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대담> 황교안이 회상한 권한대행 경험담

“그땐 장관들이 적극 협조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박희영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5개월에 대해 “위기의 기간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적극적으로 일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는 권한대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됐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후 5개월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이하 권한대행)을 맡았다. <일요시사>는 설을 앞두고 황 전 총리를 만나 현 시국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황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지난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곧바로 들었던 생각과 소감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깨가 무겁고, 할 일이 엄중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쏟아졌다. 탄핵소추가 안 되길 바라다가 소추돼서 놀랐고, 많은 무거움이 있었다. “다시는 탄핵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탄핵은 임기가 정해진 정치인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특히 우리는 연임되지 않는다. 5년 동안 잘한 것도 있을 거고,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종합해서 판단한 후 평가해야 한다. 중간에 탄핵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많은 사람이 후회했다. 나는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명확한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 당시 상황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구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제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다 뒤집어씌워졌다. 이런 탄핵은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회복이 안 된다. “임기 동안 충실히 잘하도록 독려하고, 임기 종료 후 평가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고건 전 총리의 권한대행 시절로부터 참고한 게 있다면?


▲제일 먼저 준비한 자료는 고 전 총리의 권한대행 시절 각종 자료집이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뭔지, 가장 어려운 점이 뭔지 파악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5개월 동안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자부하는 것과 아쉬운 것은?

▲그 5개월은 위기의 기간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국무위원들이 다 협력했다. 당시 국무위원 23명 중 4명은 고등학교 선배였다. 후배가 권한대행이 됐다고 소극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적극적으로 같이 협력했다. 나도 위기의식을 갖고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사방의 길’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IOC 과학기술 산업화와 벤처 창업을 위한 3조6000억원 상당 펀드를 만들었다. 규제도 없애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갈등이 줄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쉬운 것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그 자체였다. 고통스러웠다.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해 더욱 아쉽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대표 재임 기간과 관련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구태 정치가 아닌 새 정치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당 지지율은 10%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재보궐선거가 진행돼 당 차원서 선거를 지휘했고 지지세를 결집했다. 덕분에 한 곳에선 승리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선 (우리가)계속 이기다가 마지막 투표함 2개가 남았을 때 개표소의 불이 꺼졌다. 20~30분 후 불이 다시 켜졌는데, 직후 개표를 다시 진행하자 갑자기 반전돼 우리가 508표 차이로 졌다. 그사이에 준비된 조작을 한 것 같다. 당시 “뭉쳤더니 어려운 상황서도 이겼다”는 교훈을 얻었고,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


-‘최순실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특검은 소임을 다했으면 일을 마쳐야 한다. 수사가 끝났는데 정치적인 이유를 붙여 연장 수사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봤다. 제가 볼 땐 이미 수사는 다 끝났다. 기간을 연장했다면, 정치 분란이 있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저도 평생 검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기록과 내용을 보면 금방 안다. 그래서 “빨리 끝내자”는 생각이 들어 연장하지 않았다.

-한덕수 총리도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됐고, 최 권한대행이 이어받았다.

▲탄핵으로 국정을 중단시키면 안 된다. 전쟁 등 상황서 대통령이 중상을 입는 등 사태가 발생하면 모를까, 이런 방법은 안 된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나라가 거둔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서 탄핵·하야 등 상황을 거쳐 잘 된 경우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준비를 잘 하기 어려웠다.

-직무정지된 한 총리와 최 권한대행에게 각각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권한대행에게도 권한이 있다. 나는 총리의 권한을 갖고 권한대행을 했다. 대통령을 지킬 때와 똑같이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 외엔 다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일하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국민과 함께 가는 권한대행이 됐으면 좋겠다. 한 총리도 정상적으로 총리로 복귀해 직무를 마칠 수 있길 바란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최근 헌법재판관 공석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권한대행 재임 중 헌법재판소장은 임명하지 않았지만, 이선애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나는 “임명하지 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받고 있고, 파면되지 않았다. 탄핵 심판이 기각돼 윤 대통령이 복귀한 후 임명해야 한다. 나는 박 대통령이 파면된 후 이 전 재판관을 임명했다. 탄핵 심판이 종국된 상황과 진행 중인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적극적 하되 헌법재판관 임명 말았어야”
최상목 권한대행에 건네는 뼈 있는 조언

-야당과 학계 일각선 “국회 추천 몫이므로 형식적 임명”이라고 주장하는데…

▲무슨 소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법을 아는 사람들인가? 그건 추천일 뿐, 임명이 아니다. 장관급 인사는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임명된다. 추천과 임명은 전혀 다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윤 대통령이 구속됐다.


▲구속하면 안 된다. 처음엔 내란죄라고 문제 삼더니, 소추 사유서 제외했는데, 이는 본체를 뺀 것이다. 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재판 관할도 서울중앙지법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다른 지법서 진행할 수 있다. 지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 그렇다면 원칙대로 서울중앙지법서 진행해야 한다. 많은 하자가 있다. 공수처 자체가 잘못된 조직인데, 불법 체포에 이어 구속까지 했다. 법에 없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해선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체포에 최 권한대행은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만 했고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직권남용이 뭔지나 아는지 모르겠는데, 아무 죄명이나 붙이고 있다. 북한은 형법이 유명무실하다. 처벌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법을 만들어 집행한다. 우린 법치국가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법을 운용해야 한다. 동의를 못 얻는 법은 법이 아니다.

-서울서부지법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준항고도 기각했다.

