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풀리지 않는 탄핵 퍼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3:17:15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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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헌법에 답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전까지 지난 2023년부터 2년 동안 탄핵소추 9건을 가결시켰다. 양당에 극단 정치를 종식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제도로 통제해야 한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와 동거정부 체제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7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가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다음날인 12월15일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단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
권한대행도…

하지만 한 전 총리는 12월19일 내란·김건희 특검법과 농업 4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지난해 12월26일 대국민 담화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이날 한 전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다음날 가결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가결이었다. 

한 전 총리 탄핵소추 사유는 ▲채 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내란 특검법 거부 ▲여야 합의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합의·발표한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라는 위헌적 정권 이양 시도 등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여야 합의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였다. 공석이었던 헌법재판관 3석은 모두 국회 추천으로 임명해야 했다. 민주당은 마은혁·정계선 후보자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후보자를 추천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6일 선출안을 가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정 후보자와 조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원칙상 헌법재판관 9명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 여부에 대해선 여야의 견해 차이가 있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마 후보자와 정 후보자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국회서 선출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고, 두 후보자는 지난해 12월22일 국회 제출 서면을 통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마 후보자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선애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 후보자는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 선출·대법원장 지명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이라고 답변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지난 2017년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 전 재판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이 전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임명했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적극적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형식적 권한 행사를 거절했다. 이는 곧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헌법재판관 신규 임명을 반대한 국민의힘도 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추천했기 때문에 모순은 더 크게 부각됐다. 

민주당은 지난 2023년부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전까지 탄핵 심판 9건을 가결시켰다.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엔 윤 대통령과 한 전 총리 탄핵소추를 포함해 4건을 가결시켰다. 2023년에 가결시킨 4건 중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안동완 검사 ▲이정섭 검사 등 3건은 기각됐고, 손준성 검사 탄핵 심판은 형사재판 진행 때문에 정지됐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최초의 탄핵 심판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서 탄핵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기준을 설정했다. 헌재는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을 기준으로 설정했고, 파면 정당화 사유로 ▲대통령직 유지가 헌법 수호 관점서 용납될 수 없을 때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잃었을 때로 한정했다.


헌재 마비설 불거졌는데
여태 방치하다 부랴부랴

이 전 장관의 탄핵 심판서 설정된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이 중대할 때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일 때 등으로 규정됐다.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기준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낮아졌다.

이 전 장관 탄핵 심판서는 헌법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소추 사유가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서울 곳곳에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어서 경력 배치가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 등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이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선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관련 기능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별개 의견을 통해 이 전 장관의 일부 발언들을 일컬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던 4명도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때문에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검사에 대해선 4명이 인용 의견을 제시했고, 5명이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기각 의견은 안 검사의 유우성씨 기소를 놓고 “검찰청법·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질서에 역행하기 위해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미 기소 이후에도 9년 넘게 공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고 판단했다.

인용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4명은 “위조된 증거로 기소한 것으로 봐선 유씨에게 불이익을 가할 의도로 기소했다”며 “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고, 파면을 통한 헌법수호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판단했다.

안 검사 탄핵소추는 그나마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반면 이 검사 탄핵소추는 헌재가 국회를 질타할 정도로 부실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이 검사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 검사 탄핵소추는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위장전입 ▲처남 관련 수사무마 등 개인 비위 의혹을 계기로 추진됐다.

헌재는 이 중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에 대해선 “심판 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구체화해 다른 사실과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추 사유의 일시와 위반 행위의 수가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헌법·법률 위반의 구체적 태양도 전혀 특정되지 않은 채 막연히 기재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시·방법·대상 등이 전혀 특정돼있지 않은 소추 사유는 이 검사의 방어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 검사가 대기업 고위 관계자로부터 강원도 춘천 소재 리조트서 접대받았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금품 제공자·제공한 금품 내용과 가액·금품 제공자와 리조트의 관계·이 검사의 직권 남용 내용이 전혀 기재돼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처남 관련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는지 기재되지 않았다”며 “의혹 제기와 의심만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헌재 
결정 보니…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 지난 2024년 발의된 탄핵소추는 검사 3명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최재해 감사원장을 상대로 가결됐다. 이 중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은 비상계엄령 사태 발생 이후인 지난해 12월18일 진행됐다. 이날은 국회 측과 대리인은 모두 헌재에 출석하지 않아 3분 만에 종료됐다.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사실상 무력화되고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상 국회가 이들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성실하게 진행해야 할 이유는 사실상 사라졌다.

