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평 구산역 지주택 230억원 먹튀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13 16:35:50
  • 호수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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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제자리 “수백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흔한 말처럼 번졌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구산역에듀시티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23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이 투입됐지만, 수년째 추진위원회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산역 지주택’ 사업에 고용된 용역업자는 “광고비, 용역비로 다 쓰고 실제 토지 매입에 들어간 비용은 1%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곳은 앞서 ‘역촌2주택재건축정비구역’이 토지 등 소유자의 요청으로 정비구역서 해제되자 개발을 찬성하는 토지주들 중심으로 지난 2018년 말 사업 방향을 지주택으로 틀었다. 현장 위치는 서울특별시 은평구 역촌동 2-45번지 일원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하 3층~지상 35층 총 8개동으로 계획돼, 732세대 전용면적 44㎡~74㎡ 중소형 평형대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분담금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구산역 지주택 추진위는 지난 2019년 5월12일 모집 신고로 조합원을 확보했다. 이어 같은해 11월12일 건축계획(안)변경을 통해 세대수를 기존 450세대서 478세대로 늘렸다. 이후 지난 2020년 9월28일 약 396명의 조합원들로부터 각각 6000여만원의 분담금을 받아 사업비 총 237억6000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건설 예정 규모는 430세대로 줄었고,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토지소유권 15%를 확보하지 못해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급기야 지난달 현장에는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리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정리하고자 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를 본 일부 조합원은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결국 일부 조합원과 업무대행사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조합원이 업무대행사와 추진위원장 등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소하자, 업무대행사인 Y 건설사는 사측과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해당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민·형사 고소를 예고했다.

일부 조합원은 계약을 취소하겠다며 추진위를 고소했다. 고소에 나선 조합원 측 오인철 변호사는 “조합원 분담금 환불 보장 약정 내용이 포함된 ‘안심 보장 확인서’까지 교부한 해당 추진위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안심시켰다”며 “고소인은 조합원 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각각 6000만원씩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총 사업비 230억원 이상을 확보한 추진위는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토지 확보 동의서만 43.8%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매입 동의를 받으러 다니는 용역 근로자에게 지급된 비용만 13억원 이상 사용됐고, 나머지 200억원 이상은 Y 건설과 이들이 세운 홍보관 설립 비용 등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추진위의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일부 직원은 월급 1000여만원을 받지 못해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용역·광고비에 쏟은 200억원
“애초 개발 어려운 지역에 왜?”

특히, 추진위 측이 조합원에게 공개한 안심 보장 확인서에는 조합원 분담금 전액에 대한 환불 보장 약정이 포함돼있지만, 이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했다. 사실상 추진위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넘어가 총회를 거쳐야 하며, 이마저도 총회서 돌려줄 의사가 없으면 받지 못하는 돈이다.

추진위는 이를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음에도 안심 보장 확인서를 의뢰인에게 교부해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처럼 기망한 것이다. 그로 인해 가입계약의 중요 부분인 안심 보장 확인서의 효력에 관해 착오에 빠질 수 있게 했다고 변호사는 판단했다.


따라서 조합원은 추진위가 착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부당이득 반환으로 추진위는 각 분담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국 지난 2022년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고소인 조합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추진위 측이 분담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승소 판결에 따라 조합원은 앞서 1심 패소 판결을 뒤집고, 납입한 조합원 분담금 전액뿐 아니라, 그에 대한 법정이자 및 변호사 비용을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전혀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토지 매입은 개발을 원하는 지역주민들이 도와야 할 문제”라며 “사업비를 정직하게 사용했다”고 일축했다.

반면, 과거 추진위서 근무하다가 인건비를 받지 못해 퇴사한 전 직원은 “애초에 토지 매입을 위해 사용될 돈은 모두 업무 대행비 등으로 지출된 지 오래고, 배임 횡령 소지가 있다”며 “지주택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지다. 그 주변이 다 그렇다”고 토로했다.

용역비
흥청망청

실제로 지난 1월 해당 지역 인근에 위치한 연신내 지주택 조합원 95명(탈퇴자 20여명 포함)은 업무대행사 대표 A씨를 비롯해 총괄이사 B씨, 업무대행사와 ‘조합원 모집 대행’ 용역을 맺은 H사 대표 C씨, 추진위원장 D씨 등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사기 및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했다.

허위로 지주택 조합원을 모집해 1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이들은 현재 서울은평경찰서로 이첩돼 수사받고 있다.

최근 은평서는 은평구서 불광2동주택조합(가칭) 업무를 담당하던 C씨와 관계자 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행사 사무실과 C씨의 자택, 주택조합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은평서 관계자는 “피의자 일부를 송치했으며 사안을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대행사 측은 지난 2019년 9월 연신내역 인근에 세워질 25층 아파트단지 입주를 원하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라고 홍보했다. 이 무렵 ‘GTX연신내역 북한산 파크뷰’라는 이름의 모델하우스와 현수막이 등장했다. 연신내역 인근에 세워질 25층 아파트단지 입주를 원한다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대행사는 이미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사용권원을 대부분 확보했으며 2~3년 안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이를 믿은 조합원 673명은 지난 2019년부터 1인당 5500만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운 금액을 계약금 명목으로 납부했다. 그러나 대행사가 얻어낸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27.7%에 불과했고, 아파트단지 건설을 위해 매입한 땅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에 문제가 생길 시, 납부 금액을 전부 돌려주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행사는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금액의 대부분을 이미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위 언급한 구산역 지주택과 흡사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진흙탕
은평구

문제는 조합 업무를 담당하던 대행사가 사업 추진 없이 몇 년을 끈 데다 최근 대행사 대표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조합원들은 정신적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대행사의 거짓말을 알게 된 후 현재 신경정신과를 다니면서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악성 지주택 현장을 살피기 위해 정부가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했던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에서 지적사항을 시정하지 않았거나 내부 갈등 등으로 민원이 발생한 조합, 사업 기간 대비 토지 확보율이 떨어지는 조합 중 7개 조합을 선정해 집중 점검했다.

