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 시공사 VS 시행사 법적 분쟁 내막

비어 있는 건물 두고 알력 다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강남에 위치한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을 둘러싼 시행사와 시공사의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저조한 분양 실적과 공사 자재비 인상, 정부의 정책 변화로 준공 후에도 비어있는 건물은 공매 절차 및 그와 관련한 법적 분쟁으로 굳게 닫혀 있다. 

강남대로 벤츠 전시장 옆 핵심 입지에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거 공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이 분양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행사인 도곡닥터스와 시공사인 DL이앤씨가 공매와 리파이낸싱을 두고 법적다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급 마감재
프리미엄 가전

오데뜨오드 도곡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원에 위치한 소형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특수목적기업(SPC)인 도곡닥터스가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오데뜨오드 도곡은 지하 6층~지상 20층 전용면적 31~49㎡, 총 86가구로 조성됐다.

이 단지는 상위 1%를 위한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으로 기획돼 명품급 마감재 및 가구, 프리미엄 가전을 갖추도록 기획됐다. 또 헬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호텔급 커뮤니티시설뿐 아니라 발렛파킹, 하우스키핑, 최상급 조식 등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됐다.

공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부동산시장서 소형이지만 럭셔리함을 갖춘 주거상품으로 주목받았다. 고소득 1인 가구 및 2030 영리치가 증가하면서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였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건설사들도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단지 내 수영장, GX룸 등 운동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스카이라운지, 북카페, 소극장 등의 문화시설도 함께 조성했으며 이 외에도 세대 내 럭셔리 인테리어와 수입 가구, 최신식 가전을 마련하는 등 고급화를 추구했다.

실제로 럭셔리 주거상품은 분양 성적도 우수했다. 현대건설이 송파구 문정동에 공급한 ‘르피에드’는 전용면적 42~50㎡를 대표 타입으로 내세우는 소형 럭셔리 주택으로, 전 타입 완판됐다.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된 ‘펜트힐 논현’, 부산 해운대에 공급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도 완판되는 등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의 인기는 멈출 줄 몰랐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 1인 가구 하이엔드 라이프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상류층을 위한 럭셔리 주거시설로, 무려 18개 타입으로 구성한 오데뜨오드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정부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10 부동산 대책(2020년 7월10일자 주택시장 안전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분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코로나, 부동산 정책…저조한 분양 실적
외국 투자 유치하려 했지만 공매 넘어가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서울 소재 주택을 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에 대한 중과세율이 종전 0.8~4% 수준서 1.2~6% 수준으로 상향됐다.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서는 중과 최고세율인 6%가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서울을 포함한 규제 지역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중과세율도 기존 2주택 이상 보유자 10%, 3주택 이상 보유자 20%서 각각 20%, 30%로, 다주택자 및 법인에 적용되는 취득세율은 각각 8%(2주택 보유 개인), 12%(3주택 이상 보유 개인, 법인)로 인상됐다.


게다가 오데뜨오드 도곡 인근에 공급 물량이 많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강남구를 중심으로 고급형 도시형 생활주택이 8곳 이상 분양되면서 수요가 분산됐다. 또 오데뜨오드 도곡이 준공될 당시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확산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인기가 크게 꺾인 점도 분양에 차질을 준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낮아진 소비 심리에 오데뜨오드 도곡은 2020년 하반기 분양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다수 남았다. 총 108호실 중 약 87호실이 미분양됐었다. 현재는 모든 호실이 미분양 상태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에 대주단과 시공사 등에 원금, 이자 및 대금 지급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EOD, Events Of Default)이 발생했다. 

공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체가 가진 비업무용 재산과 국세, 지방세의 체납으로 인한 압류재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공매 물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기업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고 약정한 기간에 돈을 회수하지 못해 매각 의뢰한 담보물이다. 

대주단은 1차 공매를 신청했지만 도곡닥터스를 믿고 취소했다. 도곡닥터스는 오데뜨오드 도곡 분양 대상자를 외국인과 시니어 층으로 바꾼 뒤 좋은 호응을 얻고 외국 투자사(SC Lowy Korea)와 1000억원가량의 투자의향서 체결에 협의했기 때문이다.

108호실 중 
87호실 미분양

도곡닥터스는 해당 투자를 받은 뒤 1순위 채권단인 대주단의 원금과 이자를 갚은 후 분양에 돌입해 분양금으로 2순위 채권단인 시공사와 신한자산신탁 채권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DL이앤씨가 다시 신한자산신탁에 공매를 요청하며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DL이앤씨는 지난 10월14일 도곡닥터스의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신탁계약상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에 공매절차의 개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10월23일 오데뜨오곡 도곡에 대해 지난 11월4일부터 일반경쟁에 의한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매 공고를 했다.

