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여론조작? 2년 전 사건 연장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비선 실세 모임이라고 알려진 ‘한남동 라인’의 실명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해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기된 여론조작 의혹을 두고 2년 전 김건희 여사 최측근들이 주도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작 논란은 2년 전 사건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홍 시장을 깎아내리려 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 관계자들의 여론조작 의혹과 유사하다.

비선 실세 의혹
용산 사면초가

명씨는 영남권 기반의 여론조사 및 선거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자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출신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중앙여심위) 등록 기준으로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09개 여론조사를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했다. 그가 대표로 있던 언론사 <시사경남>은 <뉴데일리>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명씨를 윤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4월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경남 김해갑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서 배제되면서 실제 ‘공천 개입’으로 이어졌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명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직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에게 ‘미공표용’ 여론조사 데이터를 손보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은 지난 2022년 2월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A씨와의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서 명씨는 A씨가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네”라고 답했고,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미공표용 여론조사 보고서에는 20~40대 샘플은 줄이고, 50~60대 샘플은 늘린 결괏값이 별도로 존재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와 A씨와의 통화가 이뤄진 당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주제로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와 연령별 가중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조사완료 샘플은 3016명이었고, 미래한국연구소는 먼저 이를 실제 인구 구성비(만18세~20대 17.2%, 30대 15.2%, 40대 18.5%, 50대 19.6%, 60대 16.3%, 17세 이상 13.2%)에 따라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60대의 경우 실제 응답한 샘플은 634명(21.0%)이었지만, 492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샘플(3016명)의 16.31%(492명)까지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남권 선거컨설팅 전문가? “사실상 브로커”
윤석열 부부 수십 차례 연락…국정까지 개입?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는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직전 대선서 투표장에 나온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다음날인 3월1일이다.


홍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일반 여론조사에 10.27% 이기고도 당원투표에 진 것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선거 브로커 명씨가 날뛰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짓”이라며 “검찰에선 조속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들도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정모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지난해 2021년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 왔다.

2022년 6월
본지 단독보도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해당 녹취록서 정씨는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와 함께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정씨가 다른 직원에게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라는 식으로 답했다.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정씨는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번만 더 올려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홍 시장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대선후보 경선 때 홍 시장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정씨는 해당 커뮤니티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홍 시장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는 “명씨와 정씨가 직접적으로 여론조작과 관련해 논의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김 여사와 접촉했던 만큼 연락은 취했을 것이다. 다만 단순하게 미팅을 위한 연락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도 “대선 직전까지 논란이 많았던 건 맞다. 정씨를 포함해 소위 말해 ‘김건희 라인’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여론조작까진 모르겠으나 일부 커뮤니티에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김 여사에게 보고했던 건 사실이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주로 있었던 일이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우려가 컸다”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분위기 살펴

김 여사가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자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출범에 속도를 냈다. 아직 김 여사의 집무실과 제2부속실 직원 사무실을 대통령실 내에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출범 시기는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로 거론된다.

제2부속실장으로 내정된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은 실제 업무를 보고 있다. 규모는 장 비서관과 실무급 인원 2명을 충원해 7명이다.

제2부속실은 김 여사의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등으로 이뤄지고 김 여사의 집무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과 다른 층에 설치될 예정이다. 청와대 본관 1층에 있었던 영부인의 집무실과 비교하면 공간은 작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서 경호 및 예우 대상에 대통령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을 뿐 그 밖에 배우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

지난 1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던 대통령실도 “해외국 정상의 2부속실 운영 사례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국 대통령 부인의 지위 등 해외 법 규정과 사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퍼스트레이디’에게도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예산 등이 배정되도록 연방법으로 정하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이 제2부속실 직원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에 채용된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조작 정황 김건희 최측근 행위와 유사
특정 후보 깎아내고 게시물 밀어내기도

김 여사의 또 다른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남동 라인’에 관한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직접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표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부터 알고 지냈거나 대선을 도왔던 비서관·행정관 6~7명이 대통령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비선’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서 김 여사에게 수시로 보고한다는 소문 탓에 ‘한남동 라인’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거나 짧은데,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 의견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에선 언론인 출신인 B, C 비서관, D 전 비서관,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참여한 E 비서관이 김건희 라인으로 거론돼왔다. 대통령실 청년 정책 담당 30~40대 행정관들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황모 행정관은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는데, 명씨는 그가 운전하는 차를 윤 대통령과 함께 탔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은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없다고 반발 중하고 있다. 한남동 라인으로 거론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통령 일가와 사적으로 인연도 없고 공적인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신 여권 관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중 황 행정관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언급됐음에도 살아남은 사람이자 총애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서 일부 김건희 라인을 거론하며 “용산은 ‘십상시(박근혜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그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직무 범위서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들은 공식 라인을 무시하거나 대통령실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주장을 펴며 인사 등 대통령실 내의 주요 업무를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이)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이른바 ‘여사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라며 “김 여사께서 직접 그걸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남동 라인이)호가호위하면서 그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굉장히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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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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