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연설·발표’ 시 청중 설득하는 스피치 방법

[인트로]

우린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린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위대한 연설가로 꼽히는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차군단의 전격전에

큰 위기를 맞은 영국을 단결시킨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영국 내에서는 독일과 타협해 전쟁을 끝내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처칠은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연설로

전쟁 앞에 당황하고 두려운 영국인들을 단합시켰고

결국 미국의 참전을 끌어내며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 연설은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명연설로 꼽히고 있죠.

 

최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의 연설을 인용하며


러시아와의 전쟁서 강한 항전 의지를 드러내 우크라이나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은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위대한 연설가들의 말에는 어떤 비법들이 숨어 있을까요?

 

[오프닝 영상]

 

1. 청중과 아이컨택

미국의 저명한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눈은 혀만큼이나 많은 말을 한다.

게다가 눈으로 하는 말은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발표자는 단순히 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청중과 시각적으로 연결돼 메시지를 공감으로 이끄는 사람이죠.

 


아이컨택이 있어야 교감이 일어나고 설득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청중이 너무 많아 모든 사람과 눈을 마주칠 수 없다면

효과적인 시선 처리를 위해 청중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왼쪽, 중앙, 오른쪽으로 나누고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키세요.

그 반대 방향으로도 이동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하면 청중 전체와 소통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발표자의 안정감도 더 커집니다.

 

너무 빠르거나 불안정한 시선 이동은 피하고,

각 부분에 적절한 시간 동안 집중해

자연스럽고 균형 있는 시선 처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같은 방법은 모든 청중에게 연결감을 줄 뿐 아니라,

발표자 본인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천천히, 그러나 확신에 차도록 청중을 바라보세요.

고개를 숙인 채 원고에만 의존한다면 청중은 금세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원고 작성 시 간단한 키워드와 메모만 기록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보세요.

 

2. 제스쳐를 활용하라

아무런 제스처 없이 단조롭게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눈 맞춤과 손동작 등 제스처를 섞으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훨씬 강력하게 전달됩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화의 의미는 55%가 바디랭귀지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말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인 바디랭귀지입니다.

 

2004년 7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 당시

무명에 가까운 신인 정치인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이 찬조 연설 하나로 온 국민을 감동하게 했고

4년 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 연설에서 보여준 오바마에 제스처는

단순히 손짓을 넘어 메시지의 힘을 더해주는 도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바마같이 화려한 동작들이 어렵다면

손을 들어 강조하거나 청중을 향해 가벼운 손짓,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전달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설은 단지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몸으로 이야기하고 시각적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임을 기억하세요.

 

3.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

복잡한 단어나 문장은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방송서 가끔 등장하는 충청도식 돌려 말하기 화법을 보면

충청도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일지라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오해하기 딱 좋은 표현입니다.

 

이런 화법을 완곡어법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화자가 자신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전달해

청자가 뜻을 짐작하게 만드는 표현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청자가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위대한 연설가들은 복잡한 말로 청중을 감동시키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간단하고 명확한 말로 청중의 마음과 행동을 끌어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짧은 문장과 쉬운 어휘를 사용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언어 기술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의 문법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으로 평가됐죠.

하지만 트럼프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단어를 줄이고 핵심만 남겨 보세요.

복잡함 대신 명확함을, 긴 문장 대신 간결함을 선택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4. 톤과 속도로 강조하라.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집중력은 고작 8초라고 합니다.

그러니 중요한 부분에서는 평범한 전달 방식으로 주의를 끌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목소리의 톤과 속도를 조절해 보세요.

중요한 키워드를 말할 때 목소리를 약간 높이거나

천천히 말하며 청중에게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여기가 중요하다!”고 말 대신 느낌으로 전달하는 거죠.

만약 점심식사 후 발표라면 성시경의 라디오 톤으로 말했다간

청중 대부분이 기절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럴 땐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청중을 깨워야겠죠?

 

톤과 속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미리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 두고 이를 활용한다면

발표의 생동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5. 유머는 발표의 윤활유

아무리 진지한 주제라도 중간중간 적절한 유머 한 스푼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을 살펴보면 항상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청중과 더 가깝게 소통합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중 가벼운 일화와 농담을 자주 활용했습니다.

그는 청중을 웃게 만들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죠.

퇴임을 앞둔 그는 백악관서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을 주최했습니다.

그 자리서 오바마는 공화당이 트럼프의 외교정책 경험 부족을 걱정한다는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오랫동안 미스유니버스 대회를 주최해 왔던 경험을 빗대

“트럼프는 숱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라며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괜한 기대를 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든 유머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상 별 볼 일 없는 얘기면 그 민망함은 발표가 끝나도 남을 테니깐 말이죠.

 

또 젊은 청중 앞이라면 유행하는 밈이나 유행어 등을 활용하거나

특정 지역의 풍습이나 먹거리, 관습 등을 연설에 포함해

청중의 상황이나 문화적 맥락 등을 고려하는 것도 좋습니다. 

 

6. 이미지 트레이닝

멘탈 트레이닝, 멘탈 리허설이라고도 불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은

캐나다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99%가 사용할 만큼

이미 많은 스포츠 선수가 사용하는 검증된 스포츠 심리 기술입니다.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실제 행동을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신체 동작을 실행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즉, 뇌는 상상과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미지 트레이닝에서 중요한 점은

모든 동작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것입니다.

전설적인 골프 선수 잭 니클라우스는 공이 도착할 장소를 바라본 후

공이 그리는 포물선과 땅에 떨어지는 모습까지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본 뒤에야 스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미지 트레이닝은 운동뿐만 아니라

발표나 강의와 같은 상황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차분하게 말하고

미소를 지으며 청중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수백, 수천번 머릿속으로 연습해 보세요.

 

이 과정을 통해 평소보다 훨씬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친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7. 비유적 표현

비유란 어떤 대상을 그것과 비슷한 점이 있는 다른 대상에 빗대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이는 복잡한 개념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되죠.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은 특히 재치 있는 비유로 많은 어록을 남겼습니다.

그의 발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불판 비유’입니다.

 

그는 정치의 변화를 강조하며 이를 고기 굽는 불판에 빗대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멓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이 발언은 정치판의 개혁 필요성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한 사례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습니다.

 

이처럼 비유는 복잡한 메시지를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비유를 활용하면 말이나 글의 설득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습니다.

 

8. 핵심 주장 반복, 강조하기

핵심 주장을 반복하고 강조하는 것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선언을 한 지 100년이 되는 해 수많은 청중 앞에서 역사적인 기념 연설을 했습니다.

이 연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특히 후반부에 네다섯 문단을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구절로 여러 번 반복하며 시작했죠.

킹 목사는 이 강렬한 구절을 통해 인종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청중에게 생생히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청중의 기억 속에 깊이 새기고

연설에 리듬감을 더해 강력한 설득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복은 청중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탁월한 기술입니다.

 

핵심 메시지를 명확히 한 뒤 반복적으로 강조해 보세요.

이를 통해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청중을 사로잡는 스피치는 다양한 기술과 노력이 결합해야만 가능합니다.

 

위대한 연설가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청중과 진정으로 연결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행동을 끌어내는 사람입니다.

 

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입니다.

이 점을 마음에 새기며, 멋진 연설가로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정을 시작해 보세요.

 

이제 무대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성공적인 발표를 기원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기획: 홍조언
구성&편집: 홍조언

 

<joun201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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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