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걸리는’ 윤석열 거짓말 막전막후

앞뒤 안 맞는 새빨간 뻥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대한민국의 2025년은 정치 갈등으로 얼룩질 모양새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8명의 재판관 손에 달려 있다. 재판관들은 대통령과 증인의 진술서 진실과 거짓을 밝혀야 한다.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을 말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결론을 내놓을 기세다. 3월경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직접 출석
적극 방어

현재 윤 대통령의 신분은 혼재돼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는 이뤄졌지만 대통령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는 ‘피청구인’이며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되면서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됐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로 생긴 일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3차 변론 때부터 직접 헌재에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배경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 사건 당시 한 차례도 직접 출석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쟁점에 따라 엇갈리는 진술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정사에 몇 안 되는 일인 만큼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주말마다 전국서 찬반 집회가 열릴 정도로 국민 여론도 첨예하게 나뉘었다. 헌재서 어떤 결론을 내려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헌재는 9건의 탄핵소추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정족수 권한쟁의심판, 마은혁 재판관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의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 사건의 진행 순서와 변론기일 일수 등 헌재의 일거수일투족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상황서 헌재의 결정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의 핵심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은 증인의 진술과 그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진술을 듣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정영식 재판관이 집요할 정도로 증인이 진술한 단어 하나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원→요원→인원
윤 “지시 안 했다”

실제로 정 재판관은 지난 6일 변론기일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 달라지자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는 과정서 집중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비상계엄 선포 이후 6시간 뒤인 4일 오전 국회의 의결로 해제될 때까지 윤 대통령의 언행은 탄핵 심판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1항)고 돼있다.

국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정원 헌재 당시 사무차장은 지난달 9일 국회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포고령 1호가 “현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통과시켰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대, 경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국무위원 등의 발언이 언론,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대면, 유선 등을 통해 한 발언이 중점적으로 공개됐다. 해당 내용은 검찰의 공소장에 담겼다.

계엄 당시
언행 쟁점

윤 대통령은 일부 관련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그들의 거짓말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는 뉘앙스의 말을 주변인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된 국무회의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등 ‘물증’이 적어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욱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는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해 공방이 오갔다. 이날 헌재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3분께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 그래서 방첩사령관(여인형)에게 전화했더니 체포 명단을 불러줘 메모지에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건 전화 내용이 계엄과는 관계없는 얘기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간첩 검거와 관련해 국정원에 수사권이 없으니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다.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의 메모가 지난해 12월6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에게 넘어가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했다.

엇갈린 진술
재판관 판단?

윤 대통령이 언급한 메모에는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체포 대상자와 ‘검거 요청(위치 추적)’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해당 메모는 비상계엄 선포 8일 뒤인 지난해 12월11일 국회 대정부질문서 공개됐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 “원본의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 일부 내용을 보좌관에게 ‘정서’시켰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에게 받았다는 ‘국회의원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한 진실공방도 벌어졌다. 6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서 분명하게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다. ‘의원’ ‘요원’ ‘인원’ 등의 논란이 해당 진술로부터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대상이 누구든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증인신문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2시30분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다.

이때 ‘인원’을 본회의장 안에 있던 국회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장의 상황, 안전 문제, 이런 것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다”며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좀 받다가 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한 뒤 수고하라고 한 뒤 전화를 바로 끊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4차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곽 전 사령관의 ‘끄집어내라’는 증언의 대상을 ‘요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군 병력 요원하고 국회 직원들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혼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잘못하다가 압사사고가 나겠다, 이러면 국민도 피해가 생기겠지만 장병들도 피해가 생기겠다고 생각해 일단 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진술의 신빙성 쟁점 될 듯
최종변론 후 2주면 나온다


다시 말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에게 ‘인원’이라는 표현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증언한 것이고, 김 전 장관은 군인을 ‘요원’이라고 말했으며 윤 대통령은 ‘인원’이든 ‘의원’이든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이 ‘인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 재판관이 진술의 신빙성을 언급한 것이다.

‘인원’ 표현을 두고 윤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일 변론서도 여러 차례 ‘인원’ 표현을 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열린 7차 변론기일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단전·단수 관련 발언도 진실공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 집무실 탁자 위에 있는 쪽지를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한 것일 뿐, 언론에 나온 것처럼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상민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계엄 당시 언론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바도 없으며, 지시한 사실도 없음을 명확하게 증언했다”고 밝혔다.

또 허석곤 소방청장이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 “단전·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건 아니고 경찰 협조가 있으면 협조해주라는 것이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면서 “언론을 통해 허 청장의 답변이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기사회생?
조기 대선?

앞서 헌재는 최종 변론 이후 노 전 대통령은 14일, 박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2주를 넘기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와 조기 대선 등 헌재의 판결에 따라 두 갈래 길 중 한쪽이 결정된다. 이제 헌재의 판단만 남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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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