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사태 위험’ 용인 실버타운 토사 반출 논란

용역 결과 다르게 내 맘대로 삽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인허가 과정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용인시 고기동의 노인복지주택 공사 현장서 또 논란이 발생했다. 신원 미상의 단체에 ‘중단된 공사 현장서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토사를 반출해야 한다’는 민원을 받은 용인시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해당 계획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주민들이 협의해 토사 반출 외 방법을 검토했지만 그 결과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용인 고기동서 건립하다 공사가 중지된 노인복지시설의 공사 현장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산사태 위험으로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토사 반출을 하고 있었지만 이보다 안정화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다.

인허가 과정
특혜 의혹도

지난해 <일요시사>는 용인시 고기동 산20-12번지 일대 노인복지시설 건립에 대한 인허가 특혜 의혹을 보도했다. 설립 초기 계획된 노인복지시설 건립이 아니라 실버타운을 목적으로 하는 계획안이 인허가됐다는 것이 해당 보도의 골자였다.

인허가 이후 사업자는 시에 지난 2023년 8월 착공 신고했고 시가 ‘착공신고필증’을 교부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 통학로로 공사 차량이 진출입하는 것에 대해 안전상 우려 목소리를 내면서 공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 현장에는 7만5000㎥ 토사가 적치됐다. 인근 주민들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공사 현장은 산림청 산사태위험지도상 산사태 위험도 1~2등급에 해당하는 곳으로, 토사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산사태 위험 등이 있다.


토사 유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8월 마을 주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고기동실버타운비상대책위원회’라는 실체 불명의 단체가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토사를 반출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용인시에 제출했다.

용인시 도시정비과는 민원인과 단체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노인복지주택 사업자에게 토사 반출 계획서를 사전에 제출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고기초학부모회 등에 토사 반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고기동생태안전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고기초학부모회는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계획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쳤지만 용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토사 반출계획은 계속 진행됐다.

이에 국민의힘 이창식 용인시의회 의원은 지난해 11월29일 “현재 추정되는 공사 현장의 토사만 무려 7만5000㎥로 추정돼 하루 6시간가량을 3개월 동안 매일 반출해야 되는 규모로 다수의 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토사를 빼내며 꼼수 공사가 이뤄지지 않는지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사토 처리 과정에도 불법이 없도록 시가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의원은 “2015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직전 실시계획 인가와 건축허가를 받아내 개인이 분양할 수 있는 국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이 될 이 곳에 대해 용인시는 사업자에게 법 개정 직전에 허가를 내줬고, 덕분에 사업자는 임대서 분양으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현재 고기동 실버주택은 공사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깎아내려진 산비탈과 가파른 경사면의 토사는 언제든 마을로 쏟아질 수 있는 상황서 주민들은 매일같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체 미상 단체 민원에 반출 계획
시장·주민 협의해 안전점검 검토

계속된 반대 의견에 결국 이상일 용인시장은 대책위와 고기초학부모회와 ‘토사 반출을 전제하지 않는’ 사면 안정성에 대한 검토와 대책에 대한 용역 검토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시의원은 합의 이후 시에 ▲용인시는 왜 진작 사업시행자에 안정성 검사를 주문하지 않았는지 ▲한 달 뒤에 나올 안정성 검토 결과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용역 결과에 따라 공사 차량의 운행이 재개되더라도 안전을 위한 보수·보강 공사 외에 본공사는 절대 진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사업자에 받아낼 것 등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11월 주민 추천으로 안전점검 관련 전문업체를 선정했고 용역은 지난해 12월13일 최종보고를 실시했다.

용역은 ‘노인복지주택 비탈면 안정성검토 용역 보고서’를 통해 “압성토 및 소일네일링(Soilnailing) 공법을 통한 보수·보강 방안으로 토사의 반출 없이 장·단기 비탈면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소일네일링 공법은 비교적 연약한 지반의 옹벽이나 절토 사면을 보강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법이다. 흙막이 벽체를 설치하지 않고, 굴착면에 긴 강봉(네일)을 삽입해 이를 접착제로 고정한 후 굴착면을 보강해 보강 구조체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일네일링은 네일이 주변 지반과 일체화돼 전단 저항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반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영구적인 지반 보강에 사용되며,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용인시는 보고서에 나온 검토의 전제조건인 ‘비다짐 성토재 및 일부 표토(붕적층)의 현장 외 반출과 경사 완화를 통해 근본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 안정성 확보 차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문구에 집중해 토사 반출계획서를 다시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뭐하러
맡겼나

이에 용역을 진행한 업체 책임자는 “본 용역의 결론은 토사 반출 없이 사면 안정화 보강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검토 방향에 나오는 토사 반출에 대한 내용은 토사 반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한 보수 보강을 검토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검토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쓴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토사 반출 이외의 방법으로 사면 안정화 가능 여부에 대해 검토를 요청했고 이외의 방법이 불가능할 때 토사 반출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가 처음부터 깔려있었는데 해당 부분만 보고 이를 진행하는 것은 오독”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용인시 도시정비과는 용역 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이미 ‘토사 반출’이라는 결론을 정하고 일정이나 방법까지 계획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주민과 합의 없이 사전에 결과를 확정한 채 진행하는 주민설명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설명회로서의 의미가 없고 효력도 없다”고 일침했다.

