸다. 통역병이 그녀에게 뭐라고 귀엣말을 해주자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또 뭔가를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주위의 분위기를 의식해선지 그녀는 말문을 닫고 그곳을 떠났다.

미국 여자들이 안내하는 선생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어떤 애가 말했다.

“용운이 너 이제 인생 종쳤다.”

“응?”

“얌마, 크리스마스에 수제비 먹었다고 까발리면 어떡하냐? 쌀밥에 쇠고깃국 먹었다고 해야지.”

그 고참 원생 애의 말에 따르면, 고아원은 자매결연을 맺은 미군부대와 미국의 자선단체로부터 상당량의 원조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군부대에서만도 석 달에 한 번꼴로 식료품과 의류 등등 필수품을 보내주는데, 원장과 선생들이 짜고 모두 딴 곳으로 빼돌리는 바람에 원생들은 여지껏 구경도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였다.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는 미국 여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젠장, 이거 앞으로 원조에 지장 있겠는걸!”

선생들이 당혹한 표정으로 한 마디씩 지껄이며 사무실로 몰려갔다. 잠시 후 한 원생이 용운을 찾았다.


“야, 원장 선생님이 오래.”

용운은 잔뜩 긴장한 채 원장실로 들어갔다. 원장이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용운의 입을 잡아 찢기 시작했다.

“주둥이만 까진 놈은 죽어야”
원장만 배불리는 미국 원조

어찌나 독하게 잡아 비트는지 곧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용운이 비명을 내질렀으나 원장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분이 풀릴 때까지 잡아 찢을 기세였다. 원장은 악을 쓰며 헐떡거렸다.

“그래, 임마! 만약 전쟁이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고아 신세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야. 어찌 보면 축복일 수도 있어. 신이 우리를 그렇게 놔두신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고난을 더 가져라 그러면서 분단을 시킨 것이다. 만약 미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우리는 북한에게 패배해 공산화되고 말았을 것이다.”

원장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암튼 주둥아리만 까진 놈들은 다 쳐죽여야 해! 우리 위대한 혁명 대통령께서 일본 육사 출신이라고 입방아나 찧는 참새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게 어쨌다는 게야, 응? 배울 건 배워야지. 사실 일본의 지배가 없었다면 어찌 이만큼이나마 발전했겠으며, 너희 쓰레기 같은 놈들이 사람 대접을 받겠느냔 말이야, 응?…… 개새끼, 당장 여기서 꺼져 버렷!”

원장은 악을 썼다.

그날부터 용운은 왕따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를 대하는 선생들의 태도가 그렇게 살벌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눈에 거슬리면 득달같이 달려와 사정없이 때리곤 했다.

용운은 그곳에서의 휴식도 끝낼 때가 됐다는 걸 느꼈다. 난 역시 팔도를 유랑하며 어머니를 찾아야 할 팔자이고 그것이 또 격에 맞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다소 누그러졌던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어느 겨울 밤, 용운은 자신에게 지급된 모든 옷을 겹겹이 껴입곤 그 고아원을 빠져나갔다. 울 속에 갇혔던 새가 날개를 퍼득이듯 그는 어깻죽지를 움찔거렸다.

“전체 차렷!”

사장의 구령 소리에 용운은 추억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렸다. 그곳은 다른 곳이 아닌 선감도였다.

겨울의 선감도는 마치 계엄령이 내린 지역처럼 적막 속에 얼어붙었다. 찬바람만이 주둔군인 양 칼날을 세우고 휘윙휘윙 휘몰아쳤다.

원생들은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 작업장 등에서 길고 지루한 노동에 시달렸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모든 면에서 철저히 근검절약을 생활화했으므로 배고프고 추운 나날을 견뎌야 했다.

물론 원장 이하 사감 선생들과 사장들은 따뜻한 방에서 쌀밥을 푸짐히 먹었다.

기약없는 삶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탈출을 시도하는 자는 없었다. 차갑고 시퍼런 바닷물이 철옹성보다 더 아뜩히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주민의 배가 있었지만 그건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선감원 측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원생과 주민 간의 내통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철저히 교육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탈출자나 거동이 수상한 자를 신고하면 일정한 금일봉 또는 밀가루, 의약품, 치약, 신발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으로 보상을 했던 것이다.

거대한 동굴과 같은 겨울 수용소에서 원생들은 고통과 슬픔과 불평 불만을 속으로 씹어 삼키며 기약없는 삶을 살아갔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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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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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