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 시공사 VS 시행사 법적 분쟁 내막

비어 있는 건물 두고 알력 다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강남에 위치한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을 둘러싼 시행사와 시공사의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저조한 분양 실적과 공사 자재비 인상, 정부의 정책 변화로 준공 후에도 비어있는 건물은 공매 절차 및 그와 관련한 법적 분쟁으로 굳게 닫혀 있다. 

강남대로 벤츠 전시장 옆 핵심 입지에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거 공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이 분양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행사인 도곡닥터스와 시공사인 DL이앤씨가 공매와 리파이낸싱을 두고 법적다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급 마감재
프리미엄 가전

오데뜨오드 도곡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원에 위치한 소형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특수목적기업(SPC)인 도곡닥터스가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오데뜨오드 도곡은 지하 6층~지상 20층 전용면적 31~49㎡, 총 86가구로 조성됐다.

이 단지는 상위 1%를 위한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으로 기획돼 명품급 마감재 및 가구, 프리미엄 가전을 갖추도록 기획됐다. 또 헬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호텔급 커뮤니티시설뿐 아니라 발렛파킹, 하우스키핑, 최상급 조식 등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됐다.

공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부동산시장서 소형이지만 럭셔리함을 갖춘 주거상품으로 주목받았다. 고소득 1인 가구 및 2030 영리치가 증가하면서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였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건설사들도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단지 내 수영장, GX룸 등 운동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스카이라운지, 북카페, 소극장 등의 문화시설도 함께 조성했으며 이 외에도 세대 내 럭셔리 인테리어와 수입 가구, 최신식 가전을 마련하는 등 고급화를 추구했다.

실제로 럭셔리 주거상품은 분양 성적도 우수했다. 현대건설이 송파구 문정동에 공급한 ‘르피에드’는 전용면적 42~50㎡를 대표 타입으로 내세우는 소형 럭셔리 주택으로, 전 타입 완판됐다.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된 ‘펜트힐 논현’, 부산 해운대에 공급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도 완판되는 등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의 인기는 멈출 줄 몰랐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 1인 가구 하이엔드 라이프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상류층을 위한 럭셔리 주거시설로, 무려 18개 타입으로 구성한 오데뜨오드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정부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10 부동산 대책(2020년 7월10일자 주택시장 안전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분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코로나, 부동산 정책…저조한 분양 실적
외국 투자 유치하려 했지만 공매 넘어가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서울 소재 주택을 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에 대한 중과세율이 종전 0.8~4% 수준서 1.2~6% 수준으로 상향됐다.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서는 중과 최고세율인 6%가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서울을 포함한 규제 지역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중과세율도 기존 2주택 이상 보유자 10%, 3주택 이상 보유자 20%서 각각 20%, 30%로, 다주택자 및 법인에 적용되는 취득세율은 각각 8%(2주택 보유 개인), 12%(3주택 이상 보유 개인, 법인)로 인상됐다.


게다가 오데뜨오드 도곡 인근에 공급 물량이 많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강남구를 중심으로 고급형 도시형 생활주택이 8곳 이상 분양되면서 수요가 분산됐다. 또 오데뜨오드 도곡이 준공될 당시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확산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인기가 크게 꺾인 점도 분양에 차질을 준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낮아진 소비 심리에 오데뜨오드 도곡은 2020년 하반기 분양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다수 남았다. 총 108호실 중 약 87호실이 미분양됐었다. 현재는 모든 호실이 미분양 상태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에 대주단과 시공사 등에 원금, 이자 및 대금 지급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EOD, Events Of Default)이 발생했다. 

공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체가 가진 비업무용 재산과 국세, 지방세의 체납으로 인한 압류재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공매 물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기업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고 약정한 기간에 돈을 회수하지 못해 매각 의뢰한 담보물이다. 

대주단은 1차 공매를 신청했지만 도곡닥터스를 믿고 취소했다. 도곡닥터스는 오데뜨오드 도곡 분양 대상자를 외국인과 시니어 층으로 바꾼 뒤 좋은 호응을 얻고 외국 투자사(SC Lowy Korea)와 1000억원가량의 투자의향서 체결에 협의했기 때문이다.

108호실 중 
87호실 미분양

도곡닥터스는 해당 투자를 받은 뒤 1순위 채권단인 대주단의 원금과 이자를 갚은 후 분양에 돌입해 분양금으로 2순위 채권단인 시공사와 신한자산신탁 채권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DL이앤씨가 다시 신한자산신탁에 공매를 요청하며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DL이앤씨는 지난 10월14일 도곡닥터스의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신탁계약상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에 공매절차의 개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10월23일 오데뜨오곡 도곡에 대해 지난 11월4일부터 일반경쟁에 의한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매 공고를 했다.

