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도…’ 김건희표 예산 난타전

막 오른 여의도 쩐의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야당은 나라 곳곳에 드리워진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를 걷어내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현 정부가 아닌 현직 대통령의 아내로 인해 예산이 칼질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 예산보다 3.2% 증가한 677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야당은 윤석열정부, 그중에서도 김건희 여사와 연관되는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의석수를 휘두르며 멋대로 예산안을 깎고 있다며 역공세에 나섰다. 예산안 심사 마감일은 내달 2일이지만 늘 그래왔듯 시한을 한참 넘긴 후에야 합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돋보기 검증

우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국민 마음투자 사업(이하 마음투자 사업)’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이는 자살·우울증 예방을 목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며 오는 2027년까지 총사업비 789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해당 사업은 김 여사의 주력 사업으로 알려졌다. 자살 예방에 관심이 높은 김 여사는 지난해 9월 ‘괜찮아, 걱정마 마음건강을 위한 대화’에 참여했다. 역시나 지난 9월에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를 순찰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마음투자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35억원 늘어난 508억원으로 편성됐다. 야당은 해당 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도 않았을뿐더러 올해 집행률이 12%밖에 되지 않는 부진한 성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예산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과도하게 예산을 책정하는 게 문제라는 설명이다.

결국 보건복지위원회는 마음투자 사업에 대한 예산을 기존에서 74억원 삭감한 434억원으로 예결소위에 넘겼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인 한국정책방송원(이하 KTV)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얼마 전 김 여사의 ‘황제 관람’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던 만큼 유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예산을 칼질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KTV는 한 유튜버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자료 영상을 사용해 풍자했다는 이유로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형사고소를 진행했다. 지난 10월에는 ‘무관중’ 국악 공연을 기획했는데 이날 김 여사가 자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는 내년도 KTV 예산서 전체 예산의 약 20%에 달하는 74억7500만원을 삭감했다. 구체적으로는 운영비 예산을 64억3800만원 삭감했으며 내역 사업인 ‘방송운영지원’ 중 ‘방송체험관 운영’은 10억 전액을 삭감했다. KTV의 설립 취지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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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문체위는 “KTV는 정책방송의 역할을 위배했으므로 2025년도 기본경비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3700만원을 감액하겠다”고도 밝혔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민간인에 대한 형사고소 취하와 이은우 KTV 원장·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하지 않으면 KTV 예산 삭감 폭을 다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정책방송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잘하겠다”면서도 인사조치를 비롯한 형사고소 취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서도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사업은 줄줄이 삭감됐다. 과기정통부는 용산 어린이정원에 체험관 신설과 ‘초거대AI 심리케어 서비스’ 사업을 계획했는데 야당에선 이 두 가지 사업 모두 대통령 부부와 연관됐다고 본 것이다.

초거대AI 심리케어 서비스 사업의 연구 책임자는 김형숙 한양대학교 교수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 때 무용을 전공하고 대학서는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그런 김 교수가 돌연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심리뇌과학전공 교수로 임용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 교수는 초대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이런 정황 속에서 김 여사가 ‘정신 건강’ 등을 강조하자 관련 사업 예산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을 연결고리 삼아 민주당에서는 “꺼림칙하다”며 해당 사업의 예산을 54억원서 36억원으로 감액했다.

용산 어린이공원 과학기술체험관 역시 “최고 권력자 김건희 예산”이라며 운영 및 설립 예산 4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국토교통위서도 난타전이 벌어졌다. 이른바 ‘김 여사 처가 카르텔’ 의혹을 받았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주요 쟁점이었다. 민주당은 김 여사 일가에 주어질 특혜 의혹이 없는 구간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의혹이 해소됐을 때 추진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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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의힘은 1년 동안 의혹만 제기됐을 뿐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미집행된 기본·실시설계 예산 61억원을 한국도로공사에 출자하고 노선 변화가 없는 45% 구간에 해당 출자액을 집행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내년도 예산인 62억4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상임위마다 예산이 반 토막으로 줄자 국민의힘은 “예산안 심사가 정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단 ‘김건희 예산’ 딱지가 붙으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개 식용 금지법 예산안에 대한 민주당의 모순을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여야 합의로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됨에 따라 정부는 개 사육 농장 등의 전·폐업을 돕기 위해 예산 544억원을 편성했다.

막상 예산안 심사에 돌입하자 민주당은 해당 예산을 “평소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김 여사의 의중이 들어간 사업”이라며 삭감을 예고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사업 지원 예산을 당초 정부안보다 397억원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합의로 이루어진 법안인 만큼 예산의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야당이 ‘김건희 사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쟁으로 몰아갔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은 2년 연속으로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대신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올해 대비 5000억원 늘리고 관련 예산을 3900억원 편성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리면서 여야 간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늘리고 줄이고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는 ‘현금 살포’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데 지금은 돈을 풀어야 할 때”라며 “(정부·여당은)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데 너무나도 힘든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발언이라 생각한다. 민심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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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6당이 4일, ‘비상계엄령 선포’를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탄핵안에 포함된 인사는 윤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포함됐으며 내란죄가 적용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김 장관의 건의로 이뤄졌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김용현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변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헌법 및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및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의원총회 직후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부대표는 “오늘 자정이 지난 시점에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박 원내부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니 토요일(7일)까지는 비상 대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으로, 민주당 및 범야권 의석(192석)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가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야당들도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만약 국민의힘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며, 대통령의 직무도 즉시 정지된다.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탄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재 탄핵은 재판관 9인 중 6인이 찬성할 경우 인용되나 현재 6인 체제인 만큼 즉시 탄핵 심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이 화두가 되면서 인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3개월1일이 소요됐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며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한 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 19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선포 6시간 만인 오전 4시30분께 전격 해제됐다. 이날 계엄작전은 미리 계획돼있었다는 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으며 11시께 포고령 1호를 발령했다. 포고령엔 국회, 지방의회 등의 정당‧정치 활동은 물론, 파업, 태업, 집회 행위 등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언론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도 명했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는 시민 등에 따르면, 국회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및 시민들의 경내 진입을 막아섰으나 자리를 지키는 정도로 격렬하게 대응하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간혹 큰소리를 내며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을 향해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니 자제해달라’고 고지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만 공수부대, 특전사로 구성됐던 계엄군은 국회 본관 내 진입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직자 등에 따르면,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등의 유리창을 깬 후 본관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및 민주당 당직자들의 거센 저지를 받았다. 이러는 사이 우 의장 직권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요구안이 본회의서 가결 처리됐고, 계엄군을 막고 있던 이들은 “당신들은 반란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도 4시29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6시간은 막을 내렸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10시20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자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족대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의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게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통령으로서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념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워딩 어디서도 의료나 전공의라는 단어는 물론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비상계엄 후폭풍의 영향으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내각 총사퇴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을 요청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