▲공수처가 왜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을까? 저는 ‘영장 담당 판사를 선택한 게 아닌가’ 의심한다. 저는 그 판사가 다른 사람들이 우려하는 단체서 활동했다고 들었다. 그 단체 이름은 얘기하지 않지만 “편향된 판단을 했다”고 본다. 공수처는 경기도 과천에 있다. 일부러 서울서부지법에 갈 필요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이 더 가깝다. 어려운 일일수록 오해가 없어야 한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는 게 원칙이다.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의 권한은 무엇인가?

▲대행할 수 있는 모든 걸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돌아온 뒤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은 권한대행이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복귀한 뒤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장급 공무원 정도는 권한대행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명할 수 있다. 그런데 장관은 대통령의 정신이 담겨 있는 분을 임명해야 한다. 장관을 바꾸면, 대통령이 복귀한 후 자신이 쓸 사람이 없어진다. 장관급은 임명하면 안 된다.

-권한대행도 정상 외교를 할 수 있나?

▲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선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복귀 후 결정해야 할 일을 진행하면 안 된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국정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위기서 지켜내는 일에 주력했다. 권한대행 5개월 동안 외국에 나간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땐 트럼프 1기가 출범했고, 곧 2기가 출범한다. 트럼프 1기 출범에 어떻게 대응했나?

▲(권한대행이었던 당시)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0분씩 몇 차례 전화 통화했다. 우리의 현 상황과 현안을 얘기했다. 그때와 비교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부정선거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 같고, 백악관 스태프 및 장관들도 미래지향적인 사람들로 채웠다.

우리도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빅테크와 4차 산업혁명은 굉장히 중요한데, 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거의 대비하지 못했다. 현 정부도 민주당의 방해를 받았다. 그래서 굉장히 엄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잡은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

-최근 정치활동은 부정선거 의혹 관련 활동과 접목돼있나?

▲그건 아니다. 나라를 제대로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 저는 문재인정부 당시 너무 망쳐놔서 정치를 시작했다. 나라의 은혜를 입은 내가 나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후 6개월 동안 언론 보도를 지켜보면서 잘못된 좌파 정책을 펼친다는 것을 인지했다. 잘한 건 하나도 없고, 잘못한 것만 쌓였다.

문정부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경제 관련 조직을 만들었고, 소득분배성장에 대한 대안으로 민부론을 제시했다. 아울러 당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기 위해 징비록을 작성했다. 안보 정책도 재정비하고,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도 했다.

정치개혁·당 개혁·공천개혁에 대한 대안을 만들었고, 자유 우파 대통합도 이뤘다. 당시엔 “당을 꼭 살리자”는 의지를 갖추고, 국회 의석 과반수를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배수진을 치고 “과반을 얻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결국 과반을 얻지 못해 사퇴하면서 ‘제1차 행복한 정치’가 끝났다. 이후엔 어렵고 힘든 길을 이어왔다.

‘꽉 막힌’ 경제 상황 타파할 방법은?
“매일 10억씩” 창업 배틀 400조 효과

-현재에 이르러 보수가 많은 타격을 입었다. 재집권할 수 있는 방법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회복됐다. 40%로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싸울 때 싸우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알려드리면 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진위를 잘 모르셨다가, 이제 진위를 아신 후 모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다 막아놔서 마지막 돌파구로 비상계엄을 통해 부정선거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밖에 없었다. 나라를 살리는 방법이었다. 국민이 이를 깨닫고 집결하고 있다. 길은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집계된 조사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진행해 지난 5일 발표한 조사였다. 민주당은 질문이 편향됐다는 점을 들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하는데…

▲굉장히 공정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본다. 고발 의사를 밝힘으로써, 민주당은 스스로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자기 편에 유리하면 제대로 된 여론조사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고발한다면서 억압하는 건 반민주적 행동이다.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중임제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개헌할 때가 아니다. 나라를 망칠 개헌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적절한 때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30년 자유민주 정권 창출론’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민주당·조국혁신당 같은 좌파에 한번 더 정권을 빼앗기면, 나라가 끝장난다.

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을 살려내 정상화한 경험이 있다. 윤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여야가 다시 경합하고 있다. 우리의 길을 가기 전에 반드시 나라부터 살려야 한다. 정책적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다 됐다. 국민이 공산주의에 굉장히 부정적이셔서 함부로 못했지만, 한번만 더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무대뽀로 끌고 갈 거다.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서 경제를 살릴 방법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나는 매일 창업 배틀을 여는 방법을 생각한다. 우승하면 10억원을 주는 것이다. 10억원이면 약 3년치 기업 유지비용이 될 텐데, 2~3개월 동안 매일 10억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주는 거다. 그후 3년이 지나 해당 기업들이 일어나면 창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가려고 애쓰던 사람들이 창업으로 몰리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가 벤처 창업 중심 경제구조로 바뀐다.

배틀서 진 사람도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는 식으로 이어지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3650억원에 부수 비용을 합치면 약 4000억원이 필요하다. 그 4000억원은 정부가 부담하는 것인데, 정부 입장서 이 금액은 정말 껌값이다. 많은 벤처 창업 중 하나가 터지면, 4000억원이 400조원이 된다. 이를 토대로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는데, 우리 청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길은 만드는 대로 생긴다.

-끝으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설 덕담 한마디 한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결국 바뀐다. 우리나라는 맨 밑바닥서 출발하는 나라다. 세계서 두 번째로 가장 못 사는 나라로 출발했는데, 오늘에 이른 것을 감사해야 한다. 너무 높이 올라가 잠깐 조정기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정말 정신 차리고 제대로 나라를 생각하면서 나아간다면 금방 회복될 거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이 또한 지나간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새해와 설 명절을 맞이하시길 바란다.

<hypak28@ilyosisa.co.kr>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