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브로커 티내는 명태균

얼마나 우스우면…대통령까지 협박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 관련 의혹’ 논란의 중심에 선 명태균은 경남지역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일종의 정치 컨설턴트 역할을 하며, 여러 정치인들과 접점을 넓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각종 인터뷰를 통해 논란을 점점 더 키우고 있는 상황서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역 정가에서 유명인사로 알려진 그는 누구일까?

최근 명태균의 과거 행적과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며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역 정가서 ‘정치 브로커’로 여겨졌던 명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데 이어 연일 언론에 폭로성 발언을 쏟아내며 여권의 긴장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그가 여권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드러내며 폭로를 이어가는 가운데,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반복 중이다.

연일 폭로
핵심 키맨

지난 1970년 경남 창원서 태어난 명씨는 한때 역술인 등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창원 일대서 여론조사 업체 등을 운영했으며 정치 컨설팅도 해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종합광고 대행 및 신문, 소프트웨어 개발, 인쇄출판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주)좋은날을 운영했던 기업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과거 창원대학교에 1억원의 발전기금을 출연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해 활동했다. 

(주)좋은날은 지난 2003년에 설립됐으나,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창원대학교 발전기금 외에도 명씨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본부서 청년 창업자의 경영을 돕는 선배기업인 멘토단으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그는 지역 정가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 2018년 ‘미래한국연구소’를 창립하고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와 함께 여론조사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정치권 관여 폭을 넓혀왔다. 


유명인사였던 명씨의 호칭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그를 ‘정치 컨설턴트’라고 불렀고, 다른 이들은 ‘브로커’ 또는 ‘사기꾼’이라고 칭했다.

명씨가 전국적 인지도를 누리게 된 것은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의 집중 보도를 통해서다. 해당 매체는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바탕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과 지난 4·10 총선 지역구 이동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김 전 의원이 경남 창원에 낸 변호사 사무실 주소지가 명씨가 사실상 운영해 온 여론조사 업체와 같았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1월 창원시 진해구에 법무법인 ‘선택’을 설립하고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 4월, 21대 총선서 창원 진해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경선서 탈락했다. ‘선택’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같은 해 7월 주소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 한 빌딩 3층으로 돼있다. 이 주소는 당시 명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와 동일하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의 소장 명함은 김 전 의원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로 돼있다. 김씨는 명씨가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인터넷신문·인터넷방송·여론조사 업체인 <시사경남> 보도국장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명씨는 인터넷 매체인 <시사경남>의 CEO 겸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론조사가 주된 무기로 여론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비롯해 정치 현안에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정가서 상당한 유명인사
정치 현안에 해박하다는 평가


지난 9월19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창원을 비롯해 경남 일대서 정치하는 사람들 중 명씨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명씨에 대해 “무속인은 아니고 지극히 정상”이라며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명씨를 처음 만났다는 신 의원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고 느꼈다”며 “선거 기획 능력이나 그런 것이 탁월한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몰랐던 정치의 흐름을 많이 설명해줬다”고 교류해 왔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레귤러하게 공부하지 않아 약간 울퉁불퉁한 경향은 있지만, 오히려 레귤러 출신들이 갖지 못한 창의력이 있어 보였다”며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눈이 있고, 발상이 좀 더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명씨의 과거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01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시 공무원에게 로비를 통해 승진시켜주겠다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이 외에도 무자격 상태로 여론조사를 실시 및 보도한 혐의, 불법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수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해당 기간 총 4차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조위)의 고발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도 지난 6일 공개됐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여조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조위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기준 위반 행위로 총 4차례 고발 처분과 1차례 과태료 처분, 3회 경고 처분을 했다. 

위반 행위는 대부분 ‘표본 대표성 미확보’와 ‘미신고’였다. 연구소는 지난 2019년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선거 후보자의 의뢰로 비공표용 조사 9건을 임의 구축한 전화번호 DB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여조위가 고발 조치했다. 법원은 연구소 대표와 연구소에 각각 3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연구소는 21대 총선과 관련해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표본 대표성 미확보와 편향된 질문지 사용 등이 포착돼 여조위로부터 두 차례 고발당했다.

두 사안을 병합 심리한 법원은 연구소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 연구소에 벌금 300만원을 결정했다. 연구소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22년 5월에도 자체 보유 휴대전화 DB로 조사를 실시하고, 특정 전화번호를 중복으로 사용해 고발됐고 벌금형이 내려졌다. 

