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우성 아이 낳은 문가비

사귀지도 않았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4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모델 문가비가 정우성의 아들을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두 사람이 결혼을 안 한 것이 드러나면서 문가비는 누구인지와 정우성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정우성의 소속사는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구릿빛 피부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주목받다 잠적했던 모델 문가비가 다시 연예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 출산 사실을 알리면서다. 문가비와 정우성의 혼외자는 물론 이들의 과거 발언과 행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글래머 모델
그녀는 누구?

문가비는 1989년 인천서 태어났다. 그는 인천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의 한 대학 무용과를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가비는 1학년 1학기까지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외국 생활을 시작했다. 모델로 데뷔한 이후 지난 2011년 미스 월드 비키니 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가비는 지난 2018년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미스 월드 비키니 대회에 2011년 한국 대표로 출전 자격을 얻었는데 본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개최조차 되지 않아 출전을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랬던 그는 지난 2017년 온스타일 <겟잇뷰티>서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이국적인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가비의 분위기에 혼혈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문가비는 100% 순수 한국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SBS <정글의 법칙>, KBS 2TV <볼 빨간 당신>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그의 경력에 가운데 시선을 끄는 것은 2019년 하정우 소속사인 워크하우스 컴퍼니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단 점이다. 

당시 소속사 측은 “모델 활동부터 향후 배우로서의 활동까지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처럼 배우 활동도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인 2020년부턴 방송 활동도 하지 않았고, 2021년 전속계약이 종료됐다. 그의 개인 SNS에도 지난 2022년 6월 외국서의 사진을 올린 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22일 한 아이와의 사진을 올리며 출산했다고 알렸다. 문가비는 해당 게시글에서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그리고 새로운 해였던 2024년을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저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간다”며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은 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식에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저는 임신의 기쁨이나 축하를 마음껏 누리기보다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 조용히 임신 기간 대부분을 보냈다”며 “그렇게 하기로 선택을 했던 건 오로지 태어날 아이를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 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꽁꽁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의 아이에게 지난날 내가 보았던 그 밝고 아름다운 세상만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문가비의 말에 팬들은 ‘말 못 할 사연이 있구나’라고 짐작만 할 뿐 특별하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후 아이의 생부가 배우 정우성이란 사실이 공개되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출산한 사실을 고백한 이유에도 관심이 쏠렸다.


4년 만에 나타나 출산 발표
친부 알려지면서 혼외자 논란

매체 <디스패치>에 따르면 문가비와 정우성은 지난 2022년 처음 만났다. 그들은 한 모임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서로 연락을 유지하며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문가비가 정우성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알렸고, 정우성 또한 기뻐했다. 양육의 책임도 약속했다.

정우성이 문가비 아이에게 직접 태명도 지어줬고 한다. 

다만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문가비의 출산 소식이 알려지고 정우성 소속사는 지난달 24일 밤 “문가비씨가 SNS에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씨의 친자가 맞다”며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 최선의 방향을 논의 중으로 정우성은 아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지만 아이 출산 시점과 두 사람의 교제 여부, 결혼 계획 등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예 매체 <텐아시아>는 정우성 측근의 말을 인용해 아이는 지난 3월에 태어났으며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결혼과 양육 문제 등을 두고 각기 다른 입장으로 논의를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정우성은 도의적인 차원서 혼외자인 문가비 아들에게 양육비는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가정을 이루는 등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고 문가비는 결혼을 원했다는 것이다.

일련의 상황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먼저 아이가 태어난 지 8개월이 넘은 시점서 아직도 논의 중이라는 것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가비의 임신을 인지하고 출산 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의견 대립을 확인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양육비만 던져주는 것이 과연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 맞느냐”고 꼬집었다. 또 명확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도 조명하며 혼외자를 만든 무책임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성인인 두 사람인 만큼 제3자가 말을 얹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아이는 책임질 수 있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이른바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 탄생했다고 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다시 말해 정우성으로서는 생물학적 아버지로서의 역할만 인정할 수도 있다며 이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정우성의 팬들은 “정우성의 굳은 심지를 믿는 만큼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소속사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며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례도 있는 만큼, 대한민국이 개방적인 사고를 통해 대중문화가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지지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지인 모임서
처음 만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모델 이리나 샤크와 교제 도중 다른 여성과의 사이서 아들 호날두 주니오르를 품에 안았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호날두가 친부로 밝혀지자, 그는 직접 자신의 아들로 인정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아이의 출산 소식을 전한 것이 아니냐며 문가비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합의 전 언플, 치사한 방법을 썼다” “아이는 죄가 없다. 아이에게 미안하게 생각해라” 등의 글과 함께 “작정하고 낳았네” “원나잇으로 애 낳으면 결혼이라도 해줄 줄 알았나 보네” 등 근거 없는 악성 댓글도 달렸다.


