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인허가’ 용인 실버타운 특혜 의혹

도로도 없이 삽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김철준 기자 = 노인복지를 위한 시설 건립계획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 건립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 소재의 노인복지주택 이야기다. 계획안 인가와 건축허가에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계속 나온다.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삽을 뜬 것은 의아하다는 업계 이야기도 있다.

용인시 고기동에 건립 중인 노인복지시설의 건립인가를 두고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감사원서도 부적절한 인가라고 지적했지만 용인시가 합법적이라고 두둔하며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한 도로 여건서 공사차량의 통행 문제도 있다. 주민들은 해당 건설현장이 교통역량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변경된 계획 
갑자기 왜?

논란이 발생한 곳은 용인시 고기동 산20-12번지 일대 노인복지시설 건립 현장이다. 용인시 등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지난 2010년 9월 고기동 일대 19만9640㎡에 559세대 규모의 실버타운을 개발하기로 계획됐다. 

계획안은 당시 용인시의 ‘도시계획시설 중 사회복지시설(유료노인복지주택)의 입안 기준’을 따랐다. 해당 입안 기준은 분양세대는 50% 이하로 공용목적(의료시설, 체육시설, 편의시설 등) 시설은 주거 부분 연면적 대비 20% 이상 확보해야 하며, 원형보존용지 면적을 전체의 30%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실제로 당초 계획안에는 업면적 19만9640㎡, 실버타운 550여가구 개발, 분양 265가구 47%, 연면적 1만1000㎡, 7층 노인병원 건립이 들어가 있었다. 


또 한강유역환경청이 녹지훼손을 우려해 실버타운 높이를 산의 6부 능선인 약 196m까지로 제한하고 자연경관을 최대한 유지하라고 권고한 것에 따라 복지시설의 최초 층고는 지상 8층으로 계획됐었다.

해당 계획안이 노인복지주택 제도의 도입 취지에 따라 사업자의 개발이익보다 노년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을 두고 있었기에 용인시에서 승인한 셈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용인시는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 기준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분양 비율, 공용조건, 가구수가 전부 풀렸다. 용인시가 발행한 시보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시행사는 용인시의 이 같은 행정조처를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계획변경인가를 계속해서 신청했다. 공용목적 시설은 없어지고 세대수와 분양 비율도 늘렸으며 용적율마저 올라갔다.

결국 2015년 시행사가 시에 제출한 최종 실시계획인가안에는 400세대 이상 늘린 969세대 중 90%(869 세대)이상이 분양이었으며 1만1000㎡의 요양병원 건립계획은 사라지고 649㎡의 의료지원시설로 바뀌었다. 게다가 계획안에는 지하 8층, 지상 15층으로 용적률이 올리가기도 했다.

노인복지시설서 노인복지주택 
노인복지법 개정 직전 건축허가

일각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이 아닌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 건립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인시는 해당 실시계획안을 인가했다. 게다가 2015년에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직전, 용인시가 실시계획안은 인가하고 건축허가를 승인해 특혜 의혹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노인복지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2010년대 들어 경기 용인시의 ‘스프링 카운티 자이’ 등 분양형 시니어타운이 집중 공급됐다. 하지만 고령층이 아닌 일반인에게 실버타운을 분양하는 식의 사기가 기승을 부렸고, 무분별한 전매로 인한 투기수요 유입 문제도 불거졌다.

노인복지주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정부는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폐지를 결정했고, 같은 해 7월29일 개정안이 시행됐다.

즉 시행사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금지되는 사실을 알고도 용인시에 실시계획안을 냈으며 용인시는 또 그걸 인가해 준 것이다.

2015년 7월10일 경기도 건축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정황은 더 명확하게 나온다.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이 “현 계획으로는 난개발이 우려된다” “고층형이 아닌 저층형으로의 검토가 필요하다” “개발계획안이 개정된 노인복지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인시 관계자가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금년(2015년) 7월28일 건축허가된 건에 한해 분양이 가능한 점을 감안해 조건부로 의결해주길 바란다”며 의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계획안은 위원회를 통과했다.

