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사태 위험’ 용인 실버타운 토사 반출 논란

용역 결과 다르게 내 맘대로 삽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인허가 과정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용인시 고기동의 노인복지주택 공사 현장서 또 논란이 발생했다. 신원 미상의 단체에 ‘중단된 공사 현장서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토사를 반출해야 한다’는 민원을 받은 용인시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해당 계획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주민들이 협의해 토사 반출 외 방법을 검토했지만 그 결과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용인 고기동서 건립하다 공사가 중지된 노인복지시설의 공사 현장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산사태 위험으로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토사 반출을 하고 있었지만 이보다 안정화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다.

인허가 과정
특혜 의혹도

지난해 <일요시사>는 용인시 고기동 산20-12번지 일대 노인복지시설 건립에 대한 인허가 특혜 의혹을 보도했다. 설립 초기 계획된 노인복지시설 건립이 아니라 실버타운을 목적으로 하는 계획안이 인허가됐다는 것이 해당 보도의 골자였다.

인허가 이후 사업자는 시에 지난 2023년 8월 착공 신고했고 시가 ‘착공신고필증’을 교부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 통학로로 공사 차량이 진출입하는 것에 대해 안전상 우려 목소리를 내면서 공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 현장에는 7만5000㎥ 토사가 적치됐다. 인근 주민들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공사 현장은 산림청 산사태위험지도상 산사태 위험도 1~2등급에 해당하는 곳으로, 토사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산사태 위험 등이 있다.


토사 유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8월 마을 주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고기동실버타운비상대책위원회’라는 실체 불명의 단체가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토사를 반출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용인시에 제출했다.

용인시 도시정비과는 민원인과 단체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노인복지주택 사업자에게 토사 반출 계획서를 사전에 제출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고기초학부모회 등에 토사 반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고기동생태안전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고기초학부모회는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계획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쳤지만 용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토사 반출계획은 계속 진행됐다.

이에 국민의힘 이창식 용인시의회 의원은 지난해 11월29일 “현재 추정되는 공사 현장의 토사만 무려 7만5000㎥로 추정돼 하루 6시간가량을 3개월 동안 매일 반출해야 되는 규모로 다수의 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토사를 빼내며 꼼수 공사가 이뤄지지 않는지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사토 처리 과정에도 불법이 없도록 시가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의원은 “2015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직전 실시계획 인가와 건축허가를 받아내 개인이 분양할 수 있는 국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이 될 이 곳에 대해 용인시는 사업자에게 법 개정 직전에 허가를 내줬고, 덕분에 사업자는 임대서 분양으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현재 고기동 실버주택은 공사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깎아내려진 산비탈과 가파른 경사면의 토사는 언제든 마을로 쏟아질 수 있는 상황서 주민들은 매일같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체 미상 단체 민원에 반출 계획
시장·주민 협의해 안전점검 검토

계속된 반대 의견에 결국 이상일 용인시장은 대책위와 고기초학부모회와 ‘토사 반출을 전제하지 않는’ 사면 안정성에 대한 검토와 대책에 대한 용역 검토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시의원은 합의 이후 시에 ▲용인시는 왜 진작 사업시행자에 안정성 검사를 주문하지 않았는지 ▲한 달 뒤에 나올 안정성 검토 결과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용역 결과에 따라 공사 차량의 운행이 재개되더라도 안전을 위한 보수·보강 공사 외에 본공사는 절대 진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사업자에 받아낼 것 등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11월 주민 추천으로 안전점검 관련 전문업체를 선정했고 용역은 지난해 12월13일 최종보고를 실시했다.

용역은 ‘노인복지주택 비탈면 안정성검토 용역 보고서’를 통해 “압성토 및 소일네일링(Soilnailing) 공법을 통한 보수·보강 방안으로 토사의 반출 없이 장·단기 비탈면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소일네일링 공법은 비교적 연약한 지반의 옹벽이나 절토 사면을 보강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법이다. 흙막이 벽체를 설치하지 않고, 굴착면에 긴 강봉(네일)을 삽입해 이를 접착제로 고정한 후 굴착면을 보강해 보강 구조체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일네일링은 네일이 주변 지반과 일체화돼 전단 저항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반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영구적인 지반 보강에 사용되며,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용인시는 보고서에 나온 검토의 전제조건인 ‘비다짐 성토재 및 일부 표토(붕적층)의 현장 외 반출과 경사 완화를 통해 근본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 안정성 확보 차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문구에 집중해 토사 반출계획서를 다시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뭐하러
맡겼나

이에 용역을 진행한 업체 책임자는 “본 용역의 결론은 토사 반출 없이 사면 안정화 보강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검토 방향에 나오는 토사 반출에 대한 내용은 토사 반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한 보수 보강을 검토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검토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쓴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토사 반출 이외의 방법으로 사면 안정화 가능 여부에 대해 검토를 요청했고 이외의 방법이 불가능할 때 토사 반출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가 처음부터 깔려있었는데 해당 부분만 보고 이를 진행하는 것은 오독”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용인시 도시정비과는 용역 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이미 ‘토사 반출’이라는 결론을 정하고 일정이나 방법까지 계획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주민과 합의 없이 사전에 결과를 확정한 채 진행하는 주민설명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설명회로서의 의미가 없고 효력도 없다”고 일침했다.