이들의 합의와 관계없이 법조계에서는 문가비가 받을 양육비와 상속 등과 관련된 법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미루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해 “혼인신고 하지 않은 상태서 낳은 아이를 혼외자라고 한다. 결혼했으나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서 태어난 아이도 마찬가지”라며 “만약 나중에 정우성과 문가비가 결혼한다면 혼외자는 ‘혼인 중 출생자’로 지위가 변경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혼외자에 대해 자신의 자녀가 맞다고 인정하는 것을 법률 용어로 ‘인지’라고 한다”며 “혼외자도 인지가 되면 아버지로부터 양육비와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정우성이 ‘내 아이가 맞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아이는 나중에 정우성 재산을 상속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성이 문가비에게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는 서울가정법원 양육비 산정 기준표에 따른다. 최고 구간은 월 200만~300만원”이라며 “다만 정우성처럼 수익이 많은 경우에는 조금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가비의 혼외자 출산 발표의 후폭풍은 계속됐다. 특히 정우성과 오랜 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일반인 여성이 있다는 것과 정우성이 인플루언서들에게 다이렉트 메세지(이하 DM)로 수작을 부렸다는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텐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정우성은 현재 비연예인 여성과 10년 넘게 열애 중이다. 정우성과 일반인 연인은 절친인 이정재-임세령 커플과 더블 데이트를 즐길 정도로 공식적인 관계였다고 한다.


동의 없이 
출산 결정

이어 매체는 정우성의 연인이 문가비와 혼외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뒤늦게 이를 알게 돼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문가비와 결혼 및 양육을 두고 마찰을 빚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이에 정우성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열애설에 대해 “배우 개인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한 점 양해 부탁드리며 지나친 추측은 자제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JTBC <사건반장>에서는 정우성이 일반인 여성과 다정하게 찍은 스티커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9월 제보자 A씨는 서울 강남의 한 스티커 사진점에 방문했을 당시 누군가가 흘리고 간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A씨는 “다정한 커플 사진이었는데 남성의 얼굴이 낯이 익어 자세히 봤더니 바로 정우성이었다”고 했다.

해당 사진과 영상은 포토 부스서 찍힌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과 코끼리 인형을 들고 있는 여성은 친근하게 얼굴을 맞대며 스킨십을 하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뽀뽀까지 하며 연인 사이임을 유추케 했다. 해당 사진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우성의 스티커 사진 속 주인공을 두고 여러 추측이 쏟아졌다. 정우성이 10년째 사실혼 관계를 가진 비연예인 여성이 아닌 또 다른 비연예인 여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소속사는 이번에도 “배우 개인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라며 “지나친 추측은 자제 부탁드린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정우성이 본인 SNS 계정을 통해 일반인 여성과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DM 대화 캡처본이 온라인에 확산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우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낸 인스타그램 DM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을 보면 정우성의 공식 계정(@tojws)과 동일한 계정서 발송됐고 인증 계정 표시인 파란 마크도 찍혀 있었다. 다만 정우성이 해당 DM을 작성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개된 캡처본에 따르면 정우성 공식 계정을 쓰는 발신인은 한 여성에게 먼저 대화를 건넸다.

발신인은 “멋진 직업”이라며 먼저 인사했고, 상대방은 “정우성님, 해킹당한 건 아니죠?”라며 의아해했다. 그러자 해당 발신인은 “우연히 피드를 보고 작업을 즐기고 잘하는 분 같아서 참다가 인사한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후 발신인은 이동 중인 차량서 찍은 사진을 전송하고 촬영 스케줄을 이야기하는 등 상대방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 말미에는 “혹시 번호를 알려드려도 될까요?” “톡이나 문자로 인사해요”라며 연락처를 공유하기도 했다.

양육비·상속 등 법률 부분 주목
사실혼·DM 등 여성 문제도 시끌

또 다른 DM 캡처본도 공유됐다. 이번에도 정우성으로 추정되는 발신인이 한 여성에게 “나빠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발신인은 “인사가 어려운 것도 화나고 그냥 피드만 보고 있는 것도 화나요. 반가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를 본 상대방이 “깜짝 놀랐어요” “저야 너무 영광이죠”라고 하자, 그는 “믿어줘서 깜짝이죠. 정말 용기 낸 메시지인데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진짜 정우성이 보낸 것이 맞느냐 등 논란이 일었다. 정우성의 소속사 측은 해당 논란에도 “개인 간의 SNS 교류에 대해서는 배우의 사생활 영역이라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할 뿐이었다.

혼외자에 이어 일반인 DM까지 드러나자 정우성의 여성 편력과 과거 방송서의 인터뷰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배우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개봉 후 그해 11월 엘르 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인터뷰서 정우성은 “여배우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 내가 어떤 내적 매력을 풍기는지는. 하지만 스스로도 그런 걸 더 중요시 여기긴 한다. 여자도 가슴 크기나 쌍꺼풀 유무 이런 것보다는 내적 매력이 중요하다. 그런 걸 말 한마디로 툭 던질 때 흘러나오는 향기는 정말 진하다. 그건 어떤 망사 스타킹보다 더 섹시하다”고 답했다.

20대 때의 연애관을 묻자 “여자를 그렇게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외모뿐 아니라 분위기도 중요하게 봤다. 그래서 여자의 내면을 보기보다는 그저 한순간에 느껴진 매력 때문에 동침을 했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짓궂은 질문에 불편하지 않냐는 물음에 “재밌다. 나 역시 오픈 마인드로 좀 더 얘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기도 하다”며 “언젠가는 ‘누구랑 잤나요?’라는 질문에 ‘걔는 잤는데 좀 싱겁고’ 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냐”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오픈 마인드를 추구하던 행보가 이어졌다” “말이 씨가 됐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이던 정우성은 청룡영화상 시상식 참석해 ‘최다관객상’ 시상자이자 수상자로 배우 황정민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영화제서
소회 밝혀

정우성은 “저는 오늘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에게 제 사적인 일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또한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카메라에는 객석에 앉은 동료 배우들이 잡혔는데, 이들은 정우성을 향해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그를 북돋웠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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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