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풀리지 않는 탄핵 퍼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3:17:15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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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헌법에 답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전까지 지난 2023년부터 2년 동안 탄핵소추 9건을 가결시켰다. 양당에 극단 정치를 종식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제도로 통제해야 한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와 동거정부 체제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7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가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다음날인 12월15일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단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
권한대행도…

하지만 한 전 총리는 12월19일 내란·김건희 특검법과 농업 4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지난해 12월26일 대국민 담화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이날 한 전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다음날 가결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가결이었다. 

한 전 총리 탄핵소추 사유는 ▲채 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내란 특검법 거부 ▲여야 합의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합의·발표한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라는 위헌적 정권 이양 시도 등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여야 합의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였다. 공석이었던 헌법재판관 3석은 모두 국회 추천으로 임명해야 했다. 민주당은 마은혁·정계선 후보자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후보자를 추천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6일 선출안을 가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정 후보자와 조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원칙상 헌법재판관 9명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 여부에 대해선 여야의 견해 차이가 있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마 후보자와 정 후보자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국회서 선출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고, 두 후보자는 지난해 12월22일 국회 제출 서면을 통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마 후보자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선애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 후보자는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 선출·대법원장 지명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이라고 답변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지난 2017년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 전 재판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이 전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임명했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적극적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형식적 권한 행사를 거절했다. 이는 곧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헌법재판관 신규 임명을 반대한 국민의힘도 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추천했기 때문에 모순은 더 크게 부각됐다. 

민주당은 지난 2023년부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전까지 탄핵 심판 9건을 가결시켰다.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엔 윤 대통령과 한 전 총리 탄핵소추를 포함해 4건을 가결시켰다. 2023년에 가결시킨 4건 중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안동완 검사 ▲이정섭 검사 등 3건은 기각됐고, 손준성 검사 탄핵 심판은 형사재판 진행 때문에 정지됐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최초의 탄핵 심판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서 탄핵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기준을 설정했다. 헌재는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을 기준으로 설정했고, 파면 정당화 사유로 ▲대통령직 유지가 헌법 수호 관점서 용납될 수 없을 때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잃었을 때로 한정했다.


헌재 마비설 불거졌는데
여태 방치하다 부랴부랴

이 전 장관의 탄핵 심판서 설정된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이 중대할 때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일 때 등으로 규정됐다.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기준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낮아졌다.

이 전 장관 탄핵 심판서는 헌법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소추 사유가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서울 곳곳에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어서 경력 배치가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 등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이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선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관련 기능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별개 의견을 통해 이 전 장관의 일부 발언들을 일컬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던 4명도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때문에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검사에 대해선 4명이 인용 의견을 제시했고, 5명이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기각 의견은 안 검사의 유우성씨 기소를 놓고 “검찰청법·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질서에 역행하기 위해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미 기소 이후에도 9년 넘게 공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고 판단했다.

인용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4명은 “위조된 증거로 기소한 것으로 봐선 유씨에게 불이익을 가할 의도로 기소했다”며 “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고, 파면을 통한 헌법수호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판단했다.

안 검사 탄핵소추는 그나마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반면 이 검사 탄핵소추는 헌재가 국회를 질타할 정도로 부실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이 검사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 검사 탄핵소추는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위장전입 ▲처남 관련 수사무마 등 개인 비위 의혹을 계기로 추진됐다.

헌재는 이 중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에 대해선 “심판 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구체화해 다른 사실과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추 사유의 일시와 위반 행위의 수가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헌법·법률 위반의 구체적 태양도 전혀 특정되지 않은 채 막연히 기재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시·방법·대상 등이 전혀 특정돼있지 않은 소추 사유는 이 검사의 방어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 검사가 대기업 고위 관계자로부터 강원도 춘천 소재 리조트서 접대받았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금품 제공자·제공한 금품 내용과 가액·금품 제공자와 리조트의 관계·이 검사의 직권 남용 내용이 전혀 기재돼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처남 관련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는지 기재되지 않았다”며 “의혹 제기와 의심만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헌재 
결정 보니…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 지난 2024년 발의된 탄핵소추는 검사 3명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최재해 감사원장을 상대로 가결됐다. 이 중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은 비상계엄령 사태 발생 이후인 지난해 12월18일 진행됐다. 이날은 국회 측과 대리인은 모두 헌재에 출석하지 않아 3분 만에 종료됐다.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사실상 무력화되고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상 국회가 이들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성실하게 진행해야 할 이유는 사실상 사라졌다.