헌재는 이종석·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퇴임한 지난해 10월부터 재판관 3명 공백이 발생했다. 그래서 지난 8월엔 ‘헌재 마비설’이 불거졌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사건 심리는 최소 7명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진행할 수 있다. 법률상으론 3명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 평의조차 열기 어렵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11일 “6인 체제서 변론은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선고에 대해선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지난해 12월27일 “재판관 6인 체제서 선고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상황이 변동하기 때문에 선고 여부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판관 3명 공백을 알면서도 최 원장과 검사 3명을 탄핵소추했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비로소 재판관 임명에 나섰다. 이로 인해 현재 이르러 큰 혼란이 발생했고, 국민의힘엔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국정 혼란과 국가적 손실이 불 보듯 뻔한데도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했다”며 “조기 대선 정국을 유도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어보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은 그들과 같은 절대적인 권위와 정치력을 가지진 못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하는 현행 헌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민교육수준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25~64세 성인의 고등교육(전문대 졸업 이상) 이수 비율은 50%였다. 이 중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은 69.8%였다. 3김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던 1970~80년대와는 다르다. 

역대급
여소야대

반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지하는 현행 헌법의 요구 수준과는 달리 대선 출마자들의 수준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일컬어 유행했던 표현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었다. 이런 상황서 거대 야당이 수시로 가결시켰던 탄핵소추는 현재의 악순환을 만들었다.

따라서 헌재의 까다로운 기준 제시를 무시한 탄핵소추를 제도적으로 막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과 제도로는 절대적인 여소야대 상황서 남발되는 탄핵소추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개헌 논의에선 미국식 4년 중임제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주로 거론된다. 이 중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엔 국민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프랑스 대통령에겐 의회해산권이 있고, 의회는 총리와 내각을 불신임할 수 있다.

원래 의원내각제였던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당제 정국과 알제리 독립운동의 여파로 혼란을 맞이했다. 이때 정계에 불려온 소방수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었다. 드골 전 대통령은 지난 1958년 헌법 개정을 조건으로 전권을 위임 받아 총리로 취임했다.

이어 기존 의원내각제 요소에 강력한 대통령제 요소를 결합한 제5공화국 헌법을 ‘합리화된 의원내각제’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총리가 갖고 있던 의회해산권은 대통령에게 넘어갔고, 의회의 내각 불신임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을 신설했다. 또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회부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했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의 시작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내각이 의회로부터 불신임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여대야소 상황에선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다. 문제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헌법에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내각을 의회가 불신임해서 발생할 공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 상황은 현재 프랑스서 진행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의회를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렀다. 마크롱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여당 앙상블은 전체 577석 중 168석만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과 좌파 정당 신인민전선이 함께 약진했기 때문에 동거정부 구성도 어려웠다.

지난해 12월5일엔 2025년도 예산 문제 때문에 야당이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시켜 내각이 총사퇴했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를 임명했고, 국민연합이 바이루 총리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 그나마 냉각이 완화됐다.

양당 극단 정치 대립
프랑스식 동거체제는?

이런 상황을 처음 직면했던 대통령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총선 패배로 인해 ▲대통령직 사임 ▲의회와의 대립 지속 ▲야당에 행정부 구성권 이양 등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의 선택은 행정부 구성권 이양이었다. 총리로 취임했던 사람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었다.

미테랑 당시 대통령과 시라크 당시 총리는 권한 배분 관련 합의를 한다. 이에 따르면, ▲외교·국방 관련 권한 ▲정부의 행정입법 ▲의회해산권 등은 대통령이 행사하고, 그 외 내정 권한은 총리에게 넘어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프랑스식 동거정부는 이때 처음 출범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똑같은 상황을 맞이한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하지만 야당 좌파연합이 577중 314석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고, 대선 맞상대였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를 총리로 임명해야 했다. 동거정부는 5년 동안 지속됐다.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대부분의 권한을 잃었다. 여당 RPR서도 당내 정적 필립 세귄이 지도자로 선출되면서 당내 영향력도 잃었다.

한동호 UCL 박사는 지난 2010년 발표한 논문 <한국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프랑스 동거정부의 함의>서 시라크 당시 대통령을 놓고 “이중(정부와 당)의 동거를 감당해야만 했다”고 평가했다. 조스팽 당시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과 협력했고, 시라크 대통령도 조스팽 총리의 정책 중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것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동거정부 체제는 복잡미묘함 때문에 프랑스 정치권도 가급적 꺼린다. 프랑스는 지난 2000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7년서 5년으로 단축하고, 2002년 대선과 총선을 약 두 달 간격을 두고 치러 동거정부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김태수 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07년 발표한 논문 <프랑스 대통령제의 특징, 변천 그리고 운영의 메커니즘>서 ”프랑스 야당은 한결 같이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막기 위해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정치의 논리”라고 서술했다.

즉, 동거정부 성립을 통한 대통령 견제를 근거로 지지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만약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했다면,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동거정부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국방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내각을 원하는대로 구성했다면, 탄핵소추를 지나치게 많이 추진하진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시도도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서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

프랑스에선
무슨 일이?

프랑스서도 꺼리는 동거정부라지만 극단의 정치를 거듭하면서 국가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리 양당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당이 극단의 정치를 종식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제도로 이를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그 후폭풍이 남긴 숙제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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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