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면초가’ 국힘 다섯 가지 딜레마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3:37:24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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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완성한 오중 포위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중도 보수론을 주장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오중 포위망이 완성됐다. 외부 타격과 내부 잠식이 다양하게 이뤄질 포위망이다. 오면초가 상황에 빠진 국민의힘은 과연 돌파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TV’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실제로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냐
보수냐

그는 다음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대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으니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실제 중도좌파 또는 진보는 새로운 영역들이 맡아야 된다고 본다”며 “민주당의 입장과 위치는 중도 보수쯤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크게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비대위 회의서 “이 대표는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부르고, 재벌 해체를 주장했다”며 “이제 와서 오른쪽을 운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상속세 인하·연금개혁도 국민의힘의 정책이었다”며 “여당 정책을 껍데기만 베꼈다”고 반박했다.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서 “‘답보하는 지지율에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 대표에게 대한민국 유일의 중도 보수 정당 국민의힘에 입당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을 일컬어 “대한민국 유일의 중도 보수정당”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사법부와 각을 세우는 국민의힘에 대해 “극우화되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8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4%를 기록했다. 중도층에 한정해 양당의 지지율을 집계한 결과 민주당은 42%였고, 국민의힘은 22%였다.

국민의힘이 중도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이 대표는 직접 빠르게 틈을 치고 나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선언은 국민의힘에 대한 오중 포위망이 완성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러 세력으로부터 포위당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을 둘러싼 오중 포위망은 ▲이 대표와 민주당 ▲전광훈 목사 ▲이준석 의원과 개혁신당 ▲명태균씨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 등으로 구성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 외 다른 포위망은 국민의힘이 자초해 구성된 포위망이다.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선언은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으로 상징되는 국민의힘 내 일부 온건 보수를 함께 공략하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최종 유죄를 확정받아 수감돼있고, 진보정당들도 이렇다 할 대권주자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진보 세력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서 중도층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미 개혁 성향의 영남 출신 대선후보를 내세워 정권을 잡는 등 동진 전략을 구사해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외부서 타격할 민주당과 명
전광훈 차단할 대체재 부재

이 대표는 각론서도 중도 보수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달 18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다”며 “누진세에 따라 세금은 계속 늘어난다”는 취지로 근로소득세 개편을 주장했다.

지난달 24일엔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원서 18억원으로 올리면, 서울의 웬만한 주택 보유자가 겪을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이 대표의 중도 보수 공략은 한편으로 서울 표심 공략을 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상속세·근로소득세 주장은 서울 거주 1주택자와 중산층 노동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서 윤 대통령보다 서울서 약 31만여표를 적게 얻었고, 이는 승패로 직결됐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응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정말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했고,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튿날 기자들에게 “일대일 무제한 토론에 동의하고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상속세법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이 현안이 돼서 끝장 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토론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권 원내대표가 응하자, 이 대표는 양당의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모두 모인 3대 3 토론을 재차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반격의 틈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란봉투법을 다시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중에 발생하는 불법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이다.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고소득 연구직에 대해선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정부·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선 반대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는 상법 개정안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의 이런 입장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이 대표는 정치 공간서 차선 물고 달리고, 급정거·급출발을 반복하고, 깜빡이 없이 차선을 바꾸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며 “1차로서 우측 깜빡이를 켜고 있으면, 국민은 ‘뭐에 취해서 핸들을 잡았나?’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구축한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한 열쇠는 섬세함일 것이다.

이준석
선택은?


두 번째 포위망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그를 따르는 강성 지지자들이 구축하고 있다. 이 포위망은 분명히 외부에 있지만, 직접적인 공격보다 국민의힘 내부에 침투해 잠식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전 목사는 여러 차례 원내정당을 꿈꿨지만, 총선서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로는 자신이 결집한 강성 보수 지지자들의 세와 부정선거론을 미끼로 국민의힘 내부 잠식을 꿈꾸고 있다.

잠식은 이미 상당할 정도로 진행됐다. 잠식의 고리는 국민의힘 5선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은 지난 1월5일 진행된 전 목사 주최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올랐다.