지주택 사업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전용 85㎡ 이하) 소유주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시행 주체가 돼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때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택을 지을 토지를 확보해야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사업 지연, 허위·과장 광고, 과도한 추가분담금, 조합 운영상 횡령·배임, 사기 등의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계획 승인 조건(토지 95% 이상 소유)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토지 사용 동의율 80% 확보(조합 설립 조건)’로 속여 조합원들의 돈을 편취한 사기범죄 사례도 허다하다. 시장에선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여전히 추진 단계···고소 나선 조합원
‘연신내 지주택’ 조합장 구속 재조명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꾸려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주택 사업의 취지와 달리 사업 지연과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서울시가 집중점검에 나섰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조사 대비 조사 기간(5→7일)과 전문 인력을 보강, 사업성 분석과 조합원 분담금 적정성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착공하지 않은 조합 3곳(전체 43%)은 토지 매입 가격 상승, 고금리, 공사비 증가,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내부 갈등이 있어 사업성 등도 함께 들여다봤다.

아울러 ▲조합 모집 광고 ▲홍보 ▲용역계약 체결 ▲조합원 자격 ▲조합 규약 ▲업무대행 자격 ▲업무 범위 ▲자금 관리 방법 ▲실적보고서 작성 ▲정보 공개 ▲자금운용 계획·집행 실적 등을 놓고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점검, 조사했다.

지주택 점검 결과 배임이나 횡령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고, 같은 내용으로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주택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과태료 즉시 부과 또는 수사 의뢰, 고발 등 엄중한 행정조치에 나선다.

시는 조합원을 비롯해 시민 누구나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게시하는 한편, 조합별 세부 지적사항은 조합 가입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각 조합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한병용 주택정책실장은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은 깜깜이 사업 추진으로 비판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건실한 정비사업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투명한 조합 운영과 조합원 피해 예방을 위해 철저한 실태점검과 감독에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지주택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전에 주택법에 따른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점검을 선행한 뒤 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밝힌 바 있다. 지주택 조합원이 사업 추진 사항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조합이 피해를 입히는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다.

실제 지역주택조합이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계획 수립 단계서 마치 사업이 빨리 진행될 것처럼 조합원을 모집해 놓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거나, 사업 추진 상황과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사업구역 면적 5000㎡ 이상 또는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을 건설하는 경우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현재 서울 시내 지역주택조합을 추진 중인 118곳 중 114곳(97%)이 지정 대상이다. 

단속 나선 시
“깜깜이 주의”

지주택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모집 신고→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계획승인→착공→준공→조합 청산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위해선 주민 입안 제안→주민 열람·공고→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보공개 등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구역 지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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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 등이 노태우 일가 세무조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 사건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세기의 이혼 흑역사 불러 재단이 지난 10월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태우 일가를 둘러싼 부정 은닉재산 의혹 등 실체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약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2628억원에 그친다. 재단 측은 지난 10월14일 대검찰청에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김 여사의 ‘선경 300억’ 관련 메모에 기재된 전체 금액이 904억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7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원장을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고발 당시 “올바른 정의와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습해 자식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국가에 환수당하지 않으려 과세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상속세도 포탈했다”며 “상속세 포탈 금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 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해 왔으나 재판 과정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및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닉재산에 대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서 피고발인인 김 여사가 2000~2001년까지 약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불법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자금 4600억” 정재계 증언 이어져 5·18 관계자 고발로 부인·남매 소환 재단 측은 추징금 완납 이후에도 비자금 관련 뇌물죄 수사 및 추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했던 불법 비자금 총 152억원을 피고발인 노 원장 명의로 공익법인에 기부해(동아시아문화센터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후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측도 지난 8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았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준 돈? 받은 돈!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지난 2016~2021년까지 동생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관련 직접 수사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실체 규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자금 시드머니 정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진행 중인 ‘노태우 위인화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수위 역시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가족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수위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가 해외서 굴리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또 환수위는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00억 메모’꺼낸 노 관장 자충수 “네오트라이톤 뒤져야” 의혹 제기 정치권서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서 ‘6공화국 비자금’과 관련해 “(전체 비자금 추정 규모 대비)일부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는데, 최근 소송서 밝혀진 904억 메모, 152억 기부금 등 비자금 은닉 정황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방안을 마련해 종합감사까지 보고할 것”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 관련 자금 흐름을 국세청 홈택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살펴보는 과정서 노태우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발견했다. 노 원장의 최측근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영위하는 ㈜네오트라이톤이라는 회사를 파악하게 됐다. 노 원장은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트라이톤에는 최초 설립 이사부터 전·현직 임원 등에 노 원장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언론을 통해 노재헌 원장과 홍콩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는 김정환씨, 그리고 비자금 세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노 원장의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과거 이사장인 채현종씨도 포함돼있다.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 전 마지막으로 공시된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원장을 포함한 총 2~3인의 주주단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무담보 형식으로 회사에 대여해 줬다. 네오트라이톤은 현재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데 주주와 은행의 차입금으로 토지 구매, 건물 건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다. 불똥 튄 남동생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 일부만 추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납부 여력이 없다며 사돈과 친척을 통해 추징금을 대납시켰다고 하는데, 이후 어머니 김옥숙씨는 아들 공익법인에 147억을 출연했다”며 “노태우 일가의 자금 출처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재헌 원장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서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