그는 “용인시가 노인복지주택공사에 ‘공사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내려놓고 토사 반출을 위해 덤프트럭 약 1만대를 공사 현장으로 보내며 스스로 조치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역 결과를 왜곡하고 주민과의 협의도 없이 사전에 일방적으로 결정해 보전산지에 대한 불가역적 훼손을 초래했으며 고기동 주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이는 형법 제123조 ‘공무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토사 반출을 즉각 중단하고 용역의 결과인 토사 반출 없는 안정화 조치를 확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용역업체와 주민들의 의견에도 시 도시정비과는 지난달 27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업자가 작성한 ‘토사 반출계획서’를 주민과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이번 용역 결과는 침사지가 없어져 실행이 불가능하니 토사 반출할 수 밖에 없으며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덤프트럭
1만대 투입

참석한 주민과 학부모들은 “이럴 거면 시 예산을 들여가며 용역할 필요가 무엇인가” “답정너로 용인시가 결과를 정해 놓은 것 아닌가” “전문가가 토사 반출 없이 공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공무원이 왜 불가능하다고 하느냐” 등 분노에 찬 의견을 표출했다.

사업자가 작성한 토사 반출계획서에 따르면 현재 공사 현장의 토사 현황은 하루 평균 42대의 덤프트럭을 이용해 세 개의 구간서 적게는 2개월 동안, 많게는 2.5개월 동안 토사 반출을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구간에 굴삭기 1대씩 투입해 평균 550㎥의 토사를 반출한다고 적혀있다.

사업자는 해당 사토를 반출하기 위해 하루 평균 95대 덤프트럭(왕복 2.5분마다 1대)를 운영해 하루 평균 1200㎥를 반출하거나 65대의 덤프트럭(왕복 4분마다 1대) 꼴로 하루 평균 850㎥를 각각 3개월 동안 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부지는 공사 차량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사업자는 고기동 고기초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통해 공사 차량을 통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용인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사업자는 고기초 방향이 아닌 반대편의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도로를 이용하는 공사용 도로 변경 계획안을 내놨다. 해당 계획안에는 편도 1차선 도로 800m 구간을 2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석운동 주민들과 성남시가 “서판교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가 위치해 있는 석운동은 개발제한지역으로 공사 차량이 이용하려 하는 도로(석운로)의 폭이 7m도 안 되고 인도도 없다”며 반대했다.

용인시는 착공 허가만 내주고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공사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이에 사업사업자 측은 지난해 1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사업자는 행정심판서 “고기초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한 우회도로를 제시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이미 공사용 도로 관련 인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피청구인(용인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부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일네일링 공법 제안 무시
안전 계획도 신호수 배치만

하지만 도행정심판위원회는 용인시의 운행제한이 정당한 행정 절차라고 판단했다.

도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 심의 및 실시계획인가 단계서 청구인에게 부여된 사항으로, 청구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의 통보가 지역주민의 공사 차량 운행 반대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 재협의하도록 요청하는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의 권리·의무에 어떤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이 각하되자 이번에는 고기초 앞 동막천 건너편 성남시 대장동 벌장투리마을을 통한 임시도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해당 도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회차로를 사용해 벌장투리마을을 지나 공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차로를 지나 나오는 벌장투리마을 주민들도 공사 차량이 지나는 걸 반대하면서다.

시는 옹벽 설치 중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있다며 공사 차량 운행을 일시 허용한 적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옹벽 설치 중인 현 시점서 공사 중지 시 옹벽 전도 및 절취사면 붕괴 우려로 인근지역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상존해 일시 허용이 부득이했다”며 “다만 당시에는 25t 트럭 대신 5t 이하의 차량으로 제한하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운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렇게 최소한으로 통제하는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공사 차량에 의한 위험 가능성이 높다고 꼽히는 초등학생들의 방학 기간을 노리고 최대한의 효율로 용량이 큰 차량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는 듯한 교통처리계획안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와 더불어 용인시에서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 ‘방학 기간에 하겠다’ ‘신호수를 배치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하지만 초등생의 방학 기간은 사업자의 토사 반출계획보다 짧다. 게다가 토사 반출계획서에 안전과 관련한 계획은 그저 차량 운행 교차로마다 교통관리인을 배치한다는 내용뿐이다.

앞서 이 시장은 토사 반출 외 방법 검토를 위한 용역 협의 당시 “위험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를 제기하는 고기초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사면 안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면서 “실시계획인가가 이뤄졌을 때 ‘별도의 진출입 계획을 수립하라’는 조건이 부여된 만큼 사업자는 이 조건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뒤 다른
시의 입장

이어 “토사 문제와 관련해서 안정성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 결과를 보고 깊이 검토해서 사면 안정화 공사 여부에 대한 시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며 “사면 안정성은 반드시 기해야 하고, 그 이후 문제는 원래 실시계획인가 기준에 맞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국 원래 진행하던 토사 반출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과 공무원의 입장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이 시장이 주민들 앞과 뒤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시점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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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