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여론조작? 2년 전 사건 연장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비선 실세 모임이라고 알려진 ‘한남동 라인’의 실명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해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기된 여론조작 의혹을 두고 2년 전 김건희 여사 최측근들이 주도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작 논란은 2년 전 사건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홍 시장을 깎아내리려 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 관계자들의 여론조작 의혹과 유사하다.

비선 실세 의혹
용산 사면초가

명씨는 영남권 기반의 여론조사 및 선거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자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출신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중앙여심위) 등록 기준으로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09개 여론조사를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했다. 그가 대표로 있던 언론사 <시사경남>은 <뉴데일리>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명씨를 윤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4월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경남 김해갑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서 배제되면서 실제 ‘공천 개입’으로 이어졌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명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직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에게 ‘미공표용’ 여론조사 데이터를 손보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은 지난 2022년 2월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A씨와의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서 명씨는 A씨가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네”라고 답했고,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미공표용 여론조사 보고서에는 20~40대 샘플은 줄이고, 50~60대 샘플은 늘린 결괏값이 별도로 존재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와 A씨와의 통화가 이뤄진 당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주제로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와 연령별 가중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조사완료 샘플은 3016명이었고, 미래한국연구소는 먼저 이를 실제 인구 구성비(만18세~20대 17.2%, 30대 15.2%, 40대 18.5%, 50대 19.6%, 60대 16.3%, 17세 이상 13.2%)에 따라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60대의 경우 실제 응답한 샘플은 634명(21.0%)이었지만, 492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샘플(3016명)의 16.31%(492명)까지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남권 선거컨설팅 전문가? “사실상 브로커”
윤석열 부부 수십 차례 연락…국정까지 개입?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는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직전 대선서 투표장에 나온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다음날인 3월1일이다.


홍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일반 여론조사에 10.27% 이기고도 당원투표에 진 것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선거 브로커 명씨가 날뛰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짓”이라며 “검찰에선 조속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들도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정모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지난해 2021년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 왔다.

2022년 6월
본지 단독보도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해당 녹취록서 정씨는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와 함께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정씨가 다른 직원에게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라는 식으로 답했다.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정씨는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번만 더 올려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홍 시장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대선후보 경선 때 홍 시장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정씨는 해당 커뮤니티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홍 시장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는 “명씨와 정씨가 직접적으로 여론조작과 관련해 논의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김 여사와 접촉했던 만큼 연락은 취했을 것이다. 다만 단순하게 미팅을 위한 연락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도 “대선 직전까지 논란이 많았던 건 맞다. 정씨를 포함해 소위 말해 ‘김건희 라인’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여론조작까진 모르겠으나 일부 커뮤니티에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김 여사에게 보고했던 건 사실이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주로 있었던 일이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우려가 컸다”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분위기 살펴

김 여사가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자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출범에 속도를 냈다. 아직 김 여사의 집무실과 제2부속실 직원 사무실을 대통령실 내에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출범 시기는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로 거론된다.

제2부속실장으로 내정된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은 실제 업무를 보고 있다. 규모는 장 비서관과 실무급 인원 2명을 충원해 7명이다.

제2부속실은 김 여사의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등으로 이뤄지고 김 여사의 집무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과 다른 층에 설치될 예정이다. 청와대 본관 1층에 있었던 영부인의 집무실과 비교하면 공간은 작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서 경호 및 예우 대상에 대통령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을 뿐 그 밖에 배우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

지난 1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던 대통령실도 “해외국 정상의 2부속실 운영 사례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국 대통령 부인의 지위 등 해외 법 규정과 사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퍼스트레이디’에게도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예산 등이 배정되도록 연방법으로 정하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이 제2부속실 직원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에 채용된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조작 정황 김건희 최측근 행위와 유사
특정 후보 깎아내고 게시물 밀어내기도

김 여사의 또 다른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남동 라인’에 관한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직접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표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부터 알고 지냈거나 대선을 도왔던 비서관·행정관 6~7명이 대통령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비선’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서 김 여사에게 수시로 보고한다는 소문 탓에 ‘한남동 라인’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거나 짧은데,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 의견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에선 언론인 출신인 B, C 비서관, D 전 비서관,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참여한 E 비서관이 김건희 라인으로 거론돼왔다. 대통령실 청년 정책 담당 30~40대 행정관들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황모 행정관은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는데, 명씨는 그가 운전하는 차를 윤 대통령과 함께 탔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은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없다고 반발 중하고 있다. 한남동 라인으로 거론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통령 일가와 사적으로 인연도 없고 공적인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신 여권 관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중 황 행정관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언급됐음에도 살아남은 사람이자 총애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서 일부 김건희 라인을 거론하며 “용산은 ‘십상시(박근혜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그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직무 범위서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들은 공식 라인을 무시하거나 대통령실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주장을 펴며 인사 등 대통령실 내의 주요 업무를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이)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이른바 ‘여사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라며 “김 여사께서 직접 그걸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남동 라인이)호가호위하면서 그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굉장히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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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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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