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산청-국민신탁 ‘유물 카르텔’ 의혹

‘알고도 모른 척’ 수상한 짬짜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민낯이 드러났다. 불합리한 의결권부터 이른바 ‘유물 카르텔’까지 전방위로 문제점이 제기된다. 국가유산청이 이전부터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알고도 모른 체한 국가유산청이 나란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하 국민신탁)은 국가유산청(이하 유산청·구 문화재청)이 관리·감독하는 특수 법인이다.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취득·보전·관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이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깜깜이

설명과 달리 국민신탁의 내부 사정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2009년 김종규 이사장이 위임되고 5연임을 하는 동안 비슷한 논란이 꾸준히 불거지면서다. 몇 차례 감사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이를 방치한 유산청 또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김재원 의원이 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탁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특정 업체 두 곳에서만 유물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미술인으로부터 1억1000만원어치의 유물 10건을, 갤러리 문우로부터는 8100만원어치의 유물 17건을 구입한 것이다.

고미술인 대표와 갤러리문우 대표는 모두 국민신탁 회원이다.


유물 매입 심의 과정을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도 있다. 국민신탁이 두 업체로부터 3400만원 상당의 유물 21점을 매입할 당시 외부심의위원회 구성을 보면, 심의위원 세 명 모두 김 이사장과 친분이 있거나 판매자와 학회 활동을 한 지인 등이다.

특히 갤러리 문우 대표의 경우 대표 본인이 직접 매입 심의에 참여해 친인척의 유물을 매입한 사실도 드러나 ‘유물 카르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유산청과 국민신탁이 이 같은 지적을 받은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산청은 지난 2018년 국민신탁에 대한 감사를 통해 김 이사장이 대상 유물을 선정한 후 별도 평가·심의 없이 매입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020년에는 문화재청 자체 종합감사에서 유물 구입처 몰아주기 정황이 적발됐으며 이듬해인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여전히 특정 업체서 유물을 구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화유산 매입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달라”는 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화살은 김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장기간 집권으로 인한 국민신탁의 도덕적 해이와 유산청의 방임에 맞물려 부패의 온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을 거쳐 삼성출판박물관장 겸 삼성출판사 전 회장을 지냈다. 한때 김건희 여사가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예술계 사교 모임 ‘월단회’를 창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2년 동안 두 곳에서만 유물 매입
감사도 소용없는 ‘이사장 고집’

김 이사장이 다섯 번이나 연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이상적인 정관이 지목된다. 이사장 임기는 3년이지만 임원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을뿐더러 불합리한 의결권으로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신탁법 제17조에 따르면 국민신탁법인은 회원으로 구성되는 총회를 두고 있으며 회원은 총 8단계로 분류된다. 세부적으로는 ▲으뜸회원 ▲큰힘회원 ▲보람회원 ▲나눔회원 ▲키움회원 ▲함께회원 ▲기림회원 ▲늘빛회원 등이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으뜸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법인 또는 개인이 3억원 이상을 기부해야 하며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해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 큰힘회원은 입회비 1000만원과 연회비 100만원 이상 납부를 원칙으로 한다. 보람회원은 매월 1만원 이상의 회비, 또는 10만원 이상의 회비를 납부한 개인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 기준 총회 의결이 가능한 회원은 으뜸회원 4명, 큰힘회원 8명, 보람회원 대표자 3명으로 총 15명이다.

의결권 정수 역시 차이가 있다. 으뜸회원과 큰힘회원에게는 각 1표가 부여되지만 보람회원은 6개월 이상 회비가 연체되지 않은 회원에 한해 1000명당 1표가 주어진다. 이마저도 자체적으로 선출해 총회 5일 전까지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제출하지 않을 시 이사장에게 추천권이 돌아간다.

회원 간의 의결권 격차가 존재할뿐더러 특정 인물이 이사회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허술한 운영 구조가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감사의 지적에도 유산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이유는 국민신탁과의 관계성 때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국민신탁 정관에 명시된 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이다. 지난 2013년 전통문화연수원 기획과장이 국민신탁 상임이사로 임명된 이후 2년 단위로 유산청 문화재활용국장, 경복궁관리소장 등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전 국립고궁박물관 기획과장이 새로운 이사로 임명됐다.

상임이사가 받는 연봉은 약 1억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청서 국민신탁으로 자리를 옮겨 억대 연봉을 받는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너도나도 유산청→국민신탁 한 자리씩?
“기부금으로 전동카트” 쌈짓돈 의혹까지

국민신탁이 유산청의 기부금을 쌈짓돈처럼 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민신탁은 회원과 기부자가 용처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은 기부금을 대부분 기관운영비로 쓰고 있어 이미 한차례 지적받았던 바 있다. 문화유산을 매입하거나 취득할 수 있는 재산은 2020년 기준 기부금 전체의 6%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취득하기 위한 모금 활동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재원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탁은 조선왕릉 전동카트를 구매하거나 청소년 문화유산 교육사업 등에 지정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국민신탁의 설립 목적은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문화재 보존을 목표로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국민신탁의 편의성을 위해 시설·장비를 기부금으로 구매해 그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산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법인의 모든 의결은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야 하므로 유산청에서는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며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 개선안을 작성하고 내년 상반기 중 감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7년까지인 김 이사장의 임기에는 변함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이사장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짧게 답했다. ‘감사의 실효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동안 감사를 통해) 내부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알려줬다”며 “이를 실행하고 옮기는 건 순수 신탁의 몫”이라고 답했다.

국민신탁 관계자는 “이사장 임기를 1회에 한해 연임하는 규정 등을 신설할 예정”이라며 “총회를 거치고 유산청 승인을 받아야 정관이 개정되기 때문에 안을 올려야 (개정이)확정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김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월단회 회원으로 알려진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이사가 2013년 국민신탁 이사로 취임한 이후 그가 소속했던 회사와 홍보용역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공 이사는 국민신탁 이사를 맡고 약 6년이 지나서야 대표이사를 사임한 반면, 계약은 2020년 12월까지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빙산의 일각?

국민신탁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SNS를 연동해 국민신탁을 홍보하던 때라 OPM 시스템을 도입한 위키트리와 최초 계약을 했다”며 “공 전 대표이사가 국민신탁 이사여서 계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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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