그는 “용인시가 노인복지주택공사에 ‘공사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내려놓고 토사 반출을 위해 덤프트럭 약 1만대를 공사 현장으로 보내며 스스로 조치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역 결과를 왜곡하고 주민과의 협의도 없이 사전에 일방적으로 결정해 보전산지에 대한 불가역적 훼손을 초래했으며 고기동 주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이는 형법 제123조 ‘공무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토사 반출을 즉각 중단하고 용역의 결과인 토사 반출 없는 안정화 조치를 확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용역업체와 주민들의 의견에도 시 도시정비과는 지난달 27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업자가 작성한 ‘토사 반출계획서’를 주민과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이번 용역 결과는 침사지가 없어져 실행이 불가능하니 토사 반출할 수 밖에 없으며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덤프트럭
1만대 투입

참석한 주민과 학부모들은 “이럴 거면 시 예산을 들여가며 용역할 필요가 무엇인가” “답정너로 용인시가 결과를 정해 놓은 것 아닌가” “전문가가 토사 반출 없이 공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공무원이 왜 불가능하다고 하느냐” 등 분노에 찬 의견을 표출했다.

사업자가 작성한 토사 반출계획서에 따르면 현재 공사 현장의 토사 현황은 하루 평균 42대의 덤프트럭을 이용해 세 개의 구간서 적게는 2개월 동안, 많게는 2.5개월 동안 토사 반출을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구간에 굴삭기 1대씩 투입해 평균 550㎥의 토사를 반출한다고 적혀있다.

사업자는 해당 사토를 반출하기 위해 하루 평균 95대 덤프트럭(왕복 2.5분마다 1대)를 운영해 하루 평균 1200㎥를 반출하거나 65대의 덤프트럭(왕복 4분마다 1대) 꼴로 하루 평균 850㎥를 각각 3개월 동안 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부지는 공사 차량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사업자는 고기동 고기초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통해 공사 차량을 통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용인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사업자는 고기초 방향이 아닌 반대편의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도로를 이용하는 공사용 도로 변경 계획안을 내놨다. 해당 계획안에는 편도 1차선 도로 800m 구간을 2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석운동 주민들과 성남시가 “서판교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가 위치해 있는 석운동은 개발제한지역으로 공사 차량이 이용하려 하는 도로(석운로)의 폭이 7m도 안 되고 인도도 없다”며 반대했다.

용인시는 착공 허가만 내주고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공사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이에 사업사업자 측은 지난해 1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사업자는 행정심판서 “고기초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한 우회도로를 제시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이미 공사용 도로 관련 인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피청구인(용인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부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일네일링 공법 제안 무시
안전 계획도 신호수 배치만

하지만 도행정심판위원회는 용인시의 운행제한이 정당한 행정 절차라고 판단했다.

도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 심의 및 실시계획인가 단계서 청구인에게 부여된 사항으로, 청구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의 통보가 지역주민의 공사 차량 운행 반대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 재협의하도록 요청하는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의 권리·의무에 어떤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이 각하되자 이번에는 고기초 앞 동막천 건너편 성남시 대장동 벌장투리마을을 통한 임시도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해당 도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회차로를 사용해 벌장투리마을을 지나 공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차로를 지나 나오는 벌장투리마을 주민들도 공사 차량이 지나는 걸 반대하면서다.

시는 옹벽 설치 중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있다며 공사 차량 운행을 일시 허용한 적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옹벽 설치 중인 현 시점서 공사 중지 시 옹벽 전도 및 절취사면 붕괴 우려로 인근지역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상존해 일시 허용이 부득이했다”며 “다만 당시에는 25t 트럭 대신 5t 이하의 차량으로 제한하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운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렇게 최소한으로 통제하는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공사 차량에 의한 위험 가능성이 높다고 꼽히는 초등학생들의 방학 기간을 노리고 최대한의 효율로 용량이 큰 차량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는 듯한 교통처리계획안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와 더불어 용인시에서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 ‘방학 기간에 하겠다’ ‘신호수를 배치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하지만 초등생의 방학 기간은 사업자의 토사 반출계획보다 짧다. 게다가 토사 반출계획서에 안전과 관련한 계획은 그저 차량 운행 교차로마다 교통관리인을 배치한다는 내용뿐이다.

앞서 이 시장은 토사 반출 외 방법 검토를 위한 용역 협의 당시 “위험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를 제기하는 고기초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사면 안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면서 “실시계획인가가 이뤄졌을 때 ‘별도의 진출입 계획을 수립하라’는 조건이 부여된 만큼 사업자는 이 조건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뒤 다른
시의 입장

이어 “토사 문제와 관련해서 안정성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 결과를 보고 깊이 검토해서 사면 안정화 공사 여부에 대한 시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며 “사면 안정성은 반드시 기해야 하고, 그 이후 문제는 원래 실시계획인가 기준에 맞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국 원래 진행하던 토사 반출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과 공무원의 입장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이 시장이 주민들 앞과 뒤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시점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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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