급발진 모드
서둘러 진행

위원회 통과 이후 용인시 건축 관련 부서는 건축법 저촉 여부만 확인하고 관련 내용의 실시계획인가를 담당하는 도시계획 부서에 통보했으며 결국 개정된 노인복지법이 시행되기 전날,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났다.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이 마지막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된 셈이다.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그 당시는 노인복지시설 계획안이 처음 제출된 지 이미 5년 정도 지난 후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위원회서 이야기한 것이지,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실시계획안을 시행사가 내고 인가가 나면 업체가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데 시에서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한 번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며 급하게 처리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용인시 고기동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말 실시계획인가 및 건축허가 협의 과정서의 비위 행위와 관련해 감사실시를 결정하고 감사를 진행해 용인시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용목적 시설 등이 확보되지 않아 노인복지시설로서의 기능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양형 고층아파트의 형태로 인가됐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시행자가 사업 내용을 변경해 주택 분양 비율을 확대하거나 공용시설 면적을 축소해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는데도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기준’이 폐지됐다는 사유로 시설의 종류와 목적, 관련 법령의 개정 취지와 행정지도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실시계획을 인가했다고 봤다.

감사원은 해당 판단을 근거로 노인복지주택이 노인주거복지시설로서 목적에 맞게 설치될 수 있도록 적정 규모의 공용시설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시행사가 주민들을 모아 도로 확보에 관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에 감사원 조사를 염두에 두고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하고 
수상하다

앞서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용인시 고기동 주민 중 한 명인 A씨는 “감사원이 사업 추진 과정서 문제점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으면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첫 삽을 떠 사업 중단을 막겠다는 용인시의 특혜 행정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부지는 공사 차량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시행사는 고기동 고기초교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통해 공사 차량을 통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용인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시행사는 고기초교 방향이 아닌 반대편의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도로를 이용하는 공사용도로 변경 계획안을 내놨다. 해당 계획안에는 편도 1차선 도로 800m 구간을 2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석운동 주민들과 성남시가 “서판교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가 위치해 있는 석운동은 개발제한지역으로 공사 차량이 이용하려 하는 도로(석운로)의 폭이 7m도 안되고 인도도 없다”며 반대했다. 

용인시는 착공 허가만 내주고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공사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이에 사업시행사 측은 지난해 1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행정심판서 “고기초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한 우회도로를 제시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이미 공사용 도로 관련 인가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피청구인(용인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부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행정심판위원회는 용인시의 운행제한이 정당한 행정절차라고 판단했다.

주민 반대로 도로 사용 못해 공사 중지
감사원 감사·건축 취소 민원에도 강행

도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심의 및 실시계획인가 단계서 청구인에게 부여된 사항으로, 청구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의 통보가 지역주민의 공사 차량 운행 반대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 재협의하도록 요청하는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의 권리·의무에 어떠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이 각하되자 이번에는 고기초교 앞 동막천 건너편 성남시 대장동 벌장투리마을을 통한 임시도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해당 도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회차로를 사용해 벌장투리마을을 지나 공사현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차로를 지나 나오는 벌장투리마을 주민들도 공사 차량이 지나는 걸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용서고속도로 운영사인 경수고속도로와 회차로 도로점용을 허가받을 때 허가조건으로 ‘본 점용시설물로 인해 공사 중 또는 공사 완료 후 제3자의 피해, 민원, 고속도로 시설물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등 제반 피해에 대해 피허가자의 책임으로 해결 또는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현재 시행사는 용서고속도로 회차로 도로점용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옹벽 설치 중 모든 도로 사용이 막혀 공사가 중지됐지만 용인시는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있다며 공사 차량 운행을 일시 허용했다.

용인시는 옹벽 설치 중 현 시점서 공사 중지 시 옹벽전도 및 절취사면붕괴 우려로 인근지역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상존해 4월11일까지 공사 차량 운행(새벽시간 2시~6시) 일시 허용이 부득이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 차량통행으로 인한 시민 안전 민원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산사태에 의한 재난”이라며 “25톤 일반 공사 차량 대신 5톤 이하 차량으로 제한하고 현장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약 2주간(새벽 2~6시) 옹벽 자재반입 공사 차량 약 15대에 대해 운행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기동, 장투리마을 등 주민들은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의 건축허가 취소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용인시는 일부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 ‘안타깝지만 당시 노인복지법에 따라 허가가 난 상황으로 위법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직권남용
행정소송?

시가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건축물 착공 신고서의 기재 사항에 대한 흠결이나 서류 미비 사항 등의 문제가 없다면 ‘건축법’에 따라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거부 시 직권남용이 성립돼 손해배상 등의 행정소송을 피할 수 없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실시계획안을 제출하고 인가를 받은 것도 이상하지만 인가 이후 4~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옹벽만 설치하고 실제 건립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도 건축 취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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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