해당 공고에 따라 공매는 4차까지 진행됐지만 입찰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공사에서는 “당초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너무 높게 잡혀있어서 입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처음부터 내놨으면 공매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1차 최저 입찰가는 1829억5700만원이었다. 3차 최저 입찰가는 1335억40만원으로 책정됐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감정평가액은 1407억3600만원이다. DL이앤씨가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높게 잡혀 있어 입찰이 안 됐다고 주장하지만 감정가보다 낮은 3차 최저 입찰가에도 입찰이 안 된 것이다.

첫 분양 당시 3.3㎡(1평)당 분양가가 7299만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강남 재건축단지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평당 분양가가 5273만원, ‘디에이치 리클라스’가 4892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비싼 편이다.

시행사는 현재 공매중지가처분을 신청해 둔 상황이다. 시행사는 DL이앤씨의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공사비 인상요구를 포함한 갑질로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도곡닥터스를 협박하고 의도적으로 공사를 지연했다.

의도적으로 
공사 지연?

도곡닥터스 관계자에 따르면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처음 도급계약을 맺을 당시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연간단가 30% 이상 자재비 및 인건비가 폭등할 경우 채권자(도곡닥터스)가 채무자(DL이앤씨)와 공사비 증액을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수조건 제12조와 제13조에 따르면 자재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은 ‘철근·형강’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돼있지만 DL이앤씨는 자재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도 공지하지 않고 철근과 형강 외 자재비 인상을 요구했다.

또 도곡닥터스는 DL이앤씨가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하면서 오데뜨오드 도곡의 출입을 막고 있어 도곡닥터스는 물론 분양업체도 오데뜨오드 도곡을 출입할 수 없어 분양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도곡닥터스의 이런 주장에도 재판부에서는 공매 중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DL이앤씨 관계자는 “시행사의 주장을 법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공사대금 채무부존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사업 초기 공사 기간 28개월 343억563만원의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공사가 예정보다 지연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지난 2022년 3월25일 공사 기간을 실 착공일로부터 29.5개월(2021년 1월18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로 연장하고 총 계약금액을 435억563만원으로 변경해 다시 계약했다.


도곡닥터스는 도급계약에 따라 95억원가량 증가한 공사대금을 DL이앤씨에 지급했지만 DL이앤씨는 공사대금 192억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된 192억원에는 공사 기간이 연장됨에 따른 추가 지출 공사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재비, 연체이자 등이 포함됐다.

도곡닥터스는 공사 기간이 연장된 데 DL이앤씨의 책임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채무부존재 고소장에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던 지난 2023년 6월경 DL이앤씨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악의적으로 지연했다고 적시했다. 

“192억 추가 공사대금 이해 안가”
“러·우 전쟁 여파로 정당한 요구”

도곡닥터스는 너무 높은 원자재 인상 비용에 DL이앤씨에 하청업체에 대한 공사비 지급 내역, DL이앤씨와 하청업체 간 계약이행증권 등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 공사대금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사 기간 중 DL이앤씨의 현장 관리 소홀로 공사 현장서 화재가 발생해 공사가 4주가량 지연됐으며 지난 2022년 8월경에는 DL이앤씨가 모델하우스를 본래 약정과 다르게 특 A급 원자재가 아닌 C급 원자재를 사용해 개설해 이를 허물고 다시 개설하는 과정서 추가로 4개월가량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고 한다.

심지어 모델하우스의 철거와 재시공은 도곡닥터스가 직접 다른 업체와 계약해 진행했다.

이를 두고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분양과 상관없이 연장된 공사 기간에 대한 책임은 DL이앤씨에 있다”며 “정상적인 추가 공사대금인 69억원 외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추가 대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는 오히려 DL이앤씨가 도곡닥터스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모델하우스 재시공 업체 계약 비용 3억3000만원을 포함한 모델하우스 재건축비 9억원, 4개월의 임차료 8억원, 분양 지연 등 행위에 따른 이자 60억원, 준공 후에도 현재까지 무단 점유로 분양을 막고 있어 발생하는 18개월의 이자 120억원 등이다.

추가로 매달 부과되는 세금과 관리비 등도 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25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DL이앤씨의 모델하우스 부실 공사가 없었다면 초기 분양을 부동산 정책이 변하기 전에 시행할 수 있었다”며 “사업계획으로 분양광고를 냈을 때만 해도 분양 예약이 전체 호실을 넘어선 수준이었지만 수요자가 모델하우스를 보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분양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DL이앤씨가 요구한 공사대금을 100억가량으로 줄이면 요구에 응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DL이앤씨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매는 진행되고 입찰가는 점점 내려가고 이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DL이앤씨는 최근 해당 채무부존재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회사는 시행사가 제기한 소송에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며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정당한
공사대금”

DL이앤씨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철강·형강뿐 아니라 모든 공사 자재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도곡닥터스가 요구하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은 업무상 기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으며 정당한 공사대금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분양 실적이 저조했는데 분양 대상을 바꾼다고 해서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기다리는 것보다 공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공매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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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