당시 전 목사는 윤 의원에게 “윤상현이 최고래요. 잘하면 대통령 되겠어”라고 말했고, 윤 의원은 전 목사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이어 “너무나도 존귀하신 전광훈 목사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나라를 지키는 데 가장 선봉에 선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전 목사는 이미 지난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당시 대표의 예방을 받는 수준의 입지를 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019년 전 목사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전 목사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는 이유로는 전 목사의 대중 동원 능력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 목사를 다루기 위해선 큰 숙제 하나를 풀어야 한다. 전 목사의 정치관은 “교회는 정치에 간섭해야 하지만, 정치는 교회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4월엔 “총선서 국민의힘의 200석을 지원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목표”라면서 자신을 ‘200석을 몰고 올 거물’ 겸 ‘한국 교회의 상징’으로 격상시켰다. 그는 “정치인은 권력을 갖기 때문에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정치인은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몸집을 불려주고 정권을 안겨주는 대신 자신의 통제를 받는 위성 정권 및 위성정당의 위상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전 목사의 요구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 목사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6일 신년 기자간담회서 “민주당 사람들은 민주노총 집회에 엄청 많이 가서 굉장히 위태로운 발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기에 비하면 아직 우리가 문제 삼을 정도까진 아니라고 본다”는 등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 목사의 대중 동원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소속 정치인의 욕구를 억제하려면, 그에 걸맞은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권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대체재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전 목사는 부정선거론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단 측면서도 장기적으론 국민의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 목사는 3회에 걸친 창당과 국회의원 확보 시도가 실패한 이후 부정선거론 관련 활동을 이어갔고, 북한·중국의 선거 개입설로 확대했다. 이는 곧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윤 대통령과 전 목사는 같은 인식을 토대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영혼의 동지가 됐다. 이는 곧 국민의힘에도 악영향을 미쳐, 명확하게 끊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진행된 관훈 토론회서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중앙선관위 스스로 투표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요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제가 국민의힘 대표를 그만둔 후, 국민의힘서 부정선거론이 종양처럼 거의 온몸을 덮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전 목사와 부정선거론은 국민의힘 관련 이슈 중 중도층에게 가장 심한 거부감을 주는 논점이기 때문에 심각한 포위망이라고 할 수 있다.

쥐락펴락
목사님

세 번째 포위망은 명태균씨가 친 포위망이다. 민주당은 꾸준히 명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SNS에 명씨의 황금폰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는 명씨가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명씨의 변호를 맡은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21년 6월에만 명씨를 만났다고 주장하지만, 제가 아는 것만 해도 3번 더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엔 민주당이 홍 시장과 명씨가 같은 행사장서 함께 찍힌 사진과 명씨 스스로 “이준석 당시 대표에게 홍 시장의 복당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남 변호사는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오 시장과 홍 시장을 사기·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는 명씨의 입장을 대신 밝혔다. 또 검찰은 지난달 26일 “명씨에게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오 시장과 홍 시장은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오 시장은 국민의힘의 세를 중도로 확장할 수 있는 주자 중 1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가장 구체적인 의혹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민주당과 명씨는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바짝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명씨의 황금폰엔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140명과 김건희 여사의 육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미서 보면, 이 의원은 묘하게 펼쳐진 포위망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 명씨와 다양하게 연결됐고, 개혁신당 창당 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회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씨도 “내가 입을 열면 이 의원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명태균 특검법 발의에 참여했다.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26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서 “나중에 열어보면,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빨리 특검하라, 꺼릴 일 없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일 서울 마포 홍대거리서 “퍼스트 펭귄이 되겠다”면서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의원과 개혁신당은 합리주의를 토대로 개혁 보수를 자처하고 있고, 국민의힘과 2030 남성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호시탐탐 틈 노려
내부 잠식 가능성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선언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등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의원과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을 막을 변수 중 하나로 통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합당설 및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거론됐지만, 이 의원과 개혁신당은 그때마다 부정하고 있다.

이 가능성은 현실이 돼도, 반대의 상황이 연출돼도 불씨가 남는다. 현실이 되면, 이 의원과 국민의힘 구성원의 옛 갈등이 되살아나지 않는단 보장이 없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접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이 되지 않는다면, 이 의원이 얻을 지지는 한때는 국민의힘이 얻었고, 지금도 얻으려고 노력하는 중도·2030 남성 지지층으로부터 비롯될 가능성이 있다.

이 의원이 얻는 표만큼 이 대표와의 경쟁서 불리해진다. 현재 국민의힘엔 까다로운 복어를 다룰 수 있는 솜씨 좋은 요리사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포위망은 티는 안 나지만, 가장 깊고 거대한 포위망이다. 국민의힘은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이어가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자택 인근 시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적극적인 헌재 공격 발언을 이어가고 있고,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사실상 두둔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탄핵 심판 최후진술 중 ‘영장 쇼핑’이란 말을 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직·간접적으로 정당 차원서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보기 드문 사례를 연출하고 있다.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직접 언급했다. 정당해산심판이 실제로 진행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국민의힘이 직·간접적으로 이어가거나 두둔한 사법부에 대한 각종 공격은 어떻게 해석될지 의문이다.

