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인허가’ 용인 실버타운 특혜 의혹

도로도 없이 삽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김철준 기자 = 노인복지를 위한 시설 건립계획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 건립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 소재의 노인복지주택 이야기다. 계획안 인가와 건축허가에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계속 나온다.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삽을 뜬 것은 의아하다는 업계 이야기도 있다.

용인시 고기동에 건립 중인 노인복지시설의 건립인가를 두고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감사원서도 부적절한 인가라고 지적했지만 용인시가 합법적이라고 두둔하며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한 도로 여건서 공사차량의 통행 문제도 있다. 주민들은 해당 건설현장이 교통역량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변경된 계획 
갑자기 왜?

논란이 발생한 곳은 용인시 고기동 산20-12번지 일대 노인복지시설 건립 현장이다. 용인시 등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지난 2010년 9월 고기동 일대 19만9640㎡에 559세대 규모의 실버타운을 개발하기로 계획됐다. 

계획안은 당시 용인시의 ‘도시계획시설 중 사회복지시설(유료노인복지주택)의 입안 기준’을 따랐다. 해당 입안 기준은 분양세대는 50% 이하로 공용목적(의료시설, 체육시설, 편의시설 등) 시설은 주거 부분 연면적 대비 20% 이상 확보해야 하며, 원형보존용지 면적을 전체의 30%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실제로 당초 계획안에는 업면적 19만9640㎡, 실버타운 550여가구 개발, 분양 265가구 47%, 연면적 1만1000㎡, 7층 노인병원 건립이 들어가 있었다. 


또 한강유역환경청이 녹지훼손을 우려해 실버타운 높이를 산의 6부 능선인 약 196m까지로 제한하고 자연경관을 최대한 유지하라고 권고한 것에 따라 복지시설의 최초 층고는 지상 8층으로 계획됐었다.

해당 계획안이 노인복지주택 제도의 도입 취지에 따라 사업자의 개발이익보다 노년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을 두고 있었기에 용인시에서 승인한 셈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용인시는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 기준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분양 비율, 공용조건, 가구수가 전부 풀렸다. 용인시가 발행한 시보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시행사는 용인시의 이 같은 행정조처를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계획변경인가를 계속해서 신청했다. 공용목적 시설은 없어지고 세대수와 분양 비율도 늘렸으며 용적율마저 올라갔다.

결국 2015년 시행사가 시에 제출한 최종 실시계획인가안에는 400세대 이상 늘린 969세대 중 90%(869 세대)이상이 분양이었으며 1만1000㎡의 요양병원 건립계획은 사라지고 649㎡의 의료지원시설로 바뀌었다. 게다가 계획안에는 지하 8층, 지상 15층으로 용적률이 올리가기도 했다.

노인복지시설서 노인복지주택 
노인복지법 개정 직전 건축허가

일각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이 아닌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 건립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인시는 해당 실시계획안을 인가했다. 게다가 2015년에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직전, 용인시가 실시계획안은 인가하고 건축허가를 승인해 특혜 의혹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노인복지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2010년대 들어 경기 용인시의 ‘스프링 카운티 자이’ 등 분양형 시니어타운이 집중 공급됐다. 하지만 고령층이 아닌 일반인에게 실버타운을 분양하는 식의 사기가 기승을 부렸고, 무분별한 전매로 인한 투기수요 유입 문제도 불거졌다.

노인복지주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정부는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폐지를 결정했고, 같은 해 7월29일 개정안이 시행됐다.

즉 시행사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금지되는 사실을 알고도 용인시에 실시계획안을 냈으며 용인시는 또 그걸 인가해 준 것이다.

2015년 7월10일 경기도 건축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정황은 더 명확하게 나온다.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이 “현 계획으로는 난개발이 우려된다” “고층형이 아닌 저층형으로의 검토가 필요하다” “개발계획안이 개정된 노인복지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인시 관계자가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금년(2015년) 7월28일 건축허가된 건에 한해 분양이 가능한 점을 감안해 조건부로 의결해주길 바란다”며 의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계획안은 위원회를 통과했다.