헌재는 이종석·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퇴임한 지난해 10월부터 재판관 3명 공백이 발생했다. 그래서 지난 8월엔 ‘헌재 마비설’이 불거졌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사건 심리는 최소 7명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진행할 수 있다. 법률상으론 3명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 평의조차 열기 어렵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11일 “6인 체제서 변론은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선고에 대해선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지난해 12월27일 “재판관 6인 체제서 선고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상황이 변동하기 때문에 선고 여부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판관 3명 공백을 알면서도 최 원장과 검사 3명을 탄핵소추했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비로소 재판관 임명에 나섰다. 이로 인해 현재 이르러 큰 혼란이 발생했고, 국민의힘엔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국정 혼란과 국가적 손실이 불 보듯 뻔한데도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했다”며 “조기 대선 정국을 유도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어보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은 그들과 같은 절대적인 권위와 정치력을 가지진 못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하는 현행 헌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민교육수준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25~64세 성인의 고등교육(전문대 졸업 이상) 이수 비율은 50%였다. 이 중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은 69.8%였다. 3김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던 1970~80년대와는 다르다. 

역대급
여소야대

반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지하는 현행 헌법의 요구 수준과는 달리 대선 출마자들의 수준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일컬어 유행했던 표현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었다. 이런 상황서 거대 야당이 수시로 가결시켰던 탄핵소추는 현재의 악순환을 만들었다.

따라서 헌재의 까다로운 기준 제시를 무시한 탄핵소추를 제도적으로 막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과 제도로는 절대적인 여소야대 상황서 남발되는 탄핵소추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개헌 논의에선 미국식 4년 중임제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주로 거론된다. 이 중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엔 국민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프랑스 대통령에겐 의회해산권이 있고, 의회는 총리와 내각을 불신임할 수 있다.

원래 의원내각제였던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당제 정국과 알제리 독립운동의 여파로 혼란을 맞이했다. 이때 정계에 불려온 소방수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었다. 드골 전 대통령은 지난 1958년 헌법 개정을 조건으로 전권을 위임 받아 총리로 취임했다.

이어 기존 의원내각제 요소에 강력한 대통령제 요소를 결합한 제5공화국 헌법을 ‘합리화된 의원내각제’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총리가 갖고 있던 의회해산권은 대통령에게 넘어갔고, 의회의 내각 불신임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을 신설했다. 또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회부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했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의 시작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내각이 의회로부터 불신임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여대야소 상황에선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다. 문제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헌법에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내각을 의회가 불신임해서 발생할 공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 상황은 현재 프랑스서 진행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의회를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렀다. 마크롱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여당 앙상블은 전체 577석 중 168석만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과 좌파 정당 신인민전선이 함께 약진했기 때문에 동거정부 구성도 어려웠다.

지난해 12월5일엔 2025년도 예산 문제 때문에 야당이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시켜 내각이 총사퇴했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를 임명했고, 국민연합이 바이루 총리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 그나마 냉각이 완화됐다.

양당 극단 정치 대립
프랑스식 동거체제는?

이런 상황을 처음 직면했던 대통령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총선 패배로 인해 ▲대통령직 사임 ▲의회와의 대립 지속 ▲야당에 행정부 구성권 이양 등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의 선택은 행정부 구성권 이양이었다. 총리로 취임했던 사람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었다.

미테랑 당시 대통령과 시라크 당시 총리는 권한 배분 관련 합의를 한다. 이에 따르면, ▲외교·국방 관련 권한 ▲정부의 행정입법 ▲의회해산권 등은 대통령이 행사하고, 그 외 내정 권한은 총리에게 넘어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프랑스식 동거정부는 이때 처음 출범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똑같은 상황을 맞이한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하지만 야당 좌파연합이 577중 314석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고, 대선 맞상대였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를 총리로 임명해야 했다. 동거정부는 5년 동안 지속됐다.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대부분의 권한을 잃었다. 여당 RPR서도 당내 정적 필립 세귄이 지도자로 선출되면서 당내 영향력도 잃었다.

한동호 UCL 박사는 지난 2010년 발표한 논문 <한국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프랑스 동거정부의 함의>서 시라크 당시 대통령을 놓고 “이중(정부와 당)의 동거를 감당해야만 했다”고 평가했다. 조스팽 당시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과 협력했고, 시라크 대통령도 조스팽 총리의 정책 중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것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동거정부 체제는 복잡미묘함 때문에 프랑스 정치권도 가급적 꺼린다. 프랑스는 지난 2000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7년서 5년으로 단축하고, 2002년 대선과 총선을 약 두 달 간격을 두고 치러 동거정부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김태수 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07년 발표한 논문 <프랑스 대통령제의 특징, 변천 그리고 운영의 메커니즘>서 ”프랑스 야당은 한결 같이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막기 위해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정치의 논리”라고 서술했다.

즉, 동거정부 성립을 통한 대통령 견제를 근거로 지지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만약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했다면,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동거정부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국방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내각을 원하는대로 구성했다면, 탄핵소추를 지나치게 많이 추진하진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시도도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서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

프랑스에선
무슨 일이?

프랑스서도 꺼리는 동거정부라지만 극단의 정치를 거듭하면서 국가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리 양당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당이 극단의 정치를 종식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제도로 이를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그 후폭풍이 남긴 숙제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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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