사법부는 사법 파동을 일으키면서 사법부에 대한 공격에 대응했던 전례가 있다. 국민의힘이 사법부와 적절한 조화·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치명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일본 센코쿠 시대의 오다 노부나가는 다케다 신겐·우에스기 겐신 등이 주도해 구성했던 두 번에 걸친 포위망에 갇힌 적이 있다. 오다는 이 포위망들을 모두 무너트리고 일본 통일 직전까지 갔다. 반대로 중국 초패왕 항우는 한왕 유방이 구성한 연합군에 포위됐던 사면초가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해 사망했다. 국민의힘은 정면 공격·잠식을 노리는 다양한 적들에 갇혀 오면에 걸쳐 포위돼있다. 과연 이 ‘오면초가’를 뚫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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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른바 ‘MC몽 불륜설’ 제보자인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공직자들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과 식사를 접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 회장은 가수 겸 배우 김민종과 함께 지난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당시 원 전 장관과 10여명의 공무원들에게 고가의 식사와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 등을 제공했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당시 공무원들은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려는 듯 일부 소액을 카드로 결제해 ‘개인 결제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 동원됐다는 정황도 전해진다. 이 접대 자리에는 배우 김민종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송도 ‘K-팝 시티’ 사업과 직결되는 주요 고리로 지목된다. 원희룡 유착관계 부적절한 만남의 시작은 메타버스 기반 K-팝 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했던 차준영, 김민종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K-팝 시티 구상이었다. SM·JYP·FNC 등 대형 기획사가 참여했던 초기 계획은 공연시설 없이도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K-팝 무대로 활용하는 첨단 콘텐츠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부임한 이후 사업 방향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023년 1월과 2월 두 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송도 8공구 R2 블록에 오피스텔을 건설해 개발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개발 중심’의 K-팝 시티 구상이 내부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메타버스 콘텐츠 계획은 사실상 사라지고, 김진용 취임 이후 곧바로 개발사업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2023년 1월 출장 당시 김진용 청장은 라스베거스 CES 2023 등에서 차준영을 직접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해 2월 출장 또한 “차준영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급히 잡은 일정”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당시 차준영이 접대한 자리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차준영이 접대에서 제공한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의 소비자가는 약 160만원으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선 1병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원 전 장관에게 직접 접대 의혹에 관해 질문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월6일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국토부 내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자동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CES 2023에 참석했다. 관계자는 “김진용 청장은 1월 출장 내내 이들과 동행했고 2월 출장에서도 이틀간 연속으로 만나 협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월 인천시의회 출석을 하루 전 급하게 불출석 처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점도 의혹을 키웠다. 이후 2023년 4월 인천경제청에 제출된 K-팝 시티 제안서는 김진용 청장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내부에서는 “차준영 라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만든 제안서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제안서 검토 회의에는 차준영 측이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결국 제안서는 정책현안조정회의에서 과반 반대로 부결됐지만, 형성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같은 해 10월26일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에 건설을 추진했다가 KC컨텐츠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백지화 결정된 'K팝 콘텐츠 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조카 불륜설 제보한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 목적은 지분 탈취? MC몽 겁박한 정황 포착 의혹을 제기한 정 의원에 따르면, 김민종은 2023년 7월18일 KC컨텐츠의 사내이사로 들어온 뒤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일주일 뒤인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인천경제청장이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해당 장소에서 김민종과 차준영, 이수만 전 SM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내에 KC컨텐츠라는 회사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김 대표(김민종)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경제청장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뒤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 대표가 KC컨텐츠의 대표가 됐으며, 이 사업 주체가 KC컨텐츠로 바뀌었다”며 “사업 부지도 1만5000평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다가 특혜 논란이 불거지니 백지화됐다.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종은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 JYP, FNC,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기업 유치를 내가 직접 뛰어다니며 받아왔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제 이 사업을 원하는 다른 지자체로 가자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2023년 국감에서 “사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진용의 미국 출장-차준영 접대-사업 구상 변화-KC컨텐츠 등장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KC컨텐츠는 차준영 라인의 확장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준영 접대 의혹은 과거 원 전 장관이 업무추진비를 비정상 집행했다는 의혹과 결합되며 더욱 파문을 키우고 있다.