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후 시나리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1.20 10:29:39
  • 호수 1515호
  • 댓글 0개

감옥서 법 기술 난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구속됐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앞으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절차를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소 이후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맡았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행적을 밟을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15일 오전 10시33분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오전 2시50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경찰의 관저 진입이 목전에 다다르자, 뒤늦게 자진출석을 언급했다.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직접 참석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수단 총동원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영장 발부 후 10일 이내 기소해야 하고, 수사를 계속해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지방법원 판사의 허가를 받아 10일 이내 범위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10일 동안 윤 대통령을 조사한 후 검찰에 넘기고, 검찰이 10일 동안 추가 조사한 후 기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2일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지난해 12월31일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영장 효력을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가처분을 신청했다.

윤 변호사가 진행한 절차들은 현행법에 규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윤 변호사가 이의신청이라고 표현한 준항고와 권한쟁의심판은 인용 가능성이 처음부터 희박했다. 체포에 대한 불복은 집행 전 이의신청이 아니라 집행 후 체포적부심·준항고 청구로써 진행할 수 있다.


윤 변호사가 말한 이의신청은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규정된 준항고를 의미한다. 이 절차는 검사·사법경찰관의 구금·압수·압수물 환부 관련 처분 등에 대한 취소·변경을 청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준항고라는 명확한 용어가 아닌 이의신청이란 애매한 표현을 쓴 것은 의미심장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체포·구금되지 않은 사람이 준항고를 제기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은 “집행이 목전에 이르러 집행을 받은 것과 같은 정도로 볼 것이므로, 집행받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 영장 집행을 불허할 것을 구한다”고 주장했다.

권한쟁의심판은 2개 이상 기관이 특정 권한의 존재 여부와 범위를 놓고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중범죄 혐의로 인해 탄핵소추돼 직무 정지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체포 시도의 부당함을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윤 대통령 측의 권한쟁의심판 언급을 놓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1일 “법원의 체포영장 적법성을 다투고 싶다면, 체포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하면 될 일인데 해괴한 절차를 언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직 시간 끌기를 통해 극단적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불순한 의도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종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 후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실익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체포 당일 오후 9시47분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청구하고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항의했던 기존 입장을 유지·광고하기 위한 의도란 분석이 있었다. 체포적부심을 맡았던 소준섭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판사는 지난 16일 오후 11시10분 체포적부심을 기각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차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젠 윤 대통령이 ▲구속적부심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적부심, 준항고, 기피…방어책 주목
두 전직 대통령처럼…재판 보이콧?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영장에 “형사소송법 제110조·제111조는 이 영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원칙상 대통령 관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서 책임자의 승낙을 요구한다.

시설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외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측과 대통령경호처(이하 경호처)가 군사상 비밀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위 문장을 추가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부장판사에겐 그런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언급했다.

경호처는 “대통령 관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것을 근거로, 특수공무집행방해 성립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공수처의 체포·압수수색 시도를 막았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비롯한 경호처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전 처장은 지난 10일 사퇴 후 경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윤 변호사가 이의신청이라고 표현한 준항고는 윤 대통령 체포와 함께 집행됐던 압수수색에 대한 적법 여부를 다투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검찰의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선동죄 관련 압수수색 집행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했던 선례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이 전 의원에 대한 유죄를 확정할 때, 압수수색의 일부 위법을 인정하면서도 “위반의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을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는 내란죄 관련 수사권·기소권이 없다.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이유도 경찰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기 때문이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는 취지로 공소 기각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소는 검찰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이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소 전엔 보증금 납입 조건부 피의자 석방(일명 기소 전 보석)을 신청할 수 있고, 기소 후엔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기소 전 보석은 증거인멸·보복 우려 가능성이 있으면 허용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이유는 증거인멸 우려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유죄 인정 시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가 선고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피고인은 법원이 필수적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필요적 보석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만 허가되는 임의적 보석을 신청해야 한다.

기소 후 공판준비절차가 마무리돼 공판이 시작되면, 윤 대통령은 기일마다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구속 기소된다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버스서 내리는 모습이 기일마다 촬영돼 보도될 것이다. 또 첫 재판은 촬영이 허가될 가능성이 있고, 일반인에게 추첨으로 방청권을 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서는 지지자들이 기일마다 법정에 참석했고, 가끔 소란을 부렸다.


아울러 탄핵 심판처럼 형사재판서도 판사에 대한 기피를 신청해 절차 지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서 조한창·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또 두 전직 대통령 모두 형사재판 진행 중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고, 출석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묵비권 행사

특히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까지 모두 사임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후 재판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도 이들처럼 재판을 거부하면서 출석하지 않거나 변호인들까지 모두 사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윤 대통령이 검사로서 직접 기소했다. 이들처럼 재판에 임한다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하나 더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은 이렇게 역사의 막을 올렸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