다양한 호칭
숨겨진 이력

명씨는 5년 전 사기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9월3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7월10일 사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그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 2016년 4~5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창원시 6급 공무원 A씨에게 로비를 통해 2017년 상반기 5급으로 승진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같은 해 5월부터 10월까지 피해자와 골프 라운딩을 하거나 식사 자리서 피해자가 ‘시청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며 직급은 무엇인지’ ‘근무 성적이 어떤지’ 등에 대해 물어보고 창원시장의 친구, 비서실 공무원 등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명씨는 ‘승진 부탁을 누구에게 하려면 인사 명목이 있어야 한다’며 A씨로부터 금전을 요구했고, A씨는 같은 해 11월22일 그의 차량서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 이후 12월26일, 다른 공무원에게도 승진 로비 명목으로 225만원 상당의 여성용 골프용품 세트를 받았다.

또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난 2021년 국민의힘 경선 당시 대의원을 포함한 당원 전화번호 약 57만건이 명씨에 의해 유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지난 10일, 명씨가 국민의힘 당원 56만8000여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여론조사에 활용된 국민의힘 당원 목록에는 책임당원과 대의원 분류, 성별과 지역, 휴대전화 안심번호 등이 포함됐다. 본 경선 기간(2021년 10월9일~11월4일)에 조사가 실시됐다는 점과 공신력이 의심스러운 외부 기관으로 당원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 4명(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의 본선 경쟁력 및 각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대 1 가상대결 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당시 윤석열 후보의 압도적인 우위로 나타났다.


이에 같은 날 국민의힘은 명씨에게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당원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하기로 밝혔다. 국민의힘 서민수 사무총장은 노 의원이 제기한 ‘당원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 “어떻게(명부가) 흘러갔는지 우리가 차근차근 지금부터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도된 명씨의 언론 인터뷰는 여권을 뒤흔들었다. 그는 지난 6일 진행된 JTBC와의 인터뷰서 “(언론엔)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입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 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자택에 대여섯번 방문해 국무총리 인사 추천 등 여러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거물급 인맥
영향력 과시

또 이날 밤 보도된 채널A 인터뷰에선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다.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지자 명씨는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에게 연락해 “(하야, 탄핵 발언은)농담삼아 한 이야기”라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재차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통해 명씨를 만나게 됐다”며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가 명태균을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어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된 것이고, 윤 대통령이 당시 두 정치인을 자택서 만난 것은 그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이 있어 자택에 오게 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윤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그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많은 분들로부터 대선 관련 조언을 듣고 있었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청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서 “뛰는 천공 위에 나는 명태균이냐”고 비꽜다. 

박 원내대표는 “요즘 김건희는 정권 실세, 명태균은 비선 실세라는 말이 돌아다닌다”면서 “용산 대통령실은 켕기는 게 있는지 침묵으로만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이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라는 증언이 나왔다”며 “사실이라면 현직 대통령 부부가 공천 장사를 했다는 것이고,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비선 실세라는 말 돌아다녀”
“입도 뻥끗 못 한 상황 한심”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명씨를 두고 “제2의 최순실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서 “명태균씨 또는 제2의 명태균, 제3의 명태균이 김건희씨를 통하거나 윤 대통령에게 바로 인사 개입, 인사 농단을 했다거나 정책 관련 개입을 했다면 이게 바로 제2의 최순실”이라며 “이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를 밝히기 위해서 저희 당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날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해 듣고 “행동할 때가 됐다”며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당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얘기들이 알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렇게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씨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보면 발언자들의 내용이 서로 충돌되는 지점도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보수 정치인들이 명태균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사람과 어울려 약점이 잡히고 이 난리가 났는데 누구 하나 입도 뻥끗 못하는 상황이 한심하고 수치스럽다”고 한탄했다. 

그는 “불법 공천 개입이든 불법 정치자금이든, 명씨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법대로 심판해야 한다”며 “만약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이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검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며, 특검을 피할 명분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트 우려
정치권 술렁