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접대에서도 원 전 장관과 동행한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접대를 받지 않은 것처럼 카드로 소액을 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원 전 장관이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 고급 오마카세 식당과 호텔에서의 식사비가 1인당 6만2만원만 카드로 결제해 ‘개인적으로 부담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정황과 똑같은 패턴이다. 라스베이거스 업무추진비? K-팝 시티의 방향 전환, 미국 출장의 기묘한 일정, 제출된 제안서의 동일성, KC컨텐츠의 돌연 등장, 고급 만찬 접대 의혹까지 모두 차준영이 중심에 자리한다. 송도 개발 방향이 콘텐츠에서 부동산개발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루어진 접대의 타이밍은 공교롭게 맞물린다. 송도 8공구 R2 블록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다이닝에서 일어난 ‘보이지 않는 협업’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차준영은 가수 MC몽과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의 불륜 의혹을 언론사 <더팩트>에 지난해 12월 제보했다. 그는 조카인 차가원 회장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기 전,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MC몽으로부터 빼앗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조카의 회사를 빼앗기 위해 불륜설을 제기한 셈이다. 차 회장이 운영하는 원헌드레드는 지난해 12월24일 공식입장을 통해 “(MC몽과 차가원 회장과 관련) 사실 확인 결과 기사 내용과 카톡 대화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밝히고 “이는 MC몽이 차가원 회장의 친인척인 차준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조작해서 보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차준영은 빅플래닛메이드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MC몽에게 강제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협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MC몽의 조작된 카톡이 전달된 것”이라며 “이 카톡 내용을 차준영이 기사를 보도한 매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헌드레드는 “MC몽은 보도를 확인한 후 회사 측에 미안하다고 연락했고, 당사는 차준영 씨와 최초 보도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 경영진을 향한 악의적인 모함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선처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며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와 비방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MC몽은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차가원 회장 등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6월30일 회사를 가로채려는 차가원 작은 아버지에게 제가 조작해서 보내 문자”라며 “첫번째는 차가원 삼촌이 저애게 2대 주주를 유지시켜줄 테니 함께 뺏어보자며 보낸 가짜 서류고, 저에게 지분을 넘기자고 한 주주명부와 주식양도 매매 계약서, 자필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범죄자와 손을 잡았고 저희 카톡에도 없는 문자를 짜깁기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었다. 저희 집에 와서 물건을 던지고 뺨을 때리고 건달처럼 협박하며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전 회사를 차가원 회장으로써 지키고 싶은 마음로 떠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그 근처 무리에 매니저가 제 카톡에도 없는 문자, 그리고 제가 방어하기 위해 속이기 위해 만든 문자들은 다시 재해석하고 그 문자를 또 짜깁기해서 기사화시켰다”며 “다시 맹세코 그런 부적절한 관계을 맺은 적도 없으며 전 그 사람 가족 같은 지금도 120억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채무를 이행할 관계다. 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MC몽은 “비피엠과 원헌드레드를 지켜내고 싶었다. 저란 이미지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원 친구인 관계를 제가 조작하고 절 협박하고 자기 조카에 회사를 뺏으려는 자에게서 지켜내고 싶었다”며 “모든 카톡이 조작인데 제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전 매일 매일 왜이렇게 잡음이 많은 걸까요? 전 그래서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뒤에선 공직자 접촉으로 업력 쌓아 이수만-김민종 동원된 화려한 작전 앞서 지난 12월18일 <더팩트>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은 원헌드레드를 공동 설립한 MC몽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법적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무려 120억원에 달하는 액수의 지급명령 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인 MC몽이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급명령은 확정됐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이 지난 6월이다. 이 시기는 MC몽의 업무 배제됐던 시점과 겹친다. 당시 원헌드레드는 “MC몽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현재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에서 배제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차준영은 언론사와 경찰을 동원해 차가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차준영 회장은 조카 차가원 회장의 흠집내기 제보를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당국에 하고 있지만, 수사가 어려운 집안싸움 내용”이라며 “차준영은 언론사 <더팩트>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차준영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친형 차대영의 금융계좌를 활용해 30억원대의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행사 대표인 차준영과 A 신탁 직원이 공모해 계약 명의자 차대영의 동의 없이 금융계좌를 도용한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의 아버지인 차대영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친동생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에테르노압구정은 현재 건설 중인 고급 공동주택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양 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차대영은 “동생 차준영이 2024년 10월초 본인명의의 금융계좌가 압류돼 사용할 수 없어 생활비 통장으로 쓰겠다며 내 명의의 모 은행 계좌를 빌려갔다”며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달리 해당 통장을 이용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계약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플랜과 A 신탁 직원들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 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언론사 동원 경찰 제보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신탁 관계자는 “신탁사는 일체의 공모, 방조 및 해당 범죄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진행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넥스플랜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