해당 공고에 따라 공매는 4차까지 진행됐지만 입찰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공사에서는 “당초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너무 높게 잡혀있어서 입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처음부터 내놨으면 공매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1차 최저 입찰가는 1829억5700만원이었다. 3차 최저 입찰가는 1335억40만원으로 책정됐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감정평가액은 1407억3600만원이다. DL이앤씨가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높게 잡혀 있어 입찰이 안 됐다고 주장하지만 감정가보다 낮은 3차 최저 입찰가에도 입찰이 안 된 것이다.

첫 분양 당시 3.3㎡(1평)당 분양가가 7299만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강남 재건축단지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평당 분양가가 5273만원, ‘디에이치 리클라스’가 4892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비싼 편이다.

시행사는 현재 공매중지가처분을 신청해 둔 상황이다. 시행사는 DL이앤씨의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공사비 인상요구를 포함한 갑질로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도곡닥터스를 협박하고 의도적으로 공사를 지연했다.

의도적으로 
공사 지연?

도곡닥터스 관계자에 따르면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처음 도급계약을 맺을 당시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연간단가 30% 이상 자재비 및 인건비가 폭등할 경우 채권자(도곡닥터스)가 채무자(DL이앤씨)와 공사비 증액을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수조건 제12조와 제13조에 따르면 자재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은 ‘철근·형강’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돼있지만 DL이앤씨는 자재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도 공지하지 않고 철근과 형강 외 자재비 인상을 요구했다.

또 도곡닥터스는 DL이앤씨가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하면서 오데뜨오드 도곡의 출입을 막고 있어 도곡닥터스는 물론 분양업체도 오데뜨오드 도곡을 출입할 수 없어 분양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도곡닥터스의 이런 주장에도 재판부에서는 공매 중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DL이앤씨 관계자는 “시행사의 주장을 법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공사대금 채무부존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사업 초기 공사 기간 28개월 343억563만원의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공사가 예정보다 지연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지난 2022년 3월25일 공사 기간을 실 착공일로부터 29.5개월(2021년 1월18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로 연장하고 총 계약금액을 435억563만원으로 변경해 다시 계약했다.


도곡닥터스는 도급계약에 따라 95억원가량 증가한 공사대금을 DL이앤씨에 지급했지만 DL이앤씨는 공사대금 192억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된 192억원에는 공사 기간이 연장됨에 따른 추가 지출 공사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재비, 연체이자 등이 포함됐다.

도곡닥터스는 공사 기간이 연장된 데 DL이앤씨의 책임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채무부존재 고소장에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던 지난 2023년 6월경 DL이앤씨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악의적으로 지연했다고 적시했다. 

“192억 추가 공사대금 이해 안가”
“러·우 전쟁 여파로 정당한 요구”

도곡닥터스는 너무 높은 원자재 인상 비용에 DL이앤씨에 하청업체에 대한 공사비 지급 내역, DL이앤씨와 하청업체 간 계약이행증권 등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 공사대금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사 기간 중 DL이앤씨의 현장 관리 소홀로 공사 현장서 화재가 발생해 공사가 4주가량 지연됐으며 지난 2022년 8월경에는 DL이앤씨가 모델하우스를 본래 약정과 다르게 특 A급 원자재가 아닌 C급 원자재를 사용해 개설해 이를 허물고 다시 개설하는 과정서 추가로 4개월가량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고 한다.

심지어 모델하우스의 철거와 재시공은 도곡닥터스가 직접 다른 업체와 계약해 진행했다.

이를 두고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분양과 상관없이 연장된 공사 기간에 대한 책임은 DL이앤씨에 있다”며 “정상적인 추가 공사대금인 69억원 외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추가 대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는 오히려 DL이앤씨가 도곡닥터스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모델하우스 재시공 업체 계약 비용 3억3000만원을 포함한 모델하우스 재건축비 9억원, 4개월의 임차료 8억원, 분양 지연 등 행위에 따른 이자 60억원, 준공 후에도 현재까지 무단 점유로 분양을 막고 있어 발생하는 18개월의 이자 120억원 등이다.

추가로 매달 부과되는 세금과 관리비 등도 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25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DL이앤씨의 모델하우스 부실 공사가 없었다면 초기 분양을 부동산 정책이 변하기 전에 시행할 수 있었다”며 “사업계획으로 분양광고를 냈을 때만 해도 분양 예약이 전체 호실을 넘어선 수준이었지만 수요자가 모델하우스를 보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분양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DL이앤씨가 요구한 공사대금을 100억가량으로 줄이면 요구에 응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DL이앤씨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매는 진행되고 입찰가는 점점 내려가고 이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DL이앤씨는 최근 해당 채무부존재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회사는 시행사가 제기한 소송에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며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정당한
공사대금”

DL이앤씨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철강·형강뿐 아니라 모든 공사 자재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도곡닥터스가 요구하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은 업무상 기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으며 정당한 공사대금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분양 실적이 저조했는데 분양 대상을 바꾼다고 해서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기다리는 것보다 공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공매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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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