명씨가 연일 윤 대통령 부부 및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드러내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파장이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그 발언의 진위 여부에 따라 이번 사건이 게이트급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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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고성국씨도 전한길씨에 이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장 대표의 ‘국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3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비판 세례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책임당원에게 당명 개정 찬반을 물었고, 책임당원 중 68.19%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한 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진행해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당명을 내걸고 지방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당명 개정 추진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복적으로 ‘미래로 가겠다’라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과거로 퇴행해 왔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부정선거 음모론·합리성을 상실한 극단 세력에 휘둘려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자 사설을 통해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며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에 대해선 “장 대표가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잦은 당명 개정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명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면, 국민이 정당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당들에 대해선 “당명 개정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면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매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장 대표 주변에 포진한 일부 윤 어게인 세력 등을 제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공개 지적 등 다양한 압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동혁 지도부가 2월 전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 대표가 물러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설도 돌았다. 그러자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당 내부의 큰 흐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언더 찐윤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내보낸 후 경북 상주 출신이자 아나운서였던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부터?…보수신문 ‘사설 맹폭’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트럼프 벤치마킹?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문했고, 지난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영향력이란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장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언더 찐윤·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고 있고, 밖에선 주요 보수 신문까지 그에게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에 영향력을 가진 토착 보수가 정치적으로 세력화한 집단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등 행보로 인해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고성국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고씨는 “제가 김재원 계보가 된 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은 “제가 고성국 계보가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씨는 평소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해 왔다. 고씨가 입당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입당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미 지난해 7월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고, “역설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외에서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후 오는 30일 제1심 선고를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아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지난 13일 구속됐다.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하던 ‘두 거목’이 구속됐기 때문에, 강경 보수층에게 정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유튜버가 당내에 뿌리내리게 하면, 장 대표도 당내 거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에 거점을 만든 후 손·전 목사가 다시 활동하는 시기가 온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무주공산 강경 보수 장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은 지난해 2월 댓글 국적 표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장 대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을 올린 X(엑스)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 64%는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에 찬성한다”며 지난 9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리서치 조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어떻게 91%나 나올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우마오당 댓글 부대가 우리나라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이 14만명을 넘는 등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져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체류 자격 취득일 이후 3년이 지나고, 거주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등록대장에 오른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데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이 짙은 것 같다는 일부 보수층의 의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극우 영역을 국민의힘으로 이식해 입지를 굳혀 당을 장악한 후 상대를 공격할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체로 자국민 우선주의 등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일본의 참정당 등이 갖는 뚜렷한 공통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존 장벽을 더 높게 만들어 밀입국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우리가 짓고,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보수층의 표심을 얻었다. 양날의 검 극우 정치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극우 정치를 강하게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극우 정치는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한 언어에 몰두한다. 우리나라의 극우 정치는 남북 분단이란 역사적 특성 때문에 강경한 일부 기독교 교단과 강하게 밀착돼있다. 아울러 일부 노년층 특유의 옛 관성에 의존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과도한 강경함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 강경 보수 특유의 키치도 다른 정치 집단에 거부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토대로 미국 민주당에 반발하는 집단을 하나로 묶어 21세기 미국 극우 집단 MAGA 진영을 만들었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일본에선 포퓰리스트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특유의 화술을 매개로 자유민주당 내 보수 방류의 장기 주도권 행사의 기틀을 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피살됐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보수 방류의 영향력은 ‘여자 아베’로 유명한 정치적 후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극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극우 정치가 뿌리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한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은 2030 세대 남성이 많았다. 가담 정도가 지나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66명 중 ▲20대 8명 ▲30대 21명 등 2030 남성은 총 29명(43.9%)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세대 남성 중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강경 보수·개혁 보수로 나뉘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판단 기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했고, 비판하는 2030세대 남성 중 상당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윤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 정치적 무주공산인 강경 보수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강경·노년층 묶는 맞춤형 세대포위론? 장 길들이려는 전…“이준석 연대 안 된다” 이들과 기존 반공 보수를 지향하는 노인 세대를 묶어 당내 맹주가 된다면,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이 장 대표에게 맞춤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최근 그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가에서 언급되는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에 대해,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란 표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연석 회담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13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및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선 민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특검법 관련 양당 의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 보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하면, 장 대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대표를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것을 들었다. 고씨도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장 대표는 ‘이 대표와 특검 연대만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장 대표에게 “통일교 특검 외엔 이 대표와 공조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선 과거와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결성돼 정치적 친위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팬덤은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적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 행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정치인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인이 팬덤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력·정치력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강한 쇼맨십을 가진 정치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겐 고씨·전씨와 같이 세를 모아줄 수 있는 ‘정치 무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의 김어준’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명 결정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 아울러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엔 대구·경북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 소극적 정치를 하는 언더 찐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또 전씨·고씨 등 ‘정치 무당’과 언제까지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씨는 이미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등 장 대표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 장 대표의 ‘국민의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