급발진 모드
서둘러 진행

위원회 통과 이후 용인시 건축 관련 부서는 건축법 저촉 여부만 확인하고 관련 내용의 실시계획인가를 담당하는 도시계획 부서에 통보했으며 결국 개정된 노인복지법이 시행되기 전날,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났다.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이 마지막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된 셈이다.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그 당시는 노인복지시설 계획안이 처음 제출된 지 이미 5년 정도 지난 후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위원회서 이야기한 것이지,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실시계획안을 시행사가 내고 인가가 나면 업체가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데 시에서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한 번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며 급하게 처리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용인시 고기동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말 실시계획인가 및 건축허가 협의 과정서의 비위 행위와 관련해 감사실시를 결정하고 감사를 진행해 용인시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용목적 시설 등이 확보되지 않아 노인복지시설로서의 기능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양형 고층아파트의 형태로 인가됐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시행자가 사업 내용을 변경해 주택 분양 비율을 확대하거나 공용시설 면적을 축소해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는데도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기준’이 폐지됐다는 사유로 시설의 종류와 목적, 관련 법령의 개정 취지와 행정지도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실시계획을 인가했다고 봤다.

감사원은 해당 판단을 근거로 노인복지주택이 노인주거복지시설로서 목적에 맞게 설치될 수 있도록 적정 규모의 공용시설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시행사가 주민들을 모아 도로 확보에 관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에 감사원 조사를 염두에 두고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하고 
수상하다

앞서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용인시 고기동 주민 중 한 명인 A씨는 “감사원이 사업 추진 과정서 문제점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으면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첫 삽을 떠 사업 중단을 막겠다는 용인시의 특혜 행정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부지는 공사 차량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시행사는 고기동 고기초교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통해 공사 차량을 통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용인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시행사는 고기초교 방향이 아닌 반대편의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도로를 이용하는 공사용도로 변경 계획안을 내놨다. 해당 계획안에는 편도 1차선 도로 800m 구간을 2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석운동 주민들과 성남시가 “서판교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가 위치해 있는 석운동은 개발제한지역으로 공사 차량이 이용하려 하는 도로(석운로)의 폭이 7m도 안되고 인도도 없다”며 반대했다. 

용인시는 착공 허가만 내주고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공사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이에 사업시행사 측은 지난해 1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행정심판서 “고기초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한 우회도로를 제시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이미 공사용 도로 관련 인가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피청구인(용인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부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행정심판위원회는 용인시의 운행제한이 정당한 행정절차라고 판단했다.

주민 반대로 도로 사용 못해 공사 중지
감사원 감사·건축 취소 민원에도 강행

도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심의 및 실시계획인가 단계서 청구인에게 부여된 사항으로, 청구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의 통보가 지역주민의 공사 차량 운행 반대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 재협의하도록 요청하는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의 권리·의무에 어떠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이 각하되자 이번에는 고기초교 앞 동막천 건너편 성남시 대장동 벌장투리마을을 통한 임시도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해당 도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회차로를 사용해 벌장투리마을을 지나 공사현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차로를 지나 나오는 벌장투리마을 주민들도 공사 차량이 지나는 걸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용서고속도로 운영사인 경수고속도로와 회차로 도로점용을 허가받을 때 허가조건으로 ‘본 점용시설물로 인해 공사 중 또는 공사 완료 후 제3자의 피해, 민원, 고속도로 시설물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등 제반 피해에 대해 피허가자의 책임으로 해결 또는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현재 시행사는 용서고속도로 회차로 도로점용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옹벽 설치 중 모든 도로 사용이 막혀 공사가 중지됐지만 용인시는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있다며 공사 차량 운행을 일시 허용했다.

용인시는 옹벽 설치 중 현 시점서 공사 중지 시 옹벽전도 및 절취사면붕괴 우려로 인근지역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상존해 4월11일까지 공사 차량 운행(새벽시간 2시~6시) 일시 허용이 부득이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 차량통행으로 인한 시민 안전 민원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산사태에 의한 재난”이라며 “25톤 일반 공사 차량 대신 5톤 이하 차량으로 제한하고 현장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약 2주간(새벽 2~6시) 옹벽 자재반입 공사 차량 약 15대에 대해 운행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기동, 장투리마을 등 주민들은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의 건축허가 취소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용인시는 일부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 ‘안타깝지만 당시 노인복지법에 따라 허가가 난 상황으로 위법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직권남용
행정소송?

시가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건축물 착공 신고서의 기재 사항에 대한 흠결이나 서류 미비 사항 등의 문제가 없다면 ‘건축법’에 따라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거부 시 직권남용이 성립돼 손해배상 등의 행정소송을 피할 수 없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실시계획안을 제출하고 인가를 받은 것도 이상하지만 인가 이후 4~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옹벽만 설치하고 실제 건립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도 건축 취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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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