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잡힌 롯데타워의 운명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05 17:48:48
  • 호수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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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흔들리는 123층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롯데지주가 불황 속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지 못해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로 인한 적자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쌓이면서다. 신용평가사로부터 재무 리스크 우려가 나오자 사업 비중 조절,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 비중 확대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롯데케미칼이 최근 10년간 발행한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어떤 상황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일 전에 조기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과거의 영광

EOD 이슈가 발생하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리포트를 일제히 냈다. 롯데그룹 유동성과 관련한 시장 내 불안감이 형성되자 그룹의 적극적인 해명이 이어졌다. 

롯데케미칼 자체의 풍부한 자산 등을 고려하면 이번 이슈가 당장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 불황의 지속, 이자부담이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예측 등으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30일 기준 계약상 유지해야 하는 재무비율 중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EBITDA/Interest Expense)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무 특약조건 미준수 사유 발생에 대해 순차적인 협의를 위해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

당국과 시장에서는 웨이버(일시적 적용 유예)를 통해 재무 약정 위반 사유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달 19일 회사채권자 대상 집회를 소집하겠다고 공시했다. 집회에서는 계약 변경 또는 EOD 선언 여부 등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1일, 2조원가량의 공모 회사채에 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 루머 속에서 자산 유동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사채 관리 계약에 따르면, 사채의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일정 재무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이 달려 있다.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EBITDA 5배 이상,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신평사 예의주시 롯데케미칼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 발생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적자를 내면서 지난 9월 말 이자비용 대비 EBITDA가 4.3배를 기록해 5배를 밑돌게 됐다. 3분기 EBITDA는 2977억원, 이자비용은 3197억원으로 배율이 0.9배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3분기 말 부채비율은 75% 수준이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경우 교차 부도 조항이 있어 한 회사채에만 디폴트(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해도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EOD 상태가 된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회사채는 총 2조3000억원 규모다. 이 중 2500억원 규모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연결돼있어 자칫 2조원의 디폴트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 동의를 얻어 웨이버를 받으면 일단 위기는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자들과 금융사, 금융 당국도 이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EBITDA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식으로 재무 약정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약 2조원의 채권이지만 현금이 당장 부족한 상태는 아니어서 웨이버만 되면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고, 시장에 안심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이 예금 2조원을 포함해 유동성 자금 4조원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상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영업 현금 창출력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든 점은 숙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477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기관 차입금 또한 약 8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사채권자 집회 결의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

과거 5대 그룹에 꼽혔던 롯데는 ‘지친 거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롯데케미칼 등의 실적 부진과 영업손실 확대가 계속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줄어든 탓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2년 7626억원, 지난해 3477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도 3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600억원으로 시장에선 올해 적자 규모가 7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에 수조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익 급락에 5조2000억원 규모의 라인 프로젝트, 2조7000억원 규모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분석하며 “해당 투자만 없었더라도 현 시점서 순현금 포지션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확보해 안정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회사채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부채비율 역시 약 75%로 견조한 재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을 강화할 목적으로 국내 최고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555m 123층 빌딩으로 세계서 여섯 번째이자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롯데 선대 회장인 고 신격호 회장의 인생작으로, 2017년 완공했다. 핵심 자산을 내놓을 만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목적인 셈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롯데지주는 “그룹 차원의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실질적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관련주는 지난 28일 장 초반 강세를 나타냈다.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 및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예고한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지주는 이날 오전 10시 2.39% 오른 2만14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롯데케미칼은 3.47%, 롯데쇼핑 1.78%, 롯데정밀화학 2.42% 등 강세를 보였다.

경쟁국 공급 과잉, 원료 상승···
3년 넘게 적자 ‘아픈 손가락’

궁극적으로 롯데지주는 수익성 개선이 당면 과제에 놓였다. 그러나 중국, 중동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원료 가격 상승 등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의존도가 높았던 기초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60%서 30%로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페셜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 소재 부문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투자 축소, 자산 매각 등도 함께 진행된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은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시설투자(CAPEX)는 추가적인 검토를 통해 1조7000억원 수준까지 축소했다. 2025년 이후 시설투자는 상각 전 영업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현재 부동산·가용예금만 71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며 계열사 전반의 재무 안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각각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롯데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특히 롯데케미칼 회사채와 관련한 현안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발생한 것으로 현재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없다”

롯데는 “지난 2018년 이후 화학산업은 신규 증설 누적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급이 악화하고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손익이 저하됐다”며 “이에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이라며 “현재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기준 4조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며 “다음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을 공고해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특약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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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